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벌써 며칠째인지 같은 꿈의 연속이였다.
깨어나면 단편적인 기억뿐이 내 뇌리에 맴돌지만, 분명 같은 꿈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누군지 모를 어떤 남자와 항상 함께 있었고,
그도 나도 꽤나 즐거웠다.
오늘도 같은 꿈을 꿀까, 하며 어느새 잠이 스르륵 든 나였고,
그 날도 여전히 그와 함께 였다.
다른 날과 다른점이 하나 있다면,
지금까진 그 남자가 있다는것, 그리고 날 즐겁게 해준다는것 이외엔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던 나였으나
그 날은 달랐다.
꿈에서 깨기전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생생하게도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렇게 슬프게 쳐다봐도, 어차피 넌 꿈에서 깨면 또 다시 날 잊을거잖아'
그 말은 이제까지 그저 신기한 꿈으로만 생각되던 그 꿈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게끔 하였다.
그 날 이후로 난 잠이 들때면, 오늘은 꼭 그를 기억해내고 말꺼라 다짐을 하며 근심 반, 기대 반으로 이불을 덮었고,
얼굴도 생각이 나지 않는 그이지만, 그가 슬픈 표정이였다는것만은 또렷하게 와닿아 날 쫓아다녔다.
그를 너무도 만나고 싶어졌다.
그를 기억하고 싶어졌다.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졌다.
고된 사회생활에 그 꿈은 점점 나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갔다.
왠지 모르게 꿈을 꾸었음에도 푹 잔것처럼 몸이 가벼웠고,
꿈을 꾸는 동안에도, 분명 행복하고, 마음도 몸도 편했다.
그렇게 난 여가 시간이 생기는 족족 잠에 취해들었고,
점점 꿈에 빠져들기 위해 술을 마시고,
심지어는 수면유도제까지도 손을 대기시작했다.
이젠 수면제까지도 말을 듣지 않았다.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그를 보고싶었다.
꿈을 꾸면 꿀 수록 짙어지는 그의 얼굴에, 난 시간이 갈 수록 더욱 꿈을 갈구했다.
항상 웃음이 일어있던 그의 얼굴에, 요즘들어 난데없는 우울함이 찾아온듯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끔 내 기억의 한 구석에 그의 음성을 집어넣었다.
'이제 그만와도 좋아...그만해...난 네가 날 기억하는것,아니 그것 조차 안바래.그냥 네가 나랑 있을때 보여주는 예쁜 미소로, 그것만으로도 감사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너 요즘 힘들어보여..아니 더 정확히 내가 널 힘들게했어. 미안해. 이제 밥도 잘 챙겨먹고, 안좋은 약에는 손도 대지마.
그동안 고마웠어.그리고 미안했어. 너무 걱정 하지는마..너 없이도 잘 지낼테니까 너도 이제 원래의 너로 돌아가.네가 충분히 나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때,
그때 다시 네 앞에 갈게.그러니까 행복해.꼭 행복해야해. 넌 네 존재 자체로도 완벽하고, 너무나 빛이나는 사람이야. 사랑해.
굿나잇 내 별빛'
꿈에서 깨고 난 후 난 왠지 모를 미안함과 자책감, 그리고 공허함에 한참을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봤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며 볼을 간지럽혀 왔고,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섞여 내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끔 그를 잊을 채, 아니 가슴 깊숙한곳 어딘가에 묻어둔 채로 바삐 돌아가는 시계에 둘러쌓여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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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애인이랑 헤어졌는데 애인 어머님한테 톡으로 마지막인사 남기는거 에바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