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동생인 징어가 모델인 썰
1. 철이 든건지, 만건지. 아니면 그냥 츤데레?
“ 응, 그래서. ”
“ ……. ”
“ 아, 정말? 푸하, 진짜 웃기다. ”
제 앞에 앉아 2시간 동안 곧 불타오를 것 같은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는 OO를 보던 종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음 같아서는 저 휴대폰을 당장이라도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그 후에 닥쳐올 위기들을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거란 걸 일찌감치 직시한 종인은 팔짱을 낀 채 잔뜩 흥이 오른 뒷통수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야, 안끊냐? 제 말은 귓등으로도 들은 척 안하는 OO를 쳐다보던 종인의 손에 힘줄이 서는게 보였다. 빡ㅡ.
“ 악!! ”
ㅡ “ 왜? 무슨 일이야? ”
“ 아, 왜 때리는데 시발놈아!! ”
난 분명 끊으라고 했다. 제 머리를 강타한 쿠션에 앞으로 고꾸라지던 OO가 휴대폰을 떨궜다. 이 미친놈이 진짜! 16일 된 제 남자친구와의 통화도 잊은 채 종인에게 달겨든 OO가 소파 위에 올려진 또 다른 쿠션을 집어들었다. 잡히면 뒤진다, 진짜! 이미 저멀리 도망간 종인을 쫓아가던 OO가 소리쳤다.
ㅡ “ 여보세요? 여보세요? OO야? 여보세요? ”
대답없이 비명소리만 가득한 거실에 휴대폰만 덩그러니 엎어져있었다.
“ 내가 진짜 너네 때문에 못살겠어, 아주 그냥! ”
“ 아, 김종인이 먼저. ”
“ 확, 그냥. 조용히 해 기집애야. 너는 여자애가 왜 이렇게 산만하게 굴어? ”
제 오빠 닮아서 그러지, 뭐. 시크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아부지가 툭하고 던지셨다. 당신은 그걸 말이라고 해? 오, 여사님 화나셨엉. 쿠션을 들고 티격태격 하던 김남매는 결국 방에 있는 작은 창문을 박살내고야 말았다. 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던 남매의 부모님은 깜짝 놀라 급하게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깨진 창문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남매가 있었고, 그들은 손에 하나씩 쿠션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 좀 조신하게 놀아, 조신하게! 그리고 종인이 너는 왜 여동생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어? ”
“ 내가 언제 못 잡아먹어서 안달났다 그래. 얘가 하도 까부니까 그렇지. ”
“ 네가 먼저 시비걸었잖아, 찌질한 놈아. ”
아, 이게 진짜. 둘 다 시끄러워, 손 번쩍 안들어?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들고 있던 남매는 서로를 죽일듯이 노려봤다. 미친놈,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건들고 지랄이야. 미친년, 그러길래 오빠가 끊으라고 할때 재깍재깍 끊었어야지. 같은 피가 타고 흐르는 두 사람은 이리도 저밖에 생각 할 줄 모른다. 이런 걸 보면 닮았다고 해야 하는건지, 아니라고 해야 하는건지. 저녁먹기전까지 그러고 있으라는 불호령에 울상을 짓던 OO가 종인을 노려봤다. 뒤질래? 이게 어디서 오빠를 노려 봐.
“ 너같은 것도 오빠냐? ”
“ 자꾸 까불래? ”
“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들이냐고. ”
“ 네가 가만히 있는 사람이였냐? 말을 들어먹어야 사람이지. ”
짐승 같은 년. 사돈 남말 하네, 짐승 같은 새끼가. 들고 있던 팔이 후들후들 떨리는게 느껴지자 손을 슬쩍 내렸다. 저도 점점 한계가 오는지 김종인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게 보였다. 그러니까 왜 이 사단을 일으켜가지고는. 아씨…. 낑낑거리며 꿇고 있는 제 허벅지에 눈치없이 누우려는 몽구를 내려다보다가 저리가라며 슬쩍 밀었다. 누나 지금 벌 받는 중이잖아, 조금있다가 놀아줄게. 몽구가 가버리자 이제는 짱구가 와서 난리다. 이샛기들, 평소에 애교 좀 부려보지. 이럴때만 애교냐?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구만.
