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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엄마 온다는 말 없었잖아. 아니 아니 그 보다도 다음 달에 온다고 했잖아"

 "어머 성용이도 있었니? 밥은 먹었고?"

 아니 지금 내가 말하고 있잖아 엄마. 아빠는 어떻하고 온거야? 응? 엄마? 엄마?! 엄마!!

 "귀청 떨어져 이것아"

 가져온 캐리어를 쇼파 옆에 세워둔 엄마는 성용이에게 안부를 묻기 바쁘다.

 "지금 엄마 안계시나봐? 전화도 안받고 집에도 없는것 같던데.."

 "아 엄마 지금 잠깐 어디 나가셨어요. 저희도 학교 끝나고 왔는데 안계시더라구요.."

 성용이도 적지 않게 당황했는지 말끝을 흐렸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데 성용이 얼굴에 당황이라는 두글자가 둥둥 떠다닌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 그러고 보니까 요즘은 기내식이 참 괜찮더라고? 아침에는 된장찌개가 나왔는데......"

 엄마의 말은 쉴새 없이 이어졌고 성용이는 아 그러셨어요? 좋으셨겠어요. 라며 넉살 좋게 웃으며 맞장구를 치는데 그게 또 괜히 미안해지는거다.

 "아 엄마!!! 계속 그렇게 말만 하고 있을거야?"

 엄마는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하면서 가방을 뒤적이더니 몇 장의 종이뭉치를 꺼낸다.

 "OO아 이것 좀 읽어봐. 비행기 타기 전 까지 니 아빠랑 검토하고 또 검토해본거야"

 "이건 또 뭔데"

 엄마 옆에 철푸덕 앉은 나는 꼬부랑 거리는 영어를 보곤 눈을 찌푸렸고 떠듬떠듬 한 단어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엄마.. 잠깐만.."

 "왜? 뭐 잘 못된거 있어? 니 아빠랑 몇 번이고 읽어보긴 했는데.."

 "아니 그게 아니고. 나 영국 들어가서 살라고?"

 "얘기 들어보니까 지금 전학 가서 몇 개월만이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영국에 있는 대학 갈 수 있다더라. 너도 이제 엄마 아빠랑 같이 사는게 좋지 않겠니?"

 엄마가 나에게 준 종이뭉이는 영국에 있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학 서류였다. 이미 전학 수속은 다 밟았는지 싸인들이 다 되어 있었다.

 내 말에 성용이는 미간을 좁히며 내 손에 들려있는 종이 뭉치를 빼앗아 갔다.

 "엄마가 정말 나를 위한다면.. 나한테 물어는 봤어야하는거 아니야? 지금... 갑자기 와서 뭐하는거야!"

 소리를 지르는 날 보고 놀랐는지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성용이 역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꼭 쥐고 있었다.

 나와 대화를 해야겠다고 느꼈는지 엄만 성용이한테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고 성용인 굳은 표정으로 입고온 가디건 마저 두고 집을 나갔다.

 "니 성적이 어떤지 담임선생님께 들었어. 영국가면 어떻게든 대학 갈 수 있다니까? 더 이상 엄마 아빠 속 썩이지 말고 하자는 데로 해"

 "그래도 엄마, 이건 먼저 나한테 말 해줬어야 하는거고 한국에서도 대학 갈 수 있어"

 "어쭙잖은 전문대 갈 생각이면 집어치워. 이미 니 아빠랑 결정한 일어고 너도 보다싶이 이미 전학수속 다 밟아놨어. 넌 몸만 오면 돼"

 "엄마!!!"

 "더 이상 이 일로 이런 얘기 안했으면 좋겠다. 그냥 몸만 오면 된다고 하잖아. 쉬운 길 놔두고 왜 어려운 길은 가려고 하니? 하라는 대로 해. 그게 옳은거야"

 엄만 더 이상 할 말이 남아있지 않다며 들고온 캐리어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탁자 위에 놓여진 입학 서류들을 다시 보면서 올라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았다. 성용이가 두고 간 가디건을 들고 성용이 집으로 갔다.

 "뭐라셔?"

 "그냥.... 영국 가라고 하지 뭐.."

 "내가... 뭐... 어떻게 해야 할지..."

 "성용아 우리 친구하자.."

 "...........아..."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버벅 거리는 성용이. 바보 같다. 사실 미안해야할건 나인데 말이다.

 이미 우리 둘 다 알고 있는것 같다. 우리 엄마와 아빠의 뜻은 이미 확고해졌고 그걸 바꿀 수 없다는걸.

 한참 동안 우린 서로를 마주보고 있으면서도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바닥만 내려보고 있었던것 같다.

 애써 나오려는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가끔씩 고개를 들어올리는것도 잊지 않고.

 

 방학은 마치 누군가 태엽을 감기라도 하는것 처럼 금방 지나가듯 나와 성용이에게 주어진 '함께'라는 제목이 붙여진 시간은 2주였고 그 2주는 금방 지나갔다.

 엄만 여전히 전학에 관한 얘기를 내가 하려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싹을 잘랐다. 그저 마무리 잘하라는 말 뿐이였다.

 언제나 시끄럽기만한 공항.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냥 내 앞에 성용이가 서 있다는것 밖에 느끼질 못하겠다.

 내가 사줬던 블랙진, 가디건을 입고 온 모습이 너무 예뻐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줬다.

 그에 성용이도 역시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애매한 표정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핸드폰 줘봐"

 내 핸드폰을 가져간 성용이는 저장되어 있는 자신의 이름을 바꾼다. 119로. 어이 없다는 듯 빤히 바라보면..

