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마법사에게 죽음이란 또다른 여행을 떠나는 것." -알버스 덤블도어 초록색 눈에 검은색의 머리, 동그란 안경을 끼고 이마에는 번개 모양의 흉터가 자리잡은 남자가 호그와트의 가장 구석에 있는 가장 작은 사무실의 문을 두번 두드렸다. 그 안에선 아무런 대답도 없었지만 그는 익숙한듯 낮설게 그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사무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도, 가구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딱 한가지. 커다란 액자만이 벽에 걸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텅빈 액자를 보며 헛기침을 몇번 한 남자는 허공에서 의자를 불러내 액자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액자 안으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검은 색으로 차려입은 남자가 새까만 머리를 얼굴 양 옆으로 늘어뜨리고 심술궂은 얼굴로 나타났다. "오랜만에 뵙네요 교수님." "쓸떼없는 짓 하는구나 포터. "여전하시네요 교수님은" "이미 죽어 액자에 걸린 몸인데 달라질게 있을까." 해리는 퉁명스러운 그의 대답에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였어요." 해리가 허둥대는걸 보며 스네이프는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을 아주 살짝 내비췄다. 하지만 아주 잠깐일뿐이라 해리는 방금 그 웃음을 진짜로 본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상상한것인지 분별하려 애썼다. "...안다." "...그래서, 요즘 가르치는 아이들은 어때요? 요즘도 교실에서 쫒아내세요?" "니 아들 제임스만 할까." "...하하, 그렇죠? 제임스가 말썽을 자주 피웠죠...그것때문에 지니가 보낸 호울러만 해도..." "포터. 원하는게 뭐냐, 얼른 말하고 썩 꺼져." 해리는 대화를 이어나가려 노력했다. 제 눈앞의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게서 겁쟁이라는 말을 들어야했고, 죽어가던 저를 구해준 사람이었음을 기억하며 해리는 최대한 진심을 담아 스네이프의 까만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원하는건 없어요 교수님. 그냥 뵙고싶어서 찾아온거예요." "..." "...교수님." "..." "아직도...엄마를 사랑하고계세요? 그 질문에 스네이프는 퉁명스레 받아치려 입을 열었던것을 다물고 잠시 상념에 빠졌다. 해리는 기꺼이 그 침묵을 이해했고 스네이프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뒤 입을 열었다. "...언제나." 해리가 돌아간 후 액자속의 스네이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살아있는 육체가 아닌 그림일 뿐이었지만 그는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것들을. 따스한 햇살과 지저귀는 새들, 그녀와 함께 있을때면 더 부드럽던 바람이라던지, 그 바람에 휘날리던 붉은 머리칼, 자신에게 웃어주던 초록색 아몬드 모양의 눈. 방금까지도 저를 응시하던 그 눈동자를 떠올리며 그는 알게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해리포터. 빌어먹을 포터의 아이. 그리고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릴리의 아이. 릴리의 그 눈을 지닌 아이. 릴리가 지켜냈고, 제가 지켜야했고, 살아남아 전설이 된 아이.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사무실에 그는 눈을 감은채 액자 뒤에 앉아있었다. "...언제나." 언제나. 그는 언제나 그곳에 남아있을것이다. . 이런 일을 이렇게나 빨리 겪게 될줄이야. 벌써부터 보고싶습니다. Rest in Peace, Professor. Alw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