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왜 전부 숨기고 살았는지 이제 알겠어?
네 아버지라는 사람 때문에 평생을 이렇게 살았어. 근데 더 웃긴건 그 남자로 인해 시작한 일을
너로 인해 그만둔다는 거야. "
옆집 남자 10
Write. 옆집 남자
아빠가 도통 일어나질 않는다. 계속 이렇게 방치하다가는 정말 어떻게 될 것 같아서 스스로 제어가 안 돼서 나 홀로 경찰서로 향했다.
“ 저기... ”
경찰서 안의 사람들은 다 바쁘고, 날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정말 사람이 들어오든 말든 여기 사람들은 다 한결같고, 바쁘구나. 나도 며칠 전까지 이렇게 산 것 같은데 어쩌다가 느슨해 져서 이런 일도 다 겪는 건지 참. 나도 대단하다.
“ 여기 여경은 없으니까 직원은 아닌 것 같고, 멍하니 있는 거 보니까 무슨 일 있어서 온 거 맞죠? ”
“ 아, 네. 저희 아버지께서 좀 다치셨는데, 자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칼로 그은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
“ 일단 전 김석진이고, 그냥 편하게 석진 씨라고 해도 되고 아님 김팀장도 괜찮아요. 이래 보여도 꽤 높거든요. 일단 들어가서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요? ”
나를 어떤 방으로 인솔하는 그는 경찰이라고 해도 안 맏길 정도의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 어깨도 되게 넓다. 여자들한테 인기 많으신 분이겠다. 하긴, 인기가 없으면 이상한거지. 이렇게 말도 잘 하는데 어느 여자가 안 좋아하겠어.
“ 혹시 사건 정황에 대해 알아요? ”
“ 자세히는 모르는데 아버지께서 아니 전 아버지께서 칼에 난도질을 당한 식으로 심각하게 다치셨더라고요. 그래서 수술을 급히 하셨는데, 아직 의식불명이죠. ”
“ 괜찮아요? ”
“ 아직 안 괜찮으신 것 같아요. 아직 혼수상태니까요. ”
“ 아니, 탄탄 씨 괜찮은가 해서요. 괜찮아요? ”
“ 저야 괜찮죠. 되게 멀쩡해 보이잖아요. ”
“ 음... 그래요. 그래서 일단 사건 예상 시간이나 장소 알아요? ”
“ 어제 오후 3시 쯤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한라아파트 앞이라고 들었어요. ”
“ 이건 제 번호고 cctv혹은 다른 증거 확인되는 대로 연락 드릴게요. 이 번호로 문자나 전화오면 보이스 피싱 아니니까 꼭 받아요. 그럼 일단 병원가서 아버님 상태가 호전되게 옆에 있어드려요. ”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경찰 중 제일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을 뽑으라면 망설임 없이 이 사람을 뽑을 거다. 포스트잇에 정갈하게 쓰여진 번호를 슬며시 보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 완전 추워. 오늘은 평소보다 따듯하다면서, 정말 일기예보는 믿을 게 못 되나보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홀로 아빠 병실로 향하는 길은 너무 춥고 쓸쓸했다
*
*
*
“ 김탄탄 씨 맞으시죠? ”
“ 네, 맞는데요. 누구시죠? ”
“ 아, 벌써 잊어버렸나봐요. 김석진입니다. 지금 cctv 확보 됐는데, 바로 오실거예요? ”
“ 네, 지금 갈게요. ”
생각보다 빨리 잡혔다. 범인이 cctv에 찍히긴 했으려나. 사람을 저리 잔인하게 만들어 놓고서는 잡히지 않으면 정말 개 같을 것 같다. 평소보다 발걸음을 빨리하여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는 선명하진 않지만 누군지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화질인 cctv 영상이 준비 되어 있었다. 그래. 나쁜 짓을 하면 꼭 잡힌다니까. 그리고 석진 씨의 손가락에 의해 틀어진 영상에서는 모자를 깊게 눌러 썼지만 윤기 씨 같은 사람이 찍혔다. 윤기 씨도 원래 저 아파트 살았나? 그리고 그 사람의 품에서 단도가 나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끊겼다.
