02. 허세 쩌는 김명수
"야, 야. 우현아."
"왜요 형."
"얘 잘생기지 않았냐?"
성규앤캐시의 문 안쪽에선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미친듯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사내들의 낮은 목소리, 그 중에선 우현과 성규의 대화소리도 섞여있었다. 잘생기긴 했는데 나보단 아닌 것 같다? 미친 남우현, 입 닥쳐. 옙. 어느새 성규와 우현은 가까워졌고 스스럼없이 형이라고 하는 우현에게 거남은 질투 아닌 질투를 느꼈다. 난 언제나 형님이라고 하는데 슈발. 성규는 제 손에 들린 프린트를 흥미로운지 미소지으며 읽고 있었다. 이름이 좀 미스네, 유학파같이 생겼으면서 김명수가 뭐야 김명수가. 한가지 함정은 임마도 돈을 안 갚았단거. 성규는 제 돈 생각을 하자 급격히 기분이 안 좋아져 프린트를 뚫어질듯 째려보았다. 그에 우현과 거남이 쫄았다는건 비밀♥ 우와 우와. 스물한살이 갚아야 할 돈이 엄청나네. 너랑 삐까뜬다. 아잉 형님.
"귀여운 놈."
"흐으응, 흐으으응."
이래서 성규가 우현을 미워할 수 없는 것 같다. 제 어깨에 얼굴을 부비는 우현의 머리를 두어번 쓸어내리곤 거남을 향해 생각했다. 저 새끼도 애교가 이만큼 아니,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거남을 바라보다 이내 눈을 내리깔곤 다시 프린트를 보며 김명수에 대해 우현에게 말했다. 현아, 얜 집안도 평범하고 가족관계도 평범하고 안 평범한건 비주얼뿐인데 왜 오천이나 빌렸대. (물론 이자는 포함하지 않았다.) 성규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우현아."
"넹."
"돈 받으러 가자, 거남이 빼고."
"우와. 데이트?"
성규가 혀를 빼내 제 입술을 축이곤 두꺼운 가디건을 챙겨입으며 말했다. 그에 우현이 살짝 놀란 것도 잠시 이내 능글맞게 웃으며 성규의 옆에 들러붙었다. 당장 꺼지지 못해? 이응. 이 병신아, 내가 그 말투 쓰지말랬지. 네…. 성규와 우현이 주차장으로 내려와 자연스레 성규의 벤틀리에 올라타 몸을 싣곤 악셀을 밟아 명수의 집으로 향했다. 우현이 차 뒷좌석에 쌓여있는 각목들을 바라보며 작게 욕을 했다는건 영원히 비밀.
*
"그 청년, 요새 집에 안 들어와."
"예? 그럼 어딜…."
"그건 나도 모르겠고, 요 앞에 무한대 다닌다니까 거기 가봐."
성규가 고갤 끄덕이곤 우현을 데리고 명수의 오피스텔 밖으로 나왔다. 으 슈바 추워, 김명수 그 새끼는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 거야. 성규가 손 끝을 비비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우현이 성규의 손을 낚아채 저의 후드집업 주머니 속으로 가져갔다. 뭐,뭐하는…! 무한대. 우현이 무표정으로 앞만 주시하며 말했다. 무한대생이면, 사채를 쓸 필요가 없을텐데. 우현이 빨개진 코 끝을 매만지며 성규의 궁금한 표정에 말을 이었다.
"울림대랑 다르게, 거긴 사립이라서 등록금이 엄청 비싸거든요."
"그게 왜?"
"그런 대학을 다니고, 오피스텔도 비싸보이고. 적어도 나처럼 못 사는 새끼는 아닌 것 같아서."
우현의 말을 끝나자 둘 사이엔 차가운 정적만이 남았다. 바깥공기보다 더 무겁고 차가운 이 정적도 잠시 우현이 다시 예전처럼 웃으며 성규의 손을 꽉 잡았다. 날도 추운데 다방에서 커피 한 잔? 다방은 무슨, 노인네같아.
