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야 오늘 병원상담 아니니까 옷 단정하게 입고와] 진동소리가 울리는 탓에 잠에서 깨 핸드폰을 열어보니 옷을 단정하게 입고오라는 문자가 왔다. "그러면 더 입을 필요가 없는데?" 병원상담이 아니라는 말에 들뜨자 또 하나의 문자가 왔다. [평소처럼 입고와도 상관없어, 어차피 너는 입을거야] "와 진짜 소름돋는다" "내 생각 다 읽히는것 같아 머리에 카드 심어놓은거 아니야?" 그러거나 말거나 난 뚝심있는 여자이기 때문에 평소대로 쫙 달라붙어 속옷이 비치는 흰 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상담소로 향했다. "선생님 저 왔어요" "어 왔냐?" "오늘 어디서 상담하는데요?" "일단 이거 입어" 역시나 선생님은 내가 이렇게 입고 올 줄 알았는지 미리 준비해둔 옷을 꺼내 건네주셨다. "내가 여자 사이즈를 몰라서 대충 샀는데 일단 입고 나와봐" "저 때문에 새로 산거예요?" "응, 그러니까 입고나와" 등 떠밀려 빈 방에 들어와 박스를 열어보니 길이가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였다. 입기 싫었지만 꽃이 그려져있었고 선생님의 성의를 무시할수 없었기에 억지로 입고 나왔다. "예쁘네, 가자" "어...디가는데요?" "부대찌개 먹으러" "네?" "부대찌개 먹고싶어서 먹으러 가는건데 불만이야?" "아니 그건 아니고..." "빨리 와 시간없어" 어제 한 상담에서 꽃과 부대찌개를 가장 좋아한다고 대답했는데 꽃이 그려진 원피스를 선물받고 부대찌개까지 먹으러 간다니... 난 오늘 또 한번의 착각을 하며 차에 올라탔다. "민윤기로 예약했는데요"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네" 도착한 가게는 tv에도 나왔던 유명한 부대찌개 가게였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기본 3시간은 기다려야한다는 소문이 진짜였는지 밖에는 줄이 100m는 훌쩍 넘어보였다. "거기 서서 뭐해? 앉아" "아 네" "부대찌개 좋아한다며" "네" "그럼 나보다 더 좋아해야하는거 아닌가?" 내가 자리에 앉자 두번째 상담을 시작한다며 어제 상담이 끝나고 있었던 일들을 물어보셨다. "어제 집가서 뭐했어?" "씻고 바로 잤어요" "바로 잤다는거 보니까 딴데로 샛구만" "........" "뭐했는데?" "친구 만나서 놀았어요" "아주 잘 하는 짓이다 몇시에 들어갔어" "11시...?" "얘가 아주 미쳤구만?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11시까지 여자애가 혼자다녀?" 선생님의 폭풍 잔소리를 멈춰준건 부대찌개를 들고오신 종업원이었다. 나는 속으로 감사합니다를 백만번 외치고 부대찌개를 먹으려 젓가락질을 하는 순간 내 앞에 푸짐하게 담겨진 그릇이 놓였다.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햄도 먹고 떡도 먹고" "먹고 있어요" "왜 이렇게 깨작깨작 먹어 팍팍 안먹어?" 먹을때까지 잔소리를 하시는 선생님 덕분에 기분 좋게 체할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차에 올라타니 아까 먹은 음식이 위에서 요동치고있는듯 했다. 한마디만 더 하면 올라올것같은 까닭에 선생님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집으로 데려다 주려고 했는데 안되겠네" "깨작깨작 먹고 체하는 애는 니가 처음일거다" "병원으로 갈게" 내가 체한걸 눈치채고 병원으로 가겠다며 차를 돌리는 선생님이다. "앉아봐" "......." "손 따게 앉으라니까?" "손따는거 무서워요..." 몸에 바늘이 닿는걸 질색하는 터라 손을 따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몸이 그대로 굳었다. "하여간 이렇게 손이 많이가요" "안딸테니까 일단 앉아" 선생님은 나를 안심시키며 쇼파에 앉힌 후 등을 쓸어주셨다. 커다란 남자 손이 등을 쓰는건 처음이었기에 얼굴이 시뻘개졌다. "무슨 생각 하냐" "아무 생각...도 안하는데요" "아무 생각 안하는데 얼굴이 그렇게 빨개지냐?" "........" "완전 변태네 변태" "아니거든요... 저 이제 괜찮아졌어요 가볼게요" "야! 잠깐만!" 나를 부르는 선생님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상담소를 빠져나왔다. "씨 창피해죽겠네" "내가 좋아하는줄 아는거 아니야?" "아 왜 얼굴이 빨개지고 난리야!" "문자가 왔다고 전해라~" 갑가지 오는 문자때문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수신인 민윤기. [김탄소가 할 일 첫번째 옆으로 새지말고 곧바로 집으로 갈 것] [두번째 집가서 약먹고 쉴 것] [세번째 내일 10시까지 상담소로 올것] 뭔가 훈련받는 개가 된 것 같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나는 약간은 홀가분해진 몸을 이끌고 다시 걸었다. "문자가 왔다고 전해라~" 10분정도 지났을까 문자 하나가 더 도착했고 그 문자를 읽자마자 내 얼굴은 시뻘개짐을 넘어서 터질것만 같았다. 종종걸음으로 집에 도착해보니 아직 5시밖에 되지 않았고 자꾸 문자내용이 생각나서 쉽게 잠에들수도 없었다. [옷은 선물이야. 니가 마네킹보다 더 잘 어울리는것 같더라] [자주 입고다녀 예쁘더라] "선수 아니야?" "신경쓰니까 머리도아프네" "자자 김탄소!"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선물받은 원피스를 뚤어지게 쳐다보며 아픈 몸을 이끌고 침대로 향했다. 아픈까닭이었는지 밤새 한번도 깨지 않았고 눈을 떠보니 6시었다. 