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밖에 없을 줄 알았던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
너 밖에 없는 줄 알았던 나에게 남자가 생겼다.
- 지나 간 버스는 다시 돌아 오지 않는다. -
저를 데리고 그대로 밖으로 나왔어. 멍하게 따라오던 너는 놀라 석민의 손을 빼려고 했지만 석민이 더 꽉 잡고 놓아 주지 않았어,
결국 회사 앞, 음식점으로 들어갔고 너는 제 앞에 있는 석민의 눈치만 봤어. 이 팀장님, 많이 화났나? 손장난을 치며 석민을 또 힐끔 쳐다봤어. 한숨을 푹 쉰 석민은 말했지
" 봤어요, 어제. "
" 네? 뭘 요? "
" 약속 있다면서, 왜 버스 정류장에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
" 아…. "
" 그런 남자한테 상처 받고 울 필요 없어요. "
지잉 하고 울리는 핸드폰에 화면에 띄어진 건 너의 이름 세 글자였다. 손을 뻗어 받으려는데, 제 손을 잡는 석민을 봐
" 안돼요. 지금은 나랑 있잖아요. "
결국 폰을 끄고 찾아 온 곳은, 모텔이였다. 저에게 입을 맞추는 석민에 오랜만의 하는 입맞춤이라 더 원하며 목에 팔을 둘렀다. 석민은 저를 안아 침대로 대려가서 눞혀 그 위로 올라타선 다시 다정히 입을 맞춰줬다. 사랑해요. 여주씨. 석민의 말에 눈을 감았어. 제 와이셔츠 단추를 풀던 석민은 갑자기 제 단추를 다시 잠궈주다 옆자리에 앉았어. 너는 왜 그러냐는 얼굴로 쳐다보니 다정히 웃더니 저의 머리를 넘겨줬어, 그리곤 제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줬지.
" 미안해요, 울지마요. "
" 아니. 저 울어요? 나 왜 울지? 나 왜 우는거야... "
나 왜 울지? 아 왜 눈물이 멈추지 않는거야. 발을 동동 굴리며 눈물을 멈추게 할려고 해도 자꾸 삐져 나오는 눈물에 결국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제 눈물에 석민은 다가 와선 안아주는데 석민이 안아줘도 허전한 느낌에 석민의 옷깃 잡고 울었어. 이게 아닌데, 이럴려고 하는 게 아닌데, 토닥임이 너무 다정한데, 저한테 느껴지는 공허함이 너무 커서 제 일부분을 다 삼킨 듯, 너무 공허해서 울었어.
" 진짜 싫은데, 그 남자친구분에게 연락 해보세요. "
" 아…, 아뇨. 괜찮아요. "
" 보는 제가 안 괜찮아요. "
" 잊게 해주세요. 권순영 잊게 해주세요... 제발. "
" 잊게 못 해드려요. 저는, "
" 네? "
" 뱃사공이 원하는 곳으로 가고 있는데, 한낱 가벼운 파도가 저기로 가라고 한다고, 가는 게 아니잖아요.
파도는 그 길이 힘든 걸 알고, 말려도 결국 뱃사공은 자기의 결정을 믿죠. 그래야지 후회도 안하고, 여주씨도 후회 하기 싫잖아요. 연락 해봐요. "
" 이 팀장님... "
" 그래도 그렇게 엉망진창이 된 뱃사공을 다시 받아주는 건, 파도 밖에 없어요. 기다릴게요. 천천히 정리하고 와주세요. "
석민의 말이 뭐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입고 급히 나갔어. 핸드폰 전원을 켜니 너에게 부재중 15통이 와 있었어. 바로 너에게 통화를 하자 금방 받는 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아님. 헤어지자고 해야 할까. 나 역시도 말을 하지 않았어,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리고 어디야라는 너의 말에, 회사 앞 사거리라고 하자 순영은 그쪽으로 갈게. 라며 전화를 끊었어. 끝까지, 내 의견은 안 물어보네.
권순영의 집과 우리 회사는 꽤나 먼 거린데 금방 오는 너에, 놀라서 쳐다보니 제 손을 잡는 너의 손이 차다는 걸 느꼈다. 내가 석민과 그러고 있을동안 밖이였나? 빨개진 니 손을 쳐다보니 제 손을 더 꽉 잡고 가까운 카페로 들어 갔어. 아메리카노 하나랑 고구마라떼 하나 주세요. 나 고구마라떼 안 좋아하는데. 역시 제 의견을 무시한 체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시키는 권순영을 뒤로 해 창가 자리에 앉았어. 제 앞에 앉은 권순영은 아무 말 없이 저를 쳐다만 봐. 죄인도 아닌데 자꾸 숙여지는 고개에 손만 쳐다 봐.
" 죄 지었어? "
" 아니! "
" 그럼 나 봐. "
잘못한 건 넌데, 왜 내가 더 불안한건지, 마치 바람 피다가 들킨 사람처럼 너를 똑바로 쳐다 보지못하는 나를 보던 너는 진동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가져 왔어. 제 앞에 고구마라떼보며 아무 말도 못했어.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너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지, 말해봐. 방금 그 장면. 너의 태도가, 나를 나쁘게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어. 니가 날 그렇게 만든 거잖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제 자존심이 막았어.
