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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태양, 나의 태양이여.

이제는 돌아서야만 할 시간.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은 그대 잠시 돌아보던 노을 속에 적었습니다.

/ 최옥 - 그대는 들으소서

 

 

 

[비투비] 그리고, 낙화유수 (落花流水)ㅡ 01 | 인스티즈

 

 

 

  어둠이 짙게 깔려 아무 소음도 나지 않는 밤, 빛 조차 안 보이는 깊고 어두운 동굴 안에서 한 소녀가 피가 흐르는 배를 부여잡고 끙끙대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이지만 솜옷은 커녕 곱지만 검은 먼지에 뒤덮인 한복 위에, 소녀에겐 좀 커 보이는 얇은 두루마기 하나만 걸쳐 입었을 뿐이었다. 식은 땀은 소녀의 예쁜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었고, 숨이 찬지 입에선 짧은 호흡들이 터져 나왔다. 그럴 때 마다 추운 날씨덕에 소녀의 입에선 뿌연 입김이 나올 뿐 아니라 상처 때문에 고통스러운 끙끙 앓는 소리도 흘러 나왔다. 흰 피부에 어울리는 긴 머리카락은 남색의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두루마기에 닿아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배를 붙잡은 소녀의 뽀얀 손에서는 새까만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소녀는 눈을 질끈 감았고 긴 속눈썹이 흰 피부에 내려 앉았다.

 

 

 

"설아, 조금만 참거라……. 날이 밝는대로 옆 마을로 향해서 의원을 데리고 올테니……."
"저하……. 하읏, 기다리지 마시고, 어서, 여길 떠나 궁으로……. ㄱ, 궁으로, 가시옵소서……."
"어찌 내게 그런 말을 하는게야. 내가 널 버리고 어디를 가겠어……."

 

 

 

 소녀는 말을 이어나가기가 꽤 버거워보였고 눈 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다. 그런 소녀의 손을 자주색 도포를 걸친 남자가 아프지 않게, 그리고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그의 긴 눈꼬리엔 눈물이 애처롭게 매달려 있었다. 그는 울음을 참기 위해 상처가 가득한 얼굴을 애써 구기며 소녀의 이마에 있는 땀방울을 닦아주었고, 소녀는 가쁜 숨만 쉬었다. 동굴 안은 너무나도 조용한데, 동굴 밖에는 몇몇 횃불들과 소란스러운 소리가 아까부터 여전했다. 그의 손은 따뜻했지만, 소녀의 손은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소녀는 울었고, 그도 울었다.

 

 

 

 동굴 안은 누군가 "설아……. 설아…." 하며 흐느끼는 소리만 울렸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꿈에서 깬지 일곱 시간이나 지났고, 오빠 만나서 밥도 먹고 지금은 무려 영화를 보는 중인데도 아직도 오늘 아침에 꾼 꿈이 계속해서 생각났다. 더 웃긴 건 무슨 꿈인지 생각도 안 난다는 것이다. 그냥 누가 서럽게 우는 울음소리만 기억이 났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팝콘을 입에 붓다시피 먹으며, 눈은 영화를 보고 있었지만 머릿 속엔 그 꿈만 가득했다. 그렇게 멍한 상태로 영화를 본 지 몇 분, 옆에 있던 잘생긴 얼굴이 불쑥 내 옆으로 다가왔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눈이 똥그라진 채로 옆을 바라보았다.

 

 

 

"○○야, 영화 재미 없어? 나갈까?"

"아니요! 절대 아니요! 완전 재밌어요. 완전 웃긴데?! 하하하……."

"방금 남자주인공 살해 당했는데……?"

"아… 그게 아니라……."

"푸흐, 농담이야. 재미없으면 얘기해, 너 좋아하는 초밥 집 예약해뒀으니까."

 

 

 

 고등학교 때만 해도 연애 때문에 공부가 안 될 정도로 남자들이 많았지만, 왜인지는 모르게 대학교에 오니까 썸만 열 번은 넘게 탔는데 이상하게 연애를 못했다. 외모가 역변한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못 본 사이에 튜닝 좀 했냐고 물어 볼 정도인데 대체 왜 썸 이상, 그러니까 즉 연애로 발전을 못하는 것인지 우울해하던 찰나에 내게도 드디어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 무려 모든 이가 그렇게 말리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로망'의 C.C(Campus Cuple) 였다!

