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보다 아주 먼 미래인 2220년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EXO] 'FATE(페이트)'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5/2/4/5243a4d70dcbc51766cc19853274aa1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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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사는 세상은 지옥과도 같은 세상이였다. 세상에 극락이 있을까라는 논제들로 가득하기만 했던 과거였다면 지금은 그저 이 세상은 천국도 없는 지옥일 뿐이였다. 잦은 전쟁으로 인해 땅은 가뭄이 일어나 갈라졌고 갈라진 땅 그곳에서는 사화초 같은 매마른 꽃들이 피어나와 우리들의 공기를 더욱 더 탁하게 만드는 원흉이 되었다. 우리가 태어나 난생 처음보는 군대들이 나타나 항상 총같은 것을 들고 우리를 겁주기 바빴고 물은 구하기가 힘들어 겨우겨우 일정량의 물로 살아가기 바빳으며 , 상부층과 빈민층간의
격차는 더더욱 더 커져 상부층은 점점 더 우리와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00아,세훈아,그만 놀고 밥먹어. 오빠랑 아빠 기다리시잖니."
항상 다정하고 고우신 꽃과도 같았던 엄마는 항상 우리 세남매를 똑같은 시선으로 똑같은 행동으로 그렇게 키우셨고, 항상 다정하고 또 한없이 착하셨고
"오늘은 재밌었어?놀이터는 시시하지 않았고?"
일찍이 중학교에 들어간 오빠는 학교를 갔다 오면 제일 먼저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재밌었냐고, 시시하지 않았냐고. 그럴때마다 나와 세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완전 재밌었어!나중에 오빠도 같이 놀아!"
"형,형 하고 모래성쌓기 놀이 하고 싶어!"
"그랬어? 나중에 00이랑 세훈이랑 같이 센트럴 놀러 가야 겠다. 모래성 기구도 사고."
행복했다. 세상은 지옥 같이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도 우리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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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E 01 . F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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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하늘이 오늘은 되게 노오래. 예쩐에는 이맘때만 되도 되게 빨강색이였는데…." "정말 그러네? 세훈이 너가 쉬야 한거 아니야?" "응! 그런거 같아 !!" 세훈이의 말 그대로 하늘은 정말 노란 빛을 내고 있었다. 매일매일 피처럼 붉은 빛의 하늘은 세훈이를 겁먹게 했고 밖에도 잘 나가지 못하게 했던 하늘인데 오늘은 왜인지 하늘이 노랗다. 그걸 보고 세훈이는 내가 오줌 쌋다며 개구장이 처럼 웃으며 놀고 있었다. 들판을 자유자재로 뛰었다. 들판이라 할 것도 없는 땅이지만 , 곧곧에 사화초가 펴 우리 공기를 탁하게 하지만 , 그래도 남은 놀이터라고는 여기 밖에 없어 놀 수 있는 곳은 여기 밖에 없었다. 낡은 벤치에 앉아 뛰노는 세훈이를 보며 난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누나, 혹시 이거 '노을'이라는 거야? " 불현듯, 뛰어 놀다말고 세훈이가 벤치로 쪼르르 달려와 나에게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다. "응.아마 '노을'일거야. 우리 진짜 운 좋지? 100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노을을 다 보고. 우리 소원 빌래?" "응응!" 오빠의 책에서 본 적이 있었던 노을. 노을은 해가 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하는데 , 지금 우리는 그것을 잘 보지 못했다. 해가 지고나면 어느새 하늘은 핏빛으로 물 들기 바빳으니까. 그렇게 노을은 우리에게 새롭고 소중한 존재, 예전에는 … 노을을 매일 볼 수 있었다고 하든데 . 알리 없다. "소원 다 빌었어?" "응!" "무슨 소원~?" 눈을 꼭 감고 내 옆에 앉아 소원을 빌고 있던 세훈이 눈을 뜨고 노을을 바라보고 잇었고 나는 그런 세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자 세훈은 내 쪽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고 활짝 웃더니 도대체 소원이 뭐길래 부끄러운 지 망설이다 나에게 말한다. "응!나, 내 소원은 커서 누나랑 결혼하는 거야!" "뭐?푸하하.말이 되는 소리를 해.나는 오빠랑 결혼 할거라고 소원 빌었는데~?" "뭐어어…." 