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아들, Dear Draco Malfoy, 팬시를 통해 하루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 전해들었단다.
그간 그 더러운 잡종과 어울려 지냈던 것은 말포이 가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와서라도 그 잡종과 떨어져 지낸다니 엄마와 아빠는 굉장한 안도감을 느낀단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워 하실 거야. 넌 우리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잖니?
-사랑을 담아, 나시사 말포이-'
부엉이를 통해 받은 편지를 다 읽은 말포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질리게도 들어온 슬리데린 아이들의 부추김이 어머니의 편지로 다시 머릿속에 각인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불쾌했다. 말포이가 속해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다가온 듯해 비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언제나 드레이코의 옆에 붙어 시종일관 참견을 해대는 팬시 파킨슨은 편지를 읽어내려갈수록 더더욱 일그러지는 드레이코의 표정에 이것 보라는 듯 종알거렸다.
"거봐, 드레이코. 아무도 네가 그 잡종과 어울리는 걸 원하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말포이의 굳은 표정에 눈치만 보고 있던 슬리데린 아이들은 팬시가 말문을 트자 너도나도 거들기 시작했다. 말포이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편지를 사정없이 찢어버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을 나갔다.
"닥쳐, 파킨슨. 고귀한 순수혈통인 마냥 굴지 마. 우리 가문에 붙어서 겨우겨우 연명하는 주제에."
그간 헤르미온느와 어울려 다니면서 ,'전혀 말포이 가문 자식 같지 않다'는 말을 줄곧 들어온 말포이가 오늘에서야 '말포이'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연회장은 순식간에 웅성대는 소리로 가득찼다.
"거봐, 내가 뭐랬냐? 저게 쟤 본성이라니까? 냉혈한 말포이."
"아버지 피가 어디 가겠어?"
건너편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 드레이코를 비아냥대는 해리와 론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헤르미온느는 이내 연회장 밖으로 나갔다.
"헤르미온느 쟤는 말포이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냐? 저번에도 그렇고."
"드레이코! 드레이코!"
연회장 밖을 나가자,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드레이코가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너네 부모님이 머글 태생 싫어하는 건 원래 알고 있던 일이잖아. 너네 기숙사도 원래 그랬-"
"조용히 해. 그레인저. 너도 똑같아. 어차피 너도 그리핀도르 자식들이랑 다를 게 없어. 지금은 다를지 몰라도, 너도 언젠가 똑같아질거야."
"뭐? 드레이코, 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생각해보니까, 파킨슨 말이 틀린 말은 아니더라고. 걔 목소리가 좀 꼴사납긴 해도, 맞는 말이더라?
그레인저, 너 잡종 맞잖아. Mudblood."
헤르미온느는 자신이 '잡종'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사실보다, 그 모욕을 드레이코한테서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친구들의 부추김과 이간질에 흔들렸던 드레이코가 어렸던 것처럼, 헤르미온느도 어렸다. 드레이코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까지 생각해 줄 만한 여유를 갖기에는 턱없이 어린아이였을 뿐이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레인저, 이게 자연스러운 거였어. 내가 너-무 늦게 알아차린 거긴 하지만. 이게 맞는거야.
This is the right thing."
"헤르미온느!"
드레이코가 가면을 쓰고 헤르미온느에게 위악을 떨고 있을 때쯤, 두 명의 목소리가 연회장 쪽에서 들려왔다. 드레이코를 달래주고도 남을 시간이 지나도 헤르미온느가 돌아오지 않아 해리와 론이 헤르미온느를 찾아 나온 것이었다. 해리와 론은 주저앉아있는 헤르미온느를 부축하며 살벌하게 드레이코의 옆을 지나갔다.
"말포이가 그렇지."
"얼마나 오래 가나 했다, 말포이."
[암호닉]샌디
암호닉 신청 받아요:)
6편부터는 구독료 받도록 하겠습니다!(그래봤자얼마 안돼요 10p)
감사합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