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오구♥ |
망개덕후님, 에뜨왈님, 윤기꽃님, 다홍님, 얄루님, 미자님, 홍홍님, 뀨쓰님, 봄꽃님, 너야님, 댜룽님, 산들코랄님, 슈가슈가윤기룬님, 97꾸님, 봄나무님, 눈부신님, 따슙님, 섭징어님, 또르르님, 종이심장님, 앙기모티님, 민윤기님, 수저님, 조막부리님, 주지스님님, 침을태태님, 우리사이고멘나사이님, 잔디님, 닭키우는순영님 사랑해요♥ |
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 /채셔
일을 끝내고 피곤해서 집에 들어가려는데, 회식이 잡혀버렸다. 더군다나 신입사원 환영회라니. 이건 백퍼센트 나를 죽이려는 거다. 이 팀장님에게 질질 끌려가는데, 도착한 곳은 어느 치킨집이었다. 기분도 꿀꿀한데 잘 됐다 싶다. 착석하려는데, 망개와 윤기 선배가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왔다. 아, 현세 누나. 우리도, 우리도 술 먹을래요. 허겁지겁 들어와 망개가 이 팀장님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야, 홍보팀 회식인데 네가 왜 끼어. 핀잔을 주는 이 팀장님에게 엄청난 애교를 부리던 망개는 결국 허락을 받아내고 내 옆으로 쪼르르 와 앉았다. 망개 얼굴을 보니까 더 기분이 꿀꿀해진다.
"자, 우리 신입 김여주 씨를, 위하여!"
첫 잔을 시작으로 신입 먹이기가 시작됐다. 치킨을 필두로 어묵탕 같은 것들이 쭈르륵 나온다. 원래 난 안주 킬런데 말이지. 억지로 술을 마시려는데, 이 팀장님의 눈을 피해 망개가 제 잔에다 내 술을 따르고, 내 잔에 물을 부어주었다. 다시 짠을 하자, 망개는 내 손에 물잔을 꼭 쥐어주었다. 취하면 나한테 기대요. 망개가 귓속으로 속삭여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쪼끔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짠! 소리가 술집 안에 크게 울리고, 나는 물잔을 원샷했다. 아유, 신입 술 잘 먹네. 내 옆에 앉은 남자 선배가 내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이거 봐. 결국 망개의 물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망개를 바라보니 남자 선배를 노려보고 있다.
"자, 우리 여주 씨는 술도 잘 먹고, 얼굴도 반반하고. 응?"
말투가 버터 바른 것 같다. 나는 애써 웃으며 남자 선배와 짠!을 했다. 한 번 더 알코올이 들어가니 세상이 빙빙 돈다. 나는 선배에게 '선배님도 술도 잘 드시고, 얼굴도 잘생기셨어요.'하고 크게 말했고, 선배는 호탕하게 웃으며 '이야, 이 친구 사회 생활 할 줄 아네.'하고 술에 쩔은 목소리로 말했다. 살짝 어지러워서 조금 비틀거렸는데, 바로 내 등을 누군가가 잡아주었다. 뭐지, 하고 손을 타고 따라 올라가보니 망개가 단단한 팔로 내 허리를 잡고 있다. 우리 망개, 왜 이렇게 굳어찌이.
"에이, 정호 혀엉. 저랑 마셔요, 저랑."
"왜 분위기 깨냐. 분위기 좋은데."
"여주 씨, 취한 것 같은데."
망개는 재빨리 나와 제 자리를 바꾸며 남자 선배의 술을 받기 시작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눈을 감고 술집 안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는 중에, 내 왼쪽에 빈 자리를 윤기 선배가 차지했다. 나는 하얀 윤기 선배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선배, 선배는 왜 이렇게에."
"뭐."
"하얘요? 피부도 엄청 좋네."
너 술 취했냐? 내 손가락을 무심하게 탁 쳐내던 선배는 내 낯빛을 확인했다. 나아, 술 취해도 아무도 모르는데에. 헤헤헤. 웃으며 윤기 선배의 볼을 다시 쿡쿡 찌르자 갑작스레 빵 터져서는 내 모습을 감상한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 새내기 개강총회 때였나. 개총이라고 술을 무지막지하게 먹고 추태를 부리는 나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윤기 선배의 얼굴. 그 때 내가 윤기 선배에게 욕을 했었다고 했는데. 지금도 하면…. 난 맞아 죽겠지. 망개는 목을 확 꺾어 술을 꿀꺽 넘기고 윤기 선배의 볼을 찌르고 있는 내 손가락을 제 손으로 꼭 잡았다.