힝 , 하며 울상을 짓더니 급기야 울음을 터트릴 듯 울먹울먹거리는 세훈이다. 아 귀여운 내동생. 나는 그런 동생을 안고 벤치에서 일어나 노을을 등지고 집으로 가기위해 걸었다. 12살이지만 , 나보다 한창 키도 작고 왜소 했던 어린 세훈이는 13살인 내가 안아도 될 만큼 작고 여리고 왜소 했다. 이목구비는 어찌나 살아있는지 동네에 데려가면 다들 잘생겼다고 볼 꼬집다가 세훈이 성질에 못이겨 으앙 하며 울기도 하고, 세훈이는 12살이지만 아직 아주 많이 어린 아이인것 같았다. 엄마 , 아빠가 내가 6살때 한 아이를 데리고 오셨는데 그때도 세훈이는 바구니 안에서 으앙 하며 울고 있었고, 어쩔 줄 몰라 나와 오빠가 놀아 줫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요 녀석, 언제 클까하며 시간은 벌써 우리가 12살 13살 14살이 되었지만 , 세훈이는 아직도 나한테 우리 가족에게 예쁜 막내이자 사랑스러운 내 동생이였다. 이녀석이 커가면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게 문제지만. "나 내려줘." "…응?" 잘 가고 있다가 내 볼을 쭈욱 꼬집으며 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세훈에 하는 수 없이 내려 줬더니 투덜투덜 대고 먼저 쌩 하니 가버리는 세훈이다. "야!오세훈!같이가!!" "흥!" 아무리 내가 세훈이를 불러 봐도 세훈이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결혼안해준다고 삐지는 녀석은 너 밖에 없을 거다 꼴통아. "야아아~같이가아!!" 100년 만에 보는 노을은 우리를 등지고 그렇게 사라지고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 이야기 주제는 바로 바로 약 200년전의 우리 세상이야. 재밌겠지?" 그렇게 매일을 놀이터에서 놀다 노을이 질 때쯤 집에 도착하자 , 오빠가 책을 정리하고 잇었고 세훈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쪼르르 오빠옆에 달려가 이야기 해달라고 아우성을 쳤고 나는 그런 두사람 사이에 껴 털썩 앉아 오빠를 세훈과 같이 보채고 있었다. 오빠는 학교에 들어가 정식으로 공부라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 그 공부중에서도 제일 재밌는 건 바로 '역사'였다. 과거는 매우 재밌고 또 신기하고 행복했다. 동화속을 들어가는 기분이다. 오빠는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 동화속에 다시 빠져든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땅이 갈라져서 사화초 같은 것도 없었대. 대신 갈라진 땅에는 예쁜 꽃들이 자라나는 들판들이 있었고 , 산을 올라가면 새들이 반겨주고 강과 계곡들이 있어서 '여름' 이 오면 항상 사람들은 그곳에 가서 놀기도 했대. 또 물도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사람들은 물로 재미난 놀이도 하고 물로 맛있는 요리도 하곤 했대. 어때 신기하지? 아! 또 그때는 대통령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국민들의 왕이셨대. 제일 능력있고 제일 존경받는 분. " "왕?대통령?근데 우리는 왜 없어?" "몇십년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이란 것이 존재했는데 무자비한 전쟁과 재해 때문에 도망치시고 더이상 아무도 없었대. " "아~그렇구나아." 항상 오빠의 얘기를 듣다 보면 느끼는 것이 하나 있었다. 오빠가 말하는 곳은 … 정말 실제로 존재했던 곳일까? 지금은 오빠가 말한 옛날과 너무 판이하게 달라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여기는 지옥 같은데 , 그곳은 정말 천국일까? 그때 그 사람들은 행복했겠지? 우리와는 달리, 얘기만 들어도 행복했을 것만 같다. "오빠." "응?" "우리도 옛날에 살았으면 행복했을까?" 분명히 행복한데, 분명히 나는 행복하다고 했는데. 행복하지가 않은 것만 같다. 정말 행복할까, 우리가. 내 말에 오빠는 세훈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손을 멈추고 내쪽으로 다가와 아프지 않게 꿀밤을 콩하고 때려버린다. 내가 아야! 하며 아파하자 오빠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그리고 세훈에게 말한다. "옛날에 살았다고 해서 다 행복한건 아니였을꺼야. 우리가 사는 세상도 충분히 행복해, 행복할 수 있어. 000,오세훈.안행복해? " "……." "……." "뭐야, 반응들이. 나는 되게 되게 행복한데? 이렇게 머릴 쓰다듬을 수 있는 막내동생도 있고 또 꿀밤 먹일 수 있는 여동생도 있고 사랑하는 엄마 아빠도 계시고 이런데 우리가 안행복해? 난 행복해. 너희들하고 가족이라서 나는 되게 행복해. " - ![[EXO] 'FATE(페이트)'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8/a/2/8a21713f975712447687d9a97e7462f6.jpg)
"우와 여기 사람 되게 많다. 여기가 센트럴이야?"