" 사귀는 사람이야? "
" 아니야. "
" 그럼. 멈췄어야지. 그 손을 뿌리쳤어야지 "
" 넌? "
" 뭐? "
" 그럼 넌? 어제 무슨 날이였는 줄 알아? "
" ... 알아. "
" 알아? "
" 어. "
아는데, 그걸 아는 넌데, 나한테 왜 그랬어? 나를 그렇게 기다리게 하면 안됐잖아! 제 소리침에 권순영은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창밖을 쳐다 봤어. 여기 카페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나를 쳐다보는데, 너만. 너만 나를 보지않았어. 제 볼에 흐르는 눈물을 너는 닦아 줄 생각도 없어 보였어. 제 손으로 급히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이걸 내 입을 말 할줄은 몰랐어. 내 입에 가시가 달린건지, 따가운 말이 나의 심장을 찔렀지.
우리 헤어지자. 잘 지내. 나도 잘 지낼게.
너는 제 말에 고개를 숙였고, 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널 지나쳐 나왔어. 카페에 나와 길을 걸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든 말든 헤어짐이 너무 슬퍼서, 7년이란 시간이 너무 허망해서, 계속 울었어. 핸드폰을 켜 석민에게 전화를 했지, 이 팀장님... 아니 석민씨.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아 석민의 이름만 부르며 울었어. 그 시간이 내게 너무 아파서 계속 울었어. 먼저 이별을 고한 내가 너무 미워서, 펑펑 울었지. 그때 제 앞에 선 누군가에 고개를 들었지. 석민이였어.
" 일어나서 저랑 같이 가요. "
순영이 아니라서, 순영일 줄 알았던 내가 미웠어. 석민이 저에게 커져가도, 아직 제 세상은 순영으로 이뤄져 있었나봐. 제 앞에 있는 석민에게 고개를 저었어. 여기서 내가 이렇게 있으면 순영이 올거란 말이에요. 제 말에 석민은 제 시선에 맞춰 앉아서 슬픈 표정으로 말했어. 순영을 잊게 해달라면서요, 석민의 목소리에 고개를 푹 숙였어. 잊게 해주세요... 제 옆에 있게 해주세요. 말 그대로 엉엉 울었어. 수 많은 사람들이 저와 석민을 쳐다보고 지나가도 그 많은 사람들 중, 순영은 없었다.
오래 된 연인 (후회 된 사랑, 후회 하는 사람)
- 디어, 미루 -
- 여주 씨. 오늘 크리스마스인데 뭐 하실거에요?
" 음. 그냥 있죠 뭐. "
- 저 또 데이트 신청하면 까이겠죠?
" 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밖에 나가기가 싫어요. "
- 그럼 집에서 데이트 하면 되죠.
" 어? 여자 혼자 있는 집에 오실려고요? "
- 왜, 안돼요?
" 이 팀장님, 생각 보다 응큼하시네요. "
- 저 그런 뜻으로 한 말 아닌데요?
하하. 통화 너머 석민의 웃음 소리에, 이불에 감싸고 있던 몸을 더 웅크렸어, 벌써 순영과 헤어진지 한달이 지났고, 나름 잘 지내고 있다. 아직도 집에 순영의 추억이 너무 많아서 다 버리지 못하고 그냥 멍하게 보고 있을 때도 많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혼자인 게 익숙해져서 다행이다. 그래도 아직은 앨범 비밀폴더로 숨긴 권순영과의 사진은 삭제 하지 못해 가끔 술을 먹으면 꺼내 보고 울기도 하는 그런 추한 짓을 해도, 혼자라서 괜찮았다.
- 괜찮아요. 이제?
" 뭘 요? "
- 아니에요. 여주씨는 잘 하고 있어요.
" ...음, 석민씨 끊을게요.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
네, 여주씨도요. 라고 말하는 석민은 여전히 다정했다. 처음 만날 때, 그 느낌 그대로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아껴준다. 아직도 나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거짓말을 하며 사는 곳까지 속여 저에게 관심 받을려고 했다는 석민의 노력에 웃기만 했었다. 석민과 나는 그게 끝이였다.
아직 저에겐, 누군가를 받아 드릴 용기가 없기에, 그저 그냥 혼자가 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에, 집에 할 게 뭐가 있을까? 침대에서 뒹굴 거리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다 자기 남친과 보내기 바쁘거나, 콘서트를 가기도 하는데, 그저 집안에 혼자 있는 제가 비참해보였다. 아 몰라, 티비나 봐야지. 과자를 들고 거실로 나와 디비디로 영화를 보던 중, 제 허벅지에 올려진 핸드폰이 쇼파사이로 들어갔다. 아 한참 재밌을 때... 정지 누르고 그 좁은 틈 사이에 손을 넣고 혼자 버둥 거리는데 뭐가 잡혔어. 작은 동그란 물체에 뭔지 몰라서 살짝 빼니, 반지였어.
