犬八靑春 ①
: 열여섯 살 전후의 개같은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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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대한민국 20 대들은 취업난이다.
그리고 나는 내 직장에 대해 매우 만족하는 편이다.
진짜 죽어라 일해도 힘들고 '때려치우고 싶다.' 이 말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목구멍과 혀 안팎을 넘나들지만, 그래도 가족 같은 동료들과 매번 실수하는 나를 괜찮다며 따뜻한 손길로 다독여 주시는 셰프님만 생각하면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무색해진다. 잔잔하게 홀을 채우는 바이올린의 선율, 때로는 연인, 혹은 가족들이 옹기종기 한 식탁에 둘러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내가 직접 만든 - 내 요리라고 할 순 없지만 - 요리들을 맛있게 먹어 주는 모습들, 이제는 정든 식기들과 재료들까지. 이렇게 편안하고, 또 편안한 직장은 정말, 매우, 거친 언행으로 표현하자면 졸라 찾기 힘들다. 또, 남들한테 호텔에서 셰프로 일한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한다. 부모님도 나의 직업에 만족하신다. 고로 나는 행복하다. 돈을 버는 게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나는 내 일터에 매우 만족했다.
최근 그 미친 개또라이가 내 위로 들어오기 전까진... 정말, 눈물날 정도로 행복했다.
그 새끼가 온 그날도 평소보다 딱히 다를 건 없었다.
달라진 점이 있었더라면 아마 그날따라 레스토랑을 찾는 내빈들이 많았다는 점? 그래서 안 그래도 굵어서 서러운데 주방 안을 개처럼 헤집느라 더욱 탱탱해진 내 두 다리? 아니, 그날따라 웬 VIP 중에 VVIP들이 우리 호텔에서 회의를 한다는 건지. 덕분에 이름 좀 날린다는 셰프님들은 모조리 메인으로 세우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제 팔자에도 없는 설거지에, 재료 손질까지. 난 진짜 그날 내 손가락이 없어지는 줄 알았다.
차라리 별 다른 일이 그것밖에 없었다면 난 괜찮았다, 상관없었다.
" 자, 다들 주목 좀 해 봐."
벌떼처럼 밀려오는 내빈들에 다들 하루 종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김석진 셰프님 앞에 자리했다. 김석진 셰프님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요리 실력과 예능감, 두 번 말하면 머리가 아픈 잘생긴 외모로 텔레비전에서 이름을 날린 셰프였다. 왜, 요새 텔레비전만 틀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이름이 뭐였더라... 냉장고를 책임져? 쨋든, 그 프로그램에 나오고 난 이후로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내 남편으로 삼고 싶은 연예인 1 위에 당당히 자리하기도 했었다.
김석진 그 셰프님의 외모로 말할 것 같으면 존나,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잘생겼다. 하얀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 진짜 일하는 와중에 가끔 내 옆에서 말을 걸곤 하는데 미친, 진짜 욕 나올 뻔했다, 너무 잘생겨서. 가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손에 힘줄을 가득 세우며 칼질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진짜... 그럴 때마다 납치해서 내 신랑으로 삼고 싶어진다, 칼 들고 있는 게 그렇게 섹시할 줄 몰랐다. 신은 정말 불공평하다. 부모님한텐 정말 죄송스럽지만, 가끔 거울을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 씨발, 내가 연애를 못 하는 이유도 김석진 셰프님 때문에 눈이 높아져서 그럴 것이다.
"솊, 저기... 호석이 형이 안 왔는데요."
뭐? 이 새끼는 맨날...! 김석진 셰프님이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곤 한숨을 쉬었다. 정호석이라고 김석진 밑을 보좌하는 수셰프가 있는데 이 수셰프라는 인간은 허구헌날 놀러 다닐 생각만 한다. 가끔 클럽에서 진탕 제 꼴에 옆에 마음이 풍만하고 잘 빠진 여자들을 끼고 독한 양주를 마시다가 뻗는 경우가 대반사인데, 그럴 때마다 뒷정리는 항상 내가 한다. 진짜, 술만 마시면 흥이 평소의 두 배를 넘나드는데 결과적으로 고생하는 건 항상 나다. 왜냐하면 내가 정호석이랑 제일 가까이 사니까... 씨발, 오늘도... 못 쉬겠구나... 난. 망연자실한 나를 누가 뒤에서 천천히 다독여 주었다. 이런 예쁜 어린 양이 누굴까 속으로 광대 승천을 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누나, 오늘도 호석이 형... 괜찮겠어요?"