다음 날 , 우리는 오빠가 쉬는 날을 맞이해 아침 일찍 댓바람 부터 센트럴로 향했고 아침이지만 센트럴은 여전히 분주했다. 사람들은 제 각각 사정이 있고 사연이 있는 듯 항상 무표정하고 빠른 걸음걸이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고, 높은 고공건물들은 전쟁의 페허로 무너질 듯 위태위태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소수의 건물에 불과할뿐, 센트럴은 반짝반짝 하고 아름답고 빛이 났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다르게 말이다. 세훈은 오빠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다니며 즐거워 했고 나 역시 처음보는 거리에 눈이 호강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빠는 그런 우리 두 사람을 보며 싫지 않은 듯 그렇게 끌려가며 흐믓한지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거리에 쾅쾅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땅이 흔들린 것은.
"꺄아악!"
"000!"
"누나!"
아뿔싸, 또 다시 지진이 일어난 것일까. 지진에 강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그 순간 땅이 흔들리자마자 털썩 주저앉아 버렸고 사람들은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오빠는 나를 진정시키며 안으며 토닥였고 세훈이는 걱정되는 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불안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굉음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갑자기 건물의 화면이 지지직 거리기 시작하더니 , 어떤 낯선 얼굴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화면 앞에 커다란 차가 들이밀며 나타나더니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사람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 … 이제부터 나는 이곳의 지도자이며 곧 당신들의 지도자이며 , 이곳에서 꼭 지켜야 할 생존 10계령을 이곳에서 발표 할 것이다. 나의 명을 어긴 자들은 모조리 모든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 할 것이며 , 반란하는 죄는 반란죄로 인정해 그의 모든 가족들끼리 화형을 당할 것이다. 내가 이제 부터 이 썩어가는 도시를 살릴 것이고 , 곧 이 나라는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명령을 어길 자들은 지금 여기서 죽어도 좋다.그리고 죽여도 좋다! "
그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사라지고 없는 화면을 그렇게 멍하게 바라볼 뿐이였다. 그리고 그런 세훈은 오빠에게 말한다.
"형, 지도자는 대통령같은거야?"
불안한듯 오빠의 손을 꼬옥 잡으며 묻는 세훈은 간절햇고 , 오빠는 그런 세훈을 진정시키기위해 일부러 웃으며 세훈에게 말했다.
"응. 대통령. 멋진 분."
그때였다, 이제서야 사람들은 하나 둘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한 늙은 노인 할아버지가 스크린에 삿대질을 하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야 이게! 멋대로 당신네들이 정해도 될 그런 …!!!!"
순간이였다, 탕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하늘을 향해 솟았고 할아버지는 그렇게 쓰러져버림과 동시에 나와 세훈이의 눈은 오빠에 의해 가려졌다. 여성의 비명소리를 시작으로
사람들은 모두 꽁꽁 얼은듯 아무말 도 하지 못했다. 가려진 틈 사이로 보이는 피들은 점점 더 잔혹하고 잔인하게 새빨갛게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오빠의 손을 잡으며
"오빠아…나 무서워…."
