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혼자있는 시간은 지독하게 길고 또 조용했다.
티비를 틀었다.
틀자마자 나온건 뉴스였다.
더럽게 재미없어, 하며 채널을 돌리려던 찰나
-00시 00동에서 시체유기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인간?
시체가 입고있는 비닐같은 파란잠바는 제 아빠의 것이 분명했다.
-아직까지 신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인은 약물 중독과 과다출혈로 보여지며
죽었구나, 사실 마냥 속 시원한 기분은 아니었다.
사람의 죽음에 속시원함을 느낄정도로 내가 인간성이 없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안도했다.
안도하는 한숨이 비렸다.
나는 아주 아주 어렸을때 버려졌다. 개새끼처럼 박스안에 담겨진채로
새아빠는 술김에 나를 집으로 데려가 키웠다.
새아빠한테는 싸구려 향수냄새가 나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새엄마가 있었다.
아직도 보라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과, 자주색 입술이 기억이 난다.
나의 머리를 따주었던, 독한향수로 덮힌 담배냄새가 나는 손도.
내가 7살이 되던해 새엄마가 집을 나갔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주욱 폭행에 시달렸다.
머리칼을 쥐어뜯는 것 부터 몽둥이로 배를 세게 치는 것 까지, 그 방법은 다양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밤 그 인간을 죽일 생각을 했다.
끝까지 나한테 빛만 두고 간 것을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배가 너무 고팠다.
역겨워서 아무 것도 먹기싫었지만, 거지같은 나는 그런 감정적인 이유로 굶을 여유가 없었다.
배달 온 짜장면을 입이 터져라 욱여넣었다.
산사람은 살아야지.
목이 턱턱 막혔지만 켁켁 거리며 숨이 넘어 갈 것처럼 짜장면을 먹었다.
독한년.
욕을하던 아빠의 얼굴이 생각나서 속이 울렁거렸지만 개의치않았다.
그럴수록 더 우악스럽게 짜장면을 삼켰다.
11시경에 원우가 들렀다.
원우는 테이블위의 양귀비를 가지런히 들어 쥐었다.
그리고 멍하게 앉아있는 너봉을 본다.
"지내는데 불편한 건 없고?"
"네 뭐. 좀 심심한 것 빼고는요. 근데 되게 잘 해주시네요."
그야-
"네가 계속 꽃을 토해내야하니깐."
원우는 마지막 말을 입 속에서 다시 곱씹었다.
사실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아. 맞는 말이네요."
고개를 작게 끄덕거리다가 다시 꽃을 토하는 너봉을 본다.
기침을 할때마다 크게 흔들리는 어깨가 아른거렸다.
왠지 마음이 저린기분이 드는것 같기도하고
괜한 생각이다.
"잘 지내고 있어."
계속 있다가는 더 멍청한 생각을 할 것 같아서 원우는 오늘도 서둘러 집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