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시골 소년 김태형과 연애하는 썰
Written by. 단군왕검
* 미쳤다. 지금은 새벽 4시이고 지금 내 두 눈은 돼지 3마리가 매달려 있는 것처럼 무겁다. 어젯밤 아빠가 서울로 일하러 가시고 난 뒤 아무런 인적도 없었다는 것을 굳게 닫힌 대문이 말해준다. 아빠는 또 한 몇 일 뒤에야 보겠지.. 괜히 고개를 으쓱해보이고 학교 갈 준비를 하기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아, 추워 디지겠다. 교복을 단정히 입으면서 아직 덜 마른 머리를 손으로 살살 털었다. 아침부터 라면먹어야 하나.. 아, 그냥 굶지 뭐. 서울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혼자 시작하는 아침은 나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지금 신고있는 하얀색 양말도 , 손목에 걸어둔 고무줄도, 아무도 보일러를 틀지않아 추운 방바닥도, 전기장판을 끄는 내 손놀림도, 또.. "야!! ㅇㅇㅇ!!! 자냐!!!" 문 밖에 쟤만 빼고. "아침부터 발광을 하네.." 한숨을 쉰 뒤 베이지 색 책가방을 어깨에 매고 검정색 스니커즈를 신었다. 저금통에서 2천원 꺼내가는 것도 잊지않았다. 설마 매점정도는 있겠지 하면서.. 덜컹- 대문을 열자 깜짝 놀랐는지 문 앞에 있던 김태형은 뒷걸음질을 쳤다. "아오.. 깜짝아... 오, 일찍 일어났네. 가자."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인 김태형은 버스 정류장으로 가자며 앞장 서서 걸었다. 나는 한 발 멀어져서 김태형을 따라 걸으며 덜 마른 머리를 탈탈 털었다. "한 시간 정도 거릴거야. 버스는 지금 거 놓치면 7시거 밖에 안 남아서 지각해." "야, 너 길 잘 기억해라. 맨날 같이 가는건 귀찮으니깐." "너 야자 한다며? 어제 엄마가 그러더라. 미쳤네, 진짜. 우리 학교는 서울이랑 달라서 지금 야자 3명하는데.." "니 손에 그거 스마트 폰이지? 그거 진짜 쓸데없다. 나도 몇 달전에 샀는데 안 써서 그냥 없앴어." 무슨 남자애가 이렇게 말이 많지? 하긴 뭐 조용한것보다는 나을 거 같긴 한데, 좀.. 귀찮다.. 대충 김태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침묵으로 답하고 있는데 김태형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물어온다. "야, 너는 원래 이렇게 조용해?" "응" "..허 참, 궁금한건 없어?" "응.. 아, 하나 있다." "뭔데?" "학교에 매점있냐" * * 매점같은건 깡촌학교에 없다는 말을 듣고 난 후부터 나는 입을 다물었고, 그렇게 우리 사이에는 정적만 흐른채 한 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옆에 앉은 김태형은 자리를 잡자마자 곯아 떨어졌고 나는 귀에 이어폰을 꼽고 눈을 감았다. 대문에서 나와 옆에 냇가가 흐르는 시내를 건너서 백제슈퍼를 지나 삼국 문구점에서 꺾으면 맞은 편에 정류장이 있다. 그리고 마을 5번 버스를 타면... 툭, ? 뭐지? 어깨에 무언가 떨어지는 기분에 감았던 눈을 뜨고 옆을 쳐다보니 정신잃고 자고있는 김태형이 보인다. 아이씨 돌겠네.. 태어나서 타인이 내 어깨에 기댄다거나 기대서 잔다거나하는 그런 정신 나간 일이 일어난 적은 정말 단 한순간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났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곤히 잠든 김태형을 보니 괜히 안타까워서 그냥 내비두었다. ..쓸데없이 잘생겼네 짜증나. * "이번 정류장은 풍문 고등학교.." "야, 일어나" 어깨로 아프지않게 누워있는 김태형을 치면서 잠을 깨웠다. 김태형은 놀랐는지 깜짝 놀라며 허리를 핀다. "..내가 설마 너한테 기대서 잤어?" "응 설마 너가 그랬어." 가방을 고쳐매면서 내릴 준비를 하는데 얘는 꽤 많이 놀란거 같다. "안내려?" 안 내리릴거면 말고..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고 나는 마을 5번 염병할 버스를 내려서 기지개를 폈다. 김태형은 뒤늦게 헐레벌떡 버스에서 나왔고 아직도 내 어깨에 기대서 잔게 쪽팔린가 보다. 