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나는 유치했기에
나보다 더 어린 네게 상처를 안겨줬다.
옆집 남자 08
Write. 옆집 남자
그래. 난 지금 무사히 집에 도착했고, 이대로 윤기 씨의 집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우리 층 복도에서 피 비린내가 난다. 아, 피 비린내가 진동한다라는 수준이 맞는걸까. 여자의 직감은 틀리지 않다는데, 내 직감이 맞는걸까. 우리 층이면 윤기 씨와 나. 그런데 난 오늘 하루종일 집에 없었으니 남은 건 윤기 씨. 아, 이런 식으로 사람 몰아가면 안 돼. 그래, 이랬다가 아니면 어쩔래.
윤기 씨와의 약속 시간까진 30분. 이런 걸로 경찰에 신고해도 되려나? 아, 안 되겠지? 겨우 이런 걸로 신고했는데, 나중에 뭐 소고기 피 냄새라던가 그런 거면 어떡해. 그래. 경찰을 부른다고 경찰이 바로 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서 굴러다니면서 30분이나 보내야지.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침대에 뻗은 상태로 뒹굴거렸다. 나도 이제 늙은건가. 겨우 침대에서 몇 분 굴러다녔다고 힘드네. 아, 엄마, 엄마 딸이 벌써 이렇게 늙었나봐. 아까 대구 갔을 때. 정국이랑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나? 정국이랑 마주쳐도 난 괜찮았을까. 정국이는 날 안 미워할까. 난 널 미워했었는데, 넌 나한테 악감정이 없었나.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했었다. 그냥, 정국이는 내가 좋았던 거 일텐데. 난 그저 부끄럽다. 쪽팔리다 라는 이유로 동생을 외면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내 행동도 유치했다. 겨우 친구들 때문에 정국이를 외면했으니까.
“ 누나! 와, 완전 오랜만이다. ”
“ 아는 척 하지 마 ”
“ 누나? 장난이지? 그치? 아 오랜만에 왜 그래 ”
“ 넌 장난 같아? 그래 네 인생은 늘 쉽겠지. 아빠도 잘 해줘. 엄마도 잘 해줘. 주위에 네 외모보고 달려드는 여자 애들도 참 많아. 그러니까 다 장난 같고 쉽겠지 ”
“......”
“ 난 너 쪽팔려. 부끄럽고, 넌 내 인생의 오류야. 애들이 뭐라는 줄 알아? 네가 내 동생이냐고 물어봐. 내가 거기서 응, 정국이 내 동생이야. 이럴까? ”
“ 말 할 수 있잖아. 나 누나 동생이고, 누나는 내 누나인데 왜 말을 못 해? ”
“ 넌 전정국이고 난 김탄탄이야. 봐, 성부터 달라. 생긴 것도 달라. 근데 남매? 난 내 인생 더 더럽고 추악하게 살기 싫어 ”
18살에 정신 병원에서 나온 내게 친구라는 게 생겼었다. 친구들이랑 다니는 데, 하루는 정국이가 해맑게 웃으며 나한테 누나! 라고 부르며 뛰어왔다. 정국이의 명찰에 달린 ‘전’ 내 명찰에 달린 ‘ 김친 ’ 구들은 그저 내가 아는 동생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정국이의 행동으로 봐선 내가 그냥 아는 누나같이 안 보였을 것이다. 하루는 쉬는 시간에 몸이 안 좋아 엎드려 있었다. 눈을 감고 있어서 친구들은 내가 잔다고 느꼈는지 뒤에서 내 얘기를 했다.
“ 야, 진짜 전정국하고 김탄탄하고 무슨 사이야?”
