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망상] 기성용 / 6년 3개월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a/2/a/a2ae087438aa5fa515c362786c7ff275.jpg)
6년 3개월
"우리 그만하자"
내 말에 이젠 너 지쳤다는듯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나를 쳐다본다. 6년 전 나를 향해 초롱초롱 했던 니 눈은 이제 나에게 질렸다는 걸 말해주듯이 많이 차가웠다. 많이 바뀌었다. 우리 둘은 니 눈빛, 그만큼 서로에게 지쳐있었고 서로를 너무나… 갈망하지 않았다. 그랬다. 우린 이렇게 위태로이 지금껏 사겨왔다.
따스하다. 가을이다. 밖에는 나무에 수많은 단풍들이 물들어있었고, 햇빛은 마치 따스했다. 너와 내가 처음사랑했던 그때의 심장처럼. 하지만 지금 우리의 '겨울' 이다. 단단하고 얼어있다. 서로는 다른 사람을 원하고있다. 아니 원한다.
지난 1년은 누구보다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했다. 고등학생의 신분은 막론하고 뜨겁게 몸의 대화도 했고, 누구보다 사탕처럼 달콤했다. 하지만 어느순간처럼 저기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쓰고 쌉싸름했다. 사탕이 약으로 변한순간은 순식간이었다.
"이젠 서로 미련같지 말고 깨끗해지자"
"……"
넌 끝까지 말이없다. 내가 헤어지잔 한 말도 수없이 많았다. 그때마다 너는 침묵을 유지했다. 헤어지자 해놓고 뒤돌아보면 넌 날 항상 쳐다보고있었다. 나는 내 말에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항상 그렇게 너에게 난 다시 달려가 안겼다. 그렇게 우리는 6년을 버텨왔다. 기성용을 그렇게 사겨왔다.
우리는 서로 한참을 바라보고있다가 어느순간, 창밖을 쳐다보고있었다. 너도, 그리고 나도. 창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 중에 단연돋보이는건 연인들이었다. 춥다며 꼭 껴안고 가는 연인이 있는 반면, 손만잡고가는 연인들, 서로 자기 휴대폰만을 쳐다보며 걷는 커플도있었다. 지금 기성용은 무슨생각을 하고있는걸까
"인터뷰나 신문사에 연락오는 건 다 안받을테니까 너 알아서 해줘. 그럼 갈께"
그러곤 외투를 집어들고 일어났다. 기성용 너는 아직도 창밖을 보고있다. 우린 서로에게 너무 질려있었다. 그런 너에게 손을 불쑥 내밀었다. 우리의 마지막 악수였다. 난 더이상 너를 그리워하지 않을것이며, 너를 찾지도 않고 너에게 의식하지않는다는 나의 마지막 약속이기도했다. 악수를 청하는 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웃는다. 어언 2년만이였다. 니가 나한테 이렇게 웃어주는것은……. 그러곤 너도 손을 내밀어 나의 악수에 응해주었다.
이렇게 우린 끝이났다.
-
멍하다. 눈물따윈 안나올줄 알았는데, 눈물이났다. 내 6년 3개월은 너로인해 행복하기도하고 힘들기도하였으며, 이젠 드디어 너에게 벗어나서 홀가분하기도 마음이 아프기도했다. 시간이 약이라고했다. 우리시간을 치유할수있는 시간이면 10년은 거뜬할까? 집으로 가는길은 너무나 멀었다. 자꾸 눈앞에서 뿌옇게 눈물이 올라왔다.
집으로 가는길중에 너와 내가 처음만났던 학교가 보인다. 멍하니 3학년 9반이보인다. 또 멍하니 보다가 눈물이 뚝 하고 흘러버린다. 외투 끝 소매는 이미 축축해져있었다. 6년하고도 3개월전 우린 너무 철없이 행복했었다.
*
2006년 3월.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교3학년 마의 고3이다. 3학년 올라와서 1,2학년때와는 달리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공부를한다. 역시 내친구는 다른반으로 다 떨어지고 우리반에는 전교 1등에서 5등까지 드는 아이들이 몰려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 그 친구들을 따라서인지 학구열이 불타올라 모두 각기다른 문제집을 들고 공부를 하고있다. 아! 내 옆에 이 축구부애는 빼고!
얼떨결에 짝지가 된 이 아이는 2학년 중반에 우리학교 축구부에 들기위해서 전학을 왔다고했다. 꽤 뛰어난 축구실력때문에 얼마전 서울FC에 입단했다고 들은 바있다. 잘생겼다고 말로만 들었을뿐 한번도 보지못했는데, 잘생기긴했다 뭐.
뭘 먹는 꿈을 꾸는건지 자꾸 입맛을 다진다. 풉, 볼살을 찔러보고싶다.
"귀엽네"
으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거지. 머리를 흔들곤 문제집을 바라봤다. 문제를 풀자 문제를! 그러니까..재생에너지...얘 이름은 뭘까? 으아! 몇번째 읽었던 곳을 반복하여 밑줄을 긋고 있다. 어느새 문제집은 더러워졌고 연필을 놓고 멍하니 있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괜히 가방에서 MP3를 꺼내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음악으로 다스리자 음악으로!
에이씨… 음악을 들어도 자꾸 시선이 간다. 그렇게 빤히쳐다보고있었다. 와 진짜 저 탱탱한 볼살 한번만 찔러보면 소원이없겠다. 아니, 나 변태인가? 왜 볼살이 찌르고싶지?
"뭐야"
"…허!"
그렇게 계속 쳐다보고있었더니 눈을 갑작스레 떠버리는 이아이 덕분에 깜짝놀랬다. 이어폰을 허겁지겁 빼곤 연필을 들어서 문제만 봤다. 들킨건가? 싫어하면 어쩌지? 좀 무섭게 생겼는데 어쩌지? 불쾌하다고 짝지 바꿔달라고하는건 아닌가? 그렇게 나홀로 호들갑을 떠들고있는데
"남 자는데 뭘 그렇게 훔쳐봐"
"....어?"
"많이 봐둬라 슈퍼스타 축구선수 될 몸임"
그러곤 다시 엎드려버린다. 응? 지금 잠꼬대한건가? 뭐지? 이번엔 팔로 감싸지않고 그냥 책에 턱 엎드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계속 뻔히쳐다보니 그 아이는 갑자기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며 입을연다.
"귀엽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됐다. 너무도 아슬아슬한 내 짝사랑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
아, 처음쓰는 작품인데....................ㅠㅠ잘부탁드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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