카페 안으로 들어오자 훈훈한 공기가 둘의 몸을 감쌌다. 으으, 따뜻하다. 창가자리를 잡아 앉은 성규와 우현이 주문한 모카치노와 아메리카노를 말없이 홀짝이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런 성규의 눈에 멀리서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이곤 성규가 혀를 끌끌 찼다. 그에 우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성규의 시선을 따라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저게 뭔데 그러지.
"왜요 형?"
"저거 저거, 몸에 명품을 두르고 다니네."
"그게 다 보여요? 신기하다, 난 아무리 봐도 뭐가 명품인지 모르겠는데."
"부모 등골 좀 휘어지겠다, 자기 돈으로 산건 아닌 것 같고."
우현이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성규에게 되물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아? 성규가 모카치노를 한모금 마시자 입 안에 감도는 달콤한 초코시럽의 맛에 미소짓곤 붉은 입술을 열었다. 험하게 입었어. 에? 자기 돈으로 산 명품들이면 진짜 갑부가 아닌 이상 보통 애지중지할텐데. 험해도 너어무 험하게 입네. 성규가 진지하게 말을 잇다 개그콘서트의 정여사 흉내를 내자 우현이 이를 보이며 웃었다. 존나 귀엽네. 뭐? 아니 형 멋있… 형 어디 가요!
"야 빨리 따라와!"
성규가 우현의 말을 채 다 듣지 못한채 우현의 손을 잡곤 카페 밖으로 달려나왔다. 뭔데 그래요! 저 명품, 저거 김명수야. 헐? 우현아 빨리 따라가자. 그렇게 성규와 우현은 명수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어린노무 시끼가 이런덴 왜 와?"
"닥쳐 남우현."
"옙."
그렇다. 이들이 온 곳은 유흥가에 위치한 한 성인노래방. 분명 아가씨들을 부르겠지. 바깥에서 명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 했던 우현은 성규가 눈을 반짝이며 한 말에 놀라 펄쩍 뛸뻔했다. 나 이런 곳 가보고싶었어, 가보자 현아. 미쳐도 단단히 미친 형.
"누나, 앞에 들어간 잘생긴 애 몇번 방이에요?"
"아, 걔? 5번 방. 일행이야?"
"그렇구나… 그 비슷한 거요, 감사해요 누나."
40대로 보이는 여자가 손을 들어 5번 방을 가르키자 우현이 재빠르게 그 방 앞으로 다가가 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세시간. 성규에게 손짓으로 알려주자 성규는 예쁘게 눙숫음을 지으며 말했다. 누나, 6번 방으로 두시간이요. 30분은 서비스♥
*
김명수가 술에 약간 취한채로 방에서 나오자 어느새 마담과 친해진 성규 우현이 명수를 뒤쫓아 나갔다. 집으로 가겠죠? 그래 그렇겠지. 조용히 아무 말도 없이 명수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명수의 집을 향해 가고있을 무렵 우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러니까 우리 형사같아요 형. 범인 잡으려고 하는 형사. 안 그래? 아무래도 경험이 없는 우현에겐 이 일이 형사같았나 보다. 그에 성규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형사가 잡으려고 뛰어다니는게 이 직업일텐데, 형사라니."
"그래도 추격하고 그러는게, 아 여기서 추격이란 말 써도 되나?"
"…우현아 쉿."
성규가 우현의 입술에 제 검지를 대고 조용히 하라고 시켰지만 이미 우현의 눈과 명수의 눈이 마주친지 오래였다. 좆됐네. 명수가 그대로 몸을 틀어 성규와 우현에게 긴 다리를 자랑하듯 터벅터벅 걸어왔다. 물론 비릿한 조소와 함께. 그 미소에 우현은 잠시 굳어있다 돈도 안 갚은 새끼가라며 궁시렁대는 성규를 제 뒤로 보내곤 다가오는 명수에게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니네 누군데 자꾸 쫓,"
"돈이나 갚아. 시발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폭연할테야 폭연 폭연~~~~~~~~~~~~~~~~~~~~~ 브금도 넣었음 얏호^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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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윤아.. 제대로 연말 꾸꾸꾸 말아왔어 미1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