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네가 만든 네 남친 김석진"
"님, 구라도 작작치세요. 제가 언제 그딴 걸 만들었ㄷ," 이 망할 개새끼는 또 뭐지? 강도가 아니라, 내가 만든 남친이라고? 내가 언제 그런 걸 만들ㅇ, 설마 씨바아아아!!! 제 앞에서 자신이 남친이라고 우기는 어깨만 오지게 넓은 남정네를 두고 나는 곧장 어제 내가 했던 미친 짓의 근원인 망할 병이 올려져있는 창가로 굉음과 함께 뛰어갔다. 뛰어가서 보니 내가 찾으려던 병은 온데간데 없고 쓸데없는 먼지만 가득히 쌓여있었다. "ㅂ,병이 없어... 이건 꿈이야!!!!!!"
"시끄러워 꿈 아니니까, 지랄 떨지말고 이리 와서 얘기나 해"
"하아...그래 얘기,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아까의 설레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가뜩이나 남준 오빠 때문에 빵탄소년단의 굥기라는 친구의 피부처럼 새하얗던 내 머리속은 제가 만든 남친이라고 주장하는 저 망할 놈의 새끼 때문에 더욱 하얘졌다. 아무생각이 들지 않았다, 갑자기 나에게 급똥처럼 몰려온 이 상황이 뭐같았다. 표정을 있는 채로 썩힌 채 강제남친인 김석진에게 다가가자, 내 표정을 본 듯 가뜩이나 건방졌던 표정이 더 굳혀져 싸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너 지금 상당히 맘에 안 드나 보다? 나든, 이상황이든"
"이 새끼, 눈치도 겁나 빠른 거 보소. 너 같으면 이 상황이 좋은 상황이니? 난생처음 성공적인 소개팅을 한 후 들뜬 마음으로 집에 왔더니 이름도 모르는 사내자식이 제 집 안에서 제가 네가 만든 네 남친이야라는 개소리를 내뱉고 있는데 이 상황이 좋게 받아드려지겠냐고! 차라리 나보고 빠수니질을 그만두라고 해! 아, 이건 말실수... 차라리 밥을 먹ㅈ, 이것도 실수 아무튼 어! 이게 말이나 되냐고!" 난 그렇게 처음보는 남정네 앞에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속에 있는 모든 말을 다 내뱉었다. 사실 중간 중간 일그러져가는 김석진의 표정을 발견했지만, 뒷일을 생각하지 않은 채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지랄발광을 다 떨었다. 김석진은 제 말에 토달지 않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내가 말을 더이상 잇지 않자 김석진은 이제 다 지꺼렸냐라는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네 상황이 어찌 됐건, 네가 네 손으로 나 부른 거 아니냐? 네가 한 짓에 네가 책임져야지. 나이 스물 먹고 책임감 하나 없으면 안 되지. 내가 내 발로 온 게 아니잖아? 네가 분명 네 두 손으로 약물 섞고 가루 넣고 온갖 쇼를 다했을 텐데, 이제와서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내가 네 소개팅본다는 건 어찌 알아. 지금 나로서도 굉장히 당황스러운 루트라는 건 생각 안 하냐 김탄소? 내 말에 문제 있냐?"
"ㅇ, 아니..." 솔직히, 김석진 말이 맞았다. 김석진의 말은 반박을 못 할 정도로 논리정연했고 완벽했다. 지금 내 상태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아마 기빨렸다라는 말이 정확할 거다. 완전히 김석진에게 기가 빨렸다. 망연자실했고, 하루만에 많은 일들이 펼쳐져 당황스러웠고 무서웠다. 술은 인생의 웬수였다.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물건이다. 음식이라고 칭하기도 싫었다. 그냥 이 상황에 놓여있는 내가 싫었다. 영혼없이 벙찐 상태로 김석진을 바라보자 김석진은 차분히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원래, 엎지러진 물은 다시 못 담는 법이야. 김탄소 네가 지금 백날 후회해 봤자 돌이킬 수 없는 거라고. 후회해도 소용없어, 받아드려 지금 이 상황. 내 말이 네 귀에 귓등으로도 안 들리는 거 아는데 토달지 말고 받아드려, 그게 최선이야." "...ㄱ,근데 너 뭔데 나한테 계속 반말하냐?" 역시 나는 호구 중 상호구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위아래를 구별하려하는 내 자신이 경의롭기 그지없었다. 김석진도 이런 제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김탄소, 내가 너보다 4살 더 많은데. 까먹었냐? 네가 이 종이에다가 역시 남녀는 4살차이가 나야 환상의 궁합이라고 싸질렀잖아." "...아, 야 그거 내 놔!!" 김석진이 들고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내가 만취 상태로 싸질러나갔던 이상형 종이였다. 저걸, 김석진이 가지고 있을 줄이야. 당장 빼았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은 나는 앞뒤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김석진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내 행동이 김석진은 불쾌했는지 자신의 큰 키를 이용해 종이를 머리 위로 뻗어 올렸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어깨를 잡은 후 나를 아래로 뚫어지게 쳐다봤다.
