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고자 최한솔
아침부터 교실은 북적북적했다. 오랜만에 사복을 입고 한껏 치장한게 기쁜지 아이들은 모두 부푼 얼굴이었다.
"..."
그리고 오늘의 한솔이도 뭔가 달라보였다. 그다지 멋을 낸 건 아니었지만 사복을 입은 한솔이의 모습이 신기하다. 항상 책을 붙잡고 사는 최한솔이기에 옷도 당연히 못입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최한솔은 꽤 깔끔하게 잘 입는 편이었다. 저번에 데이트할때에도 단정, ..헙. 데이트라니. 미쳤나봐 김여주! 갑자기 붉어진 얼굴을 두손으로 쥐고 발을 동동거리자 옆에서 조잘조잘 얘기하던 슬기가 날 이상한 눈빛으로 돌아봤다.
"..."
내 생각을 들킨 느낌이라 괜히 허공을 바라보자 슬기는 혀를 짧게 쯧, 찼다. 다시 고개를 돌려 한솔이를 쳐다보았을 땐 한솔이와 눈이 마주쳤다. 교실에서 사복을 입은 한솔이는 어색하고, 또 떨리게 한다. 어떡해. 아까 마주쳤던 밝은 갈색의 눈동자가 둥둥 떠올랐다. 혹시, 혹시 내가..
"아니야!"
손을 휘휘 저으며 소리지르자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내게 쏠린 시선이 부담스럽다. 슬기는 어디 아프냐며 내 이마에 손을 짚었다. 열은 없는데.. 작게 중얼거리는 슬기의 손을 쳐냈다. 이게 누굴 환자로 알아. 툴툴 거리는 내 말에 슬기는 어깨를 으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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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홀수잖아. 어떡해?"
버스를 타기 전 운동장에서 친구가 꺼낸 말이었다. 우리 홀수였구나. 평소에 짝을 짓고 다니는게 아니라 골고루 다녔기에 큰 불편함을 몰랐는데 이렇게 짝이 나뉠때는 불편한 것 같았다.
"내가 혼자 앉을게."
내가 나서서 혼자 앉겠다고 하자 친구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여주야, 괜찮겠어? 혹여 내가 소외감을 느낄까 걱정하는 투였다. 그에 고개를 저으며 혼자 앉는게 아니고 한솔이랑 앉을거야. 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김여주 요즘 최한솔이랑 엄청 잘지내지 않냐?"
슬기가 말을 꺼내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헤헤, 그런가. 뭔가 뿌듯한 마음에 미소짓자 슬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날 쳐다봤다.
"...너."
"응?"
"아니다."
"싱겁긴."
내 눈을 뚫어져라 보던 슬기가 당황스러워 조금 어색하게 응? 대답하자 슬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다, 란다. 뭐가 갑자기 아니라는 거야. 슬기의 등을 툭치고 버스에 올라타자 예상대로 최한솔은 혼자 버스에 앉아있었다. 저놈의 영어 단어집은 최한솔 손바닥에 벨크로로 붙여놨나 도통 떨어지지를 않네. 터덜터덜 걸어 최한솔 옆 시트에 몸을 기대자 최한솔이 단어장에서 시선을 내게로 옮겼다.
최한솔에게 같이 앉는다는 언질을 해주지 않았으니 최한솔은 의아할만도 했다. 최한솔의 조금 찌푸린 미간을 보아 곧 뭐야, 네가 왜 여기 앉아 등의 말을 꺼낼 것 같았다.
"뭐야."
그럼 그렇지.
"너 강슬기랑 싸웠어?"
최한솔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아있었다. ..응? 아니 슬기랑 잘지내는데 갑자기 얘가 뭔소리람. 그에 고개를 젓자 최한솔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흐음.. 최한솔은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자세를 고쳐잡고 앉았다. 저번주 주말에 만났을 때엔 한솔이가 말을 많이 했으니 이번엔 재밌게 지낼 수 있겠다! 얼굴에 꽃이 활짝 피는 기분이다. 아, 수련회 늦게 도착하면 좋겠다.
"..."