' 나도 모르겠어! '
' 그만큼 니가 관심이 없단 뜻 아니냐? '
' 아니거든. 나 너한테 완전 관심 많거든? '
' 아니거든 아니거든? 내가 더 관심 많거든? '
' 유치하게 무슨 짓이야. 좀 비켜봐 찾게! '
' 안 찾아도 돼. '
' 안 찾으면 또 뭐라고 할 거잖아. '
' 정답. 아 근데 진짜 안 찾아도 돼! '
' 왜? '
' 나중에 내가 여기에 결혼 반지를 끼워 줄거거든. '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이때까지 외면했던 7년이란 시간이 다시 저를 짓눌렀다. 그 반지를 손에 쥐고 입술을 꽉 깨물고 울었어. 너라는 존재는 외면하면 외면 할수록 저에게 더 깊게 파고 들었어. 너도 그렇냐고 묻고 싶지만, 아직 남겨진 전화부에 있는 너지만. 더 이상은 이어질 연이 아니기에, 참고 참아서 혼자 감당하고 있었어. 그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 이번 크리스마스가 나에게 너가 없는 최악의 크리스마스가 될지 몰랐어. 순영아.
겨우 진정하고 옷을 갈아 입었어, 집에 더 있으면 아플까봐, 자꾸 생각 날까봐 겉옷만 입고 집 주위를 걸었어. 나만 빼고, 다 행복해보였어. 가족끼리 손을 잡고, 연인끼리 손을 잡고 나를 지나쳐 걸어가는데, 그 모습이 다른 세상 사람 같아서 고개만 푹 숙이고 걸었어. 춥다.
" 뭐하냐 여기서. "
" ... "
" 넌 날씨 개념도 없냐? 하여튼, 김여주 둔한 건 어디 못가네. "
" 권...순영 "
" 일로와. "
자신의 목에 있던 목도리를 나에게 둘러주는 권순영의 모습에, 자기 겉옷을 나에게 벗어 주는 너에게 그대로 안겨서 울었어. 왜 이제 나타난거야. 왜. 그런 나를 토닥이는 권순영은 예전 같아서, 이게 꿈인가 싶어서, 지금 내 앞에 있는 권순영이 꿈이라면 절때 깨지 않기를 바라며 더 꽉 껴안았어. 권순영은 따듯했고, 제 몸이 스르르 녹여지는 기분이였어.
" 정신 차리고 다녀. 그렇게 춥게 다니면 감기 걸려, 너 코 막히는 그 느낌이 싫다며, 앵앵 거린다고. "
" 그게 아니라... "
" 어? 지금도 약간 코 맹맹이 소리 나는데? 말과 행동이 다른 김여주네. "
" 죽을래... "
" 말과 행동이 다른 거 맞네, 잘 지낸다고 했으면서 잘 안 지내고. "
" 그게, "
" 눈 온다. 잡을래? "
제게 손을 뻗는 순영의 손을 더 꽉 잡았어. 순영의 손에 항상 끼워졌던, 반지가 그제서야 제 시야에 들어왔어. 어쩌면 순영이 변한 게 아니라, 제가 변한 거 일지도 모른다.
석민에게 미안하지만 이 설레임, 이별 후에도 제 집에 돌아 온 것 마냥 행복한 느낌에, 편안한 느낌에 눈을 감고 내리는 흰 눈을 맞았어.
우린 오래 된 연인이라서, 너무 편해서 서로의 소중함을 몰랐던 게 아닐까?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저에게 항상 져주는 게 진짜 이기는 거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야.
나의 오래 된 연인, 권순영 네가 그리웠어.
(+)
이번화는 되게 재미도 없을 것 같아 포인트를 내렸어요ㅠㅠ 포인트 내시면서까지 제 허접한 짧은 조각글을 좋아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결국 순영이랑 이어줬네요. 석민이한테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저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벅차고 기뻐요.
그런 의미로 이 글을 다음편에 번외로 순영이의 입장과 텍파로 올건데!
텍파에 다른 결말로 석민이와 이어지는 걸 따로 넣을까 생각 하는 중이에요 어때요? ♡
사실 저도 티켓팅을 실패해서 순영이가 자꾸 여주를 벗어 날려는 이유를 암으로 막장으로 갈려고 했지만 그건 너무 말이 안되는 것 같고!
지금도 사실 몰래 몰래 쓰는거라서.., 글이 좀 엉망진창일지도 몰라요! 나중에 집가서 좀 정리하고 수정할거지만 그래도 내용 자체를 건들진 않을 것 같아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많은 독자님들과 섭징어님 봄봄님 일공공사님 감사합니다.
일일이 댓글 달지 못한 점 너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도 오늘 집가서 다 댓글 달아 드릴게요♡
너무 많은 사랑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순영이의 조각글이 끝이 나면 새로운 글로 찾아 올게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