박지민이다. 역시 너밖에 없구나. 누나는 네가 있어서 행복해! 고생한 오늘 하루를 보상받는 기분에 불쌍한 척 울상을 지으며 지민이를 돌아보았다. '지민아, 오늘 누나가 집에 동생이 혼자 있는데...' 몸을 베베 꼬며 말하자 지민이가 제 강아지 같은 눈을 도르륵 굴렸다. 이런 게 바로 동공지진인가? 씨발 너무 귀엽잖아...! 사실 있지도 않은 동생을 만들면서까지 거짓말을 치고 싶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진짜 헬이다. 온몸의 근육들이 '당장이라도 쉬지 않으면 내일 못 일어나게 근육을 아주 조져 버리겠어' 하며 날 협박하기 때문에 - 물론 혼자만의 착각이다. 그래도... 나보다 건장한 남자인 지민이 네가 고생 좀 해 주렴...! 해 달라고! 망설이는 듯한 지민의 태도에 마지막 한 방을 날리려 다리에 힘이 풀린 척 주저앉으려는 찰나.
"어이구, 조심."
한 남자가 단단히 넘어지려는 나를 붙잡았다.
아니! 안 잡아 줘도 되는데. 쓸데없는 친절을 베푼 남자에 애써 억지로 웃으며 일어섰다. '그믑습느드.' 이를 악 물고 날 도와준 남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자 재수없게 한쪽 입꼬리만 씨익 올리더니, 별 말씀을 하면서 제 입을 내 귀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겘띩뻵! 순간적으로 놀래서 이상한 소리를 낸 날 남자가 경멸스러운 눈으로 보더니 말했다.
"무거워서 팔 떨어지는 줄."
"네, 네?"
왓? 쟤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음? 비록 요새 좀 먹느라 살이 찌긴 했지만 그래도 오십오 킬로는 안 넘었는데. 미친, 그새 찐 거야? 속에서 내적갈등을 겪는 나를 뒤로하고 잡아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굳이 날 잡아 준 남자에게 빡이 쳐 두 다리로 쿵쿵 하면서 다가갔다. 내 몸무게가 어때서? 이렇게 보여도 학창시절에 꽤 이름 날렸는데! 씩씩 거리며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니 갑자기 남자가 내 얼굴 앞으로 지 얼굴을 쑥 내민다.
미친! 가까지 오지 말라고...! 그런데 이 남자도 김석진 뺨치게 잘생겼다.
이 미친 외모지상주의 년아...! 말을 하라고.
남자가 갑자기 훅 다가오자 빡이 쳐 화내려는 마음이 확 사그라들었다. 염병. 내 입은 왜 내가 필요할 때만 말문이 턱 막히는지. 입술 년아 어서 '저기요, 아무리 도와준 사람이라고 하지만 초면에 너무 실례 아닌가요. 그리고 왜 반말이세요?' 라고 말하란 말이야! 말이 안 나와 그저 입술만 옴싹달싹 했다. 내 인생 이십 몇 년을 살면서 이렇게 말문이 막힌 적이 여러 번 있었던가? 발표도 항상 잘해서 선생님한테 매번 칭찬도 받았고 토론 대회에 나가서 말할 때도 말문이 전혀 막히지 않았고 심지어 외국인이랑 영어로 대화할 때도 술술 잘 나왔는데.
왜 이런 거지 같은 상황에서만 안 나오냔 말이다.
말도 안 하고 앞에서 입술만 옴싹달싹 거리는 나를 보던 남자가 갑자기 인상을 확 찌푸리곤 손을 들었다. 설마, 이런 일로 때리려는 건가 엄청 쫄아서 흠칫 떨었는데...