역시 내 착각이었다. 최한솔이랑 즐겁고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낼리가. 최한솔은 영어단어만 달달 외우고 있었다. 아주 문제집이라도 챙겨와서 풀지 그랬어. 조금 심통나는 기분, 이쯤되니 저번주 주말의 최한솔은 최한솔이 아니라 최한솔인척하는 최한솔..? 아, 이젠 나도 내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한숨을 짧게 내쉬고 최한솔을 곁눈질로 훔쳐봤다. 역시 언제 봐도 옆태는 예뻐. 코도 높고 속눈썹도 길고 눈썹도 가지런하구. 말없이 눈으로 옆선을 흝자 내게 고개를 돌린 최한솔과 눈이 마주쳤다. 최한솔은 다시 고개를 단어장으로 숙이고 자라, 짧게 말했다. 그말을 끝으로 점점 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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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여주! 일어나."
슬기가 나를 흔들었다. 으, 뭐야. 찌푸둥한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폈다.
"벌써 다왔어?"
내 말에 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휴게소. 라고 대답했다. 아싸, 몸을 훌훌 털고 일어나며 최한솔을 힐긋 봤을 때도 최한솔은 단어집만 보고 있었다.
"슬기야. 쟤 되게 독해."
"한두번이냐. 모르는 사람처럼."
버스에서 내리며 슬기에게 최한솔의 독함에 대해서 설명하자 슬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최한솔만큼만 공부했으면 서울대는 껌이야. 갑자기 날 또 왜 물고 늘어져.. 슬기의 등을 퍽퍽 내리치며, 작작 놀려 작작! 외치자 슬기가 개구지게 웃었다. 웃어도 소용없어. 통감자나 사줘. 내말에 슬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기에게 통감자를 얻어먹고 화장실에 들렀다 아이스크림을 쥐고 버스로 돌아왔다. 또 의리하면 김여주 아닌가. 슬기에게 콘 아이스크림을 사주자 금세 얼굴빛이 환해지는 슬기였다. 그냥 요즘 여러모로 신경 못써주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주요의 인물은 최한솔이지. 버스엔 아직 아이들의 빈자리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부석처럼 자리를 지키는 최한솔이 이제는 존경스럽기도 하달까.
"쉬는 시간에도 공부하고 휴게실에서도 공부하고."
"..."
"휴식의 뜻은 아려나 몰라."
최한솔을 비꼬며 자리에 앉자 최한솔은 날 슬쩍 올려다 보고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씨, 말 진짜 안해줘.
"화장실 안가?"
"어."
"배 안고파?"
"어."
"통감자 안좋아해?"
"어."
"버터 오징어는,"
"아 좀."
내가 말을 자꾸 걸자 성가신건지 최한솔이 신경질을 냈다. 그러게 네가 좀 놀아주면 되잖아.
"이런데 오면 친구들이랑 얘기도 좀 하고."
"..."
"휴게소 음식도 좀 먹고."
"..."
"이게 나중에 얼마나 추억인데 그렇게 공부만 하면 너 나중에 후회,"
말하는 도중에 최한솔이 내 손목을 덥썩 쥐었다. 덕분에 순간적으로 입이 멈췄고 최한솔은 내 손목을 제 입쪽으로 가져다 대고는 내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물었다.
"이제 됐냐."
친구랑 얘기도 하고 휴게소 음식도 먹었다. 무심하게 말하고 최한솔은 다시 영어단어암기에 몰두했다.
"..."
..내가 먹던 거였는데. 최한솔 뭔가, 뭔가.. 엄청 치사해.
-연애고자 최한솔
"어떡해, 진짜 무서워.."
그물다리 위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으으, 이런거 정말 싫어! 슬쩍 밑을 내려다 보자 찰랑거리는 강물이 햇빛을 반사하고 있다. 높은 곳을 무서워했던지라 다리 난간을 꼭 쥐고 조금씩조금씩 움직이자 내 느린 움직임이 답답한 모양인지 교관님께서 소리를 치셨다.
"지금 기어가는 겁니까!"
어떡해. 모두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나때문에 지체될 뒷 친구들이 미안하기도 해서 무리해서 보폭을 크게 걷다가 삐끗했다.
"앗..!"
