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의 소나기가 지나간 후, 숲속엔 정적만이 맴돌았다. 젖은흙과 풀내음이 나쁘지 않게 코끝을 간질였고, 연못가엔 어느샌가 개구리가 나와 울고있었다. 들릴듯말듯한 발자국 소리가 났고, 풀들이 사그락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 어느샌가 핑크빛으로 물들어버린 하늘을 보며, 그녀는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였지만, 얼마 안가 그런 생각은 지워버렸다. 끼익,하는 썩 좋지만은 않은 소리가 났고, 숲에선 느끼지 못한 온기와 수프냄새가 그녀를 반겼다. 무엇보다 그녀를 반긴것은 수프도 닭고기도, 그녀의 낡은 책들도 아닌 그였다. 그는 그녀가 들어오는것을 가만히 응시했다. 비를 맞은것인지 옷과 머리에서 물기가 뚝뚝 흘렀고, 그는 무덤덤하게 수건을 가져와 그녀의 물기를 닦아주었다. 그가 나즈막히 말했다. '어딜갔다 이제서야 온거야.비 다 맞았잖아.씻고와,네가 좋아하는 수프해놓았어.닭고기도 넣고.' 그녀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무엇을 담고있는것인지 어느 한곳만을 계속해서 응시하였다. 그녀는 그가 옅은 미소를 짓고있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젠 그의 미미한 표정변화조차 크게 다가오는 그녀였다. 그녀가 욕실로 가기위해 몸을 돌리자, 그는 그런 그녀를 아무 표정없이 바라보다 그녀에게 다가갔다. 갑작스레 느껴진 온기에 그녀는 가던 걸음을 멈춰섰다. 그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말했잖아. 아무리 도망쳐봐야 결국 제자리라고.넌 이 숲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해.이제 포기할때도 되지 않았나?' 그녀의 몸이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을 뒤에서 안아오던 그를 밀어냈다. 식사 도중에도 오고가는 것이라곤 접시와 포크가 내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뿐이였다. 그녀는 그와 함께하지 않았고, 그는 그녀를 곁에 두었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만이 맴돌던 방안에 질척거리는 소리가 섞이기 시작하였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는 그를 밀어내지 못하였다. 그는 그녀를 안고 더 깊숙이 입을 맞춰왔고, 그녀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릴뿐이었다. 힘을 다 써버린 그와 그녀가 침대에 무기력하게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누워 창밖으로 보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네가 내 옆에 있어서 행복해. 너무 행복해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그 감각도 안느껴질정도로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 별빛아, 너도 행복한거지? 나의 네버랜드에 네가 들어서고 나서부터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난 널 너무나 사랑하게되었어. 널 영원히 나의 네버랜드 안에 가두고 나만보고싶을정도로.' '정말... 정말 이곳이 네버랜드인건가요..?난 당신을 사랑하는것일까요..?나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난 이제 어떻게해야하죠..?' 그녀가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그는 그녀의 말이 맘에 들지 않았던것인지 미간을 찌푸렸다. '너도 날 사랑한다며.아니, 넌 날 사랑하는거야.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 안그래? 넌 나와 평생을 함께하는거야. 어때, 낭만적이지 않아? 너와 내가 나의 네ㅂ..아니, 우리의 네버랜드 안에서. 영원토록...' 그가 말끝을 흐렸고, 다른 문장으로 말을 이어갔다. '빨리 자. 너무 늦었다. 잘자, 내 사랑.'
![[VIXX/이재환] 그대의 세계, 그 안에서_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f/b/dfb30be5e7827298d26d898771386c6c.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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