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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동생인 징어가 모델인 썰
학교내에서 발랄하게 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입소문은 어떻게든 퍼져나간다더니 결국 내가 모델지망생이라는 사실이 입을 타고 흘렀다. 야, 너 진짜 모델지망생이야? OO야, 모델 되는 거 축하해. 우리학교에 모델이 나온다니 진짜 신기하다. 라는 둥 벌써부터 런웨이에 선다니 어쩌니. 하루하루가 스트레스다. 심지어 담임선생님께서도 내가 모델로 진로를 결정 짓는 건 좋지만 학업에 손을 뗄까봐 걱정된다며 1대1 상담까지 하곤 하셨다. 아니 아직 계약도 안했는데 왜그러냐고오. 그런걸로 따지면 김종인은 뭐…. 이야, 김OO 인기쟁이다 완전? 주말새에 반깁스를 푼 수정이 실실 쪼개며 다가왔다.
“ 반깁스 신세 또 지고 싶냐? ”
“ 농담농담. 야, 장난이라도 그런 말 하지마라. 섬뜩하다 진짜. ”
두번다시는 깁스 신세 안 지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수정이 자리에 앉았다. 근데 진짜 소문은 누가 내고 다니는거임? 몰라, 너 에스팀 들락날락 하는거 본 애 있겠지, 뭐. 그 주변에 우리반 애가 안산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거고. 옆반에서 받아온 딸기우유를 마시던 수정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근데 언제쯤 데뷔한대? 지금까지 내내 티저만 나오잖아. 그러니까 미친, 티저만 주구장창 내고 파토나는 건 아닐까 몰라. 며칠전 또 뜬 티저를 아이패드로 보고 있던 여자애들이 꺅꺅거리며 난리다. 저렇게 좋을까, 쯧. 한 3일만 김종인이랑 지내보면 답 나올텐데.
“ 너는 뭐 좀 할만해? ”
“ 힘들긴 존나 힘들어. ”
“ 이연언니한테 찡찡대지말고 잘 좀 해. ”
“ 내가 언제 찡찡댔다고! ”
언니 피팅 하실 때마다 너 때문에 요즘 다크써클 내려오는 속도가 LTE라고 그러더라. 할말이 없다. 사실 모델에 워킹도 제대로 모르는 애를 가르치는게 얼마나 힘든일인가. 더군다나 몸도 안 따라주는데 아 존나 슬프다. 갑자기 터진 우울포텐에 다마신 딸기우유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오던 수정이 내 머리를 헝클어 놨다. 존나 안 어울리게 분위기 잡고 지랄. 정수정은 진짜 망나니같다. 어쩜 저렇게 말을 예쁘게 할 수 있을까. 이 개망나니년아.
“ 매점갈래? 나 그저께 월급 받음. ”
“ 와, 진짜? 그럼 치. ”
“ 꺼져. ”
존나 앙칼진 망나니년.
아니지. 중앙으로 와! 턴 제대로 해 김OO. 지금 내 심정을 한마디로 나타내라고? 뒤지겠다. 그것도 무서워서. 천사표 웃음을 달고 내게 계약서를 건네던 황이연 포토그래퍼님이 내게 아주 강력한 워킹 선생님을 붙여주셨다. 아, 너무 감사해라.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교복 대신에 몸에 딱 달라붙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워킹 훈련을 받고 있던 OO가 금방이라도 울듯이 울상을 지었다. 아, 진짜아. 이여사 보고싶다….
“ 조금만 쉬었다 하자. ”
“ …네. ”
“ 얘들아 10분 휴식! ”
나 말고도 다른 신인 모델들이 많았다. 모두들 지친 표정으로 자리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의자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들고 자리에 앉던 OO가 문자를 확인했다.
하아, 이 thㅏ람들이. 처음으로 문자를 받은 날. 뭐, 번호를 모르니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의도치않게 문자를 씹게 됐는데 시간 날때마다 심심한지 내게 문자를 보낸다. 어디야? 오늘 공부 열심히 했어? 오빠들은 이제 밥 먹으러 가는중! 대충 뭐 이런거. 귀엽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레슨 받느라 바빠죽겠는데 하루에 문자가 수십통씩 날라온다. 대체 멤버가 몇명이길래 하루 하루 문자 보내는 사람이 바뀌는지. 정작 그 수많은 문자들 중에 김종인 문자는 한통도 없다. 연습하느라 많이 바쁜가. 한창 데뷔 준비하는 시기라서 연습량도 많을텐데 피곤하겠다.