다행히 난간을 꽉 붙잡은 터라 떨어지지 않았지만. 한쪽으로 쏠린 내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일단 다리가 벌써 풀려버린걸. 뒤에서 교관님의 외침이 들렸지만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한 상태였다. 간신히 몸을 세우자 뒤에서 흔들, 묵직한 감각이 그물을 타고 내게 전해졌다. 그에 떨리는 몸으로 뒤를 바라보자
"..최한솔."
최한솔이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미간을 조금 찌푸린 그는 나와 다르게 큰 보폭으로 그물다리를 건넜다. 최한솔은 내 앞에 단숨에 섰다.
"네 다음차례 나니까."
그말을 끝으로 최한솔이 내 허리를 잡아끌었다.
"아니, 뭐하는.."
그가 한쪽 팔로 나를 지탱해준 덕분에 조금 갸우뚱했던 몸도 완전히 바로 세울 수 있었다. 무서우면 교관이 돌아오래. 내 뒤에서 바로 최한솔의 숨결이 느껴졌다.
"끝까지 할거야."
"..그러던지."
최한솔은 시큰둥하게 말했지만 날 지탱해주는 팔을 풀지 않았다. 최한솔이 뒤에 있으니까 안심되긴 하는 것 같다. 근데 그거 알아? 최한솔 너 심장 엄청 빨리 뛰어. 내 등을 타고 느껴지는 빠른 최한솔의 맥박에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어쩌면 최한솔이 아니라 내 심장박동일지도 모르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그물다리 외의 것들은 다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근데 아까부터 붕뜬 기분이랄까. 뱃속에 조약돌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기분이다. 으, 장이 간질간질한 기분이랄까. 배를 벅벅 긁자 슬기가 경악하며 날 쳐다보았다.
"좀 씻어!"
"..그런거 아니거든."
확실히 최한솔때문인 것 같기는 하다. 최한솔을 두고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으러 나올때의 그 묵직한 감정이랑 뭔가 비슷하면서도 보들보들한- ..뭐라는거야. 고개를 돌려 최한솔을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뭘 봐.'
뻐끔뻐끔 입모양으로 전한 말이었지만 의미는 충분히 이해했다. 이씨. 평소같았으면 주먹을 들어보이거나 응수를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무릎에 고개를 파묻을 뿐이었다.
"슬기야.."
슬기의 팔꿈치 쪽 옷깃을 쥐자 슬기가 교관님의 설명을 듣다 말고 내게 고개를 돌렸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어떤 거야?"
파묻었던 고개를 빼꼼 들어올려 묻자 슬기가 입을 떡 벌렸다.
"..야. 너 지금"
"..."
"얼굴 엄청 빨개."
.
.
.
인정하겠다. 난 최한솔을 좋아한다. 가방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최한솔이 사준 회색 후드티만 봐도 가슴이 쿵쿵 뛰는데 그걸 모르면 곰이지. 샤워를 마치고 방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며 생각했다. 레크레이션때 이거 입어야지. 한솔이가 보고 기뻐해줬음 좋겠다. 후드티 안감이 원래 이렇게 보들보들했나. 레크레이션때는 최한솔도 영어공부 못하겠지. 조명이 어두우니까.
특별한 날이니만큼 다씻고 나도 오늘은 화장을 조금 했다. 수련회가 뭐라고 이렇게 벅차는 지 모르겠다. 그냥 개고생하고 친구들이랑 자는 것 뿐인데. 조금 생기있어진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 입을 끌어올려 씨익 웃었다. 슬기도 준비를 끝마친건지 내 등을 툭 쳤다.
"옷 샀냐."
"응. 예쁘지."
슬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려가자는 손짓을 했다. 한솔이는 뭐 입었을끼. 좋아하는 걸 인정하고 나니 머릿속에서는 최한솔만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아.. 어떡해. 이제 공부 못할 것 같아. 싫지는 않은 기분에 아랫입술을 물었다가 떼었다. 슬기한테는 꼭 말해줘야지.
"슬기야. 있잖아.."
"응."
"나 최한솔 좋아하는 것 같아."
"알아."
"뭐? 알아?"
"그야 당연히 네가.."
