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던 (IU)
goodbye summer - f(x)
골라서 들어주세요!
" 검은 옷은 왜? "
- 그럴 일이 있어. 꼭 챙겨 와
" ... "
" 그렇게 나 우산 없어요. 라고 티 내지말고 이거 써 "
" 같이 쓰자 "
" 어? 그래. 뭐. 같이 쓰자 "
" 진짜 오랜만이다. "
미우나 고우나 제 고향이라고, 찾아 온 동네는 여전히 어린 애들이 뛰어다녔어. 학교를 중심으로 쭉 걸었어. 우리집 쪽으로 걷다 보면 너와 내가 우산을 쓰고 같이 걸었던 그 골목이 나오고, 집 앞에서 제 속옷 끈을 보며 부끄러워 했던 우리의 모습이 그려졌어. 아직 어린 너에게 다가가면 넌 저 멀리 뛰어갔지. 완전해진 나에게 아직 불완전한 네가 그때는 얼마나 영웅 같던지, 멍하게 너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18살의 나의 자리에 서서 눈을 감았어.
" 야! 멍청아. 이제 집에 가냐? "
" 응? 응. 아. 맞다! 이거 "
" 아. 마이? 고맙다. 어, 혹시... 나 기다린다고 늦었냐? "
방과 후, 이름만 알고 네가 몇 반인지 몰랐던 나는 마이를 들고 온종일 중앙 문에서 기다렸다. 곧 어두운 밤이 되고, 나를 쳐다보던 경비 아저씨는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며 나를 쫓아냈다. 난 아직 너가 나간 걸 보지 못했는데... 너를 만나지 못해 혼자 집에 걸어 가던 길, 말소리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 제 옆에서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네가 있었어. 너에게 마이를 넘겨주자 제 머리를 쓰다듬는 너는 딱 그 나이 또래 남자 아이 같았어. 해 맑은 너의 웃음에 그저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같이 걸었어. 항상 혼자였던 골목이 너로 인해 시끄러워지고 따듯해졌어.
" 야. 이여주 멍하게 서 있지 말고 빨리 들어가. 날씨가 추워 "
" 너도 추워. 먼저 가 "
" 아 원래 이런 건 남자가 하는 거라고! 빨리 들어가 아님 나 여기서 얼어 죽는다니까? "
" 아. 알겠어. 잘 가. "
" 어 그래. 너도 "
" 응. 잘 자 부... 승관. "
" 어? 내 이름 알았네? 너도 잘 자. 이여주 "
그때 불러 준 그 이름이 너무 예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이름이 이렇게 이쁘구나란 걸 알았어. 다시 눈을 떠, 18살 네가 있던 그 자리엔, 여전히 똑같은 골목만 있었다. 한국에 오길 잘했다. 저에게 한국은 끔찍했던 공간이지만, 따듯한 추억이 깃든 공간이기도 했다. 자리를 옮기며 주위를 둘러보면 항상 너와 같이 걸으며 놀던 공간에 웃었어. 학교로 가던 길, 아무도 없는 공터는 이제 아파트가 새로 들어 왔네. 아파트 앞 벽면에 적힌 글자를 손으로 쓰다듬었어.
" 어? 엄마 오늘은 집에 계셨.. "
제 볼에 드는 따끔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올렸어. 화가 난 엄마는 손을 올려 제 볼을 내려쳤어. 아.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어 보이면 엄마는 울고 있었어. 넌 왜! 왜 태어나서! 이렇게... 그대로 엄마는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었어. 엄마 뒤로 보이는 아빠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쳐다봤어. 무슨 일이지? 엄마... 손을 뻗은 제 손을 쳐내는 엄마의 눈은 경멸이었어. 왜?