"형…."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집에 가자"
오빠는 무서워 하는 우리 두사람의 손을 꼬옥 잡으며 우리를 달랬지만 , 나는 잊고 있었다. 오빠도 사실은 두려워 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 , 이 나라가 수백년전부터 사라지고 없던 새로운 지도자가 생겼어. 근데 이상해. 지도자라는 사람 주위에는 온통 총과 방탄복을 입은 사람들 뿐이고 웃지도
않고 그저 무표정한 모습으로 우릴 지켜보고만 있고 커다란 탱크차들이 수십대나 우리 앞을 막고 있어. 지도자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데 왜 우리는 두려워 하는
걸까 엄마? 아빠. 오빠의 손도 더이상 안심되지않아, 오히려 더 불안해. 이상해. 오빠 , 세훈아.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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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어? 아빠 한테 말을 하지. 데리러 갔을 텐데."
아직도 그 생생했던 순간은 기억속에서 계속해서 잊혀지지 않고 오히려 더 선명하게 오버랩 되어가고 있었다. 집으로 간신히 들어왔지만 세훈이는 무서운지 엉엉 울다 엄마품에 지쳐 잠이 들어 버렸고 오빠와 아빠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까 상황을 얘기하고 있었다. 나는 핏빛으로 물든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 , 그때 창문 밖 에 오빠의 친구가
정체불명 아까 낮의 그 이상한 총을 든 사람들에게 무자비 하게 끌려가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아빠와 오빠를 부르며 말했다 .
"오빠….오빠 친구가 저 나쁜 사람들한테 잡혀가고 있어…."
오빠는 그런 내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멍하니 울고 있는 친구의 부모님을 바라볼 뿐이였다. 그 순간 , 쾅쾅 하며 우리집 문을 부슬 듯 아니 부스고 아빠에게 총을 들이
밀었고 , 또 다른 남자는 내 옆에 있던 오빠를 보더니 오빠의 이마에 총을 겨누더니 놀란 엄마가 이쪽으로 다가와 왜 이러냐고 묻자 남자는
"생존 10계령 , 14살 이상 20살 이하 남자들은 모두 무조건 군대에 의무 입대해 정기적인 훈련을 받을 것."
"오빠…오빠 가는거 아니지?"
믿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없게도 오빠는 침착했다. 오빠는 그런 나를 보며 또 그 바보같은 미소를 지었다. 세훈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울고 있었고 오빠는 덜덜 떨고
있는 나의 두 어깨를 잡으며 나와 눈을 마주하며 다정스레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밥 잘 챙겨먹고… 엄마 아빠 속 썩이지 말고 …세훈이 잘 챙겨야돼. 알겠지? 나 없어도 울지 말고 … 편식하지 말고 … 알겠지, 알겠지 00아…?"
"오빠…어디가…오빠아…!"
남자는 그런 오빠를 끌고 갔고 엄마와 아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오빠는 나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그렇게 잡혔고
"오빠!!!!!!!!오빠 가지마!!!!!!!!!"
"형!!!!!!!"
나와 세훈이는 그런 오빠를 빼앗기지 않기위해 방탄복 입은 군인들의 팔이며 다리를 잡고 늘어 졌지만 그들은 그런 우리들을 눈엣가시라고 생각하는 듯 매몰차게
내던져 버린다. 오빠는 내동댕이 쳐져버린 우리둘을 바라보며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눈물만 흘린채 , 끌려가고 있었고 오빠는 그렇게 뒤돌아보지않은채 우리를
향해 울부짖었다.
"기다려!!!!울지말고 , 오빠올때까지!!형올때까지!! 기다려, 속 썩이지 말고…."
"오빠아아!!!!오빠…"
오빠는 그렇게 우리의 곁을 떠나버렸다. 그리고 그런 그때였다. 또 다른 남자가 세훈을 끌고 가는 것이.
"놔!!!!"
"세,세훈아!!!!!!"
세훈이를 무지막지한 힘으로 남자는 끌고 가려 하고 있었고 , 엄마와 아빠는 놀라 그 남자에게 달려가 세훈이를 구하려 달려 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또 다른 사내에 의해
내동댕이 쳐져 순간 화분은 와장창 깨짐과 동시에 엄마의 손에서도 가늘게 피가 나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의 손을 만졌지만 엄마는
"…00아, 숨어. 어서 숨어…!"
엄마는 그런 나를 사정없이 방으로 밀어 넣었고 방문을 잠궈 버린다. 그렇게 엄마를 부르고 세훈이를 부르고 아빠를 부르짖었지만 , 문은 야속하게도 열리지 않는다. 지옥
같았고 고통스러웠다. 내 손에서도 엄마의 피냄새가 얄팍하게 내 코에 스며들기 시작했고 피냄새에 나는 구역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훈이가 끌려가고 엄마가 다치고 아빠가 다치는데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가없다. 나는 그저 이상황이 끝나길 기도 하고 귀를 막을 뿐이였다. 귀를 막자, 세상은 조용해진다.