"티 많이 나?"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슬기를 붙잡고 귓속말을 하자 슬기는 꽤 덤덤하게 대답했다. 나는 화들짝 놀랄줄 알았는데. 어떡해. 티 많이 나나봐. 되려 놀라버린 내가 격양된 어조로 티가 많이 나냐고 묻자 슬기가 피식 웃었다.
"그럼 밥 같이 먹자고 쫓아다니고."
"..."
"버스에서도 같이 앉는데."
"..."
"누가 모르냐. 바보야."
슬기의 말을 끝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최한솔은 알면 안된단 말야!
'야.'
'...'
'좋아하는 사람 있어?'
'있을지도.'
한솔이는 좋아하는 사람 있다구.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한솔이는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는데"
"근데."
"내가 부담 준거면 어떡해?"
내 울먹이는 얼굴에 슬기는 푸흐 웃음을 흘렸다. 난 심각한데 넌 웃음이 나오냐. 슬기는 내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농담이야.
"뭐어?"
"농담이라구."
"뭐가 농담인데."
"애들은 몰라."
"..."
"눈치좋은 나니까 아는거지. 나도 긴가민가 하다가 네가 오늘 얼굴 빨개져서 나한테 물어보는 거 보고 확신한거야."
"..무슨?"
"왜 그, 아까 네가 슬기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어떤거야? 이거."
다행이다. 어차피 최한솔은 연애를 글로 배우는 놈이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내맘을 숨기고 친구로 남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근데 이거 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져 버리면 어떡하지.
"아무튼 신경쓰지말라고. 다른 사람들 눈치볼 필요 없잖아."
"..응."
"그리고 다른 사람들 눈엔 네가 최한솔 동정하는 걸로 밖에 안보여."
"..."
"..어떡해. 나 말실수한 것 같다."
슬기가 동정하는 걸로 밖에 안보인단다. 최한솔은 인간관계가 넓고 좋은편은 아니니 다른사람들 눈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조금 편해진 내 마음과 다르게 슬기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에 나도 의아해하며 슬기의 시선을 따라가자 그 시선의 끝에는 최한솔이 서있었다. 다 들은 것 같았다. 동정이니 어쩌니 하는 소리. 그런게 아닌데. 의도와 다르게 전해졌을 말이 주는 충격이 버겁다. 돌아서는 최한솔을 불러세울 수 없었다. 혹여 불러세운 최한솔의 눈빛에 실망이 담겨있을까봐 무서워서.
-연애고자 최한솔
최한솔이 오해를 하고 있을거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레크레이션장소로 내려가면 최한솔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할 계획이였는데.
"없어."
"어?"
"슬기야. 한솔이가 없어."
최한솔은 없었다. 아까 내가 한 그 말때문에 최한솔이 기분이 많이 상한걸까. 착잡한 마음이었다. 아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구. 한번밖에 없을 하나의 추억거리인데 한솔이의 추억하나를 이렇게 통째로 날려버릴 수는 없어.
"야! 김여주! 어디가!"
"한솔이 찾으러. 금방 올게!"
다시 한번 숨이 차게 뛰었다.
하지만 한솔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남자숙소도, 1층 휴게실도. 있을만한 곳은 다 들러보았지만 한솔이는 보이지않았다. 어떡해. 김여주 이 멍청이. 항상 한솔이한테 상처만 입히고. 결국 한솔이를 찾지 못한 채 너털걸음으로 레크레이션 장소를 항해 걸었다. 헛헛한 기분. 아, 진짜. 김여주 넌 너무 어려. 어느새 레크레이션장소의 문앞에 다다랐다. 한숨을 내쉬고는 문을 열자 끼익 소리가 꽤 크게 났다. 방금 발라드를 부른 모양인지 분위기는 침착했기때문에 모두 나를 쳐다봤다. 망할 문같으니라구.
"죄송합니다아.."
의도치않게 모두의 주의를 끌어버려 죄송합니다.하며 사과하고 내 자리를 눈으로 찾고 있었다. 무대위에선 준비를 마친건지 무대뒤편에서 사람이 한명 올라왔다.
"아아."
...최한솔이잖아.
