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아, 나 왔어. "
작업에 열중하던 지훈이를 톡톡 두드리며 입을 벙긋거리면 그제야 헤드폰을 벗으며 구기고 있던 몸을 펴는 지훈이었다.
벌써 몇 시간째 꼼짝도 안 하고 작업을 하던 지훈이의 충혈된 눈을 안쓰럽게 쳐다보다 아까 사온 인공눈물을 손에 쥐여줬다.
" 아무리 바빠도 이거 한 번 씩은 좀 넣자 응? 너 지금 눈 너무 빨개 지훈아. "
" 알았어 그럴게, 걱정돼서 이까지 온 거야? "
" 그럼, 당연하지. 남자친구가 며칠을 이렇게 작업실에만 들어앉아서 얼굴도 안 보여주는데... "
삐친 척 입술을 내밀며 팔짱까지 끼니 지훈이는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짧게 입을 맞췄다.
그거에 풀린 나는 또 헤헤 웃으며 지훈이를 위해 준비한 도시락을 꺼냈다.
" 이게 다 뭐야, 봉아. "
" 뭐긴, 우리 지훈이 많이 먹고 쑥쑥 크라고 내가 준비해왔지~ "
" 어쭈, 까분다.
지훈이가 좋아하는 햄 넣은 계란말이와 장시간 앉아있는 지훈이를 위해 준비한 반찬들로 가득했다.
지훈이는 골고루 이것저것 다 먹고는 늘 예쁘게 웃으며 다음에도 해달라며 칭얼거렸다.
" 하여튼 햄 넣은 계란 말이라면 사족을 못 써요. "
" 네가 해줘서 더 맛있는 것 같아, 다음에 또 해주기. "
" 뭐 그건 생각해보고. "
작업실 한 쪽에 위치한 간이침대에 나를 앉히고 지훈이는 작업 공간으로 가 곧이어 부드러운 멜로디를 흘려보냈다.
가만히 그가 작업한 곡을 듣고 있자니 지나간 우리의 추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그제야 눈을 뜨고 지훈이는 뿌듯한 듯 웃으며 내게 물어왔다.
" 어때. "
" 음... 너랑 나 같아. 우리가 같이 보냈던 시간이랑 비슷해 느낌이. "
" 와 이제 칠봉 듣는 귀 높아졌네, 어떻게 딱 알아맞히냐. "
" 천재 프로듀서의 여자친구가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어? "
" 아 그 천재 소리 좀 하지 말라니까... "
" 알았다, 알았어. 근데 갑자기 왜 이런 곡을 썼대? "
" 그냥, 너 보면 곡이 떠올라. "
" 와! 그럼 나 천재의 뮤즈네? 천재의 뮤즈 칠봉! "
" 어련하시겠어, 가자. 데려다줄게. "
오랜만에 잡은 지훈이의 손은 따뜻했고 또 부드러웠다.
그렇게 두 손을 마주 잡고 길을 걷고 있다 갑자기 넘어진 지훈이를 붙잡아 일으키곤 걱정스레 물었다.
" 야... 조심 좀 하지, 괜찮아 응? "
" 아 괜찮아, 아 무슨 돌이 이런 데에 있냐 쪽팔리게 진짜... "
" 아니야, 귀여웠어. 진짠데? "
" 어휴 이걸 그냥 콩 때릴 수도 없고... "
배시시 웃으며 지훈이의 손을 다시 잡았을 땐 넘어지면서 조금 쓸렸는지 아까와는 달리 까칠했다.
나는 그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단 것을 눈치챘어야 했다.
지훈이의 곡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작업실을 찾았다.
나는 피아노를 전공했기에 종종 지훈이의 곡에 참여하여 연주를 하곤 했다.
오늘도 다름없이 피아노 앞에 앉아 이것저것 펴보고 있으면 마이크를 타고 지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봉아 준비됐어? "
그에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지훈이의 신호에 맞춰 연주를 해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연주를 멈추라는 지훈이의 말에 그를 쳐다보았다.
" 봉아 그 부분 다시 쳐봐. 계이름 잘못 본 거 아니야? "
아무리 봐도 내가 실수한 부분이 없어 헤드폰을 벗고 지훈이에게 향했다.
" 지훈아, 틀린 곳 없는데? "
그러자 지훈이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악보를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작업할 때만큼은 엄한 지훈이라 나름 긴장을 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지훈이의 실수라고 했다.