씨발, 그냥 때리는 게 나았다. 남자는 지 손을 들어서 엄지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기분 나쁘게 꾹 꾹 밀며 말을 했다.
"뭐, 할 말 있는 거, 아니었나? 말을 하라고. 그렇게 째려보기만, 하지 말고."
순간적으로 화가 나 옆에서 뜨거운 시선으로 잔뜩 쳐다보는 동료들과 여태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며 김석진 셰프님 앞에서 요조숙녀처럼 지냈던 것을 생각하지도 못 하곤 내 앞에 있는 남자의 머리채를 한 손 가득 쥐곤 뒤로 밀어제꼈다. 니가 뭔데 우리 아빠도 손 못 대본 이마를 밀어? 아! 하며 뒤로 젖혀진 남자의 고개를 한참 바라보다가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곤 주위를 둘러보자 내 행동에 놀란 사랑스러운 지민이와 김석진 셰프님이 보였다.
하하, 난 망했다.
망연자실한 채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손을 살며시 놓은 나를 김석진 셰프님이 빠르게 다가와서 저지했다. 이제 김석진 셰프님이랑 알콩달콩 콩 심기는 글렀네, 하. 사랑스러운 지민이도 거뜬한 나를 보며 내 부탁을 거절하겠지. 이게 다 저 새끼 때문이다. 김석진 셰프님이 머쓱한 듯 제 뒷머리를 긁으며 남자를 옆에 세웠다. 남자는 셰프님만 아니었어도 나를 당장이라도 죽이겠다는 듯 나를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뭐, 지가 째려보면 어쩔 건데? 질 수 없어서 나도 남자를 향해 죽이겠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내 옆으로 지민이 꼼지락거며 내 셔츠를 잡아당겼다. 하, 셔츠 잡아당기는 것도 귀엽다. 'H'사 호텔 셰프 이혜원 씹덕사로 숨져... 무언가 말할 것이 있는 듯 머뭇거리는 지민이를 보며 물었다.
"지민아, 왜 할 말 있어?"
"누나... 저 있잖아요..."
"응, 무슨 일이야? 왜 자꾸 머뭇거려?"
지민이가 말을 아끼려는 듯 계속 말을 못 하자 귀엽지만 한편으론 답답해서 지민이를 재촉했다. 지민이가 얼굴에 '미안' 이라는 단어를 쓰곤 누나, 저 오늘 저녁에 부모님이랑 밥 먹기로 했어요... 하곤 제 자리로 돌아갔다. 씨발, 그냥 재촉하지 말고 피할 걸 그랬다. 하여튼 이 놈의 주둥아리가 문제다. 다혈질인 내 성격도 한 몫 했다. 미안해 내 근육들아... 제발 내일 일어났을 때 움직이게만 해 주렴. 이렇게 된 이상 정호석을 데리러 가야 하는 나는 당장이라도 정호석을 불 질러 버리고 싶었다. 두고 보자, 정호석.
김석진 셰프님이 남자를 제 옆에 끌어당기곤 동료들에게 같이 일할 남자라며 소개했다.
제발, 내 밑으로 들어오길...! 최악의 상황이라면 내 위로 올라오는 것인데. 사실상 그런 상황은 저 남자가 금수저가 아닌 이상 불가능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내 위로 올라가려면 경력이 좀 있어야 했는데 저 남자는 딱 봐도 어려 보이는 게 내 위로 갈 확률은 희박했다. 이제 저 남자는 오늘 나처럼 내 밑에서 구박 받는 일만 남았군, 껄껄. 내가 막내가 아닌 점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속으로 저 남자를 언제든 골릴 수 있다는 생각에 히죽히죽 웃었다. 그리고 난 후회했지.
"오늘부터 나랑 같이 오너를 맡게 된 셰프 전정국이다. 인터넷에서 많이 봤지? 다들 인사해."
"안녕하십니까!"