-연애고자 최한솔
최한솔은 덤덤하게 마이크를 쥐고 입을 열었다. ..최한솔 너 랩도 해? 입을 떡 벌린채로 최한솔을 바라보기만 했다. 저게 공부만 하던 최한솔이라니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최한솔은 눈으로 아이들을 흝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고는 랩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최한솔은 나와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았다.
"음악하는 남자가 좀 멋진 것 같대. 무심한 척 말해."
'뭘 또 저기까지 가. 그냥 여기서 들어.'
'..치.'
'여기서도 잘보이고 잘 들리거든.'
'우와.. 음악하는 남자 진짜 멋진 것 같아.'
'...'
한솔아. 너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잖아. 그거 혹시 나야?
노래의 반주가 끝났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 최한솔이 나간것도 놀라운데 그것도 아이돌 노래라니. 최한솔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바퀴에서 미끄러진다.. 동영상 찍어 놓을 걸. 그래도 눈에 다 담았으니 됐다.
최한솔은 노래가 끝났음에도 무대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이크를 꼭 쥐고 서있다가 사회자에게 물었다.
"저 여기서 뭐 좀 말해도 돼요?"
"네, 하세요."
최한솔이 내쉬는 숨이 가늘게 떨렸다.
"심술궃은 나랑 밥 먹어줘서 고마워."
가슴한구석에서 모닥불을 피우는 것 같다. 내쉬는 숨이 뜨겁고 어딘가가 너무 뜨거워서 곧 터질 것만 같다.
"서툰 나랑 연습해줘서 고마워."
..데이트연습. 한솔이의 옅은 갈색의 눈동자가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근데 이제 그만하자."
..어? 당황해 눈만 도륵도륵 굴렸다.
"연습말고."
"..."
"실전으로 하자."
숨이 멎는 것 같다. 울음은 결국 터져버리고야 말았다. 소매로 눈가를 벅벅 닦았다.
"여자어사전도 다 공부했으니까."
"..."
"써먹게 해주라."
김여주.
끝으로 한솔이가 부른 내 이름에 레크레이션장은 함성으로 가득찼다.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훔쳐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내 눈앞엔
"..한솔아."
"왜 울어."
한솔이는 고개를 푹 숙인 내게 눈을 맞추며 물었다. 그리고는 말없이 내 손목을 잡고 장을 빠져나왔다. 한적한 밤. 건물뒤편엔 나와 최한솔밖에 없었다. 잠시간의 정적을 깨고 최한솔이 입을 열었다.
"예전의 나라면 화났을거야."
"..."
"네가 뭔데 날 동정해? 하면서."
"한솔아, 그게.."
한솔이는 손을 입에 가져다대며 쉬이-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했다.
"근데 이젠 아무래도 좋아."
"..."
"처음이 동정이었어도 네가 지금 옆에 있어주면."
"..."
"그걸로 됐어."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또 다시 소매로 눈물을 훔쳐내었다. 최한솔이 잡은 내 손목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내가 먼저 깍지를 꼈다. 한솔이의 귀끝이 붉어져있었다.
"한솔아. 근데"
"..."
"사실 나도 연애 한번도 안해봤어."
"..근데 너 나한테 데이트연습이니 뭐니,"
"지금 내가 옆에 있으니까 됐다며."
"..."
"식었어."
"...?"
연애고자 둘이 오늘부터 연애시작합니다.
-연애고자 최한솔
사실은 나도 연애고자
fin
죄송합니다8ㅅ8 |
드디어 여주님과 한솔이가 행쇼! 연애고수인양 데이트연습하자던 여주도 알고보니 모솔이었고.. 사실 모솔이라는 떡밥은 전에 슬기가 흘려줬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애고자 최한솔이 끝났네요. 함께 달려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이 글로 많은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어 많이 기뻤습니다. 제게도 아쉽고 미련남은 글이네요. 여주님 부디 한솔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늦은 이유는 말해봤자 핑계일테니 구차하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는 무슨 저 아팠쪄여8ㅅ8여주님 기다리게 해서 고멘ㅠㅠㅠ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달려주실거죠~?♡ |
+)늦어서 죄송한만큼 답글 다 달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