“ ... 이게 뭐예요? ”
“ cctv 영상인데, 저게 전부더라고요. 아무래도 영상으로 찍힌 사람이 현재 대구에 거주 중인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저 사람을 찾기엔 하루 정도가 걸릴 것 같고, 저 사람이 유력한 용의자예요. ”
“ 저, 저 사람 비슷한 남자 알아요. ”
“ 네? 안다고요? 혹시 전화번호 있으세요? ”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전화번호부에 들어가 윤기 씨의 이름을 찾았다. 정갈한 세 글자의 이름이 오늘따라 야속하게만 보인다. 윤기 씨의 번호를 바로 경찰에게 넘겨주자 경찰은 인물 정보를 찾기 시작했고, 석진 씨는 바로 윤기 씨에게 경찰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여기 대구 경찰서입니다. 민윤기 씨 맞으신가요? ”
“ ... 네, 맞는데요. ”
“ 오늘 한라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 미수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서 그런데 경찰서로 나와서 조사 좀 받으셔야겠어요. 지금 당장 나와주세요. ”
*
*
*
“ 여기 cctv 보이시죠. 이거 본인이 맞습니까? ”
“아닌데요. 제가 이 시간에 여기 있던 적도 없고, 알리바이도 다 있는데. 원하신다면 말씀 해 드리죠. ”
“그럼 질문을 바꾸죠. 저 시간에 어디서 누구와 뭘 했죠? ”
“ 오랜만에 대구에 내려온 거라서 친구 김남준이랑 오락실에 다녀왔는데요. ”
“ 입증 가능합니까? 전화 연결이라도 시켜주시죠. ”
“ 아, 귀찮게 진짜. ”
기가 눌릴 법한데 눈을 뜨곤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계속 경찰을 주시하는 윤기 씨다. 아니, 분명 윤기 씨가 맞는데 왜 아니라고 발뺌하는 거지. 근데 더 이상한 건 알리바이도 있어. 혹시 윤기 씨 쌍둥이인가? 정말 혼란스러워진다. 윤기 씨가 아니라면 누가 그런거지. 이럴 때 누군가 딱 나타나서 도와줬으면 좋겠다.
“ 여보세요. 여기 대구 경찰서 김석진 형사입니다. 죄송하지만 몇 가지만 조사 좀 하겠습니다. 어제 오후 3시 경에 누구와 어디서 뭘 했죠? ”
“ 아, 윤기 형인 줄 알았는데 뭐야. 윤기 형이랑 오락실에서 게임했을 걸요. ”
정말 오락실에서 게임을 했다고 한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당신들 나한테 아니 우리 아빠한테 왜 그래. 분명 민윤기가 맞는데. 그런데 아니라고 한다. 이럴 리가 없다고. 민윤기가 맞다니까 왜 다들 그 사실을 부인해?
“ 일단 가 보셔도 좋습니다. 탄탄 씨도 우선 들어가요. 나중에 범인 잡히면 말 해줄게요. 저기 윤기 씨는 너무 알리바이가 확실해서 아닌 것 같네요. ”
허무하게 경찰서에서 나왔다. 아빠 우리 어떻게 해? 아빠 다친 거 그리고 아픈 거 어떻게 해? 저 남자가 맞는데 다들 아니래. 그럼 난 어떻게 해야해? 이대로 피해 아니면 부딪혀?
“ 뭐? 주식이 폭락한다고? 뭐해. 수습할 생각하지 말고 그대로 부딪혀. 그래서 이겨. 그래야지 주식이 오르지. ”
어릴 때 아빠는 늘 정면 돌파 하셨다. 그래서 늘 성공하셨고, 나이를 드셔서 망설이셨을 때. 그 때 아빠는 무너졌다. 그러니 난 이대로 부딪힐 거다.
