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시골 소년 김태형과 연애하는 썰
Written by. 단군왕검
* * "왜이리 늦었냐" "야자..근데 너가 왜 여기에.." 갑작스러운 김태형 목소리에 놀라서 고개를 들고 김태형의 눈을 쳐다보며 물어보니 "아, 엄마가 나가보래서" 라고 답해오며 주머니에 손을 꼭 넣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앞장 선다. 헐랭 감덩.. 김태형 어머니는 정말 천사이심이 분명하다. 여자애 혼자 밤길오기 걱정되서 김태형보고 정류장 앞에 가있으라고 하셨다니..에인젤... "야, 근데 아까 걔 누구야?" "누구? 아.. 그 전정국" "뭐라고?" 앞장서서 걷던 김태형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전정국이라고" "전정국? 내가 아는 그 전정국?" 고개를 끄덕이자 김태형은 이상하단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이상하다.. 걔 집 이쪽 아닐텐데.." "뭐?" "걔네 집 학교 앞이야. 그래서 내가 매번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아닌데, 전정국이 자기 집 바로 다음 정류장이라고.." 지져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갑작스레 너무 많은 것을 알게된거 같아 머리가 복잡해졌다. 학교 앞이라고? 그럼 일부로 여기까지 온건가? 대체 왜? "야 ㅇㅇㅇ, 앞 좀 보고다녀." 생각에 잠겨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오토바이를 인식하지 못한 나는 내 손목을 안쪽으로 잡아당기는 김태형이 아니였으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아 고마워" "전정국이 너랑 어지간히 친해지고 싶었나보다. 다 왔다. 들어가라"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집 앞에 도착했다. 김태형은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의 집을 향해 걷다가, "야 ㅇㅇㅇ" "..?" "아까 학교에서 심하게 말한건 미안" 이라고 말하더니 뒤도 돌아보지않고 자신의 집 대문을 열어 들어갔다. 학교에서 나한테 했던 말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둔건가 싶어서 괜히 웃음이 흘렀다. 확실히 여기 애들이 착하긴 하네 집에 들어와서 당연히 참깨라면을 하나 뜯어서 먹었다. 역시 밤에 먹는 라면은 핵 맛있다. 아, 그리고 정말로 스마트폰은 쓸모가 없을 거 같아 서랍장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mp3만 가지고 다녀야지. 21세기에 스마트폰이 필요없는 곳이라니.. 새삼 이 시골에 놀라웠다. 씻고 잠을 자려고 전기장판에 누워서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내일도 학교가야되는데 빨리 자야겠다. 그나저나 내일, 아니 나중에 전정국한테 물어봐야겠다. 왜 그랬는지 * * "야 ㅇㅇㅇ 학교."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오늘 같이 안 갈 거처럼 굴더니 "나간다" 왜 또 마음을 바꾸셨을까 생각을 하며 대문을 열자 어제와 똑같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는 김태형이 보인다. "..아씨! 니네집 대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냐? 너 웃어?" "아니." "우와.. 너도 웃는구나" "그럼 우냐? 가자 버스 놓친다." 어김없이 놀라서 발작을 일으키는 김태형의 뒷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내가 웃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지 김태형은 깜짝 놀라며 나에게 자꾸 너도 웃냐며, 너도 웃을 수 있냐고 물어온다. 아이씨.. 그럼 못 웃냐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괜히 땅을 발로 파다가 정차된 버스를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나와 김태형은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김태형은 어제와 다르게 졸지도 않고 나에게 동네 자랑을 해댄다. "야,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읍내 있거든? 