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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신으세여 전체글ll조회 1010


    

    

    

    

"찬열아...." 

    

 

    

제대로 가눠지지않는 고개를 애써 들어본다. 목에 힘줄이 올라오는 것 조차도 늘어져보인다. 눈을 찡그린듯이 뜨고있는 표정은 조용하지만 괴로워 보인다. 손은 자꾸만 허우적대며 찬열을 잡으려하고있다. 초점맞지않는 나른한 눈빛이 누런 조명과 맞닿는다. 그리고 제 앞에 똑바로 저를 쳐다보는 짙은 눈과 맞닿는다. 저 조명보다도 네 눈이 훨씬 예쁘다. 제 어깨를 불안한듯 쥐는 손을 백현은 이해하지못했다. 제 빨간 손목을 보고 눈썹이 일그러지는 그 모습도 멋지다고생각했다. 바란건 저런 모습이 아니지만. 역시 네가 뭘해도 나는 널 놓을수가없어. 하지만 왜 나를 그렇게 보는거야.  

    

 

    

백현은 미약하게나마 웃어보였다. 손목에 터져나오는 진한 피를 어찌할줄 몰라서가 아니다. 다 알고있어서, 찬열이 좋아서. 멋있어서. 숨이 섞인 웃음소리와 함께 이미 움켜쥔 찬열의 셔츠자락을 잡아당긴다. 뜨거웠다. 손목이 뜨거웠다. 죽는건 이런거구나. 울컥 울컥 피가 솟구치는 모습을 보는 찬열의 얼굴은 말로 이룰수없을만큼 두려움에 사로잡혀 일그러져갔다. 그러기를 원한게 아닌데. 코앞에 주저앉은 찬열이 흐릿흐릿하게 시야에서 벗어났다. 아찔해지는 정신속에도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찬열아 사랑해. 웃어. 예쁜 눈으로 자꾸만 제 징그러운 손목을 보는것이 못마땅해서 힘이 쭉 빠진 팔로 허리를 끌어안아버렸다. 따뜻한 품이 바들바들 떨리고있었다. 그건 느낄수있었다. 저도 떨리고있는것은 느낄수가 없었으면서도. 모든 생각이 찬열을 위해 돌아가는것은 당연했다. 내가 뭐가 중요해. 너 하나면 돼. 네가 좋으면 됐지. 계속해서 끊어질듯한 숨은 오로지 하나의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이유인 찬열은 아직도 눈에 띄게 떨고있다.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너때문에 죽을지도 모르겠어.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받던 말. 시간이 지나고, 진짜가 되어버린 말. 저에게 안겨 괴로워하는, 외로워하는. 품안에 가득 묻어나오는 시뻘건 피를 믿지못했다. 금방이라도 장난이라고 하면서 일어났으면. 바라고 또 바라는 와중에도 백현은 자꾸만 죽어가고있었다. 강아지 같은 눈이 감겨지지 않았으면. 바라고 또 바라는 와중에도 백현은 뜨거운 피를 주륵주륵 흘리며 차가워져가고있었다. 다 끝나가고 있었다. 모든것이. 

    

 

    

"..떨어져..." 

    

 

    

희미하게 들려오는 숨. 어깨를 내려 입술에 귀를 가져다 댔다. 오물오물 입술이 느껴졌다. 덜덜 떨리는. 

    

 

    

"다 묻잖아..." 

    

 

    

하얀 캔버스에 찐득거리는 물감이 묻듯이 찬열의 하얀 셔츠에 묻는 제 몸이 그리도 신경쓰였던 것인지. 마치 사라질것만 같이 저 멀리서 아득하게, 한글자 한글자 느릿느릿 쥐어짜내어 한다는 얘기가 결국 그것이었다. 내 피 묻은 셔츠는 더러워. 찬열은 아무말도 할수가없었다. 가지마. 아니, 돌아와. 여기있어.이미 한발짝씩 멀어져가고있는 그 모습에 내뱉을 말이 없었다. 가만히 꼭 끌어안고 그 공기를 그 모습을 여전히 받아들이지못한 채로. 금방이라도 와르르 무너져버릴듯한 어깨에. 없어진 숨까지. 평소와 다름없는 집안에서. 우리가 시끄럽게 떠들던 집안에서. 손으로 말갛게 젖은 얼굴을 어루만지던 이 욕실에서. 백현이 소리없이 입을 뻐끔거렸다. 찬열아. 

    

 

    

백현의 몸을 안고있는 바지와 셔츠가 모두 새빨갛게 물들었다. 바닥까지도 잔뜩 붉어졌다. 찬열은 믿지않았다. 날아가는 저 순간들이 발끝에 모여들어서는 하나같이 안녕, 안녕. 사랑해. 미안해. 하고 떠드는것 같았다. 물에 젖은 푸른 새싹처럼 풀이 죽고 숨이 죽어서 눈앞에 떠나가는것 조차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온전히 내 품안에서 나를 끝내버린. 너를 보내기가 싫어 괜히 뒤돌아 봤던 지난 날의 어느 늦은 밤 처럼 너와 헤어지기가 싫어. 오늘의 잔인하게 가버린 시간과 그날의 평온하고 따뜻하던 시간은 같았다. 굴러가고 싶어도 그럴 굴레가 없는 찬열은 생각조차 해주지않고 돌돌돌 돌아가고있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몸을 배려조차 해주지않고 바쁘게 걸음을 내딛고있었다. 그것이 진짜라고 생각하지않는 찬열의 머릿속에는 공허함이. 그것이 미안해서 떨리고있는 찬열의 팔속에는 사랑만이. 남아서 딱딱히 굳어갔다. 조명은 빛없는 누런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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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ㅜㅜㅜ너무 먹먹하고 슬퍼요!ㅠ 왜 어찌해서! 큥이가...ㅜㅜ흑흑흑 슬퍼요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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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무슨일이 있었던건가요ㅠㅠㅠㅠㅠ아슬프다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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