" 너 지금 어디 갔다가 들어 오는 거야. "
" 저요? 학교... "
" 학교? 학교에서 지금까지 있었다고?! "
" 아, 잠시 친구들이랑... "
" 니 동생. 병원 갔다. "
그대로 제 손에 있던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졌어. 동생이 왜? 어디가 아파서? 엄마는 아빠의 말을 끝으로 주저앉아서 펑펑 울었어. 눈물도 안 나왔어. 동생이 아픈데, 엄마랑 아빠는 여기서 뭐 하는 거에요? 의사잖아요. 의사가 여기 왜 있어요? 살려야죠!! 제 소리침에 아빠는 머리를 거칠게 흐트리다 말했어. 넌 그럼 뭐 했는데? 네 동생 아픈지도 몰랐어?! 아빠의 말에 나는 입을 막았어. 그러게, 난 뭐 했지? 동생이 혼자 저렇게 아파할 때 넌 뭐했어!! 엄마가 울며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어. 그럼 엄마는 뭐했는데요? 우리한테 관심이라도 줬어야지!! 엄마가 우리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우린 이렇게 안 됐을거라고! 죄책감이 무서워서, 부모님을 탓했어. 제 말에 아빠가 뛰어와 뺨을 때렸어. 이를 꽉 깨물고 째려보자 아빠는 손을 들어 옆에 있는 물건으로 내려쳤지.
아. 진짜 죽겠구나.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맞아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아빠는 나를 때렸고 엄마는 말리지 않았어, 자리에서 일어나 그냥 앞만 보고 달렸어. 잡히면 죽을 것 같았으니까. 그냥 무서워서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맨발로 무조건 뛰었어. 제 양말에 피가 묻어도 뒤에서 아빠가 쫒아 올가봐, 무서워서 뛰고 또 뛰어 아무도 없는 공터로 왔어.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을 감싸 안았어.
" 이..여주? "
" 승관아. "
" 야. 너, 얼굴이 왜 그래? "
흐어...어엉. 승관을 보자 눈물샘이 터진 듯, 참았던 눈물도 다 토해냈어. 울고 있는 나를 다정히 안아 주는 너를 붙잡고 계속 울었지. 다 울었어? 라는 너의 말에 제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준 것 같아 대답도 못 하고 그냥 고개를 숙였어.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봐. 라던 승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뛰어갔어. 승관은 여길 어떻게 알고 온 거지? 고개를 돌려 승관이 들고 온 봉지를 열어 봤어. 안엔 약이 가득 들어 있었지.
" 야. 이여주.. "
" 이거 뭐야? "
아냐. 아무것도. 굳은 표정의 승관에 또 버려질까 봐, 나 버리고 갈까봐 알겠다며 승관이 들고 온 봉지에 시선을 뒀어. 그건 뭐야? 제 말에, 아 맞다! 라며 맞은 편에 앉아 제 이마에 난 상처를 치료하고 밴드를 붙여주던 승관은 찢어진 입술을 보고 혼자서 우물쭈물 하다가 제 얼굴을 잡고 천천히 검지로 약을 발라줬어. 가까운 거리에 숨이 막혀 빤히 너만 쳐다보는데 꿀꺽 하는 소리가 들려 푸스스 웃었지. 빨개진 얼굴로 아냐. 그런 거! 라고 말하는 네가 귀엽고 고마워 짧게 볼에 입 맞췄어. 멍하게 날 쳐다보는 너는 풋풋했지.