거기 완전 맛있는 거 많다!" "..아 그래" 이건 마치 늬 집엔 이런거 없지? 하며 감자를 건내는 순이처럼 말하는 그에 듣는 둥 마는 둥 대충 대답을 했다. "시장 통닭도 있는데.. 서울엔 그런거 없지?" "있어." "..아 그래..?" 내 대답에 민망했는지 김태형은 괜시리 뒷 머리를 긁으며 동그란 눈을 빙글빙글 돌린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몰래 고개를 돌리고 웃음을 참았다. 어제보다 김태형과 한걸음 더 친해진거 같아서 뭔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정말로 뭔가 모르게. "ㅇㅇㅇ, 근데 너는 왜 이사왔어?" "응?" "아니, 그렇잖아.. 넓은 서울에서 굳이 촌에 온 이유가 있지않나?" "..." "우리 학교 애들은 대부분 옛날부터 봐온 애들이거든. 전학생은 거의 너가 처음인 거 같은데." 내가 대답해 주기를 기다리는 듯한 동그란 눈과 눈이 마주치자 나는 말문이 턱 하고 막혀버리고 말았다. 아직 마음을 열지못한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말하고 싶지않은 비밀이었다. 1년만 버티면 된다고 했으니, 아니 어쩌면 평소랑 똑같이 예정보다 더 빨리 이곳을 떠날 수도 있으니 굳이 진실을 말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나 나름대로의 쥐구멍을 찾으며 김태형과 눈을 마주치고 대답했다. "..내가 아,아토피가 있어서" ".." "그래서 잠시 이사왔어." "아.." 이제야 궁금증을 풀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태형은 다들 착하니깐 친하게 지내보라고 말하였다. 나는 마음 속으로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근데" ".." "그럼 너 나중에 다시 가냐?"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 * 오랜시간에 걸쳐서 도착한 교실은 꽤나 시끌벅적했다. 나와 김태형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반 아이들은 모두 우리 둘을 쳐다보며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뭐야? 내 욕했냐?" 김태형이 반 분위기를 살피더니 장난스럽게 말을 이으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나도 따라 내 자리로 향하는데 뒤에 모여있던 여자애들 무리가 하는 말에 발목이 잡혔다. "쟤야, 쟤. 그 뭐였지? 아빠가 사채업자한테 쫓겨서 여기로 이사왔데.." "헐.. 진짜?" "그렇다니깐. 빚이 몇 억이 넘는데.." "그럼 막 빨간딱지도 날라오고 그러겠다? 불쌍해.." 누가 들어도 우리 집안 이야기를 하며 떠들고 웃어대는 무리의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 "아,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쟤네 엄마가 도망갔데" "헐.. 왜?" "야 너라면 망하는 집 안에서 계속 썩어있겠냐?" "아, 그건 그렇다." 과거 엄마의 모습까지 들추며 나의 지난 날을 지껄이는 여자 아이들의 말에, 순간 나는 그 말을 한 여자아이의 어깨를 세게 밀었다. 조끼에 박힌 이름표를 보자 '강혜영'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아! 너 뭐야?" "..강혜영?" "뭐? 내가 뭐!" "넌 뭐야" 우리 둘의 기 싸움으로 한순간 냉랭해진 반 분위기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뭐, 내가 뭐긴 뭐야!" "너 그거 다 어디서 주워 들어와서 지껄이는지는 모르겠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입 놀리지마." 강혜영의 어깨를 한 번더 치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주워 들어? 허, 참. 