하하, 역시 어리니까 직책이 오너잖아. 내가 앞으로 마음껏 골려... 잠시만. 오너라고? 김석진 셰프님이랑, 같이? 금수저였어?! 내 옆에서 우렁차게 인사하며 다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숙이며 전정국 셰프를 향해 인사했다. 그 중 나만 고개를 안 숙였지, 미친. 전정국이 인사하는 동료들을 한 번 쓱 훑더니 나만 혼자 우뚝 솟아서 고개도 안 숙이는 꼴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난... 큰 일 났다. 이제 셰프 인생 쫑이구나. 갑자기 보고 싶은 엄마가 생각이 났다. 전정국이 우렁차게 인사하는 동료들을 보며 자신도 같이 인사했다.
"전정국."
저 새끼를 보며 난 확신했다. 내 평생을 함께할 셰프 인생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걸.
**
씨발. 결국 멘붕인 상태로 정호석을 데리러 나왔다. 진짜 만나면 불 질러 버릴 것이리라 생각하곤 쿵쿵거리는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어찌 부대끼는 사람들이 많은지 머리가 울릴 지경이었다. 여전히 쑤셔오는 허벅지와 팔근육에 더 빡 친 나는 클럽 안을 후비면서 정호석을 찾았다. 저 새끼가 선배만 아니었어도 반 죽이는 건데, 진짜로. 클럽 홀에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춤만 추고 서로만 부대껴서 별 일이 없었지만 이 미친 정호석 새끼는 대체 무슨 돈이 있는지 클럽만 갔다 하면 룸을 잡는 게 대반사였다. 그리고 나는 또 룸 안을 누비면서 정호석을 찾아야겠지.
전에는 또 그런 적이 있었다. 그날도 똑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정호석을 찾았는데 그 또라이가 가슴을 진짜 훤히 드러내 보이는 옷을 입은 여자와 부대끼는데 정호석은 이미 간 상태였고 여자가 웃으면서 정호석 몸을 더듬는 게, 옷을 벗기려는 게 아니라 주머니를 뒤지는 듯이 더듬는 게 예사롭지가 않아 빨리 달려가서 여자를 떼어냈다. 여자는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날 째려보곤 유유히 룸 밖을 나섰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더욱 클럽을 혐오하게 되었다. 그때 다행이도 정호석은 지갑을 털리지 않았고 혹시 몰라서 지갑 안을 열어보자 속을 가득 메운 수표와 신용카드가 채워져 있었다. 진짜 조금만 늦었어도 빈털터리가 된다는 상상을 하니 갑자기 등골이 서렸다.
진짜 정호석은 나한테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 한다.
"아이고, 우리 막둥이 와써?"
"막둥이 탈출한 지가 언젠데. 야, 좀 서 봐. 졸라 무겁네 진짜."
'우리 혜원이 욕하는 것도 오늘따라 섹시하네.' 미친놈. 말꼬리를 늘이며 말하는 정호석에 진절머리가 나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정호석을 일으키자 보란 듯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씨발, 이걸 여기다 놔두고 가? 말아? 그래도 여태 힘들 땐 챙겨 주기도 했는데 두고 갈 순 없다 생각해 다시 일으켰다. 매번 다시는 데리러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늘 전화만 오면 가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난 또 내가 보살이라는 걸 느끼지.
클럽을 나와서 정호석의 집으로 향했다. 대충 정호석의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택시를 잡곤 문을 열어 던지다 싶이 내동댕이로 던졌다. 후, 하. 헐떡이면서 간신히 숨을 고르자 택시 기사님이 백미러로 정호석과 나를 번갈아 보시더니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하셨다.
"둘이 커플인가 벼? 잘 어울리네이."
"아이고오, 기사니임! 저희 둘이가 어울리나요오? 야 혜원아 그렇대, 흐흐."
