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고딩 권순영 X 초짜 과외선생님 김너봉
w.내가호시
(작가시점)
불편한 심기가 순영의 얼굴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 책상 위로 보이는 선물상자들, 옆에서 '올~ 권순영 아직 안 죽었네~' 하며 깐족거리는 친구의 목소리 전부다. 제 자리로 다가간 순영은 그대로 제 책상을 발로 차 넘어트렸다. 교실은 일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씨발... 순영이 욕을 낮게 내뱉으며 상자를 신발로 짓 밟았다. 상자 속 안 내용물들이 처참하게 짓 이겨졌다. 내용물은 모두 초콜릿이었다. 어제는 주말이었고 발렌타인데이였다. 정작 받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순영은 인상을 구기며 교실을 벗어났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저기압이실까?"
"혼자 있고 싶으니까 가라"
"무슨 일 있구나- 요즘 좀 조용하다 싶더니 온 학교가 네 얘기로 떠들썩하더라 왠지 여기 있을 것 같아서 와봤더니 표정이 말이 아니네?"
"시끄러우니까 그만 떠들고 가라고"
"나한테까지 화풀이하는 거야 지금?"
"씨발...."
"알았어 갈게- 기분 풀리면 말해"
"............."
"아 맞다 아버지가 너 한번 데려오라고 하시더라 가족들끼리 밥 한번 먹자고"
"............."
"표정 풀어라- 누누이 말하지만 나도 나 싫다는 남자 싫어"
아영이 옥상 문을 열고 나갔다. 순영은 오늘따라 유독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내 1이 사라진 카톡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제부터 미친 듯이 전화하고 톡을 남겨도 너봉이는 묵묵부답이다. 원래 대로라면 어제도 시내에서 너봉을 만나 데이트를 했을 것이다.
'그만하자...'
8시까지 집 앞에서 보기로 했다. 순영은 혹시나 저가 늦었을까 봐 발걸음을 빨리했다. 다행히 저가 먼저 도착한듯해 보였다. 약속한 시간은 한참 지나 있었다. 핸드폰은 꺼져있고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순영의 머릿속은 온통 너봉이의 걱정으로 가득 찼다. 그때 저 멀리 익숙한 인영이 비틀거리며 오는 게 보였다 너봉이었다. 잔뜩 술 냄새를 풍기며 다가오는 잔뜩 물기를 머금은 너봉이의 눈이 보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으며 그만하자는 그 한마디에 순영은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답답한 가슴을 주먹으로 미친 듯이 쳤다.
"아악!!!!!!!"
순영은 옥상 난관에 서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이러면 조금이나마 답답한 속이 뚫릴까 싶어서 영문도 모른 채 너봉이에게 한없이 밀려났다. 순영은 알지 못했다. 그날 너봉이 무슨 장면들을 보았는지
.
.
.
"순영아!"
"어 왔냐-"
원래라면 오늘도 너봉이와 만나서 뭐하고 놀지 계획을 짰겠지만 너봉이 먼저 선수를 쳐 다른 약속을 잡아버린 탓에 순영도 너봉이 아닌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부터 반강제로 부모님들이 붙어 다니게 했던 순영의 소꿉친구 아영이었다.
"넌 정말 비싸도 너무 비싸 권순영 "
"그래서 이렇게 나왔잖아 뭘 더 바래"
"오늘도 네 용건 아니었으면 안 나왔을 거잖아. 너 요즘 많이 이상해 갑자기 연애를 하질 않나 모임에도 안 나오고 이번에 내 생일파티 안 온 게 제일 섭섭해!"
"아아- 잔소리할 거면 나 가고"
"반지 사러 갈 거라며"
"그건 혼자 사도 되는 거고"
"와 진짜 너무한다- 버젓이 예비 약혼녀를 이렇게 앞에 두고 아주 당당하다?"
"약혼녀는 무슨-"
"왜? 우리 부모님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바로 시켜버릴 기세던데?"
"................."
"표정 굳는 거 봐라 나도 나 싫다는 남자 싫거든"
쓸데없이 말이 많은 아영을 바라보며 순영은 인상을 찌푸렸다. 집안에서 강제로 맺어준 껄그러운 관계였으니까 순영에게 아영은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워낙 세뇌를 당해 어린 시절 아주 잠깐 착각을 한 적은 있어도 머리가 크기 시작한 이후부터 순영은 아영에게 그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그냥 딱 유년기 시절을 함께한 소꿉친구였다.