난 사실을 말한 거 뿐인데." ".." "맞잖아, 니 아빠 사업 쫄딱 망해서 여기로 도망쳐 온것도, 니네 엄마는 니 아빠 쪽팔려서 옛날에 도망간 것도." "이 미친년이" 머리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걸까. 무엇보다 가장 화가 났던건 강혜영이 지껄인 이 말들이 모두 진실이라는 것이다. 억한 심정에 나는 강혜영을 세게 밀쳐 넘어뜨리고 말았다. "야 너 미쳤냐?" "너야 말로, 니가 뭘 알아. 너가 나를 알아?" "뭐라고?" "니 아가리 간수 잘 하라고. 한번에 훅 가기 전에" 넘어진 강혜영을 발로 아프지않게 툭툭- 건드렸는데 나의 도발적인 행동에 썩 기분이 나빠진 그 아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달려왔다. 아, 그 애의 무리라고 해야하는 건가. 역시 여자애들의 동족애란 어마어마 하다. 의리있는 척은. 오늘은 아침부터 일진이 사납다고 생각을 하며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그 애들을 노려봤다. 두 눈을 감기에는 지랄맞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에 , 그런데 그때 "아, 아침부터 존나게 시끄럽네." 김태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 쪽에 여자애들이 뭉쳐져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왠만하면 여자애들 싸움이라 안 끼어들려고 그랬는데." ".." "듣다보니깐 존나 유치해서" "..아 태형아, 얘가 먼저..!" "먼저 시비턴건 너잖아 강혜영." "그래도 먼저 넘어뜨린건.." "나도 귀가 있어. 좀 사이 좋게 지내라, 그 말이 진짜든 가짜든 너랑 뭔 상관이야." ".." "알았지?" 깡촌놈이 혼자 유난떨며 상황을 정리하려는 모습이 지금 세상 모든것이 삐뚤게 보이는 나에게는 꽤나 곱게 보이지 않았던 거 같다. 그래서 뇌로 필터링되어지지 않은 못된 말들이 갈피를 못잡고 흘러나왔다. "너네들은 다 그래?" "뭐?" "깡촌살면 다 이렇게 개념이 없냐고." ".." "니가 뭔데 상황을 정리시키려고해. 니가 뭔 상관이냐고." "저 싸가지 없는 년이..!" 강혜영이 또 앞뒤 안가리고 나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김태형이 손으로 그녀를 막았다. "야, 김태형. 너가 그랬지 니들은 옛날부터 알았다고." ".." "나한테 친하게 지내라고" ".." "지랄, 난 너네같이 소똥 냄새나는 애들이랑 안 친해지고 싶어." "뭐?" "친해지고 싶지않다고. 너네는 이 구석에서 밖에 안 있어봐서 아직 세상을 모르구나." 김태형은 내 말에 옆에 있던 사물함을 발로 걷어 차며 말을 이어갔다. "너 말 가려서 해라." ".." "너도 잘난거 하나 없으면서, 왜 무시해?" "..뭐라ㄱ," "너가 아까 여기로 이사온 이유 말해줬잖아. 강혜영이 말한건 다 구라라고 너가 말하면 되잖아." "..."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말인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기에. "니 그 좆같은 서울부심 언제 버리냐고. 말해, 니가 여기 왜 왔는지." "너가 쟤랑 다를건 뭔데.." "..뭐?" "우리 집 안이 어떻게 돌아가던, 사채에 쫓기던, 엄마가 쪽팔려서 도망갔던" ".." "그게 니들이랑 뭔 상관이냐고" "..야" 멍청하게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눈물을 꾸역꾸역 참으며 말을 이어나가는 것이 너무 힘들고 참혹했다. "니들 생각보다 수준 낮다." 이 말을 끝으로 난 그대로 교실 문을 벅차고 나왔다. 하, 좆같다. 학교를 나온 나는 땅에 있는 돌을 괜히 깡깡 차대면서 길을 걸었다. 이미 망한 생기부에 무단 결과 하나 더 그어지는거지 뭐. 서울이나 여기나 남의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도마 위에 올려놓고선 난도질하는 건 똑같구나 싶었다. 더군다나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던 김태형이 오늘은 또 너무 멀어져서 마음이 복잡하다. 집에 갈 마음도 없고, 학교로 돌아갈 마음은 더더욱 없고. 무엇에 이끌리듯 발걸음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고 목적없이 의자에 앉아 정처없이 무언가를 기다렸다. "ㅇㅇㅇ?" 