“ 자, 다시 연습 시작해볼까? ”
…내 처지에 지금 누굴 걱정하니. 닥치고 그냥 걸어야겠다.
딸, 집에 들어와서 아빠한테 아는척도 안해? 미안해, 나 지금 엄청 피곤해요 피곤해. 아빠께는 죄송하지만 매일 집에 들어가서 씻지도 못 하고 바로 뻗는다. 털레털레 걷는 발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선 OO가 여념없이 침대에 누웠다. 3시간만 워킹, 포즈 연습해도 죽겠는데 졸업하면 이이상 어떻게 해. 울상을 지으며 휴대폰 홀더를 켜던 OO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누워있는 상태에서 교복 조끼를 벗었다.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 죽겠네.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전신거울에 서던 OO가 오늘 배운 포즈들을 취하며 제 몸매를 둘러봤다. 와, 몇주전만해도 뱃살 개쩔었는데 쏙 들어갔네. 역시 다이어트는 개고생 다이어트가 최고인듯.
(바디라인 대충 요정도? 172cm 54.3kg 모델 김진경님)
유혹적이고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아, 이여사! 문 좀 벌컥벌컥 열지. 너 뭐하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저 싸가지 없는 목소리는. 요상한 포즈를 취하며 고개를 슬쩍 돌리자 얼이 빠진 김종인이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악!!!!!!!!! 으악!!!!!!!!! 아 미친놈아!!!!!!!!
“ 아, 왜 때려 망할년아! ”
“ 미친놈! 네가 왜 여깄어?! ”
“ 우리 집에 내가 오는데 네가 왜 지랄이야. ”
오자마자 싸대기를 한 대 갈겨맞은 김종인이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왔다. 아, 존나 쪽팔리네. 근데 이새끼 못 본 사이에 살빠졌어. 키도 더 커진 것 같아.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내리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미친년, 너는 날이 갈수록 더 병신이 되어가냐. 네 모습은 어떻고 시발아. 말하는 것봐, 이게. 베개를 내 쪽으로 던지던 김종인이 인상을 썼다. 근데 거울앞에서 왜 그러고 있었냐? 진짜 어디 아프냐?
“ 야, 존나 네가 안믿을 거 아는데. ”
“ 안믿을 거 알면 입 다물어라. ”
“ 아니, 미친. 그래도 말은 하고 죽자. ”
“ 뭔데. ”
…나 모델 에이전시에서 레슨 받고 있어. 무거운 입을 뗐다. 별 관심 없다는 듯 내 책상 위에 스톱워치를 만지작 대던 김종인이 고개를 쳐들었다. 지랄. 우리 애가 미쳤나봐요 프로그램 하나 만들래? 진짜 너는 매를 번다, 이새끼야.
“ 진심? ”
“ 진심. ”
“ 허? 네가 왜? ”
“ 왜, 나는 모델 하면 안되냐? ”
“ 진짜 지랄 아니야? 존나 안믿겨. ”
스톱워치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큐브를 가져오던 김종인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 네 적성에 괜찮냐? 의외였다. 내가 예상하는 김종인은 이것보다 더 큰 반응을 몰고 와야 하는데.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큐브만 만지작대던 김종인이 대답이 없는 나를 쳐다봤다. 다시 생각해봐도 존나 이상하네, 어떻게 저런 얼굴로 모델 할 생각을 하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종인이 침대 헤드에 머리를 기댔다. 내가 하고싶어서 찾아간게 아니라, 캐스팅 된거야. ……. 김종인이 말이 없다.
“ 뻥인거 티나지만 믿어줄게. ”
“ 미쳤냐? 진짜라니까? ”
“ 어. ”
존나 못 알아쳐먹네. 저리가라는 김종인에게 이연언니와의 문자를 보여주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 맞춰주던 김종인이 네 일인데 알아서 잘해라. 하고는 쿨하게 침대에 누웠다. 너 데뷔 할 인간 아니냐?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됨? 매니저형도 같이 옴. 대답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 손사레를 치던 종인이 OO의 품에 있는 베개를 뺏어 머리 맡에 놓았다. …야, 근데 너 살 좀 빠진 것 같다? 출렁여야 할 뱃살이 안보이네.