“ 왜? 걔네 그냥 아는 누나, 동생 아니야? ”
“ 그렇다기엔 행동이 수상하지 않냐? ”
“ 야, 쟤네 성도 달라. 남매일 수 가 없어. 그리고 생긴 것도 다르잖아”
“ 이복남매 그런 거 아니야? 아, 그러면 진짜 추잡하겠다 ”
아픈 와중에 뒤에서 말하는 말은 다 들렸다. 추잡. 난 늘 이런 더러운 단어와 함께 살았다. 어릴 때는 가난. 조금 커서는 미친년, 정신 장애. 이제는 추잡. 제발 이런 단어 없이 살고 싶었다. 제발 어디라도 좋으니 이런 단어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난 간절히 바랬다. 그리고 이기적인 내가 내린 결론은 서로 모른 척하기.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고 10년동안 날 기다린 정국이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방법은 꽤나 유치했다. 그럼에도 난 그저 더러운 수식어들이 싫어서 정국이를 외면했다. 하루, 이틀 정국이는 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약 1주일 뒤, 정국이가 날 외면했다. 후회하며 다시 우리의관계를 돌리려고 했지만 이젠 정국이가 날 무시했다. 아, 정확히 말하면 난 그게 또 고마웠다. 이젠 정말로 그런 추잡한 수식어가 떨어진 것 같아서 좋았다. 그 와중에 난 이기적이었다.
고작 그거였다. 내가 정국이를 피한 이유. 그런데 넌 날 보고 한 걸음에 달려왔고, 내 이름을 불러줬다. 정국아, 넌 어떤 마음인거야. 날 원망하는 마음인거야 아님 용서한 거야. 난 아직 날 모르고, 정국이도 몰랐다. 이곳에서 난 철저히 외면당한 느낌이 들었다.
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려고 했는데 생각만 줄줄이 늘어놓은 것 같네. 벌써 20분이 지났다. 옷만 조금 더 단정히 입고 윤기 씨 집으로 가야지.
*
*
*
“ 윤기 씨, 저 왔어요 ”
“ 아, 들어와요 ”
“ 갑작스럽게 저녁 식사는 왜요? ”
“ 아, 친구가 고기를 좀 줬거든요. 좀 많아서 같이 먹을까 해서요 ”
냉장고에서 가지런히 썰려있는 고기 팩을 꺼내는 윤기 씨를 보니 저렇게 마른 이유가 얼마 안 먹어서 인가 싶었다. 그래, 이번 기회에 내가 많이 먹여야지. 그나저나 고기 되게 가지런히 썰려있다. 완전 맛있어 보여.
“ 그럼 같이 먹을까요? ”
“ 네. 진짜 고기가 가지런히 썰려있네요 ”
“ 신경 좀 쓴건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
불판을 먼저 달궈놓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오늘 대구에 다녀왔는데, 정작 부모님은 못 보고 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대학까지 갔는데 윤기 씨 전화 받고 다시 왔다는 이야기.
“ 탄탄 씨, 혹시 대구 살았어요? ”
“ 네, 저 고향이 대구인데. 왜요? ”
“ 아, 저도 대구에서 서울 올라온 거라서요. 되게 의외다. 탄탄 씨, 서울 여자 같은데 ”
“ 그럼 나중에 대구 같이 내려가요. ”
“ 화요일에 시간 괜찮아요? 그때 같이 대구 내려가요 ”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고기는 어느새 익어있었다. 한 점 집어 내 앞 접시에 올려주는 윤기 씨의 배려에 별 건 아니지만 감동 받으며 고기를 먹었을 때. 다른 고기랑은 다른 맛이 났다.
“ 윤기 씨, 이거 고기 뭐예요? ”
“ 왜요? 맛 이상해요? ”
“ 아뇨. 되게 부드럽고 좋아서요. ”
“ 많이 먹어요 그럼 ”
왜 윤기 씨가 이상하게 웃는 건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고작 이 고기를 위해 죽은 사람이 몇 명이고, 어떻게 죽은건지. 그걸 몰랐던 나는 되게 맛있게 먹으며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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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되게 빨리 왔죠?
아니 저 텍파 올렸는데 500인분이나 추가해야하는 일이 생겨서 놀랐어요...
저는 100인분도 남아돌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글에서 말했듯이 재공유는 금지입니다!
아 그리고 행복한 소식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이 끝난 뒤 나올 차기작에 대한 구상이
다 끝났어요! 제목도 정했답니다. 아이 행복하다.
저 모든 오른 손 손가락에 물집 잡혔어요... 8ㅅ8
기타를 치다보니까 어느새 물집이 잡혔더라고요ㅠㅠㅠㅠ
오늘 글은 잘 읽으셨나요? 잘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이만 모지리 작가는 떠나겠습니다! 〈o:p>〈/o:p>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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