그렇게 멍하니 앞만 쳐다보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바쁘게 넥타이를 정리하며 동그란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바라보는 전정국이 서있었다. 뛰어온건지 머리는 바람에 흩날려 살짝 덥수룩해져있다. "뭐야, 땡땡이?" "..." "전학온지 하루 지났다, 이 놈의 ㅇㅇㅇ야." "..." "이야- ㅇㅇ가 양아치였네."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아 자신의 머리를 쓰윽 쓰윽- 정리하는 전정국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아, 나 눈물 안 닦았는데 쪽팔리게, 빠르게 교복 소매로 눈을 벅벅 닦았다. "..지는" "나는, 어? 너 뭐야. 울었어?" 내 갈라진 목소리에 나도 흠칫 놀라 괜히 말을 건냈다고 후회 중이였다. 그걸 얘가 잡아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그래, 슬플때는 땡땡이지! 학교가 뭔 상관이야!" "..?" 갑자기 뭔 소리인가 싶어 전정국을 올려다보니 그 아이와 눈이 덜컥 마주쳐버렸다. "..뭔 소리야, 너 학교가." "싫어. 우리 어제부터 친구했잖아!" "..그게 뭐," "친구는 자고로 이럴때 같이 있어줘야지, 빨리 와." 빠르게 내 손목을 낚아챈 전정국은 우리 앞에 있는 버스에 나를 끌고 올라탔다. 그에 어디가냐고 묻자 싱긋 웃으며 일단 따라와보라고 답한다. 그런 너를 보며 될대로 되라지, 하는 심보로 따라 맨 뒷 자리에 앉았다. 전정국은 자신의 가방을 뒤적이더니 오래된 mp3를 꺼내 이어폰을 연결하고 나에게 이어폰 한 쪽을 건내며 '껴' 라고 말했다. 그의 손에 들린 이어폰을 바라보다가 묵묵히 귀에 꼈다. 오래된 멜로디가 귀로 흘러들었고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열린 창 틈 사이로 포근하면서도 차가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들어왔다. 바람에 맞춰 흩날리는 머리 결이 내 기분을 꽤나 몽글몽글 해지게 만들었다. "좋지" "좋네" 눈을 떠서 전정국을 돌아보며 답했다. 이렇게 가까이서 얘를 본 적이 있었나. 뭐, 꼴랑 이틀 밖에 본지 안됐지만. 아침 햇살을 받아 은은한 갈색빛이 맴도는 머리가 나와 똑같이 봄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동그란 눈에 웃을 때는 집 앞 슈퍼 주인 아줌마가 키우는 똥개를 꽤나 닮은 거 같다. ".." ".." 전정국과 눈이 마주치자 뭔가 괜히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전정국은 헛기침을 하더니 먼저 고개를 돌렸다. 아, 맞다! 나 얘한테 물어볼거 있었지. "야, 너네 집 학교 앞이라며?" "맞아! 어떻게 알았ㅇ," "어제 우리 집 다음 정거장이 너네 집이라며" "..." "너 진짜 죽는다" 내 추긍에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전정국은 실실 웃으면서 아, 왜에- 라며 말꼬리를 늘어놓는다. 진짜 똥개 닮았다니깐. "그래서 어제 먼 길 왔다갔는데, 잘 즐어갔니." "보다시피. 어? ㅇㅇㅇ, 너 지금 나 걱정하는거지?" "..걱정은 무슨," '다 알아-' 라고 입모양으로 말한 뒤 씨익 웃는 전정국의 바람빠진 웃음을 흘렀다. 하이튼 덕분에 무서운 시골 길도 혼자 걷지않았고, 버스에서도 나름 심심하지 않았으니깐. 뭐, 고맙네. "뭐?" "고맙다고." ".." "아니, 근데 넌 노래가 뭔 다 90년대 노래야. 애늙은이냐." "옛날 노래가 더 좋은 법이 거든." ".." "사람 마음도 더 잘 알고있고, 내 마음도 잘 알려주고." 얼굴은 아이돌처럼 생겨서 그런 말을 하는 전정국이 퍽이나 어울리지않았지만 뭐 맞는 말 같기도 하고.. 그렇게 버스에 몇 분을 있었던거 같다. 전정국이 내 손목을 잡으며 '우리 이제 내린다.'고 말했고 나는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떴다. 아니, 대체 어디 간다고 그러는거지.. "야, 어디가냐고." "아 따라와보라니깐 ㅇㅇㅇ씨-" 버스에서 내리자 펼쳐지는 경치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여기는 어디.." 넓은 풀밭에 이제 봄이라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이 들꽃들이 저마다 고개를 들고 뽐내고 있다. 