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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인순이 미어캣 짝꿍 님 감사해여ㅕㅎㅎㅎ |
![[EXO/세훈] 너를 듣고 上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6/6/96634f486177acc5e46d27eaffd6d059.jpg)
[EXO/세훈] 너를 듣고 上
벌써 데뷔 5년차, 이제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인기 걸그룹 OMG의 막내 징어가 한참 솔로활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5주년 기념, 이라며 색다른 컨셉으로 나가기를 원하셨고, 그래서 늘 하던 것처럼 징어가 쓴 곡으로 활동하지 않고 신인작곡가의 곡을 받아 앨범을 구성하기로 했다.
징어의 앨범이니만큼 곡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징어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따라, 익명으로 참가한 신인 작곡가들의 노래를 하나하나 틀어보며 심사숙고했다.
1번 패스.
2번 패스.
3번도.
이거 노래 누가 고른거야? 진짜 한대 치고싶네.
5년간의 아이돌 생활로 웬만해선 성격 죽이고 살던 징어는, 네번째 곡을 듣자마자 욕설을 내뱉었다.
귓구멍이 어떻게 됐대? 지원한 곡만 이백곡이 넘는다며. 추린게 이거라고? 다른건 뭐 도레미파솔 다섯음으로 대충 동요 찍어보내듯 보냈대? 디질라고 이것들이. 이따위로 일해놓고 월급을 받아?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하던 징어를 보고 매니저는 혈압 조심하라며 가까스로 징어를 말렸고, 요즘 프로듀서로 후배 가수들을 키우느라 통 잠을 못 자서 예민해진 징어는 지원한 곡 다 내 메일로 보내요. 하고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들어갔다. 자기 곡이라면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고치고 아예 버리고 할 수 있지만, 남이 쓴 곡은 아예 생소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들어보지 않고선 알 수가 없었다.
'사장님. 204번 노래 타이틀 갈게요. 작곡가 내일 미팅 잡아줘요.'
짧게는 20초, 길게는 노래 한 곡을 다 들으며 징어는 자그마치 289곡 중에 204번째 곡을 듣고, 그 노래를 선택했다. 징어가 늘 써보려고 노력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좀 부끄럽기도 하고 오글거린다며 포기한 풋풋한 사랑노래 멜로디였다. 게다가, 가이드 녹음을 한 남자 목소리가 마음에 드는 징어였다. 이런 곡을 쓴 사람은 아마도 여자 작곡가가 아닐까 생각하던 징어는 머리가 띵해오는걸 느끼며 작업실 간이침대에 누웠다.
많은 노래를 들었지만, 잠에 들 때까지 징어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멜로디는 딱 204번 하나였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간이침대에서 일어난 징어는 작업실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남자를 보고 흠칫 놀랐다. 뭐..뭐예요...? 팬인가? 점잖기로 소문난 팬들이 회사까지 쳐들어 올 일이 없는데. 징어는 침대맡에 놓아둔 핸드폰을 확인했다. 시간은 오후 두시. 자그마치 아홉시간을 잔 것이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장님의 문자에는 '오후 한시. 작업실.' 이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아. 작곡가님이시구나.
네. 참 잘 자시네요. 어제 늦게 주무셨나봐요.
깨울법도 한데, 워낙 공식적으로 바쁜 징어이기에 깨우지 않고 한시간 가량을 기다린 모양이었다. 징어는 괜히 미안해져 대충 옷 매무새를 다듬고 기다리던 이의 맞은편에 가 앉았다.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자구나.
첫인상이 별로죠? 오징어예요.
당연히 알죠. 오세훈입니다.
오세훈. 남자와 참 잘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징어는 생각했다. 세훈은 어딘가 차갑지만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세훈과 이것저것 말을 나누던 징어는 가이드 녹음을 한 사람이 세훈이라는걸 눈치챘다. 오세훈이라는 사람은 징어의 예상이 전혀 빗나가는, 미지의 사람같았다.
세훈씨가 쓴 곡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그 뒤에 더 좋은 노래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안들어봐서 후회는 안하구요. 저랑 작업하시기 까다로우실수도 있는데 괜찮으시면 그 곡 주실래요?
징어는 세훈에게 곡이 마음에 든다며 적극적으로 프러포즈했고, 세훈은
그거 오징어씨 생각하고 만든 곡이라서요. 징어씨 아니면 부를 사람 없어요.
하며 사뭇 설레게 프러포즈를 승락했다. 이제부터 작곡가와 가수로서 앨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하는 징어와 세훈은 서로의 번호를 교환했고, 첫 작업을 다음주로 잡았다.
