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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예고 영상을 먼저 보고 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힘든 순간 찾아오는 새벽,
불쑥 찾아든 희미한 빛,
밤을 부르는 것인지, 낮을 부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광채.
파스칼 키냐르, <심연들> 中
도 사 견
*
민윤기가 검은 얼룩이 지저분하게 엉겨붙은 매트리스에 주저앉아 줄담배를 태울 동안, 박지민은 붙임성 좋게 나에 대한 질문들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나를 그렇게 알고 싶어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뭐 딱히 상관은 없었기에 무심하게 입을 뗐다.
완벽한 나의 가족들이 모든 면에서 부족한 나를 혐오한다는 것도, 그나마 가장 가까웠던 아버지가 삼년 전에 내 앞에서 목을 매었다는 것도, 그 충격으로 심한 기면발작증을 앓고 있는 것도, 감금당하다시피 정신병원에서 삼년을 살았다는 것도 전부 나에게는 타인의 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지는 사건들이었다.
불행한 과거사에 대해 입을 연다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부분은 되려 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동정과 경멸이 절반씩 버무려진 시선과, 가식 섞인 위로들이 나열되는 순간이었으니까.
말을 마친 나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눈동자를 굴려 박지민의 표정을 살폈다. 그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유감이라거나 불쌍하다거나 하는 지루한 말을 늘어놓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재미있네.”
때문에 눈까지 접어가며 웃고 있는 그를 마주한 것은 전혀 새로운 충격이었다.
검붉은 자국이 여기저기 튄 더러운 컨버스화를 매트리스 위에 올리며 기지개를 켠 그는 무심하게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 사람은 원체 이렇게 막무가내인 걸까. 코와 코가 맞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그는 말갛게 웃는다.
“자기, 저녁 먹고 갈래?”
“야- 박지민!”
“왜에. 형도 들었잖아. 가족한테도 실질적으로 버려졌지, 친구도 없지. 없어져도 찾는 사람 하나 없을 걸?”
“개소리 하지 마. 그리고 너. 당장 여기서 꺼져. 두번 다시 이쪽으로 발을 들이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거야. 알아들어?”
박지민의 돌발적인 질문에 대답을 할 틈도 없이 자리를 살벌하게 박차고 일어난 민윤기가 냉정하게 말을 잘랐다.
사실은 저녁을 먹고 가겠다고 대답하고 싶었는데.
무거워진 공기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두 눈만 깜빡였다.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나를 막아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들은 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길래.
하지만 나는,
“싫어요.”
“…뭐?”
“돌아가기 싫다고요.”
이상하게도 말이지, 나는 이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었다.
설사 그들이 식인종이거나 살인자, 혹은 중범죄자라 내가 이 자리에서 장기가 적출되거나 매춘굴에 팔려가거나
다리 두개가 잘려 새우잡이 어선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더라도 미련이나 후회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여태껏 살아온 것처럼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가느니 그런 죽음을 맞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
나는 사람 하나를 죽일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민윤기와 주저없이 눈을 맞췄다.
“당신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요.”
“허, 제대로 쳐돌았구나. 아가야, 상황 파악 안 돼?
박지민만 아니었어도 너는 지금쯤 저기 야산 어딘가에 묻혔어.
아직 숨쉬고 있다는 걸 감사히 생각하고 집으로 달음박질치는 게 살 길이라는 걸 아직도 몰라?”
“…당신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요.”
하-. 코웃음을 친 민윤기가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전혀 무섭지 않았다면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의 다갈색 눈동자에는 광기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박혀있었다.
성큼성큼 다가온 그는 무슨 짓이든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저지를 수 있을 법한 표정을 짓곤,
“악!”
“지민아, 이래서!”
“윤기 형, 나이프 내려놔.”
“이래서 집에 친구를 데려오면 안되는 거야아-,”
폭발하기 직전의 화를 참듯 악다문 잇새로 반쯤 쉰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두피가 뽑혀나갈 것처럼 아프다. 차갑고 단단한 손가락들이 우악스럽게 내 머리채를 움켜쥐는 느낌이 드는 순간 그대로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그의 왼손에는 무엇이든 단번에 자를 법한 날카로운 사냥용 나이프가 쥐어져 있다.
박지민이 말리지 않는다면 저 칼이 그대로 내 목에 박히겠지. 피가 솟구치고,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목을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지겠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가 않았다.
“형, 이게 뭐하는 짓이야.”
박지민의 표정은 지나치게 평온해서 거의 졸린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민윤기가 당장 내 목 안으로 칼을 쑤셔박아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이랄까.
사실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민윤기의 비아냥 섞인 설명과 달리 나는 그의 친구가 아니니까.
“운이 나빴어, 아가.”
고개를 젖히고 미친사람처럼 웃던 그가 칼을 고쳐쥐며 속삭였다.
아, 이대로 죽는구나. 눈 앞의 상황이 슬로우모션처럼 펼쳐진다.
미간을 좁힌 박지민이 소리를 내지르는 것과 날카롭게 번뜩이는 칼날, 내 머리채를 잡고 있던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내 눈을 가리는 민윤기의 손길.
긴장에 몸에 힘이 쭉 빠진다. 본능적으로 축축한 공기를 급하게 들이마시는 찰나,
“이게 씨발 무슨 좆 같은 상황이냐?”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민윤기도, 박지민도 아닌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오두막 안에 울렸다.
+)
숲마을로 이사온 여주인공이 우연히 숲의 금지된 구역에 들어가 그곳에 살고 있는 일곱 소년을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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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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