파란 하늘은 더 없이 높고 푸르렀고, 흩날리는 바람에서는 봄내음이 느껴졌다. 옆을 돌아보니 바닥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맑은 시냇물이 소리없이 흐르고 있었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내가 이때까지 생각해온 낙원이 딱 이런 모습이였다. "우와.." "멋있지?" "완전. 넌 이런데 어떻게 안거야?" 라고 고개를 올려 전정국을 쳐다보며 묻자 "내가 너보다 여기 10년은 더 살았어 꼬맹아." 라며 내 머리 위로 손을 턱- 하니 올려 놓으며 가자고 고개짓을 한다. "가자" "어디를?" "밥 먹으러!" "지금?" 지금 10시밖에 안됐는데 뭘 먹겠다는 건지 고개를 들어 물어보니 '나 아침 안 먹었어..'라며 찡찡거리는 전정국을 보고 고개를 으쓱했다. 하긴 나도 아침 안 먹었으니깐. "여기 기가막힌 된장찌개 집이 있거든? 오빠만 믿어!" 누가 누구보고 오빠래, 웃기지도 않아 헛웃음을 치며 앞장서서 걸으니 전정국이 헤실헤실 웃으며 '거기 아닌데에- 여긴데에' 라고 딱밤을 딱, 때리고 도망간다. 저이씨.. * * "죽이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주문한 된장찌개가 나오고 전정국은 뿌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물어온다. 숟가락을 들고 한 입 먹자 정말 옛 기억 속 엄마가 끓인 찌개 맛이 나서 고개를 끄덕이니 그럴줄 알았다며 웃는다. "너 이거 먹고 학교가" "내가 왜에- 싫은 데에-" "안가면 뭐 할건데?" "너랑 있으려고" 그게 뭔 말같지도 않은 소리냐며 한 소리하니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 나참, 내가 괜한 놈 공범 하나 만들었구먼.. "미안하다.." "뭐가?" 전정국이 반찬을 집으면서 입을 오물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야.. 많이 먹어.. 전정국의 밥 위에 멸치조림을 올려주자 씨익, 웃으며 잘도 먹는다. 윽.죄책감 밥을 다 먹은 전정국은 나에게 갈까? 라며 물어왔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방을 열어 주섬주섬 지갑을 찾자 전정국이 내 손을 막더니 '내가 데리고 왔으니깐 내가 살게' 라며 계산을 하고 박하사탕을 들고 가게를 나간다. "ㅇ,야! 내가 산다니깐!" "됐고, 넌 2차나 사" 내 입에 박하사탕을 넣으면서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기에 2차도 있냐고 묻자 당연한거 아니냐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너 아주 막나가는 구나" "지는- 전학온 지 이틀만에 땡땡이치는 주제에!" "전정국 못됐어" "..어?" "뭐가" "너 내 이름 불렀지!" 얘는 왜 어제부터 지 이름 부르는 거에 환장을 하는지. 신이 나서 나에게 물어오는 모습이 기가 찬다. "너 맨날 내 이름 안부르고 야야 거리잖아.." "맨날은 무슨, 이틀 째다." 하이튼.. 풀이 죽은 강아지처럼 축 처진 모습에 전정국의 어깨를 치면서 '2차 가자, 전정국.' 이라고 하니 실실거리면서 내 뒤를 졸졸 따라온다. 동생하나 키우는 기분이랄까. * * "야, 벌써 어두워졌다." "그러게.." 어느덧 하늘에는 별이 하나, 둘씩 고개를 내밀고 있고 손목 시계를 보니 10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이번 정류장은 풍문고입니다' 라며 정차 준비를 하고있다. "너 오늘은 여기서 내려." "아..왜.. 너 데려다 주고 갈ㄱ," "전정국, 너 진짜 죽는다." "..아이씨, 그럼 이거" 전정국은 급하게 노트를 찢어 뭘 끄적이더니 나에게 건내며 가방을 매고 일어선다. "집에 가면 꼭 전화해! 내가 휴대폰이 없어서" 전정국에게 알았다고 대답한 뒤 버스를 내리는 그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뭐, 덕분에 나는 재밌었는데. 좀 미안하네.. 전정국이 준 쪽지를 내려다보니 서툴게 자신의 집 전화번호를 갈겨써져 있다. 휴대폰없다는 말이 이 말이였구나. 괜히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전화는 또 왜 하라는 거야, 하루종일 같이 놀아놓고선. 처음으로 좋은 친구가 생긴거 같아서 뭔가 마음이 들뜬다. * * 또 다시 아침이다. 