"그렇게 불만이면 너도 하나 골라보던가"
"칫- 병 주고 약주냐? 대신 오늘 하루만큼은 나한테 다 양보하고 완벽하게 에스코트하기 오케이?"
"너 하는 거 봐서"
"진짜 얄미워 권순영"
순영의 목적은 아영을 만나려던 게 아니었다. 내일은 발렌타인데이였다. 전부터 커플링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 해서 순영은 겸사겸사 반지를 선물할 계획이었다. 성격상 대놓고 말하는 타입이었지만 뭔가 감동을 줄 만한 이벤트를 하고 싶어 계획을 짜고 있던 도중 아영이 끼어든 것이다. 귀찮았지만 받아주지 않으면 더 귀찮게 할 것이 뻔하기에 대충 놀아주다가 보낼 참이었다.
"우와~ 이거 예쁘다"
"이게 요즘 제일 잘 나가요 한번 껴 보세요"
순영의 눈에는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데 아영은 눈을 반짝거리며 진열되어있는 반지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점원이 한번 껴봐도 된다는 말에 아영이 순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순영은 뭐 어쩌자고 하는 표정으로 아영을 바라보았다.
"껴줘- 이런 건 원래 남자가 껴주는 거야"
"내가 왜?"
"나 반지 사주겠다며~ 예행연습하는 거라 생각하고 한번 껴주면 어디 덧나냐?"
"아 거참 귀찮게 구네 진짜"
순영은 마지못해 케이스에서 반지를 빼내 아영의 손가락 끼워주었다. 아영도 순영의 손을 낚아채더니 커플로 나온 비슷한 디자인의 반지를 순영의 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아영이 제 손과 순영이의 손을 나란히 하게 하더니 잘 어울린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순영은 고개를 저었다.
"너 취향 말고- 거 참 도움 하나도 안되네"
"야 내가 그 언니도 아닌데 그 언니 취향을 어떻게 아냐 "
"그래 애초에 부탁한 내가 병신이지- 깔끔한 스타일로 보여주세요"
너봉이 아닌 다른 여자들을 상대하는 건 순영에게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영의 투정을 받아주는 건 부모님의 체면 때문이었다.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숨통을 조이려 드는 아버지의 교육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고를 치고 반항을 일삼았지만 순영은 제 아버지를 잘 알고 있다. 아직은 어려서 학생이라서 봐주고 있다는 것을 성인이 되면 본격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저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할 거란 것을 순영에게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싫은 존재이며 가장 두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우리 이 영화 보자 응?"
"싫어 딴 거봐-"
"아 왜~ 나 이거 보고 싶었단 말이야"
"다른 사람이랑 보기로 했어 다른 거 봐"
"그 언니랑?"
"어- 알면서 왜 물어"
"그럼 오늘 나랑도 보고 나중에 그 언니랑도 봐-"
"아 진짜 피곤하다- 네 맘대로 해"
제 목적을 달성한 순영은 대충 아영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냥 귀찮았다. 아영이 휘두르는 데로 끌려다니며 대충 아영의 비위를 맞춰주면서도 머릿속엔 온통 너봉 생각뿐이었다.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순영은 제발 이 시간이 빨리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제대로 봉사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저한테만 집중하라며 아영이 순영의 핸드폰을 빼앗아가 버려 너봉과의 연락도 끊겨버렸으니 오죽 답답했으랴
"팝콘 줄까?"
"어-"
"콜라도 마실래?"
"어-"
"아구 착하다~"
결국 순영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 오늘따라 유독 더 치대는 아영이 팝콘을 제 손으로 건네기에 그냥 받아먹어 주었다. 콜라가 담겨있는 빨대가 코앞에 드리웠다. 마지못해 콜라를 한입 먹자 아영이 웃으며 그런 순영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었다. 안 그래도 보고 싶어 죽겠는데 너봉이 아영의 얼굴에 겹쳐 보였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오버하냐"
"응? 뭐가?"
"그냥 내가 알아서 먹을게 가만히 있으라고"
"왜- 기왕 나한테 봉사하기로 한거 오늘 하루만 남자친구인척해주는 것도 안돼?"
"어- 씨발 짜증 나서 못하겠다 나 간다."
"야!!! 권순영!!!!"