“ 어휴, 진짜아. ”
“ 낑. ”
“ 알았어, 알았다고. ”
손을 내리고 몸을 살짝 젖혔다. 낑낑대는 짱구를 허벅지 위에 올려두자 편안한 자세를 잡으려고 버둥대던 놈이 손을 들고 있는 김종인을 흘낏 쳐다보다 엎드렸다. 편하냐, 이자식아? 하여튼 꼭 지 형아 닮아가지고. 몇분이나 그러고 있었을까 제법 큰 짱구를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더군다나 허리를 뒤로 젖히고 있어야 하니 미칠 노릇이였다. 시간이 갈수록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아흐, 미치겠네.
“ 야. ”
“ 왜…. ”
“ 힘드냐? ”
“ 보면 모르냐? 말 걸지마, 진짜 진심으로 한대 칠 것 같으니까. ”
손 내려. 미친, 순간 이여사 온 줄 알았네. 무덤덤하게 손 내리라니까. 하는 김종인을 흘낏 쳐다보자 뭘 봐? 손 내리고 방에 들어가 있어. 란다. 너 왜 이럼? 김종인의 말에 요상한 눈빛을 보내면서 손을 내렸다. 젖혔던 허리를 굽히자 졸고 있던건지 깜짝 놀란 짱구가 나를 올려다봤다. 이제 내려가, 쨔샤. 후덜덜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부엌에 있는 이여사를 피해 방으로 들어갔다. 하여튼 저럴때만 말 잘듣지. 저를 애타게 올려다보고 있는 몽구짱구 형제를 보던 종인이 한숨을 쉬었다.
“ 김OO 어디갔어, 또 내뺐지? 그새를 못참고 이게. ”
“ 내가 들어가라고 했어. ”
“ 얼씨구? 네가 왠일이야? OO를 다 챙기고. ”
손 내려. 이여사의 말에 저릿한 팔을 내리던 종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씨, 열일곱이나 먹어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마를 긁적이던 종인이 밥 먹으라는 이여사의 말에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지탱하며 의자에 앉았다.
“ 김OO, 나와서 밥 먹어. ”
“ 뭐야, 왜 혼 안내? ”
방문을 빼곰 열고 바깥 상황을 살펴보자 TV를 보며 웃고 계시던 아부지께서 먼저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뒤따라 부엌으로 들어가자 밥을 푸고 있던 이여사가 멍하니 서서 뭐하냐며 의자를 가르켰다. 안 앉아? 뭐, 뭐야. 김종인이 나 도망갔다고 다 이른거 아니야? 자리에 앉아 내 옆에 있는 김종인을 힐끗 쳐다보자 조용히 콩나물국을 떠마시던 놈이 뭐. 하고는 불퉁스럽게 말했다. 진짜 이새끼가 왠일이지?
“ 얼른 밥 안 먹고 뭐해. ”
“ 어, 어. 잘 먹겠습니다. ”
밥 먹는 내내 찝찝한 기분으로 먹었다. 밥그릇을 다 비우고 싱크대에 물을 받아놓으려 일어나는데 나보다 먼저 일찍 일어난 김종인이 내 밥그릇을 제 것과 함께 싱크대에 가져다놓았다. 헐, 이여사. 김종인이 진짜 왜 저러지? 그러더니 시크하게 돌아선 김종인이 잘 먹었습니다. 하고는 제 방으로 들어갔다. 말도 안돼. 도대체 내가 없었던 그 10분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거야.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올법한 표정으로 이여사를 쳐다보자 방금 지나간 일은 뭐였더라? 하는 표정으로 김종인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이여사가 쟤 왜 저러니? 하고 물었다.