“ 예뻐졌다를 뭘 그렇게 돌려서 말하냐. ”
“ 하여튼 존나 이기적이야, 그렇게 믿고 싶은거겠지 병신아. ”
“ 그렇게 말 좀 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개새끼야. ”
이게 근데 아까부터. 감았던 눈을 번쩍 뜨던 종인이 옆에 있는 얇은 이불을 던졌다. 아악! 미친놈아! 순식간에 시야를 가리는 이불을 휘적이는 손으로 치워내던 OO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종인의 종아리를 찰싹찰싹 때렸다. 아파, 썅! 쫙 뻗어있던 다리를 들어올리던 종인이 OO의 등을 밀었다. 종인의 발길질에 침대 밑으로 떨어진 OO가 아, 존나 아파. 하며 멍들었을 것 같은 엉덩이를 문질렀다. 정수정 말마따나 모델은 바디가 생명인데, 저게 내 생명을 갉아먹으려고 그러네.
“ 오빠 피곤하다, 건들지 좀 마라. ”
“ 네가 피곤한데 왜 내방에서 지랄이야. ”
궁시렁대며 자리에서 일어난 OO가 눈을 감고 있는 종인의 이마를 쳐때려줄까보다 라고 생각하다가 의자에 앉았다. 아, 욱씬거려. 의자에 앉자마자 찡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야, 내 엉덩이에 멍들면 너 가만히 안놔둘거다. 그러든지 말든지. 입 좀 다물라며 반대편으로 돌아누운 종인이 잠을 청하는 듯 뒤척였다. 야, 오랜만에 왔는데 자지말고 얘기 좀 하자. 그래도 저와 피가 섞인 친오빠라고 묻고 싶은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란듯이 툴툴댔다. 그 회사에서 밥 잘 먹여줘?
“ 회사가 밥을 어떻게 먹여줘, 병신아. ”
“ 아니, 좀. 아…. 이새끼 진짜 무드없어. 밥 잘 챙겨먹냐고 병신아. ”
“ 엄청나게 먹는 너보다는 덜 먹지. ”
이새끼는 입만 열었다하면 시비야, 이제는. 졸린 듯한 종인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던 OO가 데뷔는 언제해? 하고 물었다. 곧 있으면 뮤직비디오 나와. 와, 뮤직비디오도 찍었냐? 이러니까 너 진짜 가수같다. 이상하게 제가 알던 김종인이 아닌듯한 느낌이였다. 그러면서도 예전보다 한층 더 성숙해져있는 종인의 모습에 뿌듯한 느낌도 없지않아 들었다. 어쨌든 축하해. 근데 너네는 멤버가 몇명이냐? 문자 존나 많이 오는데 올때마다 멤버가 바뀌어.
“ 열두명. ”
“ …구라까네. 아, 스타일리스트 언니들 다 합쳐서? ”
“ 멤버수가 열두명이라고 미친아. ”
“ 헐, 미친. 진심? ”
정 믿기 힘들면 뮤직비디오 나올때 한명한명 세어보던지. 하도 겹쳐서 누가 누군지는 모를거다, 아마. 하품을 크게 하던 종인이 몸을 일으켰다. 근데 너는 여자애가 다리에 멍이 뭐 그렇게 많냐. 아, 워킹하다가 넘어져서 그래. 우리 레슨쌤이 좀 하드하시거든. 그래도 그렇지 뭔 여고생 다리를 저렇게 만들어. 트레이닝복 바지가 의자때문에 말려 올라가자 시퍼렇게 멍이 가득한 종아리를 쳐다보던 종인이 넌지시 던졌다. 어디 아픈데는 없냐?
“ 엉. 허리는 어때? ”
“ 괜찮음. ”
“ 약은 꼬박꼬박 챙겨먹냐? ”
“ 어. ”
잔뜩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던 종인이 침대에서 벗어났다. 이새끼, 이제보니까 머리색도 바꼈구만. 엄청나게 까맸었던 머리색이 언뜻 보니 살짝 갈색끼가 돌았다. 진짜 연예인이네. 18년동안 진저리치게 싸우고 서로 잡아먹을듯이 굴었던 김종인이 공인이라니, 그제서야 정말 현실이라고 느꼈다. 이제 진짜 못 보니까 마지막으로 엄마아빠 얼굴 좀 보려고 왔다. 건강한 것 같으니까 다행이네. 나야 뭐 365일 건강했음. 내 말에 입꼬리를 올려 웃던 김종인이 저를 따라 일어난 내 머리를 토닥였다.