미친새끼, 어울리기는 뭐가 어울려. 기사님에게 서둘러 아니라고 부정하곤 정호석을 죽일 듯 노려봤다. 진짜, 존나 죽이고 싶다. 한 대만 칠까? 아니, 안 돼! 잘리고 싶어? 기사님이 서둘러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후 카드를 받아 계산하곤 다시 한 번 우리를 보며 사과했다. '아이고, 미안혀. 늙은이가 괜히 참견을 혀서.' 괜찮다고 얼른 웃어 준 뒤 문을 닫았다. 길거리 위에 대 자로 뻗은 정호석을 진심으로 버리고 가고 싶었다. 정호석이 동네방네 '사랑해요! 아이 러브 유!' 하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 러브 유는 무슨 진짜 뭘 처먹은 건지 더럽게 무겁다. 나는 씨발 아이 헤이트 유다, 개새끼야.
정호석은 내가 정호석의 집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뉘이기 전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지가 제일 잘 나가는 셰프라느니, 왜 자기는 텔레비전에 못 나가냐느니. 그럴 때마다 정호석을 발로 차면서 니 새끼가 이러는데 어떻게 방송을 타. 하며 면전에다 핍박을 주고 싶지만 나는 오늘도 참는다. 계속 이렇게 매번 데려다 주다간 내가 고혈압으로 입원할 것만 같았다. 정호석의 집에서 나와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바라보았다. 근육들아... 조금만 참아 줘... 언니가 곧 집으로 가서 너희들을 포용해 줄게.
집으로 가는 길은 꽤나 순탄했다. 정호석은 속히 말하는 부자 동네에 살았는데 - 그 동네가 연예인도 살고 부모들 잘 만난 금수저들도 살아서 부자 동네라고 붙여졌다. 정호석이랑 우리 집이 가깝다고 해서 내가 이 동네에 산다는 게 아니라. 아, 물론 나도 여기서 살아 봤으면 존나 소원이 없겠다. 정호석은 이 동네 끄트머리에 살고 나는 정호석이 사는 동네 끄트머리에 위치한 담을 넘으면 나오는 집에 살았다. 내가 이 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후회한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최근 이사가 간절해졌다. 나는 이렇게 정호석을 데려다 주고 난 후 항상 생각한다. 최대한 멀리 이사를 가야 한다고.
계속 이랬다간 내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랄까.
담을 넘으려고 발을 쑥 패인 부분에 넣으려고 애를 쓰자 평소보다 후들거리는 다리 탓인지 담을 넘기가 힘들었다. 오늘따라 더욱 담이 높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안 되겠다 싶어서 다리를 내리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어떻게 하면 가장 현명하게 이 담을 넘을 수 있을까? 첫 번째, 벽을 부순다. 는 절대 불가능하겠지. 두 번째, 근육통을 꾹 참고 올라간다. 한참을 생각해도 내 병신 같은 대가리는 굴러갈 생각을 안 한다. 역시, 나야.
그냥 올라가야겠지.
다시는 이 동네로 오지 않으리라 결심하곤 다시 패인 부분에 깊숙히 발을 찔러넣었다. 아까보단 가벼워진 몸에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머릿속을 채웠다. 나는 할 수 있다! 천하의 이혜원인데 뭐든 못할 리가 없지. 내 키보다 높은 담 끄트머리를 단단히 고쳐잡곤 제 몸을 위로 올리려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
여기서 들려선 안 되는 익숙한 목소리에 불안함이 내 정신을 엄습해왔다. 그 자리에서 고개만 뒤로 돌렸고 밤이라 잘 보이지 않는 시야에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식은땀이 내 턱 밑으로 추락하고 숨이 막힐 정도로 고요한 적막 속에서 정적을 깬 그 사람은 바로-
"아까 내 머리채 뜯은 년이네."
전정국이었다.
나는 또 한 번 다짐했다.
정호석을 진짜 불 질러 없애 버리겠다고.
To be continue...
안녕하세요 이팔청춘입니다. 필명을 바꿔 봤어요. ^ㅁ^
블므크로 왔던 적 있었는데 정비공 썼었거든요. 사실 좀 늦어졌어요 후속작이.
쨋든 다시 만나서 정말 즐거워요 제 글을 읽어 주시려나 모르겠네요.
끝까지 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또 연재텀도 어떻게 될지 잘... 그래도 열심히 써 보도록 노력할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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