“ 내가 하고싶은 말이라니까! ”
“ 철 들었나보지, 뭐. ”
“ 아니, 조금까지만 해도 지 동생 싫다고 갈구던 놈이 갑자기 철든다는게 말이 돼? ”
사나이들은 원래 다 그런거야. 밥알 한톨도 안 남기던 아부지께서도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분파지, 기분파. 우리 집안 남자들은 다 왜 저런가봉가. 쿨하게 자리에서 뜨신 아부지는 그동안 밀려서 못 봤던 무한도전을 마저 보신다며 거실로 나가셨다. 여보, 과일 내줘? 됐어요. 저 멀리선가 아부지의 허밍음이 들려오는 듯 했다. 시간이 지난 아직까지도 김종인이 그때 왜 그랬는지 전혀 갈피를 못 잡겠다. 대체 왜 그랬을까? 하여튼 정말 츤츤돋는 새끼라니까.
2. 깍두기와 아기사자.
나는 어렸을 때부터 깍두기를 좋아했다. 이여사님 말에 따르면 유치원에서 깍두기가 나오는 날이면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식판에 있는 반찬을 다 털어버릴 정도로 깍두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물론 그 애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어렸을 때 수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깍두기와 돈가스 사건은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6살이고, 김종인이 7살 때.
“ 야! 오늘 반찬에 깍두기 나온대! ”
“ 뭐? 으으, 맛 없겠다! 나 세상에서 깍두기 제일 시러! ”
“ 야!! 깍두기가 왜 싫냐?! 우리 깍두기도 너 싫어한다!! ”
앞서 말한듯이 깍두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김OO(1남 1녀 중 1녀. 6세)는 깍두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싫어하는 만큼이나 똑같이 싫어해줬다. 그리고 김종인(1남 1녀 중 1남.7세)은 그런 OO를 무척이나 민망해 했다. 말하자면 쪽팔린다 정도? 야아, 제발 그만 좀 해애. 천하무적 유아독존이였던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유치원내에서 아무도 없었다. 유치원계에서 대장이였다고하면 이해가 더 쉽겠지. 물론 지금은 나보다 키도 훨씬 더 크고 체격도 다부진 놈이였지만, 유치원때까지만 해도 김종인은 나와 함께 노는 무리 축에도 못 꼈다.
“ 야! 김종인! ”
“ 으응? ”
“ 너 이거 쌓을 줄 아냐? ”
목소리만 크면 다 이긴다고 생각했던 꼬마들은 목청껏 제 목소리를 높이며 (믿기진않겠지만)비리비리하고 얇은 김종인을 틈만나면 얕잡아봤다. 내 기억상으로는 아마 모래성을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 제가 쌓은 모래성을 김종인에게 보여주며 똑같이 따라 할 줄 아냐고 비웃었던 꼬마들 때문에 김종인은 항상 기가 죽어있었다. 사실 김종인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모래성만 보면 어렸을때 울렁증때문에 토 나올 것 같다며 진저리를 치곤 했다. 그래서 일부러 더 바닷가에 자주 데리고 나갔다. 한 번뿐이라도 그 약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 흫.
“ 못 쌓지? 못 쌓지? ”
“ 거봐, 김종인은 이거 못 쌓는다니까! ”
“ 바보래요, 바보래요! ”
정말 바보같은 김종인은 저보다 덩치가 조금, 아주 조금 더 큰 그 꼬마들에게 뭐라고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여자애들과 함께 인형놀이를 하다 들리는 시끄러운 목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면 유치원 운동장 한 가운데서 그 작은 손가락을 꾸물거리며 잔뜩 위축이 되있는 김종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 화는 났지만 직접적으로 그 일에 개입하거나, 신경 쓰지는 않았다. 김종인은 항상 집에만 가면 떳떳한 척하고 다니니까 아마 그 모습이 꼴 보기 싫어서 일수도 있겠다.
