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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신으세여 전체글ll조회 1053


한참을 말이 없었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이런건 배운적도 가르친적도 없었다. 겪은것에 의존하는 나로써는 복잡한 기분에 널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다 지나버린 예전의 우리가 자꾸만 떠올라서. 울컥하고 올라오는 예전의 우리가. 마실 생각도 없어 아직 가득찬 커피잔만 만지작 거렸다. 나중에 만나자던 말이 이런뜻일줄은 꿈에도 상상못했기에. 내가 꿈에 상상한건 잘지냈냐고 묻는 멋진 너다. 나와같이 아무말이 없는 네가 아니고. 

 

 

 

멋있어졌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너를 보는 내마음은 여전히 같다. 여전히 넌 나에게 설렘을 안겨준다. 아직도 나는 그렇다. 어느새 많이 의젓해진 모습속에서도 한편으론 그저 어렸던 네가 스쳐보인다. 나를 품안에 가득 안아주며 웃던 익숙한 얼굴. 그것을 덮어버리는건 어색하리만치 얌전해진 낯설은 눈빛.  

 

 

 

하지만 또 그 눈 안에 너는 떠난 시간이 무색하게도 나를 숨기지 못했다. 이 상황에선 무슨 말을 해야할까. 날 잊지 못한 너 와 그런 너를 잊지 못한 나. 그런 네가 나에게 건네는 아픈 마디마디를 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렸던 오세훈이, 아니 지금 조차도 내눈엔 한없이 어린 오세훈이 어른행세를 하려한다. 착 가라앉은 낮은 목소리로. 별거아니라는듯이.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로. 

 

 

 

"저 결혼해요." 

 

 

 

매일 매일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 매일 매일 너를 보던 그때, 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지. 저랑 결혼해요. 그 말을 들었던 나는 부끄러워서 네 어깨나 퍽 밀치곤했는데. 지금 말하는 결혼과 그때 말했던 결혼이 너무 달라서 난 또다시 고개를 떨구어버렸다. 두려워서. 나는 아직도 변하지않았건만 너는 어딘가 변해버렸다.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추억속에서 유일한 존재가 변해버렸다. 머릿속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이 들어.단단히 하늘을 떠받치던 믿음직한 기둥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기댈곳이 없다. 오랜만에 만난 너에게 나는 기대고싶지만 그래서는 안된다고 선을 긋는것또한 너라는 건. 다시는 기억에 맞물린 희망으로 보여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네 눈빛에 비치는 모습또한 나라는 건. 어렸던 너는 내 어깨를 껴안아주었을테지만 지금 여기 내앞에 어린 너는 나를 보고만 있다. 그럴수밖에 없겠지. 이제 완전히 바뀌어버렸잖아. 넌 한가지 남은 마음조차 바뀌었다고 단정짓고 있다. 어른이 됐구나. 어린건 여전하지만서도. 어린 너는 나를 좋아한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나도 너를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마주앉아서 손에 쥐고 있는건 식어버린 커피다. 서로의 손가락이 아닌. 

 

 

 

"청첩장." 

 

 

 

한때 나를 쓰다듬어주던 손등이 테이블에 딱 붙여서 밀어내 보인건 새하얀 약속의 증표였다. 내가 끼어들수없는. 

 

 

 

"올래요?" 

 

 

 

덤덤하다. 날 사랑한다고 할때도 저 말투였지. 내가 울먹이면서 넌 아직 어리고 우린 둘다 남자라고 했을때, 그게 무슨상관이냐던 말투도. 나중에 어른돼서 다시 만나자고 할때와 오랜만에 전화해서는 만나자고 할때까지도 무심한 말투는 항상 그렇게 같았다. 시니컬하고 낮게. 뱉는 말은 다르지만. 

 

 

 

넌 마냥 어린듯했지만 나또한 어리숙했다. 생각만해도 코가 시큰해지는 그때의 우리 둘은 그랬었다. 선생님 오늘은 어제보다 더 예쁘네. 여기 볼에다 뽀뽀좀해봐요. 제 볼을 툭툭치며 내미는데 묻어나오는 여유에 얼굴을 붉히는건 나였고 그것은 사랑이었다. 너도 나도 그랬다. 하루가 멀다하고 그랬다.  

 

 

 

커피를 앞에 둔 네가 내민것또한 사랑이었다. 눈으로는 나에게 아직 날 사랑한다고 울부짖고 손으로는 다른사람과의 사랑을 나에게 내민다. 난 너의 눈만을 바라본다. 변하지않았지만 그런 척 하는 눈을. 내가 변하지 않았다는걸 너에게 보여주기가 힘들게 하려는건지. 차갑게 보이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눈. 우리가 즐거웠던 선생님과 학생사이에, 이러면 안된단걸 알지만 모른다는듯 속삭이던 귓속말속에 있었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어색한 분위기만 연출하는 오세훈와 김준면의 사이에, 시간이 기억이 지나고 난 자리에 남아서 받은 청첩장에 하얗게 쓰여있는.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넌 결국 이렇게 되었다. 우리가 흘러간 시간에 저지른 일들은 다시 돌아온다. 달라진 모습으로.  

 

 

 

"...응. 잘빼입고 갈게." 

 

 

 

 

 

내가 받아든 청첩장으로.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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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뭐지 겁나 아련햐우쨔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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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련터지네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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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러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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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ㅇㅏ니...허류ㅜㅠㅠㅜㅠㅜㅜ ㅜㅜ오세훈 나쁜것아ㅠㅜ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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