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남자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끌고 들어왔다. 남자가 거의 소년에게 매달린다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별로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고 부축했다.
소년은 좁은 반지하 방에서 살고있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분으로 보이는 철문을 열면 한사람이 겨우 걸어갈수 있을 정도로 작은 복도와 양 옆으로 바로 싱크대와 가스레인지가 있다. 입구를 지나면 거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작은 거실이 나온다. 텔레비전 하나로도 거실이 가득 차 높은 식탁 대신 앉은뱅이 식탁이 있었고, 티비 옆에는 빨래 건조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세개의 방이 있는데 하나는 옷가지들로 매우 엉망진창인 방, 다른 하나는 깨진 거울 조각들과 바닥에 널부러진 화장품들, 립스틱이 바닥에 긁힌 자국인지, 핏자국인지 모를듯한 검붉은 자국이 이리저리 흩어져있다. 나머지 한 방은 이 소년의 방인지 책들도 있었고, 컴퓨터도 있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은 너무나도 어두웠다.
소년은 자신의 방에 불을 키며 남자를 자신의 침대에 눕혔다. 그마저도 상처를 건드는지 아프다고 신음을 낸다.
" 조금만 뭐가 닿아도 이렇게 아파하면서. "
하고는 거실로 나가 빨래건조대에 걸린 수건 하나와 양동이 하나에 물을 가득 받아 들고 들어온다. 수건을 양동이 안에 쑥 넣고 남자에게 말했다.
" 옷 벗겨도 되죠? "
" 뭐하게. "
" 좀 닦아야죠. 지금 이 상태로는 상처 치료도 못해요. "
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양복 마이를 벗겼다. 안에 입은 흰 셔츠는 구두 밑창 자국, 핏자국, 여러 생채기들 때문에 볼품없이 남루하였다. 그의 셔츠를 벗겨내기위해 단추를 하나 하나 풀어내는데 갑자기 남자의 손이 소년을 제지한다.
" 왜요? "
" ... 하지마. "
" 싫은데. "
하고는 힘없는 남자의 손을 떼어 내 남자의 몸 옆으로 가지런히 놓았다. 그도 이젠 될대로 되란 식으로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소년이 단추를 다 풀고 셔츠를 젖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배와 가슴에 어떻게 생길 수 있는지도 모를 법한 흉터들이 매우 많았다.
" 이, 이게 무슨.. "
내가 그래서 하지 말랬잖아- 하고는 고개를 소년이 있는 곳의 반대 쪽으로 휙 돌려버린다. 소년은 일단 셔츠도 마저 벗긴 후에 수건의 물을 꾹 짜내었다.
물을 머금은 수건이 온 몸이 화끈거리는 남자의 몸에 닿았다.
" 아, 차가워. "
" 그런 말을 왜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하냐. "
보통 이럴때 사람들은 ' 앗 차가! ' 하면서 호들갑 떤다구요. 하면서 괜히 핀잔을 주는 소년이었다. 수건이 피로 얼룩진 몸을 닦아내면서 상처를 건들때마다 남자는 고통을 참아야했다. 이를 꽉 깨물고 그저 소년의 손길에 몸을 맡기었다.
" 어.. 근데 이건 뭐예요? "
하고 치골쪽에 새긴 문신을 손가락으로 한번 슥 만져보며 소년이 물었다. 남자는 한치의 표정 변화도 없이 그저 ' 문신. ' 이라고 답했다.
" 그걸 누가 몰라요? "
라고 재차 물어도 답이 없는 남자였다. 소년은 입을 삐죽이며 '재미없게..' 하고 중얼거렸다. 부드러웠던 손길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 아-. 야. 심술부리지마. "
" 누가 심술을 부려요. "
" 니가 지금 심술부리고 있잖아. 문신보고 문신이라고 한건데 왜 그래. "
그렇게 말하니 그닥 할말이 없어보인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자신이 심술 부렸다는것에 대해 인정하기 싫다는 듯이 인상을 쓰며 남자의 배를 한번 찰싹 때렸다
" 윽, "
" 뒤 돌아봐요, 여긴 다 닦았으니깐. "
하고 수건을 재차 빨았다. 남자는 등을 돌려보이며 궁금증이 생겼다.
" 너 몇살이냐. "
" 이제 고2요. "
" 학교는. "
" 원래 잘 안가요. "
" 이름은. "
아 나 취조당하는 느낌 들잖아요 지금- 하면서 괜히 또 심술을 부렸다. 남자는 다시 ' 이름은. ' 하고 물어오자 말하기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 쑨 양이요. "
했다.
" 쑨 양? 한국사람 치곤 특이한 이름이네. "
라고 말해오는 남자에게 그 소년은
" 한국 사람 성씨 중에 ' 쑨 ' 씨가 어디있어요. 저 한국 사람 아니예요. "
" 그럼 어느 나라 사람인데? "
" ..... 몰라요, 그냥 혼혈이예요. "
엄마가 한국인, 아빠가 중국인. 하면서 말해오는 소년, 아니 쑨양이다. 남자는 말했다.
" 넌 지금 한국에 살고있고 한국 사람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한국 사람이지. "
한다. 쑨양은 묵묵히 닦아내기만 하더니
"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
학교 애들은 저를 중국사람 취급 하거든요. 아저씨가 말한대로 말해도 듣는 둥 마는 둥해요. 한다.
잠시 적막에 싸였다. 쑨양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아저씨는 이름이 뭔데요? "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 박태환. ' 한다.
" 음, 그렇구나. "
" 넌 왜 나이 안물어봐. "
" 어차피 나보다 나이 많을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아저씨 하는걸로! "
하자 '박태환'도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대로 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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