“ 선생님, 김종인은요! 모래성도 못 쌓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요!! ”
“ 아, 아니야아. ”
“ 너네 종인이한테 왜 그래? 종인이도 할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데. 그치 종인아? ”
예에? 아아…. 내 생각에 꼬마 김종인은 누구에게서 주목 받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했다. 남의 입에서 제 이름만 나오면 항상 귀부터 발갛게 물들어가니까. 노랑반 선생님은 김종인이 친구들 사이에서 점층적인 왕따 관계가 되어가는 걸 보고서 어떻게든 김종인의 기를 살려주려 노력했었다. 그렇지만 그럴때마다 김종인은 그 기회를 발로 뻥 차버리고 혼자 구석에서 훌쩍거리며 놀았다. 정말 찌질한 새끼. 이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찌질하다.
“ 종인이가 아직 많이 쑥스러운가 봐. 얘들아, 종인이랑 잘 지내야 된다. 친구 괴롭히면 안돼요. ”
“ 그렇지만 김종인은 바보에요! ”
왠지 오늘따라 더 나대는 것 같다. 여자애들과 그림일기를 쓰다말고 목청껏 소리지르는 남자애를 쳐다봤다.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나라는 걸 안 남자애는 다시 수그러드는 목소리로 내 시선을 피해 다른 곳을 쳐다봤다. 이러고보니 나 완전 깡패 두목이였네. 엄마가 양갈래로 예쁘게 땋아준 머리카락이 바람결따라 흔들렸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어느덧 다가왔다. 인형놀이를 하던 여자꼬마들도 하나, 둘 씩 인형을 차곡차곡 나열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OO야, 밥 먹자!
“ 자, 한 줄로 예쁘게 서볼까요? ”
“ 네에! ”
예쁘게 나열 된 인형들 만큼이나 줄을 서던 아이들이 작은 식판을 고사리 같은 손에 쥐고 제 차례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선생님! 저는 깍두기 많이 주세여! 우렁찬 깡패 두목님의 요구에 숫자를 맞춰서 나눠주던 선생님이 결국 그 당돌한 기세에 다른 아이들보다 깍두기 하나를 더 얹어줬다. 돈가스당! 긴 테이블에 받은 순서대로 앉던 아이들이 집에서 엄마가 챙겨주신 수저를 꺼내들었다. 마지막 아이까지 다 받고 나서 숟가락을 손에 쥐던 아이들이 잘 먹겠습니다! 하고는 미역국을 떠먹었다.
“ 야! 김종인! 너 돈까스 안 먹을거지? ”
“ 어? 아니야아. ”
“ 네 돈까스 내가 가져간다! ”
“ 내꺼야, 내꺼! ”
늘 그렇듯 꼬마들의 점심도 고등학생때마냥 소란스럽기 마찬가지다. 그 날따라 유난히 집요하게 김종인을 괴롭히던 꼬마아이가 급기야 김종인 식판 중앙에 있는 돈가스를 빼앗아 들었다. 깜짝 놀란 김종인이 뭐에 쫓기듯 급한 시선으로 꼬마들을 쳐다봤다. 김종인의 돈가스를 서로 자기것이라고 우겨대던 꼬마들은 서로 한입씩 베어먹는다며 난리를 쳤다. 덕분에 양은 점점 줄어들어갔고 그걸 보는 김종인의 표정 또한 점점 굳어져갔다. 아아.
“ 야!!!!! ”
“ ……. ”
곧 울것같은 표정의 제 오빠를 빤히 쳐다보던 김OO(1남 1녀 중 1녀. 6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끄러웠던 점심시간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마치 어린 사자의 포효같이 들리는 그 목소리는 꼬마남자아이들의 목소리보다 훨씬 컸다. 쿠당거리는 발걸음으로 김종인의 돈가스를 빼앗아 먹은 꼬마들 앞에 선 김OO(아기사자. 6세)가 입에 돈가스 소스 범벅인 꼬마아이가 들고 있던 포크를 빼앗았다.
“ 너네 김종인이 돈가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지?! ”
“ 어, 어어? ”
“ 야, 오빠! 많이 먹어! ”
그리고 그 아기사자는 제 것을 남겨두고 김종인의 돈가스를 한입씩 베어물었던 꼬마 아이들의 돈가스들을 포크로 찍어 제 오빠의 식판위에 넘치도록 올려주었다. 당황한 김종인이 어쩔 줄 몰라하며 저를 쳐다보는게 느껴졌지만 아기사자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김종인 옆에 앉은 꼬마 아이의 등을 밀어 다른 곳에 앉혀놓은 뒤 제가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순식간에 제 식판에 5개나 쌓여져 있는 돈가스를 보던 김종인이 놀란 눈으로 아기사자를 쳐다봤다.