그 뒤로 우린 가끔 여기로 놀러 와 밤새 같이 보내기도 했어. 부승관 바보. 이여주 멍청이 라는 글자 하나에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벽면에 적힌 너의 이름을 쓰다듬었지. 까칠한 벽 느낌에 시간이 많이 지났단 걸 느꼈지, 지잉-, 지잉. 제 주머니에 울리는 핸드폰에 급하게 전화를 받았어. 여보세요? 한국이라며, 라고 말하는 친구는 곧 모두가 모인다며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 바로, 우리가 처음으로 만난 학교였어
" 잘 지냈어? "
" 당연하지. 와 너 진짜 이뻐졌다? "
" 야 너 기억 나긴 해? 내가 여기서 너 울려서 부승관이랑 한판 했던 거. "
" 기억나지! 근데 승관이는? "
" 어? 아. 나중에 온다더라. 우선 우리 교실부터 가볼까? "
" 야. 사과하지? "
" 내가 왜 사과를 하냐, 쟤가 먼저 시비 걸었거든? "
" 아. 누가 먼저 걸었든! 여자를 때리면 안 되지! "
" 아 진짜! "
" 뭐? 나도 치게? 때리던가! "
" 아 그만해! "
나보다 큰 키를 가진 남자의 어깨에 얼굴을 박았어. 아! 아! 남자는 어깨를 붙잡았고 나는 이마를 부여잡았지. 나를 쳐다보는 남자를 째려보자 뭘 보냐고 말하는 남자애한테 너 안 보는데? 라며 대답하니 그 남자애는 내 어깨를 툭툭 쳤어. 제 앞을 막아서는 부승관은 한 뼘 큰 키를 가진 애 어깨에 얼굴을 박으며 쳐봐 쳐봐! 하는 행동에 사람들은 다 우릴 쳐다봤고 아오! 라고 손을 들어 올리던 남자는 그 자리를 벗어 났어
" 야! 니가 맨날 친구 없이 혼자 다니니까 저런 애들이 시비 걸지! "
" 그게, 뭐 내 맘대로 되나... "
제 말에 인상을 찌푸리던 승관은 자기 반 여자애를 데리고 나왔어. 멍하게 서 있던 내 앞에 뚱한 표정의 여자와 뿌듯한 표정의 승관이 서 있었지.
" 야. 너 얘랑 친하게 지내. "
" 아 진짜! 아까부터 왜 이래! "
" 아 뭐래. 친하게 지내라고. "
" 아! 왜! 니가 뭐 얘 남친이야? 니가 왜 쟤 인간관계에 간섭이냐고! "
" 아 뭐! 얘 내 여친 맞다 왜! 내 여친한테 좋은 친구 소개 시켜주는 건데 왜! "
승관의 발언에 친구는 경악을, 나는 놀라 승관을 쳐다봐. 빨개진 얼굴로 뭐 뭐! 거리던 승관은 제 손과 친구의 손목을 잡고 두 손을 맞잡게 해줬다. 친하게 지내. 라고 말했어. 그때가 승관이 아닌 다른 친구가 생긴 날이었지. 그렇게 승관은 날 무리라는 공간에 발을 들이게 했지.
" 아 맞다! 우리 승관이 만나러 가기 전에, 줄 거 있어! "
" 어? 뭔데? "
" 졸업앨범이야. 너 졸업 사진만 찍고 미국 갔잖아. "
" 아 진짜? 우와. 내 것도 있구나... "
" 아니. 승관이가 챙겨줬어 따로. "
갈색 표지 앞에 보이는 제 사진에 싱긋 웃어 보였어. 신기했어. 초등학교, 중학교 땐, 졸업사진이 찍기 싫어 일부러 학교를 안 가서 항상 앨범에 제 얼굴만 없었는데, 제가 있는 첫 앨범에 그 자리에서 앨범을 펴 보였어. 체육대회, 수학여행에 찍힌 내 얼굴은 많이 행복해 보였어. 마지막 삼 학년 체육대회 사진에 난 없지만 승관이 플렌카드를 들고 찍힌 사진에 제 이름이 들어 가 있었어. 보고싶다! 이여주 라는 글자를 보며 웃었지. 이렇게 내 생각을 많이 했던 넌데, 왜 더는 나에게 메일이나, 편지를 보내지 않았던 거야?