 첫 만남은 몇 달전 신입생 그리고 복학생 환영회였는데, 오빠는 내가 학교를 다니는 2년 동안 군대에 있다가 복학한 학생이었다. 술을 잘 안 즐기는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가 갈까 구석에서 안주만 먹고 있었고, 그런 내게 "찾느라 오래 걸렸다. 오랜만이야." 라고 사람 설레는 눈웃음을 지으며 알 수 없는 말을 내게 건네자마자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운명인 것을.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 번호까지 나누게 되었고, 문자를 주고받고, 전화까지 하더니, 밥도 먹고 이내 영화까지 보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썸을 타게 되었고, 오빠는 여느 때와 같이 데이트를 하고 데려다주는 길에 "이번 생의 마지막 남자가 되고싶어." 라는 오글거릴 수 있지만 꽤 로맨틱한 말로 고백을 했다.

 

 

 

"근데 영화가 재미없긴 없다. 그치."
"조금……."

 

 

 


 조금은 무슨… 존나, 열라, 캡짱, 따분하다. 영화 내용은 대충 조직의 대장이었던 남자에게 첫 눈에 반한 여자가 생겼고 둘이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데 알고보니 여자가 상대 조직의 스파이었고, 남자는 여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죽이지 못한 채 여자의 칼에 찔러 죽는…… 뭐 이런 얘긴데 말도 안 된다. 자기를 죽이려는 사람에게 사랑은 무슨… 무엇보다 저런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런 잡다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돌려 오빠를 바라보니 오빠의 표정도 가관이다. 못 볼 꼴을 본 사람 마냥 잔뜩 인상을 썼다. 나는 내 검지 손가락으로 오빠의 좁혀져있는 미간을 살살 문질렀고 오빠는 그런 내 손을 슬며시 잡더니 손가락 틈 사이로 손을 밀어 넣더니 깍지를 꼈다. 그리곤 처음 봤을 때의 그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넌 저렇게 나 배신 안 할거지?"
"네?"
"배신 안 할거지?"
"무슨 소리예요, 당연하지!"
"그럼 나가자."

 

 

 

 너 지루해하는 모습 보니까 오빠가 마음이 아프다. 오빠는 오른 손에 끼워져있던 내 손을 왼 손에 바꿔 끼더니, 몸을 숙여 영화관 밖으로 나를 끌고 나갔다. 후덥지근했던 영화관 안과는 달리 밖은 시원한 공기가 흘렀다. 그렇게 엘레베이터를 타고, 건물 밖으로 나와 얼마 걷지 않아 오빠가 말했던 초밥집으로 향했다. 오빠는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연인이니까 연인세트 먹어야지!" 하면서 연인세트를 시켰고, 물티슈로 큰 손을 닦았다. 어제 본 예능 이야기나, 김교수님 과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음식이 나와있었고 우리는 조금 전만 해도 쉴 틈 없이 떠들던 사람은 어디있냐는 듯이 말 한 번 나누지 않고 먹었다.

 

 

 

"○○야 안 뺏어 먹을게. 천천히 먹어."
"헐? 그건 제가 할 소리죠! 오빠야말로 천천히 드셔야죠!"

 

 

 

 우리는 앞 사람을 견제하면서 먹느라 혈안이 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 역시 오빠와 함께하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다. 매일매일이 오늘 같은 하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밥을 다 먹고 계산까지 끝내고 나오니 해는 벌써 뉘역뉘역 저물고 있기 시작했다. 오빠와 나는 아까처럼 손을 잡고 우리 동네로 향했다. 항상 이렇게 데이트가 끝나고 나면 오빠는 우리 집 앞에 데려다주곤 했다. 처음엔 내가 한사코 거절했지만 몇 주 전 동네에 도둑이 든 적이 있어 요즘은 군말없이 같이 집에 가는 편이었다. 집 앞에 막상 도착을하면 서로 헤어지기 싫어 동네를 몇 바퀴 도는 일은 항상 있는 일이었다. 오늘도 다리가 뻐근해질 만큼 걸어 놓고는 또 집 앞에 서서 20분 째 헤어지지 못하고 있다.

 

 


"아 오늘은 진짜 보내기 싫다."
"어차피 내일도 볼 거면서……."
"진짜 확 청혼해버릴까? 그러면 하루종일 같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또 철없이 군다, 우리 현식이! 저 갈게요, 카톡해요!"