“ 많이 먹고 무럭무럭 커서 이놈들 다 무찔러버려! ”
“ 어?, 으응. ”
환하게 웃던 김종인이 밥 한숟갈과 돈가스 한입씩, 차례대로 번갈아가며 먹었다. 혹시나 먹고 있는 종인에게 해코지를 할까봐 걱정하던 아기사자는 으르렁대며 주위를 경계했다. 자, 먹어.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경계하다말고 앞을 쳐다본 아기사자는 제 앞에 보이는 빨간 깍두기에 시선을 옮겨 김종인을 쳐다봤다. 너 깍두기 좋아하잖아, 많이 먹어 내동생. 아기사자는 주저 없이 깍두기를 받아 먹었다. 그 이후로 항상 김종인의 곁을 지키는 아기사자 덕분에 종인을 괴롭히던 꼬마들도 종인을 놀리는 것을 포기했다.
3. 천둥이 치는 날에.
이때는 아무것도 몰랐던 꼬마였을 때보다는 훨씬 성장한 이야기다. 두분이서 워낙 놀러다니는 걸 좋아셔서 부부 동반 모임의 회장직까지 맡았던 엄빠는 남들 일하느라 바쁜 시간에 항상 어디 놀러다니셨다. 그 날도 엄빠가 집에 안 계시던 날. 조금 늦게 들어올 것 같다는 엄빠의 말씀에 김종인(15세), 김OO(14세)는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겉으로는 아, 그럼 언제와? 아, 무서운데. 그래도 일찍 와. 라는 둥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댔다. 늦게 들어온다는 전화를 받고나서 김종인은 바로 컴퓨터를, 나는 거실 TV를 점령했다.
“ 야, 밖에 비오는 것 같아. ”
“ 근데. ”
“ 엄마가 빨래 널어놨지 않아? ”
그럼 네가 나가서 걷던지. 아, 왜 네가 오빠잖아. 네가 나가서 걷어. 이럴때만 오빠냐? 네가 지금 베란다랑 제일 가까운곳에 있잖아. 결국 티격태격하다 못 해 답답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 커튼을 젖혔다. …아. 이미 비는 억수같이 쏟아져 널려있는 빨래감들은 다 젖어있는지 오래였다. 그래도 걷을까, 고민하다가 걷어봤자 다시 빨래 돌릴건데 귀찮게 왜 걷어. 라는 마음으로 다시 커튼을 쳤다. 야, 빨래 안걷냐?
“ 이미 폭풍 비 맞고 계심. ”
“ 엄마한테 혼나도 난 모른다. ”
“ 도와주고나 그런 말 하던가. 나가보지도 않은게. ”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꽂고 말하는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시간은 흘렀다. 우르르- 쾅! 아, 깜짝이야! 나른한 소파위에 있으니 잠이 와 잠깐만 눈을 붙인다는게 꽤나 깊게 잠들었나보다. 어두워진 거실을 둘러보다가 머리 맡에 있는 휴대폰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비췄다. 컴퓨터가 있는 자리에 빛을 비춰보자 오빠라는 놈은 이미 방에 들어가버린지 오래였다. 나쁜놈, 자고 있으면 좀 깨워주고 들어가던가. 하다못해 이불이라도 덮어주지. 매정한 새끼. 쾅쾅! 다시 울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휴대폰을 떨궜다. 떨어진 휴대폰을 줍고 조심스레 커튼을 젖히자 아까보다 비가 더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더불어 천둥까지 치는 듯 큰 소리가 나자 몸이 부르르하고 떨렸다. 아, 무서워.