그리고 나는 "..저기, 이 학교 지어진지 몇 년 됐다고?" 어마어마하게 낡은 이 풍문고의 비주얼에 한번더 놀랄 수 밖에.. "60년인가.. 우리 할머니도 다니셨다고 했는데" "...." "야, 안 무너지니깐 따라오기나해!" 괜히 겁나게 하는 풍문고의 아우라에 나는 지금 기 죽은게 확실하다. 김태형의 주도하에 도착한 작은 교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눈길이 내 쪽으로 쏠리는 듯한 기분은 제발 좀 착각이면 좋으련만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그때도 아빠의 사업 실패로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었고 이런 눈빛들을 본 기억이 있다. 그 이후 그 학교 애들은 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인지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괴롭혔다. 저 넓은 초원에서 굶주린 하이에나가 먹잇감을 노리듯 나는 그 아이들의 삭막하고 지루한 학교생활의 먹잇감이 되었었다. 아, 내가 지금 이걸 왜 생각하지. 만에하나 깡촌애들이 괴롭히면 얼마나 괴롭히겠어.. "얼~ 김태형!" "옆에 뉴페이스는 누구야?" "옆에 누구냐?! 여자친구 아님?" "김태형 성공했네! 여기 촌년들이랑은 차원이 다른데!?" "뭐, 촌년? 지도 촌놈이면서 뭔 헛소리야." 다들 아침으로 닭 한 마리 잡아먹고 오는 게 분명하다. 김태형과 내가 함께 교실에 들어가자 반 아이들은 김태형을 놀리기 바빴고 김태형은 그런 애들한테 발길질을 하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랄, 여친이 아니라 옆집인데." "그럼 그렇지. 혜영이 버리면 나쁜놈이지~ 안 그러냐 강혜영?" "내가 뭐!" "김태형 자칭 니 남자친구잖아!" "야, 너 잡히면 죽는다!!" 닭 한 마리로는 안 되겠고 두 마리 정도 먹어야 저정도 목소리가 나올것같다. 저 두 아이는 뭐가 문제여서 저렇게 뛰어다니면서 죽일 듯이 쫓아가고 미친듯이 도망가는 걸까. 맞다, 난 이 모든 것이 낯설다. 혼자서 갈피를 못 잡고 죄없는 입술만 물어뜯고 있는데 "뭐하는기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동물원에 있는 곰을 닮으신 선생님께서 내 뒤에 서 계셨다. "니가 그 전학생이가?" 아무 말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자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들어오라고 눈짓하신다. "마, 강혜영 김남준. 느그들은 아침부터 쌈박질이가? 아침을 얼마나 많이 먹고 온기가. 안 앉나?" 강혜영과 김남준이라는 아이가 자리에 앉자 선생님께서는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라고, 많이 어색할 텐데 사이좋게 지내라고, 니들 촌놈들인거 티내지 말라고 말씀하시고서는 나를 김태형 옆자리로 안내하셨다. 사실 반 아이들이 잔뜩 바람을 잡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선생님! 오늘 전학생 김태형이랑 둘이서만 왔어요!" ...저 새끼 입을 확 꼬매버리고 싶다. 선생님께서 교실을 나가자마자 반 아이들은 서로 짠것처럼 내 자리로 몰려들었고 한순간에 나는 아이들에게 애워싸였다. "너 이름이 뭐야?" '야, 너 이름은 뭐냐. 사람이 물으면 대답을 쳐 하세요.' 아니다. 그때의 나는 16살이였고 지금 나는 깡촌으로 이사온 18살 새로운 ㅇㅇㅇ다. 나를 처참히 무시하고 짓밟던 그 아이들과는 연락이 끊긴지 몇 년이 흘렀는데도 주마등처럼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기억들과 지금의 이 아이들이 겹쳐보여 너무나 혼란스럽다. 갑작스러운 기억에 그때의 일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그만 고개를 숙였다. "얘 왜 말 안하니?" "니가 촌년이라서 그렇잖아ㅋㅋㅋㅋ" "서울애라고 우리 쌩까는 건가."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물이 핑 돈다. 역시 애초에 검정고시를 볼걸 그랬나. 