 

 

 

 오빠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잡고있던 내 손을 놓아주었다.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그 때 오빠가 흔들고 있던 내 손을 낚아채었다. 순간 내 몸의 무게가 앞으로 쏠려 오빠와 나는 엄청 가까워졌고, 오빠의 얼굴이 내게 밀착되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다. 이내 오빠는 내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대었다 떼고는 내 뒤통수를 끌어 귀에 속삭였다.

 

 

 

"이번에는 날 버리면 안 돼."

 

 

 

 오빠는 우리의 첫 만남 때 처럼 알 수 없는 말을 내게 남기곤 이해할 시간도 주지 않고 벌써 등을 보이고는 걸어가고 있었다. 무슨 뜻이지……. 아까 그 영화 남자주인공이 한 대사였나? 엘레베이터를 눌러 7층을 눌렀다. 묘한 기분을 뒤로한 채 집 앞에서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문을 열었다.

 매일 오는 집인데 오늘따라 분위기가 참 이상했다. 왠지 오늘 아침에 꾼 꿈도 갑자기 생각 나는 거 같기도 하고…….

 

 

 

"…… 설아."

 

 


거봐 오늘 그 꿈에서도 분명 설아, 하고 누가 계속 불러댔었다. 무슨 환청까지 들리는 거야.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웬걸, 누군가 거실에 앉아있었다. 불이 켜있지도 않아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찌만 창 밖에서 비치는 달빛에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은은한 달빛이 남자의 이마에서부터 콧대, 입술 그리고 턱까지 내려 앉았다. 언뜻보니 한복같은 걸 입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 남자는 내 쪽을 뻔히 응시하며 아빠 다리를 한 채, 두 손을 제 허벅지에 올려놓고 허리는 꼿꼿이 펴져있었다.

 

 

 

"ㄴ, 누구세요?! 112에 신고할 거예요!"
"설아."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저 정체불명의 남자가 방금 나에게 '설'이라고 했다. 뭐야 환청 아닌거야? 벌벌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뒤적거리며 핸드폰을 찾았다. 핸드폰은 잡히지 않고 잡다한 것만 잡혔다. 결국 핸드폰을 잡은 순간 그 인영이 성큼성큼 걸어 내게 걸어와서는 내 양 팔을 잡고 곧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 사람을 어서 내쫓아야 될 거 같은데 그새 그의 눈빛에 동화된 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슬픔이 묻어있는 것만 같은 긴 눈꼬리에 괜히 내가 마음이 시리고 아팠다.

 

 

 

"내 너를 찾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다시는 내 곁을 떠나지 말거라…."

 

 

 

 

 

 

+) 이게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소녀도 모릅니다.. 는 무슨 전부터 고전물 쓰고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

우리 육주몽께서 친히 이렇게 한복을 입어 주시다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원래 쓰던 게 있긴 있었는데 완전 고전이었어요ㅋㅋ 근데 제가 표현하기엔 제 지식수준이 넘 꽝이라 불가능할 거 같아서

내용을 조금 바꿨어요! 그래서 과거랑 현재 왔다갔다 하...고싶습니다...

똥손이 잘 표현해낼 수 있을런지...

 

그리구 우리 호칭 너무 예쁘죠 ㅠㅡㅠ 설이.. 설.... 진짜 너무 예뻐요 엉엉... 설들... 오좋하요♡!

 

항상 추위조심 건강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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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아아앙 자까님 이런글 취저 탕탕입니다ㅠㅠ♡
요번에도 좋은글 감사해요!!!!!!어마어마하게 기대됩니당ㅠㅠ
이글은 암호닉 혹시 안받으시나용..!!

8년 전
독자2
와 신안신이 떠서 왔는데 이런 금글이..!!개인적으로 사극 정말 좋아해요ㅠㅠ브금도 아련아련하고 앞으로 내용이 더 기대됩니다!
8년 전
독자4
헐 너무 좋아요ㅜㅜㅜㅜ이런분위기의 글 ㅜㅜㅜㅜ 현식이도 성재도 좋을것 같은데 어쩌죠...벌써걱정ㅋㅋㅋㅋㅋ
8년 전
독자5
ㅠ ㅜㅠㅠㅠㅠㅠㅜㅜㅜ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ㅜㅠ 헐 좋아여ㅠㅠㅠㅠ
8년 전
독자6
좋아여 이런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여 작가니뮤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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