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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네?" 

 

"잠시 저랑 얘기좀 해요." 

 

 

다짜고짜 길바닥에서 힘좋은 여자에게 끌려가 카페에 앉았다. 아메리카노 더블샷 하나 카페라떼 하나. 그쪽은요? 하고 묻기에 화이트초코모카벤티사이즈요. 하고 자동으로 대답했다. 되게 비싼거 드시네. 결제 후 나온음료를 받아 자리로 돌아오는 여자에 어리둥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자기 음료는 왜 두잔이나 시키는걸까.  

 

 

"최근에, 주변에서 누군가 죽지 않았어요?" 

 

 

보험판매자가 아닌가 진심으로 의심했다.  

 

 

"아씨,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거 안하는데." 

 

 

주변에서 누군가 죽지 않았냐구요. 당신을 어, 되게되게 좋아했던 사람이. 하고 묻길래 최근에 사고가 나기는 했지만 그런적은 없다고 답했다. 여자는 카페라떼만 마시고 더블샷 아메리카노에는 입도 대지 않는다. 여자가 허공을 잠시 바라보더니 없다구요? 그럼 어떤 사고가 났었나 기억해요? 하고 물어온다. 고속도로에서 있던 차량전복사고였다고 말했다.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었지만 차차 찾아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믿기진 않겠지만 전 귀신을 봐요. 지금 옆에 앉아있고, 커피를 마시고 있어요. 아메리카노에 샷을 추가해 먹는 사람은 드물텐데. 정말 몰라요?" 

 

"정말 몰라요." 

 

"그럼 뭐지.. 어휴 모르겠다. 길가는거 붙잡아서 죄송해요. 혹시나 필요하신 일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작은 명함을 주고는 떠나는 그녀에게 대체 무슨소리냐고 묻지도 못했다. 박경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 주변에 죽은 사람 있었어? 하고 묻는 내 질문에 재수없는소리하지말라는 말만 들려왔다. 고개를 갸웃하고 오늘 있던 일을 말했다. 어 아직인가보네, 하는 박경의 혼잣말이 들린 것 같지만 딱히 신경쓰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내 취향과 거리가 먼 티셔츠가 놓여져있길래 엄마에게 누구것이냐 묻자 잘못놨네. 하고는 가져가버리셨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뚜르르 

 

 

그로부터 일주일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다. 일주일동안 주변인들에게 들은 소리는 나를 기함하게했다. 특히 표지훈이 한 말은, 내가 너를 왜 잊었을까 하고 생각하게했다.  

 

 

- 지호야 

- 지호야? 

- 우지호. 귀여워.  

- 좋아해. 많이 좋아해.  

 

 

유권. 권아, 권아. 내가 널 어째서 잊고야 말았나.  

 

 

- 아, 기억 돌아온거 아니었어요? 권이형 기억해낸줄 알았는데.  

- 죽고 못사는 사이였잖아요.  

- 사고때도 권이형이 형 끌어안고 있어서 산거잖아요.  

- 형 눈떴다는 소식듣고 찾아갔을 때 어머니가, 

 

 

"전화받았습," 

 

"귀신 본다는 분 맞죠. 지금 어디에요." 

 

 

특별서비스센터인지 어딘지로 오라고 해서 눈물때문에 부어버린 눈을 비비며 장소에 도착했다. 그 사람, 권이 어디있어요? 하고 물었다.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그녀는 또 허공을 쳐다봤다.  

 

 

"권씨구나. 유권." 

"혼자 힘들었대요. 당신이 기억해주지 못해서." 

"당신이 여자를 만나는 것도 봤고 집에서 어머님께 얻어맞는 것도 봤대요. 자기와 찍은 사진이 찢기는 것도 봤대요." 

"당신어머니가 그랬대요. 하지만 원망하지는 않는대요. 그저 당신이 행복해지면 좋겠대요." 

 

"지금 권이가 여기있어요?" 

 

"아직은요. 실은 우지호씨가 자길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대요. 여우같은 마누라에 토끼같은 자식들 낳고 살라고."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래요. 우지호씨가 자길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생기고 막. 그래서 괜히 우지호씨 주위를 맴돈거래요."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권이, 권이. 늘 나에게 양보만하고 결국은 져주던 유권. 나는 널 잊기까지 했는데 넌 나를 계속 지켜보고있었구나. 얼마나 아팠니, 얼마나 힘들었니.  

 

 

"마지막으로, 이것만 전해달래요." 

"지호야, 사랑했고 계속 사랑할거야. 지켜볼테니까 행복해줘." 

 

 

 

 

눈물이 툭툭 떨어져내렸다. 가지, 마. 하고 말해보지만 소용없다고했다. 이제 유권씨는 떠났어요. 힘들겠지만 유권씨 말을 따라줘요. 여우같은 마누라에 토끼같은 자식들 꼭 낳아서 이름을 권이라고 지으면 되잖아요. 하고 날 위로했다. 하지만 유권이 아니라 우권은 웃기잖아. 권아.  

 

나는 그를 보냈지만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직권은 사랑입니당ㅎㅎ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유권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ㅜ슬퍼ㅠㅠㅠ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유권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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