“ 김종인. ”
“ ……. ”
“ 기임조옹이인. ”
우르르, 쾅! 엄마야!! 거의 기어가다싶이 방으로 가다가 크게 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김종인의 방문을 벌컥하고 열었다. 천둥이 치든 말든 무섭지도 않은지 침대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 김종인의 모습이 보였다. 개미만한 목소리로 김종인을 부르자 뒤척거리기만 할 뿐 깰 생각을 전혀 않는다. 야, 일어나 봐. 밖에 천둥 쳐. …아, 뭐 어쩌라고. 곤히 자고 있는 김종인의 어깨를 툭툭 밀며 깨우자 잠이 가득 쏟아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 무섭단 말이야.
“ …다큰게 뭐가 무서워. 네 방 가서 자. ”
“ 무서워 죽겠는데 혼자 어떻게 자. ”
“ 귀 틀어막고 자. 난 지금 네가 무서워 죽겠으니까 좀 꺼져. ”
이런것도 오빠라고. 엉덩이를 발로 한대 찰까보다. 쾅!! 엄빠도 없는 마당에 신명나게 욕이라도 할까 싶어 목을 푸는데 또 다시 들리는 굉음에 고개를 숙였다. 야!!!! 나 조온나 무섭다고!!!! 결국 눈물이 터졌다. 바닥에 앉아 천둥소리가 묻혀져라 서럽게 우는데 침대가 흔들렸다. 그 느낌에 꽉 감았던 눈을 떠 앞을 쳐다보자 반쯤 일어나 엉엉 우는 나를 보며 제 머리를 헝클이는 김종인이 보였다. 하여튼 김OO, 잠 좀 자자. 어? 무서워 죽겠단말이야아. 빨리 올라오던지, 아니면 네 방 가서 울던지. 김종인의 말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김종인의 침대로 기어올라갔다.
“ 집에 엄마 아빠 없어서 참는다. ”
“ 흐흥, 흡. ”
“ 그만 울어 좀. ”
내 옆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누운 김종인이 훌쩍이는 내 울음소리가 귀에 거슬렸던지 벌떡 일어나 책상위에 티슈를 뽑아 내게 건넸다. 시간이 지날수록 멎어들어가는 눈물과는 다르게 쾅쾅 울리는 천둥소리에 몸이 새우처럼 구부정해졌다. 아나, 진짜 무서워 죽겠네. 공포심때문에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덜덜 떨렸다. 자다가 느껴지는 난데없는 진동에 부스스하게 일어나던 김종인이 떨고 있는 내 모습이 기가차는지 허ㅡ하고 웃었다. 야, 그렇게 무섭냐?
“ 어. 후으. ”
“ 진짜 가지가지한다. ”
“ 아, 무서운 걸 어떡해. ”
“ 이리 와. ”
멀어져 있던 김종인이 훅하고 다가왔다. 내 손목을 잡고 끌어 저에게 가까이 붙게하던 김종인이 내 머리를 어색하게 토닥였다. 내가 진짜, 태어나서 너한테 이런 걸 해줘보기는 또 처음이다. 그래도 오빠는 오빠인지 아까보다는 느껴지는 듬직함에 몸을 잔뜩 휘감고 있던 긴장이 풀렸다. 발 밑에 떨어져 있는 이불을 끌어 나와 저 위에 덮던 김종인이 팔을 세워 제 얼굴을 손바닥에 받치고는 내가 잠들때까지 어깨를 토닥였다. 그렇게도 무서웠던 천둥소리가 김종인 품에서 잠드니 자장가마냥 편안하게 들렸다. 그리고 우리 남매는 이 날 이후로 더이상의 스킨십을 절대로 없었다고 한다.
파닥파닥 너무 힘들게 달려온 것 같아 마침 생각나는 소재가지고 끄적끄적 적어봤어요ㅎ^ㅎ
츤데레 돋는 종인이와 나름 귀여운 OO에게 빙의가 잘 되셨는지ㅎㅎ~ 가끔은 이런 분위기도 좋죠?
감성터지는 새벽ㅇㅣ네요.. 내ㅣㅇ.. 월요ㅛ....ㅎ......
항상 애정애정합니다S2
S2 암호닉 S2 |
똥강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