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근엄한 아빠 도경수 애교쟁이 엄마 변백현 선비 아들 수현 8 경수와 백현은 결혼 10년 차 부부다. 견실한 기업의 부장으로 역임 중인 남편에 두 사람을 사이좋게 나눠 닮은 아들까지. 본인도 한 가닥하는 미모의 소유자이므로 백현은 동네 아주머니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게다가 그 아들, 8세 남아치고 조용한데다 책을 좋아하는 경수를 빼닮은 아들 수현은 도선비라는 별명까지 붙은 소문난 똑쟁이 어린이로 학부모회에 가기만 하면 백현은 아들 칭찬을 듣느라 바빴다. 몇 달만에 세 식구가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새로 맡은 프로젝트 때문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경수가 근 한 달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날. 많이 엄한 편인데도 아빠를 무지 좋아하고 존경하는 수현이는 한껏 텐션 업되어 재잘재잘 떠들었다. "수현아, 이거 멸치도 먹어야지." "시러." "이거 먹어야 되는 거야. 그래야 몸도 튼튼해지고 키도 쑥쑥 크지이." "안 먹어! 맛 없어!" 평소엔 잘 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아빠와 저녁을 먹어서 기분이 좋아졌는지 수현이 반찬투정을 다 한다. 간만에 어린이다운 모습에 백현이 얼굴에는 미소가 퍼졌지만 문제는 아빠 도경수가 가만히 어리광을 다 받아주는 어른이 아니라는 사실. "도수현. 지금 뭐하는 거야." 젓가락을 딱 내려놓은 경수가 엄한 목소리로 수현을 혼내켰다. 울상이 된 아이가 엄마를 올려다봤지만 백현은 수현의 눈길을 피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원체 선비같은 성품인 수현이 잘못하는 일도 자주 없었지만 그래도 애는 애인지라 때때로 이렇게 실수를 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경수는 따끔하게 혼을 냈고 백현은 한 쪽으로 물러나 있다가 경수가 "네 방으로 들어가." 말을 하면 수현의 뒤를 따라가서 훌쩍이는 아이를 달래주곤 했다. 그래, 그래도 애는 애였다. 엄마 품에 안겨서 아빠가 이랬고 저랬고를 코 맹맹한 소리로 일러바치고 빽 울다가, 백현이 조곤조곤 아빠가 왜 이렇게 말씀하셨는지를 타일러주면 금세 눈물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영민한 아이였기에 제가 잘못을 한 걸 잘 이해하고 반성도 했다. 백현이 자리에 뉘여 재우면서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 잘못했어요, 하는 거예요?" 하면 백현을 따라서 밝게 웃고 여즉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잠에 드는 거였다. 아이의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려서 잠을 재워놓고 나면 더 어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수야?"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경수가 독서등을 켜놓고 침대에 기대 앉아 두꺼운 서류를 읽고 있다. 행여 심기를 거스를까 문도 소리나지 않게 닫고 이불을 살짝 걷어 경수의 옆에 몸을 붙이면 경수가 힐끔, 백현을 본다. "애는." 경상도 남자도 아닌데 참 저리도 무뚝뚝할까 싶다. 아는. 밥도. 자자. 뭐 이런 경상도 남자의 표본인 경기도 남자(원산지:고양). "수현이 지금 자. 경수야 수현이랑 얘기해봤는데에~" "자면 됐어." 말을 톡 자른다. 할 말만 딱딱하는 남편이 일할 땐 한없이 멋있다가도 이럴 땐 정이 똑 떨어진다. 그래도 어쩌겠어. 하늘같은 남편이신데. 합. 스스로 기합을 넣은 백현이 잔뜩 콧소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에이, 경수야아. 화나써?" "화 안 났어." 또 딱딱하게 대답한다. 에잇, 모르겠다. 책장을 넘기는 경수의 손을 턱 붙든 백현이 경수가 보던 서류를 덮어 내려놨다. 의아해하는 경수를 빤히 보며 제 머리 위에다 두 손을 갖다대고는 두 손가락을 연신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귀여운 모션을 취한다. 덤으로 빠르게 깜박이는 눈까지. "풉, 흠흠." 너무너무 귀여운 토끼같은 마누라 때문에 웃음이 터진 입가를 주체하지 못한 경수가 불을 탁 끄고 몸을 돌려 누웠다. 눈치없는 변백현. 경수의 화가 다 풀린 줄도 모르고 남편이 진짜진짜 속상했나봐아 하면서 어쩔 줄 몰라한다. 아아, 몰라 몰라. 마지막 필살기다! "뭐하는 거야?" "아잉 여보야아 화 풀어라, 응? 응? 배쿄니가 사과하께요. 우리 여보 화푸세요오. 네? 네?" 경수의 팔 한 쪽을 번쩍 처들고 그 틈을 파고든 백현이 마구마구 애교를 떨어댄다. 웃음이 확 터진 경수가 백현을 품에 가득 안고 이마에 입을 쪽쪽 맞춘다. "너 진짜... 너 땜에 못 산다." "으앙. 왜애." "어디서 이렇게 이쁜 게 굴러 들어와가지구." "히힛. 화 다 풀려찌 경수야? 응?" "글쎄." 의미심장한 경수의 표정에 뾰로통해진 백현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자 동그란 코 끝을 앙 문 경수가 백현을 확 돌려 눕히며 말했다. "오늘 진짜 혼날 줄 알어, 변백현." - 엄머, 이 바람직한 오백이들 보게. 예고햇던대로 찬백이네보다 오백이네가 먼저와쪄염 찬백이네 뭐하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애 이름이 도수현ㅋㅋㅋㅋ도수코가 생각나는 건 나뿐인가봅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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