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가을이 됐다. 낮엔 상대적으로 덥지만 그래도 아침과 저녁엔 긴팔한장으로는 추울정도로 계절이 변한게 느껴졌다. 그로인해 학교의 학생들도 춘추복을 입기시작했다. 하복엔 없던 넥타이를 챙겨야하는 번거로움이 추가되는것도 춘추복을 입음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불쌍한 같은 학교 학생들의 학번과 이름을 가차없이 적어내리는 선도부에게도 그러한 일을 할 조건이 더 늘어났다는 말이기도했다.
제 핸드폰 번호도 잊어버리는 건망증심한 준면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계절이 아닐수가 없었다. 두고온 준비물들때문에 태도점수 깎인것도 여러번인데 넥타이때문에도 벌점을 받게될것을 생각하니 왠지 아침이 더 추웠다. 그러나 매일 그렇듯 곧 다른생각에 묻혀버린 넥타이였다. 그로인해 당연히 평소와 같이 셔츠에 니트만 입고서 팔랑팔랑 등교를한 준면은 아무생각없이 교문을 걸어지나가려고했다. 하지만 준면이 잊은것이 하나 더 있었다.
"김준면?"
오세훈. 어느날 혜성처럼 등장한 잘생긴 선도부오빠. 이 사람때문에 괜히 더 단정한척을 하거나 괜히 교칙에 어긋나는 차림새를 하는 여학생들은 등교길에 심심찮게 볼수있었지만, 세훈은 그런 여학생들을 신경조차 쓰지않았다. 무심한 표정으로 걸리면 걸리는거고 안걸리면 마는거고 의 나태한 마인드를 갖고서 저 앞의 깐깐한 다른 선도부원과는 달리 대충대충 선도를 하고있는 세훈의 관심을 끄는건 일부러 하복에 강한 색의 외투를 걸쳐서 눈에 띄려는 여학생들도, 패기넘치게 떳떳한 자태로 무단횡단을 해서 학교를 오는 남학생들도 아니었다. 하복만 아니면 정말 밥먹듯이 이름이 적히는 준면이었다. 피부는 척봐도 뽀얗고 깨끗했고 예쁜 눈과 이마로 내린 앞머리. 크지도 않은키에 졸린지 눈을 비비며 교문을 들어서는 준면을 세훈은 볼때마다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오늘은 넥타이를 했을지 안했을지. 오늘도 예쁠지 안예쁠지. 궁금해서 손목시계만 다섯번은 확인하며 기다린 결과, 준면은.
"넥타이 또 안했네?"
아, 맞다! 준면의 넥타이가 있어야할 자리에 그저 맹맹한 셔츠만이 남은 문제의 목언저리 부근을 볼펜의 뒷부분으로 톡톡 치는 세훈의 손. 그것을 보고나서야 알아차렸다. 넥타이를 안했네,또. 준면의 어깨가 쳐졌다.
해가뜨고 달이뜨는 날이면 날마다 번호 대. 라고 준면에게 말했던 세훈이기에 이젠 반번호에 이름정도는 제것만큼 단단히 외워 딱히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세훈이 볼펜을 한번 달칵, 하고 눌러보고는 그대로 종이위로 옮겼다. 만약 준면이 세훈이 볼펜을 든 손을 덥석 잡지 않았더라면 가차없이 준면의 이름과 번호가 적혔을터였다.
"저기요 형..."
세훈이 잡인 손을 한번, 준면의 얼굴을 한번 보았다. 오늘도 예쁘네.사귀고싶다.
"그... 제가요... 내일은 진짜진짜 꼭! 매고 올테니까.. 한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쌓인 벌점 다시 메우는 교내봉사 그거 엄청 힘들거든요. 앞으론 잘 챙길테니까 딱 오늘한번만 봐주세요. 제발."
발을 동동 구르면서 내려간 입꼬리로 말하는 폼이 귀여워 하마터면 존나 귀엽다고 욕할뻔했다. 다른 애였으면 딱 잡아 뗐을, 증거도 없고 각서도 없는 단순한 다짐에 불과했지만 세훈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저를 보는 모습을 이길수가 없었다.
"...딱 한번만이야. 그대신 내일 안매고 오면 여기서 찐하게 키스할거니까 그런줄 알아."
...?
"들었어?"