여기도 다른 곳과 다름없구나. 라며 온갖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데 이런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김태형이 말한다. "얘 이름 ㅇㅇㅇ가야. 아까 쌤이 말해줬잖아. 귀는 똥구멍에 달렸냐?" "야, 그럼 어디사냐?" "내 옆집 산다고 병신아." "김태형 너 말고 얘 목소리 듣고싶은데" "오늘 처음이잖아. 전정국 종 친다 니 자리로 가라. 니들도" 내 자리에 모여있던 아이들이 투덜거리며 하나 둘씩 멀어지자 괜히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의도치않게 김태형에게 빚을 진거 같아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는게 인간의 미덕이 아닌가 싶어 고개를 들고 김태형을 불렀다. "저기.." "난 시끄러운거 싫어해" "..?" "쟤네 시끄럽잖아. 그래서 보낸건데, 왜?" "..어" 나한테 어쩌란거지 "아 그리고 너" ".." "그렇게 사람 무시하는거 아니야" ".." "내 친구들 개무시하지 말라고. 촌이든 서울이든 기분 나쁜건 똑같으니깐" 얜 또 나를 어떻게 받아들인걸까. 아니, 나는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걸까. 과거에 허덕이며 여전히 겁만 내는 멍청한 애? 도망간 엄마에 빚쟁이들에게서 도망쳐 깡촌에 사는 불쌍한 애? 남이 보는 내 모습과 내가 보는 내 모습은 아마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살짝 화난듯한 김태형을 한번 쳐다보고 고개를 돌렸다. 옆에선 뭐 이런애가 다 있냐는 표정을 한 김태형이 보이지만 아무렇지않은 척 책을 꺼내서 폈다. ..온갖 지랄은 혼자 다 떨지 재수없어 * * 망할 까먹고 있었다. 나는 야자를 신청했다는 사실을.. 반 아이들 대부분이 떠난 교실은 아침과는 다르게 적막하기만 하다. 몇 명 남은거지? 한 3~4명 정도가 조용하게 자기 책을 펼치고 자습 중인 거 같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나는 풀던 문제집을 덮고 마른세수를 했다. 집에 가고싶은데 집에 가기 싫은 느낌... 아니야 집에가서 참깨라면이나 끓여먹어야지 하며 혼자 머릿 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있던 순간, 누군가 내 귀에서 이어폰을 뽑아 쳐다보니
"안녕." "..." "드디어 얘기해보네" "..." "난 전정국이야" 두 눈에는 별을 박은 것처럼 반짝이며 순수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인상에 당황스러울만큼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도모르게 그 아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아직 내가 대답도 안했다는게 떠올라 정신을 차렸다. "..아, 나는.." "ㅇㅇㅇ. 맞지?" "..응" " 아- 아까부터 친해지고 싶었는데, 김태형때문에." "..아 미안" " 너가 왜! 그럼 나중에 나랑 같이 집가자." 웃으며 나에게 물어오는 너를 보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친화력이 어마무시한 애 같다. 종이 치고 전정국은 강아지처럼 눈을 접어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내 이어폰을 다시 내 귀에 꽂아주며. 나는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던것같다. 쟤는 뭐지..? * * "집에 가자" 야자가 끝난 10시, 전정국은 종이 치자마자 가방을 매고 내 자리로 왔다. 그래. 전정국에게 대답을 하고 뭉친어깨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방을 다 챙기고 교실에서 나가자 먼저 신발장 앞에서 내 신발을 들고 기다리는 전정국을 보였다. "..야 가자." "야가 아니라 정국이" "어?" "내 이름 전정국! 빨리 말해봐! 응?" 뭐지 이 엄청나게 귀여운 애는? 애처럼 보채는 전정국때문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여기 이사오고 처음으로 웃는것만 같다. "ㅋㅋㅋㅋㅋㅋ어 가자" "아! 