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옷장 깊숙히 넣어뒀던 수트를 꺼내 입고 OO이가 매주는 넥타이를 매고 외출을 했다.
이적할 팀이 정해졌고 오늘은 그 팀과의 미팅이 있는 날이다. 이런 저런 얘기는 간단히 하고 오전 중에 끝날 줄 알았는데 그쪽에선 점심까지 권했다.
덕분에 시간이 지체됐고 점심 정도면 돌아오겠다는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상 팍 쓰고 앉아 먹는둥 마는둥 할 수도 없어 꾸역꾸역 먹었다.
점심식사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갔을 땐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진 식탁위에 엎드려 자고 있는 OO일 볼 수 있었다.
붉으스름한 왼쪽 뺨에 살짝 입을 맞추고 OO일 깨웠다.
"미안, 많이 기다렸나?"
"밥 먹었죠? 치울게요"
환하게 웃으며 황급히 식탁을 치우려는 OO이를 제지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그 식당이 드럽게 맛도 없었다. 집에 와서 니랑 묵으려고 사람들 다 먹을 때 까지 기다렸다."
"에이- 그래도 먹고 오지-"
"니가 해준 밥이 훨씬 맛있다 안카나"
"나도 혼자 먹는 밥 보다 아저씨랑 같이 먹는 밥이 훨씬 맛있는데!"
괜히 미안해서 말이 많아진 내 속마음을 눈치 채지 못하고 OO인 턱을 괴고 내가 밥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와 안먹나?"
"아저씨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보기만 해도 배 불러요"
"그라믄 쓰나- 후딱 먹어라"
티격태격하면서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엔 다시 계약서를 읽어보려 쇼파에 앉아 길고 길어 끝도 없는 개미 만한 글씨들을 들여다 봤다.
툭- 하고 오른쪽 어깨가 무거워지면서 뭔가가 떨어졌다. MP3를 만지작 대며 음악을 듣던 OO이가 잠이들었나보다.
거실 깊숙히 햇볕도 들고 오후가 그렇게 평화로운가 했더니 누가 초인종을 개념없이 막 누른다.
OO이가 깰까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봤지만 얼굴을 조금 찡그릴 뿐 깨지는 않아서 조심스레 조그마한 머리통을 소파 등받이에 기대에 두고 일어나 인터폰을 바라봤다.
뭐...뭐야!!! 기성용 구자철?!! 이노므자식들!!!! 초인종 소리를 조금 줄여두고 어쩔 줄 몰라 서성이고 있자 곧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기성용.....!!!!
"여..여보세요"
[형 지금 집이시죠? 다 알아요- 어제 자철이가 형네 집에 불켜져 있다고 그러던데요? (야!! 내가 봤다고 하면 어떡하냐!!)]
저 다급한 목소리는 분명 자철이다.
[인터폰으로 지금 저희 보고 계시죠?]
검은 봉다리를 흔들어 보이는 성용이. 복도에서 유리끼리 부딧치는 소리가 울린다. 아... 이 사단을 어쩌면 좋아.
"오늘은 못 논다. 지금 계..계약서 읽고 있다. 나중에 보자"
[에이- 형님!! 저희가 좋은 팀인지 아닌지 봐드릴게요!!]
자철이 이 자식까지.. 그럼 OO이는 어쩌지.. 친척동생이라고 할까? 아니 그러기엔 너무 어린데.. 조카? 아니야 그러기엔 나이가 많아.
아휴 뭐라하냐.. 잠깐만 기다리라- 너무 기다리게 하시면 안되요 형님!! 복도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성용이를 뒤로 하고 OO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봐라. 지금 난리다"
"으응..?"
내가 지금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내 정신은 어디에 있는지 여긴 어디고 난 누군지!!! 횡설수설하며 OO이에게 설명하고는 대문을 열었다.
"아 형!! 진짜 너무 오래 걸리시네요- 다리 아프고 덥고 형도 보고 싶었는데-"
덩치에 맞지 않는 애교를 부르는 성용이한테 선빵을 날릴뻔 했지만 OO이 생각을 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내렸다.
촐싹맞게 뛰어들어가는 자철이를 보며 두 눈을 찔끈 감았다.
"어....?!!!"
두 따라 들어간 성용이까지 얼어붙어 거실에 서서 나만 바라보고 있다. 난 지금부터 배우다.. 배우 박주영.. 아오 진짜 미쳐버리겠네.
"사..사촌 누나 딸이다. 그러니까... 조카지. 왜- 그-... 내가 말안했나?"
"네"
토끼눈을 하고 이구동성 대답하는 두 녀석을 일단 쇼파에 앉히고 당황스러워 하는 OO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소개를 시작했다.
"아... 어... 그러니까 그.. 선희누나!! 선희 누나 알지? 그 누나 딸이다. 내 한테는 조카.."
"아.. 아... 어... 어... 안녕?"
"야 왜 초면에 반말이야"
"어려보이는데? 몇 살...?"
성용이가 먼저 어색한 인사를 하자 자철이가 등짝을 후려친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이를 묻는 성용이의 말에 OO인 당황해 하며 날 바라본다.
"아가 숫기가 없다. 이제 고2다. 열...열... 몇 살이냐"
"18살"
"그래그래. 18살이다. 18살"
"아..안녕하세요.. 18살이고 OOO이예요"
"으응... 안녕?"
어색한 이 기류.. 천하의 기성용도 어떻게 하질 못하고 쩔쩔 매고 있을 때 OO이가 방으로 들어갔고 난 두 녀석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했다.
"아니 조카가 있었어요? 그런 말 안했잖아요 아니, 없다고 한것 같은데?"
"맞아 맞아. 형 조카 없다면서요!! 뭐예요"
"아 그게... 조카가 없는 줄 알았는데... 있다 안카...나...... 허허.."
성용이의 짙은 눈썹이 꿈틀대고 눈이 가늘어지면서 턱을 괴고 내게로 얼굴을 들어민다. 이 새끼 뭐꼬!!!!
"지금부터 박주영씨는 사실만을 고할것을 맹세합니까?"
"매..맹세합니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건가... 아니 아니 그 보다도 왜 방금 맹세..따위를!!!! 한거야!!!!!
"자철아 형 잡아"
두 녀석의 취조가 시작됐고 난 정말 범죄자라도 된 기분으로 쇼파에 앉았다.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면서... 왜 수갑을 찬것 처럼 행동하는건데!!!!
"형은 조카가 있습니까?"
"이..있다"
"어허! 이미 형 입으로 말했어요 조카 없다고"
"어...없...없다"
"그럼 조카라고 칭한 저 여인은 누굽니까"
"............"
빨리 대답하라며 보채는 두 녀석. 곤란해하며 뜸을 들이자 더 성화다. OO이가 들어간 안방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여...여자..친구다."
요즘 분량이 너무 적어진것 같아서 오늘은 좀 길게했어요!
드디어 기선수랑 구선수가 알아버렸습니다!!!!
기분이 조금 괜찮아졌나 했더니 오늘은 환절기 감기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네요ㅠㅠㅠ
여러분은 감기 조심하세요! 아참참 요즘은 눈병도 유행이라면서요?ㅠㅠ
건강 관리 열심히하시고 내일도 달달한 글로 봅시다~♥
Thanks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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