" 그거 나중에 보고 이제 가자! "
" 어디 가? "
" 승관이 만나러. "
진짜? 제 말에 우선 옷부터 갈아입자는 친구의 말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그러고 보니 나만 빼고 다 검은 계열의 옷을 입었지. 나 역시도 검은 계열의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니 애들은 그저 조용히 웃고 있었어. 다 흑백이 된 기분에 등골이 오싹했어. 애들 아까까지만 해도, 풋풋한 그저 동창생들 같았는데, 제 손을 꽉 잡는 친구의 모습에 어리둥절했어. 설렜던 기분이 점점 불안으로 바뀌었어.
" 여기 왜 온거야? "
" 그게, 여주야. 승관이. 사실 떠난 지 꽤 됐어. "
친구들이 나를 데리고 들어 온 곳은 납골당이였어. 여긴 왜. 니가 왜, 왜 여기서 웃고 있어? 자그만한 곳에 있는 너는 그저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어. 그대로 주저앉았어. 눈물도 나오지 않았어. 그냥 멍하게 부승관 사진만 쳐다봤어. 믿을 수가 없었거든, 왜? 갑자기 왜? 나의 어깨를 감싸 안는 친구는 그대로 미안하다며 울었어. 뭐가 미안한데? 이거 승관이 아니지? 승관이 아니라고 해줘... 왜... 이게 승관이야. 거짓말이지? 거짓말이라고 해줘...
승관이... 너 미국 가고 나서 일년도 안 있다가 갔어.
일 년이라면, 너가 나에게 보내던 메일이 끊기던 시기였다. 그래서... 입을 막았어. 그럼 난 그것도 모르고 승관을 원망 한 거였어? 너희라도 나에게 말할 수 있었잖아. 라고 소리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았어. 뭐에 막힌 듯, 목소리를 낼 수 없었어. 그냥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하고 튀어나왔지. 허... 흐...흡. 너가 나에게 해줬던 위로, 배려가 제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어. 니가 준 졸업앨범을 안고 펑펑 울었어.
" 안 가면 안돼? "
" 안 갈 수가 없어... "
" 그냥. 가지마. "
제 가방 끈을 잡는 너의 손을 잡고 웃었어. 나도 가기 싫어, 근데. 동생이 죽었어. 그 일을 뒤로 동생은 혼수상태로 일 년을 못 버티고 죽었어. 집에선 나를 동생을 잡아먹은 누나로 찍혔고, 부모님은 꼴도 보기 싫다며 나를 미국으로 보냈어. 어린 내가 무슨 힘이 있겠어.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나오는 길에 본 승관은 울고 있었어. 가지 말라고 말하는 너를 보고 그냥 웃었어. 나까지 울면, 더 슬플까 봐 울음을 참았어.
" 가지마...이여주. "
말 들을 걸, 그때 네 말 듣고 그냥 니 옆에 있을걸. 울고 있는 니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어. 친구들이 모두 가고 없는 조용한 납골당에 혼자 서서 졸업 앨범을 봤어. 어색하게 붙여진 제 사진이 이상해 손톱으로 윗면을 뜯어 보니, 네 사진이 뒤에 있었어. 이 졸업앨범 니꺼였구나. 웃고 있는 너는 풋풋했어. 앨범을 열어 너의 사진을 보고 쓰다듬다 제일 뒷장으로 넘겼어. 맨 마지막 빈 곳에 적힌 너의 메모에 그대로 주저앉아 앨범을 감싸 안고 울었어.
내가 죽으면 태우지 말고 이여주에게 이걸 전해줘.
걔한테 좋은 추억이 될 거야.
그리고 이여주 나 죽으면 내가 거기서 동생 잘 지키고 있을게.
갈 때 말 못했는데, 좋아했어. 여주야
내 기억의 너는 여전히 예뻐.
그때 니 말 들을 걸, 미안해 승관아.
(+)
솔직히 말하면 굿바이 썸머 듣고 생각 난 글인데 역시 저는 풀어 내는 걸 못하는 것 같아요
머리 속에 너무 많은데... 그걸 어떻게 표현 해야할지, 너무 어렵다.
회색은 과거, 검은색은 현재를 나타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