아영이 꽥 하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주위 시선이 온통 두 사람에게로 집중했다. 아랑곳 않고 자리를 벗어나려던 순영이 다시 되돌아와 도끼눈을 하고 저를 노려보는 아영의 앞에 섯다.
"내놔-"
"뭐를!!"
"내 핸드폰 달라고-"
"나쁜 새끼"
"맞아 나 나쁜 새끼"
"야!!!"
"적당히 해 선 넘지 말라고 꼴 사우니까"
"아악!!! 권순영!!!!"
순영은 알고 있었다. 친한 친구인척 다가오는 아영이 얼마나 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발악을 하는지 예전에는 그냥 일일이 상대하기 귀찮아서 그냥 두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밀어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순영의 옆에는 이제 너봉이 가 있으니까 순영은 이번 참에 아버지에게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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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식인데도 정상수업을 하는 병신 같은 학교는 우리 학교뿐일 거라며 투덜거리는 친구를 뒤로하고 순영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제 겨우 점심시간이었다. 아직 수업을 마치려면 3교시나 남았는데 순영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 밖으로 벗어났다.
[순영아 선생님이 갑자기 그만두셨어]
[선생님이랑 무슨 일 있었니? 이번에도 사고 친 거 아니지?]
엄마의 문자였다. 순영은 무작정 너봉이의 집으로 내달렸다. 이유도 모른 체 밀려난 것도 화가 나는데 갑자기 말도 없이 과외를 그만두었다. 오늘은 꼭 얼굴을 보고 얘기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끝일 리가 없었다. 순영은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
[집 앞이야]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
여전히 전화는 받지 않는다. 순영은 가픈 숨을 고르며 허리를 굽혔다. 옆구리가 아플 정도로 뛰어왔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서 카톡을 보냈다. 1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순영의 머리 위에 있던 가로등이 스파크가 튀는 소리를 내며 켜졌다. 벌써 해는 저물어 맑았던 하늘이 까맣게 물들었다. 꼬박 다섯 시간을 순영은 항상 너봉을 기다리던 그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다. 계속 핸드폰 화면을 켜 둔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배터리는 이제 한자리 숫자로 줄어들었다. 드디어 1이 사라졌다. 이내 너봉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제야 순영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돌아가 나 안 나갈 거야"
"이유라도 좀 알자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그냥"
"................."
"재미 없어졌어 사랑놀음"
".............."
"............."
"단순히 그게 이유야? 그래?!?!!"
"..............."
"씨발.... 알았다"
순영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기분이었다. 같은 마음이라 철석같이 믿었던 여자에게서 버림받았다. 핸드폰이 바닥에 부딪히며 깨져버렸다. 지금 순영의 마음이 꼭 깨져버린 저 핸드폰 같았다. 몇 걸음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은 순영의 얼굴에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이런 걸 확인받고 싶어서 기다린 게 아닌데 순영은 제 가슴을 툭툭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 없이 울음을 토해냈다. 살면서 두 번째로 맛본 이별의 아픔이었다.
내가호시♥
이번편은 작가시점 이었습니다ㅎㅎ(아마 자주나오지 싶어요..)
순영이의 입장도 풀어나가야 순영이가 덜 억울하겠져?
순영이 막 어장관리하고 양다리걸치고 그런 나쁜애 아닌뎅ㅠㅠ
표현이 조금 직설적일 뿐 한 사람밖에 모르는 바부라구여ㅠㅠㅠㅠ
순영이는 악녀한테 별 마음 없는데 너봉이가 오해를 하고 바라봐서 그렇게 보인것일뿐
원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그런거잖아요ㅠㅠㅠ
그리고 두번째로 맛본 이별의 아픔은 9편을 읽으셨다면 다들 아시겠져
순영이네 누나ㅠㅠㅠ 이 이야기는 스포가 될것 같으니... 차츰 풀어나가겠습니다.
그나저나 3편 연속으로 찌통의 향연이네요... 저 진짜 못된거 같아요ㅠㅠ
달달한거 못쓰겠다고 두 사람 찢어놓고선ㅠㅠ 제가 더 맴찢 순영아ㅠㅠㅠ미아내ㅠㅠㅠ
그리고 악녀 이름이 아영인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떠오르는 이름으로 한건데...ㅎㅅㅎ
혹시 이 글을 읽고계실지도 모르는 진짜 이름이 아영이신 분들께 미리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항상 피드백 남겨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_♥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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