"아, 분위기 왜 이렇게 칙칙해애."
"그러니까."
"여기 꽉 막힌 늙은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술 게임 할래?"
대충 소음이 들려온다. 직원들이 대체로 젊다보니 술 게임도 하나보다. 나는 턱을 괴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바니바니도 하고, 이순신도 하고, 눈치게임도 하고, 훈민정음도 하고. 늘어가는 건 내 술잔 뿐인가 보다. 자꾸만 헷갈려서. 아, 근데 내가 마시진 않았다. 다아, 망개가 흑기사를 해줬다. 덕분에 쌓인 건 망개에게 소원 8개 들어주기. 자, 자. 우리 진실게임 해. 진실게임.
"아, 무슨 고딩도 아니고 진실게임이에요."
"야, 민윤기. 이럴 땐 진실게임도 하고 그러는 거야, 임마."
어묵탕을 멀리 치워두고 빈 곳에서 소주병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뱅글뱅글 돌다가 어느 한 곳에 천천히 멈췄다. 주인공은 민윤기. 나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없다? 남자 선배가 짖궂게 물어오자 단호하게 없다고 말해왔다. 그렇지. 저 선배는 펴엉생 독신으로 살 사람이다. 일에 미친 것만 같다, 진짜. 다시 소주병이 뱅글뱅글 돌아가는데, 천천히 멈추던 소주 병 입구는 망개를 향해 있다. 여자 사원들이 환호를 지른다. 아, 그러니까 내가 기분이 꿀꿀한 건 저 여자들 때문이었다.
'아, 그 작사하시는 분 있잖아요.'
'아, 지민 씨?'
'네. 그 분!'
'선배가 다리 좀 놔주시면 안 돼요?'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다가 이런 소리를 들었다. 슬쩍 보니 홍보 팀 여선배였다. 얼굴도 예뻤는데 이름도 예뻤지. 정우연. 치, 나는 입술을 쭉 내밀고 망개를 바라보았다. 윤기 선배가 망개에게 '지금 여기에 관심 가는 사람이 있다, 없다.'라고 물어왔다. 무언가를 아는 눈치였다. 나는 윤기 선배를 쳐다보다 치킨 하나를 집어 먹었다. 어유, 선배는 뭘 또 그런 걸. 망개 특유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있죠. 곧이어 윤기 선배의 질문에 대한 대답도. 우연 씨가 '오오.'하고 추임새를 넣어온다. 나는 눈을 깜빡이다 푹 테이블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더 이상 못 버티겠다.
4. 차근차근, 탈 나지 않게
눈을 떠 보니 내 방, 내 침대였다. 헐, 미친! 허겁지겁 내 폰을 바라보았더니 망개에게서 문자 하나가 와 있다. 내일 주말인 거 알죠? 푹 자요.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문득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냉장고까지 기어가 문을 활짝 열었다. 눈을 깜빡이며 먹을 걸 찾는데, 웬 여명이 하나 있다. 어제 기억을 더듬다 도무지가 기억이 나질 않아 그냥 훅 마셔버렸다. 먹으니 곧바로 토 기운이 올라와 변기로 뛰어갔다. 속에 뭉근하게 체류해있던 것들을 게우고나니 오히려 시원한 기분이 든다. 나는 보일러를 틀고 바로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에 녹아버릴 것만 같다. 아아, 좋아. 구석구석을 씻고 나와서 옷을 입었다.
"아아, 배고파."
침대에 앉자마자 자동으로 배꼽 시계가 울린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냉장고 문을 여는데, 이렇게 텅텅 빌 수가. 뭘 좀 만들어야 하나. 아니면 오늘도 배달 음식? 한숨을 푹 내쉬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택밴가. 네에, 하고 크게 말하고 문을 열자 앞엔 운동복을 입은 망개가 서 있었다.
"같이 밥 먹을래요?"
태형이가 나가서 같이 먹을 사람이 없거든요. 망개의 손에는 포장된 해장국 두 개가 들려 있었다.
*
오늘부터 조금 바빠져서 메일링은 속도를 늦춰서 천천히 보내드릴게요ㅠㅠ
다음 편부터 빨리 빨리 진도 훅훅 나가야지! 썸씽에서 연인이 되는 그 날까지 같이 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