"야, 김탄소 네가 물어봤듯이 내가 너보다 4살이 많아. 기어오르지 마. 아까 그놈한테는 꼬박꼬박 오빠라 부르더니, 나한테서는 오빠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 곱게 오빠라고 부르자. 김탄소" "ㅇ,어...아니 네" 또 기가 제대로 빨렸다. 김석진은 생각보다 더 권위적이었고 무서웠다. 어렴풋이 제가 적은 이상형에는 그런 성격이 없었는데라는 생각이 든 순간 이 망할 놈의 호기심은 김석진 아니, 김석진 ㅇ,오빠에게 끊임없는 도발을 하게 만들었다. "제가 적은 이상형에는 ㄴ, 아니 ㅇ,오빠같은 성격은 없었는데요...?"
"내 성격이 어떤데" "...ㅆ,싸가지가 없ㄷ...죄송합니다." "이 새ㄲ, 아, 여자지 너. 김탄소 넌 과유불급이라는 말 모르냐" "내가 그거 하나 모르겠어요? 그게 갑자기 왜 나와요!"
"너, 그 가루 아주 싹싹 긁어모아서 담았더라?" "...아? ㅅ,설마..." "그 가루가, 밸런스를 좌우한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나 봐?"
"...예? ㅂ,밸런스라니..." 석진의 말은 상상을 초월했다. 석진의 말에 의하면 내가 어제 싸그리 모아 집어넣은 그 가루는 성격이나 그 사람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좌우하는 것이었고 나는 사용설명서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좋은 건 많이 많이 넣자며 싹 다 집어넣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을 사람들은 흔히 좆됐다라고 한다. "그럼 싸가지가 있어야죠 아주 가득! 그리 많이 넣었으면! 아 몰라요 없던 일로치면 안 돼요? 그냥 무효로 해 달라고요!" "네 지금 장난ㅎ," '띠링 띠링 띠링' 되도 않는 억지를 부르는 제 말에 김석진이 화를 내려는 그 순간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내 휴대전화에서는 벨소리가 울렸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확인해 보니, 발신자는 다름 아닌 남준이었다. 김석진도 남준 오빠라는 네 글자를 봤는지 표정을 굳혔고, 나는 일단 무턱대고 남준 오빠의 전화를 받았다. '네, 오빠.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다름이 아니라. 문자 준다는 애가 답이 없어서 걱정되서 전화했지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잊고 있었다. 김석진과 대항하느랴, 문자를 주겠다는 남준과의 약속을 까막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나타난 저 싸가지 없는 놈도 한없이 다정한 남준 오빠도. 나는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했기 때문에 아무 일 없다며 남준에게 대충 둘러댄 후 알바가 없는 수요일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 그러면 ㄱ,' 제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사라졌다. 놀란 눈으로 석진을 바라보니 석진이 굳은 표정으로 제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린 후 간의 쇼파로 던져 버렸다. 나는 그런 석진의 행동이 너무나도 무례하다 느꼈고 화가 났다.
"이런 씨,ㅂ!!!! 이게 뭐하는 짓이야! 미쳤어?"
"너야 말로 이게 뭐하는 짓이야. 말 예쁘게 해" 김석진의 표정을 보니 저처럼 단단히 화가 난듯 했다. 하지만 지금 제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 김석진의 행동이 어처구니 없었다. 방금 전화는 다른 사람도 아닌 남준이었고, 분명 남준은 이런 제가 걱정될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더욱 이 행동에 격노할 수밖에 없었다. "전화 왜 뺐냐고! 그 전화가 무슨 전화인 줄 알고!!!!" "아까 그 새끼잖아" "네가 뭔데 남준 오빠를 그 새끼라고 해?"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다, 걔도 나처럼 네 오늘 처음보는 사이고 무엇보다 너랑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맞다, 사실 제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말하는 석진이나 오늘 좋은 감정을 느낀 남준이나 다 오늘 처음보는 사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준과 나는 호감은 가지고 있을지라도 아직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다. 그래도 남준과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건 아니라 생각된 나는 이건 아니지 않냐며 다시 따지기 시작했다. "미래에 사귈 수도 있잖아! 그리고 처음 보는 사이일수록 더 이런 거에 조심해야 한다고! 그리고 너는 뭔데!" 하지만, 이런 내 말이 가소롭다는 듯 헛웃음을 친 석진은 다시 내 말을 되받아쳤다.
"지금 김탄소 네 현 남친"
"누구 맘대로! 언제부터! 내 남친이 너냐고!" 김석진 입에서 나오는 말 한 마디는 한 마디는 나를 경악시켰고 멘탈붕괴를 초래했다. 고삐 풀린 망나니처럼 날뛰는 나와 김석진은 이런 제 행동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내 말에 대답했다. 그리고 내 마지막 물음에 대한 김석진의 답변은 충격을 금치 못하는 수준이다 못해 나의 뇌를 그대로 뇌사상태로 만들었다.
"네가 저 박스를 여기에 들인 그 순간부터, 그니까 토달지 말고 남준이라는 새끼 수요일에 만나러 가지 마. 김탄소."
오늘 4화까지 쓰느랴 머리도 아프고 손에 땀이 차네요. 모바일로 쓰는 건 너무 힘듭니다. 1화부터 3화까지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리고요. 암호닉 신청하시고 싶으시다면 얼마든지 신청하세요! 저 주제에 뭘 가립니까! 읽으신 뒤 짧은 감상평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히 읽고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댓글만 보면 힘이 나요... 아무튼 여러분 사랑합니다(하트) 남친 키우는 너탄들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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