왜 웃어! 얼른 불러줘!" "니 안나오면 나 먼저 나간다" "..야! ㅇㅇㅇ! 같이가!" 웃음을 참으며 계단을 내려가자 뒤에서 같이가자고 소리치며 전정국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숨을 고르며 내 옆에 서는 전정국을 보며 너도 버스타고 가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응. 너가 타는 버스 같이 타면돼! 솔직히 좋지?" "좋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전정국은 가방에서 부시럭거리더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꼬깔콘을 꺼내 봉지를 뜯었다. 역시 성장기 청소년은 먹고싶은데로 먹어야 키가 큰다고.. 아, 맛있겠다.. "먹을래?" 과자를 손에 끼우며 어린 아이처럼 먹는 이 친구를 바라보고선 다시 앞을 쳐다봤다. "..아니, 안 먹어." 염병할 AAA형.. 소심의 극치 "진짜? 진짜지? 나 다 먹는다?" "응 다 먹어" "야- 맛있다!" "..아 얼굴 치워. 버스 왔다" 바스락 거리면서 과자를 먹던 전정국이 어떻게든 나를 약올리려고 얄밉게 내 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내 시야에 너무 가깝게 들어와서 사실 조금 놀랐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느라 혼이 났다. 때마침 버스가 도착해서 굉장히 개이득..어색할 뻔 했다... * * 버스 안에서도 정말 잘 먹는 전정국이 넘나 얄미운 것.. 집에가서 참깨라면이나 하나 뜯어 먹어야겠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과자를 먹던 전정국이 갑자기 먹던 걸 멈추고 창 밖을 쳐다보고 있던 나의 어깨를 톡톡 쳤다. "ㅇㅇ야, 손 줘봐." "...?" 또 뭐하려고 이러는 거지 싶어서 멀뚱멀뚱 쳐다보자 전정국은 내 손을 쫙 편 후 손가락마다 과자를 하나 씩 꽂아주었다. 결국 내 열 손가락에는 과자가 하나 씩 자리 잡고 있었다. 뭐지? 이 뜬금없는 애는? "..뭐하냐?" "너 먹으라고. 나 혼자 먹을 수는 없지." 이때까지 잘 먹어놓고선.. "아.. 고맙다" 아닌 척했는데 내심 기분이 좋아 살짝 웃으면서 들뜬 마음으로 과자를 뽑아먹었다. 그래 이 맛이지.. "잘 먹네, 근데 아까 안 먹는다고 그러지 않았ㄴ.." "조용히해" 그렇게 전정국과 어색한 듯 어색하지 않게 한 시간동안 함께 버스를 타고 달려왔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내릴 역이 되었다. "다음에 나 내린다. 너는?" "..아, 나는 너 다음에 내려" "아 진짜?" '이번 정류장은 방탄마을, 방탄마을 입니다.' 버스에서 다음 정류장을 소개하는 소리가 들리고 가방을 어깨에 매고서 갈준비를 했다. "야, 나 간다." "조심해서 가!" "바로 코 앞인데 뭘." "내일 보자 ㅇㅇㅇ!" 버스 문이 열리고 나는 뒤를 돌아 전정국을 보면서 인사했다. "잘가 전정국" 내가 버스에서 내리자 전정국은 버스 창문을 열고 소리질렀다. "야!! ㅇㅇㅇ!! 내일도 내 이름 불러줘야돼!!"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일까..? 괜히 민망해져 소리치는 전정국을 뒤로한채 가방을 고쳐 매고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왜이리 늦었냐." 김태형이 내 앞에 서있었다. ************ 안녕하세요! 단군왕검입니당! 이거 어떻게하죠..? 제목을 바꿔야할까요...? 정국이가 너무 카와이해서 답정너스러운 제목이 살짝쿵 죄스럽군요... ㅠㅅㅜ.... 다음 편은 더 이쁘게 써서 돌아오겠습니다! ♥♥♥♥♥암호닉♥♥♥♥♥ 둥둥이 탷탷 침침참참 유만이 블라블라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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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한영 남여주 나이차이 19살임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