아씨, 학교 어떻게 가냐.. 머리를 긁으며 새벽부터 고민에 빠졌다. 어제는 그렇게 패기넘치게 학교에서 나와놓고선.. 떠지지않는 눈을 부릅 뜨고선 학교 갈 준비를 하려고 일어났다. 어제 밤 너무 피곤한 마음에 전정국에게 연락할 힘도 없이 그대로 엎어졌더라지. 학교가면 또 한 소리 듣겠다. 살짝 덜 마른 머리를 털면서 스니커즈를 신었다. 오늘 아침에는 김태형이 없었다. 혼자 가는 등굣길은 꽤나 심심했다. 옆에서 종알종알 거리는 애가 없다는 게 생각보다 많은 빈자리를 만든거 같다. 치, 내가 어제 뭘 잘못했다고.. "똥개야 안 그러니?" 슈퍼 앞에 묶여진 강아지를 보고 무릎을 굽혀 말을 걸었다. 강아지는 나를 보며 고개를 까닥이고 꼬리를 흔들었다. 나는 지금 너에게 줄 먹이가 없단다.. "똥개야, 학교가기 싫어.. 나 대신 가줘라.. 아씨, 또 땡땡이 칠ㄲ," "뭐하냐." 김태형이였다. 괜히 민망해지는 마음에 헛기침을 큼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버스 온다." 김태형의 말에 우리 둘은 짜기라도 한것 처럼 한 마음 한 뜻으로 버스를 향해 달렸다. "아..야," "..?" 버스에 타고는 다행이다, 생각하며 한숨 놓고있는데 앞에서 굉장히 다급해보이는 김태형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나..버스 비가 없어.." ".." "오늘만 좀 부탁한다.." 내 어깨를 툭툭-치며 뒷 자리로 걸어가는 김태형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학교 안갈꺼냐는 버스아저씨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학생 2명이요..' 라고 말했다. 저 썩을 놈.. "ㅇㅇㅇ 고맙다." 민망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는 김태형의 옆자리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 오늘 아침에 왜 개한테 말 건거야?" "..알빠냐" 민망하게 왜 물어보는지.. 가방에서 mp3를 꺼내곤 이어폰을 찾으려고 뒤적거렸다. 왜 없지.. "..야," 자신의 교복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더니 내 mp3에 연결하는 김태형을 보며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드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난 아빠가 없다" 갑작스러운 김태형의 고백에 멀뚱히 그를 쳐다보자 그는 젖은 한숨을 쉬며 다시 나와 눈을 마주한다. "어제 너 그렇게 나가고 잘 생각해봤는데." ".." "너 말대로 다 상관없는 거더라고." ".." "난 니 집안이 어떻든 상관없다고. 너도 지금 내 가족관계 이렇게 들어도 상관없잖아, 그치?" 고개를 끄덕이며 김태형을 쳐다보니 사뭇 진지해진 그는 어제알던 그가 아닌 거 같았다. 김태형은 짧은 시간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한 것처럼 보였다. 한참을 뜸들이던 그는 입술을 축이곤 말을 잇는다. "그러니깐," ".." "친구하자." "..뭐?" "나랑 너랑 친구하자고" 씨익- 웃으며 나에게 건내오는 손은 감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순박하고 빛났다. 꿈벅이는 내가 답답했는지 내 손을 덥석 잡더니 위아래로 흔드는 김태형을 보며 나도 웃었다. 때는 3월의 시작, 꽃샘추위의 끝 자락 속에서 봄 향기가 은은하게 흘렀고 우린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 제가 많이 늦었죠..?ㅎ... 대신 오늘 꽤 길게 써서왔는데요!!!!!!!!아닌가요!!...(왕소심) 둘이 대판 싸우더니 친구가 되었습니다 ㅎ.ㅎ 훈_훈 아, 정국이는 어떻게 되는거냐고요? ....괜히 미안하니 독자님들께 워더권을 드리죠..헤헷 .. 왜냐면 제목이 일단 답정너잖아요(소곤)... 하지만 모두 좋은 친구랍니다 저같은 미개한 닝겐이 암호닉을 받다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조만간 정리해서 올테니 신청해주세욤! 저번에 해주신 분들은 알고있답니당 헷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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