“ 윤기 씨, 민윤기 씨 ”
“ ...... ”
“ 민윤기! ”
그의 이름을 소리 높여 부리자 듣기 싫었는지 한 쪽 손으론 귀를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손목을 우악스럽게 잡아 차 조수석에 끌어다 앉혔다. 손목을 붉으스름하게 부어 올랐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 할 시간조차 아까운 상황이다.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정리가 안 되던 시점에 윤기 씨가 자리에 앉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 그런 짓을 한 게 나라고 생각하는데, 알리바이가 너무 확실해서 짜증나? 맘에 안 들어? ”
“......”
“ 그런 짓을 한 건 내가 맞는데 어쩌지. ”
“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그럼 알리바이는 뭔데. ”
“ 그거? 아, 친한 친구랑 미리 짜둔 시나리오지. 여기 사람들은 그냥 증언이나 증거 하나만 있어도 귀찮게 굴거든. 그래서 미리 싹을 자른 거지. ”
“ 우리 아빠는 한 거 없는데 왜 그랬어요. ”
“ 뭐? 한 게 없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좆같이 말하지 마. 그리고 걔는 네 전 아빠 아닌가? 걔가 뭐라고 네가 그렇게 감싸. ”
“ 전 아빠여도, 아빠였어요. 말 함부로 하지 마요. ”
“ 무슨 짓을 했냐고? 정말 몰라서 물어? ”
어릴 때 아주 어릴 때부터 내 아빠는 미치광이었다. 늘 술만 찾고, 술이 없으면 때리고 현실이라고는 자각할 줄 모르는 사람. 알코올중독자. 아빠는 늘 술만 마시면 엄마를 때렸다. 엄마는 맞으면서도 소리를 지르면 내가 알아볼 까봐. 걱정 할까봐 신음을 다 삼키고 맞았다. 내가 엄마가 맞는다는 사실을 알 게 된 건 16살. 질풍노도의 시기를 다 거치고 나서야 엄마에게 관심을 가졌다.
“ 엄마! 나 왔어 ”
“ 우리 윤기 왔어? 오늘 하루도 잘 보냈고? 아, 아... ”
학원이 끝나고 오랜만에 엄마랑 시간이나 보낼까 해서 청소를 하고 있는 엄마의 어깨를 주물렀다. 엄마는 아픈 듯이 소리를 냈고, 난 처음에 그게 시원해서 나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내가 안마를 할수록 엄마의 입에서는 고통 섞인 신음 소리가 나왔다.
“ 엄마 어디 아파? ”
“ 아니, 아들 엄마 괜찮아. ”
“ ... 그럼 이건 뭔데. ”
혹시나 싶어서 엄마의 티셔츠 어깨 부분을 확인했다. 엄마의 등은 전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고, 조금만 건들여도 아파했다. 엄마 어쩌다가 이렇게 맞은거야. 누구한테 맞은건데. 아빠가 술 마시고 그랬어? 응? 엄마에게 1시간을 졸랐다. 그리고 엄마는 내 노력 끝에 굳게 닫힌 입을 열었다.
“ 아들, 엄마는 괜찮아. 그냥 아빠가 술 마시고 실수로 때린거야. ”
정말 이해가 안 됐다. 아프면 아프다, 슬프면 슬프다 말로 하지 저렇게 아파보이는데 뻔히 보이는데 거짓말을 치다니. 엄마도 너무하다. 날 못 믿는건가.