들었으니까 이러고있지... 미친놈...생긴건 무뚝뚝하고 시니컬할것만 같은데 저런 얼굴 화끈해지는 농담을 하다니. 잘생겼고 키도 크고 자기가 맡은 선도부 일도 열심히 (준면에게만) 하는 걸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저런 얼굴로 고작 넥타이와 진한 키스를 동급으로 두는 농담을 할줄이야. 그것도 같은 학교 남자애에게! 별볼일없는 나한테! 준면의 귀가 새빨개졌다.
"이제 가봐. 안적었어."
허리를 살짝 미는 세훈의 손길이 여자라도 다루듯 조심스러웠다. 부끄러워. 내일은 선도부보다 일찍오던지 넥타이를 옆에 두고자던지 해야겠다고 각오를 했다. 물론 농담일테지만 괜히 신경쓰이고 왠지모르게 설레기까지하는 마음에 애꿎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 서울시장 선배는 왜 나한테 그러지? 게이인가? 그냥 장난친거겠지? 우리가 그렇게 친한 선후배사이였나?
다음날, 준면은 선도부보다 일찍오려던 계획은 일단 망쳤다. 밤에 머릿속이 온통 세훈의 말로 가득차 잠에 뒤늦게 들어서 늦잠을 잤다. 허겁지겁 옷만 대충입고 뛰쳐나온탓에 엄마의 밥먹으라는 소리도 늦어서 못먹는다는 말로 거절하고 정신없이 준비했으니 넥타이를 매는것도 의도치않게 거절했다. 또한 세훈의 짓궃은 으름장은 거절하지않은 꼴이 되었다.
세훈은 보통때보다 늦는 준면때문에 보통때보다 시계를 더 자주 봤다. 방금 종쳤는데 왜 안오는거야. 일부러 이쪽 교문은 오늘은 혼자 하겠다고 다른 선도부원들한테 미리 말해서 혼자서만 기다리던 중인 세훈은 허둥지둥 달려오는 애같은 준면의 모습에 피식 웃고 또 휑한 넥타이 자리에 소리내어 웃었다.
준면은 교문앞에 다다라서 세훈의 얼굴을 보자 그제서야 어제 세훈의 장난스럽고 당황스럽던 이야기와 오늘 자신의 상태가 연결고리로 맞춰져 지금 상황의 위험성을 자각하게 됐다.
여기서 찐하게 키스할거니까 그런줄 알아.
내 넥타이.
여기서 찐하게 키스.
나 넥타이 안했다.
아.
"내가 어제 뭐랬더라?"
"아..그게... 그러니까요 형... 그.."
"너 넥타이 안한거 봐주는 대신에 오늘도 그러면 여기서 찌인~ 하게 키스한다고 했지."
"..."
울고싶었다. 능글맞게 윙크를 하는 잘생긴 얼굴을 볼수가 없었다. 부끄럽고 창피하고 어떻게든 이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진짜 할까? 에이 설마. 아 근데 진짜 할것같은데, 헐. 안되는데, 안되는데, 안되는데.
세훈이 준면에게로 가까이 걸어왔다. 준면은 눈을 꾹 감고 손을 그러쥐었다. 으악, 악 엄마, 아들이 남자한테, 남자한테... 커다란 세훈의 손이 준면의 턱을 감싸쥐었다. 그 마저도 부드러워 가슴이 쿵쿵 뛰었다. 망할놈의 넥타이. 넥타이때문에 아침 등교길부터 이게 뭐하는거야. 이 사람 진짜 단단히 미쳤어. 엄마야. 아 근데 벌써 종쳤나보다. 사람이 한명도 없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어라? 아직도 입술에 아무것도 닿지않았다. 찐한키스는 원래 느릿느릿하는건가? 곧이어 세훈의 손도 떨어져나갔다. 뭐지? 감았던 눈을 뜨고 준면은 세훈을 바라봤다.
"귀엽긴."
쪽! 준면의 볼에 세훈이 소리나게 뽀뽀를 했다.
"들어가. 지각이야."
준면이 알딸딸한 표정으로 등이 떠밀려 교문을 통과했다. 볼이 뜨거웠다. 다음부턴 진짜 키스해야지. 볼을 매만지며 학교건물로 들어가는 준면을 보며 세훈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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