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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권범] 설렘 | 인스티즈









"한번 말할 때 들읍시다, 형."


"뭐야,"



얼굴을 가득 덮은 차가운 타월에 깜짝 놀라 타월을 치우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김유권이 뚱한 표정을 짓고는 서있었다. 

무슨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니 제 목에 건 타월로 얼굴을 몇번 닦아내며 반대쪽 손에 든 반쯤 마신 물병을 내 쪽으로 던진다. 

재빠르게 잡아 채서일까, 다행이 맞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물병의 뚜껑을 열고 누운 채 입에 넣어 꼴깍대며 물을 마셨다. 



"한번 말할 때 듣자고 했잖아요, 연습 그만 하자고 했죠."


연습 이야기인가 싶었다. 그 전에 형, 더 하면 발목에 무리가요. 하면서 나를 말렸는데 결국 두번정도 더 했다. 

발목에 심한 무리가 간 것은 아니지만 좀 뻐근하기는 했고, 눈썰미가 좋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이번엔 좀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얼굴에 던져진 차갑기까지 한 타월에, 기분이 좋아 얼굴을 꾹꾹 눌러댔다. 시원하다. 



"야, 그래도 연습은 해야할거아냐."

"오늘은 여기까지, 가서 발목까지 따뜻한 물에 담궈요. 다 부을걸."


"에이, 그정도는 아니다 야. 아 근데 이 타월 뭘로 적신거야? 진짜 차갑네."


"두시간전에 냉장고에 넣어뒀던거에요. 슬슬 떼고 세탁기에 넣어놔요."



얼른 일어나요, 정리는 대충 끝났으니까 불만 끄고 나가면 될거같아, 이어지는 말에 김유권 오오, 하고 영혼없는 함성을 질렀다. 

팬들이 좋아죽는 배시시,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일으켜주고는 연습실 스위치가 있는 구석으로 가는 녀석이 얼른 일어나라고 턱짓한다. 

일어나 슬금슬금 연습실 문으로 다가가자, 반대편에서 불을 끄고는 금새 내편으로 쪼로록, 하고 달려온다. 



"형, 숙소 갈거죠?"

"야, 크리스마스 앞뒀는데 뭔 숙소야. 넌 여자친구 안만나냐?"

"둘다 바쁘잖아요, 숙소나 가죠."

"하긴 너나 나나, 사람들은 알긴 하려나. 삼분나오려고 삼주 연습하는거."


에이, 형 또 갑자기 우울한 얘기 하네, 하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형, 편의점갈래요? 제가 삼. 하면서 예쁘게 웃는 모습이 귀엽다. 





그래 잘못된거겠지. 너를 좋아하는거. 








-









"형, 오늘 안좋은 일 있었어요?"


"아니, 왜?"

 - 응, 너 오늘 데이트하고 왔더라. 


"아니 표정 좀 안좋아보이길래."

"에이, 뭔 표정이 안좋아보여, 나 챙길시간에 다른애들도 좀 봐줘라 표지훈 저거 관리좀 하고."

 - 많이, 티나? 


"태일이혀어어엉"

"아 표지 너 오지 말랬다!"


"지훈아 좀 앉아라. 지호 어디갔어 우죠!"


언제나 시끌벅적한 대기실에서 나는 좀 혼자였다. 차마 스타일리스트들이 한 머리를 건드릴 수는 없어서,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댔다. 

혼자 괜찮은 척, 셀카를 찍기도 하고. 손을 만지작대기도 하고, 너희들이 떠들고 웃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형, 이제 우리 나가는건데."


어깨를 톡톡 치며 말을 건네는 너에게 나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났을 뿐. 

그 날 무대에서 너에게 뽀뽀하는 지호에게, 단순한 퍼포먼스인걸 알면서도 왜 질투한걸까. 

그리고 단순한, 멤버끼리 하는 걱정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기대를 갖는걸까. 



"형 발목은 나쁘지 않죠?"

"어? 어."

"걱정했잖아요, 어제 그만 하자고 그랬는데 말 안듣더니."



걱정하지 마. 비참하니까. 

말을 입 안으로 삼켜냈다. 어 그냥 나쁘지 않은거같다.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차 안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나 싶었지만 

금새 그 기류는 사라졌다. 녹음작업 때만 아니면 진지하지 못하는 '우리들'은 여전했으니까.

숙소 방 한켠,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고 써 놓고 건드리기만 해도 내가 신경질을 내는 상자 안에는. 

네가 준 선물과 네가 사준 물건들이 들어있는걸, 넌 알까? 






형, 머리에 뭐 붙었어. 그 말에 너와 눈을 맞추지는 않고 머리를 툭툭 털어냈다. 

아니, 거기 말고 여기. 


네 손끝이 내 머리에 닿는게 느껴졌고, 그 찰나가 나에게는 길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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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류류ㅠㅠㅠㅠ 설렌다규염...이렇게 설레면서 가슴아파도되는거에염? ㅜㅜㅜ 잘읽고가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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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 이래서 제목이 설렘..설..설렌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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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끙끙...무려 5개월 전이라뇨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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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잔인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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