“ 휴대폰 받게 되면 문자할게. ”
“ 엉. 야, 근데 너네 멤버들 문자 좀 그만하라고 그러면 안되냐? 문자 존나 많이 보내. ”
“ 여동생있는 멤버가 나밖에 없어서 그래. ”
“ 보니까 내 번호도 다 외운 것 같던데. ”
네가 뭐가 예쁘다고 맨날 문자할거라고 서로 싸워대는지 모르겠다. 개새끼.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던 종인이 제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OO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그냥, 잘있으라고. 왠지 씁쓸한 기분에 고개를 끄덕이던 OO가 종인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프지말고, 내가 준 호박엿을 다먹었냐? 어. 잘했다. 엄빠와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하던 매니저 삼촌이 일어났다. 종인이 동생 안녕, 또 보네. 안녕하세요. 저번에 봤을때보다 더 예뻐진 것 같다. 아, 흐흫 감사합니다.
“ 좋댄다. ”
“ 맞을래? ”
“ 매니저형 원래 마음에 없는 소리 잘해. ”
결국 김종인은 등에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새긴채 돌아갔다.
“ 여보세요? ”
ㅡ “ 어, OO야. 지금 어디야? ”
“ 에이전시 가고 있는 길이에요. 왜요? 무슨 일 생겼어요? ”
ㅡ “ 지금 화보 촬영 할 여자모델이 못 오게 되서. 네가 대신해서 지금 스튜디오로 좀 와줘야겠다. ”
“ …예? ”
여기가 어디냐면…. 아, 그냥 문자로 보내줄게. 좀 빨리 와줘. 끊긴 전화뒤로 얼마가지않아 주소가 적힌 문자가 날아왔다. 일단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택시를 잡고 주소를 불렀다. 아, 미치겠네. 너무 갑작스러운 대타라서 눈동자만 또로록 굴렸다. 연습 잘 하고 있냐는 수정의 문자에 빠른 손놀림으로 [야, 나 화보촬영 대타뛰게 생김. 미치겠다ㅠㅠㅠ] 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얼마못가 미친듯이 웃어대는 문자가 날라왔다. 야, 지금 웃을 기분 아니라고. 이게 쳐맞을려고 작정했나.
(늘 그렇듯 말도 안되는 시간개념은 무시무시ㅎ^ㅎ)
아나, 이건 또 뭐야. 하여튼 김종인 입 겁나 싼놈. 날라온 문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휙하고 덮었다. 지금 설레는게 아니라 토할 것 같구만. 울렁거리는 마음을 애써 토닥이고 택시에서 내렸다. 한눈에 봐도 겁나 삐까번쩍한 상가에 들어서자 이리저리 바빠보이는 스텝들이 가득했다. 그 중에 손목시계를 톡톡 치면서 시간을 보고 있던 이연언니가 날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갑자기 오라고 해서 미안해. 예? 아, 아니에요. 아껴뒀다가 포텐터질때 터뜨리려고 했는데 이미 이렇게 온 기회 어쩌겠어. 한 번 해보자, 알았지?
“ 네. ”
“ 그래, 가서 얼른 메이크업 받고 와. ”
내 어깨를 두어번 토닥여주던 이연언니가 스타일리스트들이 가득한 곳으로 날 밀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 네가 OO구나. 황실장님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 이리 와. 급하긴 한지 내 손목을 잡고 앉히던 스타일리스트 언니가 별 말도 없이 바로 기초화장을 시작했다. 넌 메이크업마다 분위기가 달라지네. 그래서 황실장님이 널 좋아하는거구나.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며 머리를 하고 화장을 하자니 번잡했다. 어으, 고통스러워.
“ OO야, 이리와! ”
“ 아, 네! ”
“ 이거 입자. ”
이거 화보용 의상 맞아요? 엄청나게 심플해보이는데? 언니가 따르는데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이건 그냥 평상복 같았다. 편한 운동화까지 신고 나니, 이건 뭐 한강에 조깅하러 뛰어다녀야 할 판. 여자 모델 왔어요? 어디선가 들리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에 꾸미다 말고 고개를 드니 맞은편에 역시나 똑같은 평상복을 입고 오는 안재현이 보였다. 어? OO구나. 안녕하세요.
“ 나 처음보는거 아니지? ”
“ 네? 네. ”
“ 그냥 친오빠 대하듯이 편하게 대해. ”
진짜 친오빠처럼 대해줘요? 엄청나게 많이 맞을텐데.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덩달아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던 안재현이 먼저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뒤따라 스튜디오로 들어가자 사진기를 들고 컨셉에 대한 회의를 하는 듯한 이연언니가 보였다. 피팅 촬영 찍을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어 긴장해있자 옆에서 익숙하게 몸을 풀던 재현이 OO의 어깨를 주물러줬다. 괜찮아, 긴장하지마. 컨셉도 어려운 거 아니고 그냥 일상적인 거니까.
