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거미 - 미안해요 하늘이 어두웠다. 곧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아 창문을 닫았다. 보라색 비닐우산 하나 챙겨들고 문 밖을 나섰다. 손목에 찬 시계를 한번 바라보고 걸음을 재촉했다. 또 늦어버리면 화를 낼 찬열이 눈 앞에 생생했다. 거의 뛰다시피 걸어서 그런지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찬열을 기다리며 애꿎은 신발만 바닥에 비벼댔다. 곧이어 우르릉 소리가 들렸다. 천둥이 치니 비가 쏟아졌다. 손에 든 우산을 펴들고 주차된 차 옆에 멀뚱히 서있었다. "변백현" 아, 언제 왔지. 우산도 쓰지 않고 그대로 비를 맞는 찬열의 모습에 급히 우산을 씌웠다. 비 맞잖아. 행여나 감기에 걸여서 고생이라도 할까 걱정이었다. 비에 젖은 찬열의 앞머리가 무거웠다. 앞머리를 타고 흐르는 빗물에 시야가 가려질까 옆으로 넘겨주려 손을 들었다. 팔꿈치에 무언가 걸렸다. 찬열의 품 안에 무언가와 맞부딪쳤다. 울음소리가 들렸다. 앵앵거리는 목소리가 빗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이게 뭐야. 급하게 품 속을 쳐다보았다. 설마. "변백현" "뭐야" "변백현" "누구야" "변백현" "내 이름 그만 불러!!" 앵앵거리는 울음소리는 내 예상에 딱 들어맞았다. 자켓 안에 안겨있는 아이가 불편한 자세에 크게 울어재꼈다. 아, 또. 또 아이가 생긴거야 찬열아? 우산을 들고 있던 팔에 힘이 빠져나갔다. 벌써 두번째야. 아이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제 어미를 찾고 있는 거겠지. 초점 없는 눈으로 아이의 아빠를 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품 안에 아이를 더욱 세게 안으며 비를 막았다. "찬열아" "두번째야." "두번째라고. 알아들어?" "미안하다" "이게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 일이야?" "첫 아이는 기억나?" 너의 첫 아이는 기억은 하니? 하늘나라로 떠난 그 아이 말이야. 죄인은 답이 없었다. 기억하겠지. 그때도 나에게 덜컥 아이를 맡기며 키워달란 말 한마디만 남기고 떠났잖아. 찬열의 첫 아이는 제 엄마를 찾으며 뛰어다니다 차에 치어버렸다. 그래도 찬열의 아이란 생각에, 7년을 사랑한 남자의 아이란 생각에 혼자 숨어 내 아이처럼 키웠는데 허무하게 떠나버렸다. 친부모는 아니였어도 큰 상실감에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아이는 키우지 않겠다 다짐한게 엊그제 같은데 또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었다. "내가 베이비시터야?" "내가 파출부야?" "난 대체 언제쯤에야 네 애인이 될 수 있는건데?" 마음으로 낳은 아이를 잃었던 슬픔, 나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며 아이를 낳아온 찬열에 대한 배신감, 이런 찬열에게 정을 뗄 수 없는 나 자신에 대한 원망. 감정들은 뭉치고 뭉쳐 눈물로 터져나왔다. 난 언제쯤이면 너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찬열아 나는," "나는 안될 것 같아.." "아이는 엄마한테 다시 보내." "백현아" "염치 없는거 알지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부탁한다" "아이 버릴 순 없잖아..애 엄마가 도망갔어" "아이 좀 맡아줘...부탁이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너무 울었던 탓인가, 아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비 오는 골목에 남겨진 셋은 누가봐도 처량할 정도의 그림이었다. 아이 줘..갈라진 목소리가 입술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찬열이 고개를 들었다. 한참을 가만히 있다 품 속에서 꺼낸 아이를 전해주었다. 제 아빠를 꼭 닮은 아이가 울음을 멈췄다. 훌쩍이며 내 품속으로 파고드는 아이때문에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나는 왜 아직도 박찬열을 매몰차게 떼어낼 수 없는가. "고마워..정말 고마워." "정말 고맙다 백현아..내일 너네 집 들를께." 들뜬 목소리로 말을 끝낸 찬열이 가버렸다. 내게 아이를 맡겨 놓으면 넌 또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겠지. 굵은 눈물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떨어트린 우산을 주울 손이 없어 그대로 버렸다. 아이가 비 맞지 않도록 더 품에 안아 열지 않는 슈퍼 앞으로 가 비를 피했다. 어느새 아이가 잠이 들었다. 아가, 아가야. "아가야" "내가 널 키우면 네 아빠가 날 봐줄까?" 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 BGM은 갑자기 끌려섴ㅋㅋㅋㅋ선곡한거에요...(부끄) 망작이지만 댓글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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