하루는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걸 내가 봤다. 아빠가 술을 마시고 엄마의 몸을 구타하며 발로 차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그 상황에서도 입을 틀어막고 숨 죽여 우셨다. 엄마, 내가 거기서 구해줄게. 괴물한테서 구해줄게. 난 부엌으로 가서 칼을 들고 아빠를 찔렀다. 느낌이 더러웠다. 너무 더러웠다. 그래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엄마를 위해서 칼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아빠의 배에서 피가 나오는데 너무 무섭고, 미칠 것 같았다. 아빠가 죽고 엄마를 봤을 때, 엄마는 날 더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 엄마, 이제 우리 편하게 살 수 있어. ”
“ ...... ”
“ 엄마 그치? 기쁘지? ”
“ 더러워. 널 내 배에서 키웠다는 게 더럽고, 널 낳은 내가 수치스러워. ”
“ ... 엄마. ”
“ 널 낳은 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야. ”
엄마는 그렇게 날 두고 집에서 도망쳐 나갔다. 엄마, 미안해. 내가 미안해.
하루 이틀 매일을 울면서 보냈다. 늘 다니던 학교는 가지도 않았다. 언제 엄마가 다시 집에 올지 몰라서 나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학교를 무단으로 빠지자 학교에서도 이제 날 손 놓았고, 고등학교 역시 자연스럽게 다니지 않았다. 내가 성인이 되던 해, 엄마의 위치를 알아냈다. 회사에서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막상 회사 앞에 찾아가보니 회사가 꽤 컸다. 우리 엄마 이런 곳에서 일하는 구나. 되게 멋진 사람이구나.
1층 프론트에 가서 엄마의 이름을 대고 엄마를 찾았다.
“ 죄송한데, 이 분 어느 부서에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
“ 아, 이분... 아마 3층 인사부에 계실 거예요. ”
알려주는 사람들의 표정이 곱지 않다. 난 그 때부터 알았어야 했다. 지금 엄마를 찾아왔으면 안 됐다는 것을.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며 회사를 두리번 거렸을 때, 웃는 사람보다 울상인 사람이 많았고, 짐을 한 가득 들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왜 저러고 가는 거지. 몇 년을 집에서만 보내 사회를 모르던 내겐 그저 여행가는 사람같은 걸로 밖에 안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인사부에 들어갔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마자 보이는 건 어떤 남자의 바지 끝 단을 잡고 있는 남자, 그리고 그런 엄마를 내치려고 발길질을 하는 남자.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저 엄마가 맞을까 두려워 바로 뛰어가 그 남자의 발을 잡았다. 그곳에 있던 회사 직원들은 물론 엄마도 날 보고 놀랐고, 그 남자는 무척 자존심이 상한 듯 씩씩거렸다. 남자가 그의 비서로 보이는 사람에게 지시하자 경호원같아 보이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오더니 엄마와 날 밖으로 끌어냈다. 그렇게 엄마는 나 때문에 사화에 버려졌다. 알고보니 그 때 당시 그 기업은 정리 해고 중이었고, 엄마도 해고 대상자 중 하나였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해고를 한 다는 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사회에서 버린다는 게 우스웠고, 어이 없었다.
그래서 살인을 시작했다. 남을 깔보고 자기가 갑인 줄 알고 사는 사람들을 하나 둘씩 죽이며 그 남자만 몇 년을 찾았다. 남자는 한라빌딩에 거주 중이었고, 우리 엄마가 불쌍해서 너무 불쌍해서 그 남자를 찔렀다. 그리고 난도질을 한 채로 내 인생 최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시신을 처리하지 않은 것, 그리고 숨을 완전히 끊어놓지 못한 것.
김탄탄이의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간 병원에는 내가 죽이려고 했던 남자가 누워있었고, 난 내가 죽이려고 했던 남자를 살리기 위해 김탄탄을 위해 수술 동의 서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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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의 사담 |
안녕하세요 옆집 남자입니다. 되게 길죠? 재미도 없고... 생각했던 대로 안 나와서 꽤 애 먹었어요. 사실 이 글이 제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제일 재미없어서 몰입도를 떨어뜨릴까 걱정이네요. 오늘 재밌게 보셨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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