“ 아, 저기. ”
“ 호칭은 그냥 재현오빠라고 불러. ”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데 호칭정리가 상당히 애매하다. 저기요라고 부르기에는 레슨받다가 종종 봐서 너무 멀어보이고 안재현님은 완전 총체적난국이고. 그러던 와중에 오빠라고 부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가 끝났는지 오케이 사인을 보내던 이연이 고개를 틀어 어색하게 서있는 재현과 OO를 쳐다봤다. 자, OO랑 재현이. 그냥 편하게 벽에 기대있다는 느낌으로 서볼래? 편하게 벽에 기대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익숙하게 자리를 잡은 재현이 안 하고 뭐하냐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니, 뭘 느낌을 알아야 하지. 내가 배운건 존나 요망한 포즈밖에 없다고오.
“ 내 옆에 기대. ”
저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OO와 눈을 맞추던 재현이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OO의 표정을 보고 손목을 잡아 제 옆으로 끌었다. 재현의 옆에 찰싹 기대자 고개를 끄덕이던 이연언니가 촬영을 시작했다. 찍는 와중에 간간히 부가설명도 들어가며 촬영을 하니 점점 더 편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한다, 좋아. 촬영 내내 칭찬만하던 이연이 촬영한 사진을 확인해보자며 쉬는 타임을 가졌다.
느낌 괜찮다. 진짜 화보 한번도 안 찍어 본 신인 맞아? 낯간지러울만큼 칭찬을 해주시던 에디터님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OO의 옆에 서서 촬영한 사진들을 둘러보던 재현도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 후에도 촬영은 초스피드로 진행 됐다. 총 5벌의 옷을 갈아입으며 몇백장의 컷을 찍었다. 마지막컷이라는 실장님의 말에 박차를 가하던 두 사람이 수고했다는 표시와 함께 촬영을 끝냈다. 수고하셨습니다.
“ 잘했어, 내새끼. ”
“ 하흫 ”
“ 이대로 데뷔시켜도 되겠다. ”
내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을 해주는 이연언니의 말에 무장해제 된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갔다. 뿌듯한 표정으로 OO를 보던 이연이 저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에 고개를 틀었다. 곧 갈게. 그저 뿌듯한 마음만 앞설뿐이였다. 그저 수정의 대타를 뛴다고 해서 만났는데 한 눈에 봐도 그 기질이 보이니 보물이 다름없었다. 제 눈이 헛된것이 아닐까 싶어 모델제의를 했고 그 결과 이런 만족감이 느껴질만큼의 성공을 해냈으니 이연은 OO에게 더 각별할 수 밖에 없었다.
“ 끝나고 회식자리 있는데 갈래? ”
“ 예? 아, 엄마가 걱정하셔서. ”
“ 그래? 여고생모델은 다 좋은데 그게 흠이다. 그치? ”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자 그래, 그럼 피곤할텐데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라던 이연언니가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어깨를 퉁퉁 두들기며 교복으로 갈아입고 버스를 탔다. 내내 무음모드로 바꿔뒀던 휴대폰 홀더를 켜자 둥둥 떠다니는 카톡메세지와 함께 몇몇개의 문자가 눈에 띄었다. 무슨 문자가 이렇게나 많이 왔어? 하다 못해 정수정도 문자하기 답답해서 전화거는 앤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자 메세지 창을 열었다.
뭐? 뮤직비디오? 떴다고?
아, 이 망할년.
S2 암호닉 S2
똥강아지
수면바지
스노우윙
과일빙수
롱이
카레호빵
치킨팝
푸틴
스윙칩
10cm
흰토끼
푸딩
긴가민가 (마쟈영ㅎㅎㅎ? 긴가민가하네..ㅎ..)
선풍기
루루
큐큥
미미
호두
플랑크톤회장
뫄들
비타민
정수정
요플레
준짱맨
피자 (먹고싶다고 말못ㅅ하겠어..)
쫄보
알로에
여름
라인
길라잡이
치케
오후
배고파요 (나두요..)
큥쁑
암호닉 신청 계속 받아요~
아, 그리고 비회원 분들은 제가 암호닉을 안쓰는게 아니라 늦게 떠서 확인을 못 했어요ㅠㅠ
다음 편부터는 확실하게 넣어드릴게요~
나한ㄴ테ㅔ 왜이래요.... 사랑스러워 보이게 시리....
사랑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