예전에 오빠가 했던 말이 효과가 보는 순간이였다. '시끄러울땐 귀를 막아' 라고 했던 단순한 그 생각이, 지금 나를 진정시키고 있었지만 , 그 평화는 얼마 못가
탕!
귀를 찢는 총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불안감이 엄습햇다, 눈에서는 흐르지 말라는 눈물이 흘렀고 심장은 더 세게 요동쳤다.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고
설마 아니겠지 설마 아닐거야 하는 내 생각은 … 내 생각은
탕!
또 한번의 총소리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 후 세상은 내가 귀를 막지 않아도 쥐죽은듯 조용했고 차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내 요란스럽게 뛰는 심장 소리만이 내 귀에 시끄럽게 울릴 뿐이였다. 설마 였다. 설마. 나는 나는 문을 열었고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동공이 풀려버린다.
"엄…마…?"
엄마는 눈을 채 감기도 전에 잔뜩 피를 흘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몸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아빠…?"
그런 엄마를 안고 아빠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채 잡지 못한 세훈이를 바라보며 그렇게. 차갑게 식어있었다.
집은 온통 피로 물들었고 내 몸도 피로 젖고 있었다. 피 비린내가 진동을 하기 시작하고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엄마의 눈을 마저 감겨 주며
다시 주저앉았고 그제서야 정신이 든지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심장에는 구멍이라도 난듯 머리는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고 몸은 떨리기 시작했다.
"엄마…엄마…일어나봐…무슨 말이라도 말이라도 좀 하라고!!!!!!아빠!!!아빠아…아빠…어…"
"으아아아아아아악!!!!!아아아어…엄마아아…아빠아아…제발… 제발…"
아니라고 해줘, 이게 아니라고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잇는 거라고 .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잘못되었어도 한참 잘못된거라고 , 내가 보고 있는게 이게 진실이 아니라 내 철없는
꿈을 꾸고 잇는거라고 꿈이라고 해줘. 제발 , 지금이라도 용서해줄 테니까 …제발 … 아니라고 해줘 … 제발 … .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의 손으로 내 볼을 연신 쓰다듬었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 엄마는 그저 아까와 똑같이 숨을 쉬지 않고 있었을 뿐이였고 엄마의 손은 그렇게 힘없이 떨어졌다. 현실이였다. 이게 곧 현실이였다.
13살의 현실은 너무나 잔혹하고 잔인했다.
오빠 , 그거 알아? 나 이제 아무도 없어. 오빠도 세훈이도 엄마도 아빠도. 처절함만이 남은 이 공간 , 그리고 밖은 죽은 듯 조용했다. 여기 혼자 남은 이 소녀는 절망하고 또
절망하고 울부짖고 울다 지쳐 쓰러지고 피는 말라 가고 있었다. 소녀는 이 상황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혼잣말로 오빠 오빠 세훈아 라며 미친것처럼
찾고 있을뿐 , 엄마의 손 따뜻하게 만들려고 엄마 손 부둥 켜 안아도 뼛속까지 차가워져버린다. 그런 그때 저멀리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가족사진, 액자는 다 깨져 버렸고 사진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나는 그런 사진을 박박 닦고 또 닦고 또 닦았고 또 닦았다. 웃는 가족들의 사진이 그렇게 눈에 들어왔고 나는 그런 사진을 안고
울었다, 그렇게 또 하염없이 계속. 가족은 영원한 거라고 했는데 ,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가족은 평생이라고 했는데 평생 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웃기로 했는데 , 더이상 웃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추악한 현실에도 더 추악하고 잔인한 진실은 혼자 남았고 또 살아야 하고 또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모두를 가슴속에 묻은채 절대 흐르지 않을 것만 같던 10년이 흘렀다.
![[EXO] 'FATE(페이트)'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f/9/9f925b5f525b580c2cbba37aaf9dc085.jpg)
"결혼하자 ,우리."
10년 후 23살의 세상은 10년 전과 다르게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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