" 미안 봉아, 내가 잘못 봤나 보다. "
" 아 놀래라 정말... 저 다시 녹음 들어갈게요! "
그 후로 순조롭게 녹음을 마친 나는 나오자마자 지훈이에게 향했다.
피곤한지 내가 녹음 끝내는 것을 끝까지 보곤 눈을 감아버린 지훈이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옆에 앉아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있으면 내 손을 살며시 잡아 내리곤 꼭 붙잡는 지훈이었다.
" 오늘도 잘했어. "
" 새삼스럽게 뭘... "
지훈이는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피식 웃더니 내 손을 잡은 오른 손을 두고 남은 한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렸다.
" 또 눈 아파? "
" 어 조금. 오늘 모니터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봐. 신경 쓰지 마. "
" 그래도... "
요즘 부쩍 지훈이는 눈을 자주 아파했다, 충혈되는 것이 일쑤였고 글자를 잘못 보는 일도 허다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지훈이를 데리고 안과를 가볼까 했으나 프로듀서인 그가 눈에 이상이 생겼다고 와전될 수도 있기에 나는 참아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고 여전히 시간은 가고 있었다.
늦은 밤 울리는 초인종에 나가보니 술을 마셨는지 약간 상기된 볼을 한 지훈이가 보였다.
서둘러 문을 여니 내게 폭 기대오는 지훈이를 겨우 집 안으로 들였다.
" 이지훈... 술 마셨어?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응? "
" 그냥, 작업도 끝나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마셨다. "
" 술 마시고 곱게 집으로 가지, 왜 굳이 우리 집으로 왔대? "
" 네가 보고 싶어서. "
오늘 뭔가 지훈이는 저기압이었다, 분명 저기압인데 그는 자꾸 억지로 자신을 끌어올리려 하고있었다.
꿀물을 태우러 갔다 온 사이 지훈이는 잠들어 있었다.
외투라도 벗겨줘야 할 것 같아 외투를 벗기고 정리를 하려는데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 꾸깃꾸깃한 종이가 잡혔다.
영수증인가 싶어 꺼내 버리려 했지만 나는 종이에 쓰인 글자에 행동을 멈추고 말았다.
분명 안과에서 받은 처방전이었다. 왜? 지훈이가 왜 내게 말도 없이 안과를 갔을까.
나는 처방전에 적힌 모든 글자를 알아내려 애썼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 종사하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알아내고 말았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내내 나는 쉴 새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혼자 비밀스럽게 안과를 갔고 검사를 받았고 그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고 그래서 지훈이는 술을 그렇게나 마셨다.
상대방은 내게 자꾸만 헛소리를 했다, 아주 위험하다고 앞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나는 그 헛소리를 더 이상 듣기 싫어 전화를 끊고 말았다.
그런데 왜... 그 헛소리가 자꾸만 진실로 들리는지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소파에 술 취해 잠든 지훈이와 지훈이가 못 듣게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입술을 물어 피가 나버린 나와 진위를 알 수 없는 헛소리만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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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예고했던 제 두 번째 연재작이 시작됐습니다 하하!
아 음... 네...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이 되지만 ㅠㅠㅠㅠㅠㅠ 최대한 열심히 연재할 계획이에요!
제목의 뜻은 나중에 질문들이 들어오면 함께 모아서 알려드릴게요! 헤헤
여러분 혹시나 정말로 감수성이 풍부하신 봉봉이 계시다면 휴지 조금은 챙겨두셔야 할 작품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막 슬픈지 모르겠어요ㅠㅠㅠ
전 그런 걸 바라며 쓰는건데ㅠㅠㅠㅠ (작가무룩)
아무튼 새작 LMM도 잘 부탁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암호닉 신청, 신알신 모두 다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 봉봉이들 명단♥
♥[뿌존뿌존/순제로/비둘기/원우야/유현/흰둥이/슈오/세하/고양이의 보은/무기/명호엔젤/수녕하트/들국화
뒷구름봉/코코팜/지유/뿌씅꽌/규애/이과민규/천상소/뿌라스/세봉아 사랑해/ 토마토/한라봉/봄나무/별/윤/경상도/지하/원우야밥먹자/아이닌/너구리]♥
혹시라도 빠진 봉봉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