 "힘들고, 아프고, 짜증나고, 화날 때 비상 연락망 119. 기성용. 친구니까."

 울컥하는 마음에 그 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한 번에 쏟아져 나왔다. 아 식빵 니가 울면 나도 울고 싶어지잖아. 울지마 울지마

 울지말라는 말에 더 울컥한다. 친구라는 말이.. 이렇게 슬플 줄 몰랐다. 이렇게 잔인할줄 몰랐다. 나에게서 그 말을 들을 때 성용인 얼마나 아팠을까.

 "OO아 잘 가고 한번씩 놀러와. 이제 우리 성용이 누가 챙겨주니"

 게이트 앞으서 눈물 까지 글썽이시며 말씀하시는 아줌마의 말, 비행기 시간 늦겠다며 날 재촉하는 엄마의 말. 그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성용이 말에 두 분은 조금 뒤로 물러나셨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어..."

 "우리 친구야.... 애 처럼 왜 그래. 얼른 들어가. 그러다가 진짜 비행기 놓쳐"

 나와 같은 표정, 나와 같이 잠긴 목소리를 하고선 달래듯 말하는 성용이. 그 말 안에 가지 말라는 애틋한 말이 담겨있는것 같다.

 내가 한 말이지만 너무 잔인하다. 친구.. 친구... 그래.. 친구..

 "London flight to depart soon. All passengers boarding please. I will say it again. London flight to depart......"

 (런던 행 비행기가 곧 출발합니다. 승객 여러분들 께서는 탑승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런던 행 비행기가.....)

 안내 방송이 나오는 그 짧은 시간. 우리에겐 서로의 눈 빛을 읽는 시간.

 결국 난 끝까지 친구라는 이름으로 성용이에게서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친구라는 말을 듣고.

 성용아 너 정말 119 맞지? 힘들고 아프고 짜증나고 화날 때 비상 연락망 119... 나 그 비상 연락망에 전화 할 일 없을것 같아.

 비상 연락망이라고 하기엔 날 너무 아프게 하거든. 날 너무 비참하게 만들거든.

 

 

 

 

 

 

 

 

 

 

 

오늘은 시간대가 좀 늦었네요ㅠㅠㅠ

이번 편은 조금 슬픈 장면들입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한 감정이 여러분들께 잘 전달될지는 의문이지만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항상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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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깡통이에요!_아 이래서 119ㅠㅠㅠㅠㅠㅠㅠㅠ 119라니ㅠㅠㅠㅠㅠ 슬픈와중에 너무 멋져요ㅠㅜㅜㅜㅜ 아니 그런데 어머니!!!! 이러시면 안되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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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
119라고 하니까 다들 궁금해하시더라구요ㅎㅎ 오늘 그 비밀이 밝혀졌습니다!!ㅎㅎ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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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너무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이제제목뜻을알겠네요119라닛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련아ㅕㄴ터짐ㅁ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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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
제 감정이 잘 전달된것 같아 기뻐요ㅠㅠㅠㅠ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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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진짜ㅜㅜㅜㅜㅜㅡㅜㅜㅜㅜㅜㅜㅡㅠㅜㅜㅜㅜㅜ작가님사랑해요ㅜㅜㅜㅜㅜ아더이상뭔말이필요해ㅜㅜㅜㅜㅜㅜ사랑합니다ㅜㅜㅜㅜㅠㅜㅜㅜㅜㅡㅜㅜㅜㅜㅜ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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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
으익!! 저도 사랑합네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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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작가니뮤ㅠㅠㅠㅠㅠ119...ㅠㅠㅠㅠㅠ암호닉 신청 가능한가요?....ㅠㅠㅠㅠ목캔디 예요 ㅠㅠㅠ 잘 읽고 가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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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
당연히 되죠! 감사합니다ㅠㅠㅠ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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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아어뜨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119래!!119!!!!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샘터져요ㅠㅠㅠㅠㅠㅠ
아..작가님저도암호닉....☞☜크와앙입니다ㅠㅠㅠㅠㅠ작가님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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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
저도 사랑합니다!ㅎㅎ 다음편도 기대해주실거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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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으아니 드디어 제목이 119인 이유를 알았어요ㅠㅠ
작가님 사랑해요ㅋㅋ저희는 사랑하는 사이로 남아요ㅠㅠ
다음편도 슬프면 저 진짜 울꺼에요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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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
다음편은 어떻게 될지 저도 고민입니다ㅠㅠㅠ 대충 틀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되네요...ㅠㅠ
슬퍼도 봐주실거죠?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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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우와 님짱먹으세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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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
ㅋㅋㅋㅋ감사합니다!!!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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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이래서 119였군요 ㅠㅠㅠㅠㅠ왜이리슬픈지 ㅠㅠㅠㅠㅠ흑흑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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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
저도 스릉합니다ㅠㅠㅠㅠㅠㅠ 다음편도 봐주실거죠??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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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ㅠㅠㅠㅠㅠ슬퍼ㅠㅠㅠㅠ마침 하품해서나온 눈물이또르르...ㅠㅠ
저기..자까님 암호닉신청해도될까요??된다면 피클로입니다!!ㅎㅎㅎ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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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
당연히 되요!!!ㅎㅎ 감사합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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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작가님 애플민트에요...아왜이르눈물이나나요ㅠㅠ다시만나게해주실거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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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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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아ㅠㅠㅠ이렇게 영영 헤어지는건아니겠죠?....아ㅠㅠㅠㅠ노래때문인지 더슬프네요 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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