막내의 솔로앨범 첫 작업 소식을 들은 멤버들은 모두 따라가겠나고 나섰지만, 집중 안된다는 단호한 징어의 말에 결국 입이 뾰루퉁하게 나와서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작곡가 잘생겼다길래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우리막내 데뷔초엔 안그랬는데. 초심을 잃었네.
언니들이 귀찮아졌나봐.
늙었으면 시집이나 가야지.
징어는 그런거 아니라며 대충 멤버들을 달래놓고 세훈의 작업실로 갔다. 회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세훈의 작업실은, 징어의 것과는 다르게 조금 허술하고 좁았다. 세훈과 징어 두 사람이 작업하기에 알맞은 공간이라 멤버 넷에 매니저까지 함께 왔으면, 정말이지 숨도 못 쉴뻔 했다고 생각했다.
아직 작사가 끝나지 않은 노래라 세훈과 징어가 합심해서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나란히 앉아서, 사랑노래 가사를 쓰려니 징어도 세훈도 좀 꽁기꽁기해지는 모양이었다. 좀 쉴까요? 세훈이 먼저 말을 건넸고, 그럴까요, 하고 대답하며 징어는 세훈을 바라봤다. 제법, 가까이에서 세훈의 얼굴이 보였다.
나 오징어씨 팬이예요. 저기 봐요.
세훈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차마 보지 못했던 징어의 앨범들이 미니 1집부터, 심지어 회사 아티스트들이 모두 참여한 앨범까지 모두 진열되어있었다. 아닌척 덤덤한척 하던 세훈이, 자신이 손수 작업한 앨범을 샀을 생각을 하니 괜스레 웃음이 나는 징어였다.
징어는 장난을 칠 심산으로, 제 왼쪽에 앉아있는 세훈의 귀에 속삭였다.
내가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세훈은 깜짝 놀라 징어에게서 떨어졌다. 징어의 입술이 살짝 세훈의 귀에 닿았다 떨어진 것이다. 평소엔 동경하던 가수로, 이제는 제 곡을 받은 곡 의뢰인으로, 함께 작업을 하는 동료로. 세훈이 상상하지도 못할만큼 징어와 가까워졌고, 지금 이 좁은 작업실에 단 둘만 있으니 세훈은 괜히 더 덥게 느껴졌다.
뭐라고 했어요?
세훈이 되물었다. 징어는 그런 세훈을 보며 장난스레 웃었다.
에이, 젊은사람이 귀가 그렇게 안들려서 쓰나. 말 안 해줘야지~
기지개를 피며 말하는 징어 뒤에 햇살이 쏟아졌다. 세훈은 어쩌면, 그동안 징어를 향해 동경이라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하나둘씩 변해가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는지도 몰랐다. 세훈은 제 스스로를 믿지 못할 것 같아, 다음부터는 그냥 징어의 작업실에서 만나자고 했다. 왜냐며 이유를 묻는 징어에게, 그냥, 좁고, 더우니까. 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징어는 익숙하지 않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게 느껴지는 세훈의 작업실에서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괜히 싫다고하면, 단 둘이 좁은 작업실에 있는걸 좋아하는 여자라고 오해를 할까봐 알겠다고 말했다.
징어의 컴백 날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세훈과 마음이 잘 맞은 징어는 지금까지 자신이 써 온 곡들 만큼이나 세훈과 작업한 곡에 애착이 갔다. 순위욕심이 별로 없던 징어는, 나 이번에 꼭 1위할거예요, 하는 말을 버릇처럼 내뱉었다. 세훈이 만든 곡으로 1위를 한다면 분명히 세훈도 좋아할 것이고, 기뻐하는 세훈의 모습이 보고싶었다. 결국,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은 징어였다.
>내일 컴백이네. 잘해요.
<응. 세훈씨, 나 1위하면 뭐 해줄래요?
>내가 뭘 해줘야해요? 곡 써줬는데?
<에이 그런게 어디있어요. 내가 저작권료 벌게 해주는데. 그러지말고, 나 1위하면 우리 말 놓고 지내요.
>1위 가수 꿈이 소박하네. 알겠어요. 푹 자요 내일 실수 안하게.
징어는 기분이 좋아져 세훈의 문자를 보고 또 봤다. 룸메이트인 멤버 수정이 그만 좀 봐라, 닳겠다. 하며 웃었다. 이제 연애금지도 풀리고 징어 곧 남자친구 생기겠네. 하며 놀리는 수정에도 아무 관심 없다는듯, 징어는 세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세훈씨도 잘 자요
차마, 내 꿈 꿔요 라고는 못하는 징어였다.
언니.
응?
나 부끄러운가봐.
뭐래는거야. 오세훈씨?
좋아하나봐.
내일 컴백인데. 수면 부족으로 인해 내일은 코디 언니들이 수고를 해 줘야 할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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