아침부터 공부하러 나가던 언니가 자고있었고 그런 언니를 깨우자 오늘은 도서관 휴무일이라 집에서 쉬겠단다. 언니에게 내가 병이있다는 사실을 알고싶지 않았기때문에 교복을 입고 등교시간에 맞춰 집에서 나왔다. "와 김탄소 오랜만이다?" "너 없는동안 많이 외로웠는데 오늘은 서비스 없냐?" 언니의 눈을 피해 밖으로 나오니 등교를 하던 남자아이들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내 눈에 먼저 들어온건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한 손에는 영어단어장을 든 채 등교하는 정국이었다. 정국이는 앞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건지 모른 척 하는건지 아무 말 없이 내 앞을 지나갔고 나는 그런 정국이를 불러 세웠다. "저..정국아...!" "......" "학교.. 잘 다녀와" "어" 정국이가 내 부름에 한숨을 쉬며 뒤돌아보는걸 보니 아마 날 모르는 척 했던게 분명했다. 그리곤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 여전히 정국이는 내가 여자로 보이지 않나보다. 어쩌면 난 정국이에게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있는지도 모른다. 정국이는 정말 내 마음을 모르는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척하는걸까... 속상한 마음에 하염없이 걸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상담소 앞에 도착해있었고 혼자있고 싶은 마음에 자주가던 노래방에 가려고 뒤를 도는 순간 뒤에서 낯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학생 어디가시나?" "네..?" "김탄소학생 설마 땡땡이는 아니지?" "........" "대답 없는거 보니까 땡땡이 치려던거 맞네" "........" "그럼 오늘은 그냥 들어갈래?" 내 기분을 눈치채고는 오늘 상담을 내일로 미뤄도 된다며 나를 달래주시는 선생님의 말에도 불구하고 상담소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쇼파에 앉았고 선생님은 나에게 차 한잔과 담요를 건넸다. "무슨일인지는 안물을게" "네" "무리하지 않아도 돼" "그냥 해요" "그럼 상담 시작할게, 오늘은 가족관계에 대해 물어볼거야" "........" 가족관계에 대해 대답하고싶지 않았다. 전정국때문에 신경에 날이서있었는데 가족에 대해 말하려니까 나도모르게 예민해졌다. "부모님은?" "그딴거 없어요" "뭐? 그딴거?" "네" "김탄소 말 똑바로 안해? 그딴게 뭐야" 선생님은 나의 대답에 화를내셨다. "그딴거 없다고요" "안되겠다 김탄소, 그만하자" "왜요" "몰라서 물어?" "그래서 묻잖아요 왜냐고요" "이따위로 상담받을거면 앞으로 안와도 돼 아니 오지마" "........" "뭐? 그딴거? 이런 애랑 상담을 했다니 내가 어리석었네 나가" "........" "나가란말 안들려? 내가 직접 내보내줘?" 지금까지 내가 뭘 하던 다 이해해주시던 선생님이 나에게 화를 내며 나가라고 하셨고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항상 따뜻하던 선생님이셨는데 갑자기 소리치시니 서러운 감정이 북받쳐 나도 모르게 울기시작했다. "김탄소" "끄..끄흑ㄱ..." "뭘 잘했다고 울어?" "......." "........" "부모님 없어요... 언니랑 살아요.." "........" 선생님은 내 말에 약간 당황한듯 자리에 앉아 내 말을 들어주셨고 나는 부모님에 대해 사실대로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두분 다 나와 언니의 양육권을 포기하셨다. 불행중 다행인건지 엄마라는 사람은 돈 많은 아저씨와 결혼하여 매달 우리에게 생활비를 보내주었고 아빠라는 사람은 어디서 뭘하는지 조차 모른다.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언니는 공부와 집안일을 병행하는 까닭에 간신히 인서울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5년이 흘렀다. 내 말을 들은 선생님께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얘기해줘서 고마워" "네.." "몰랐네 사정이 있었는지" "........" "그래도 단어 선택에서 실수한건 사실이야 내가 너한테 실망한것도 사실이고" "네..." "오늘은 여기까지" "네..." "치료사답게 이성을 놓으면 안되는건데 나도모르게 말이 험하게 나갔어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거야 데려다 줄게 나와" 선생님은 서둘러 상담실을 빠져나가 차에 시동을 거셨고 나를 차에 태웠다. "사탕 먹을래?" "네" "이와중에도 먹을건 먹는다 이거냐 김탄소" "선생님이 권유하셨잖아요" "그러네, 아까 많이 놀랐냐?" "아니요" "안놀라서 울었냐?" "연기였어요" "하여간 내가 너를 어떻게 이기겠냐" 나는 아까 울었다는 사실에 창피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듯 연기였다고 대답했고 선생님은 일부러 져주시는 듯 말하셨다.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것을 누군가에게 말하니 홀가분해진것 같았다. 나와 선생님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집 앞까지 도착했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도 10시까지 오고 오늘 미안했다" "아니에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은 사과를 하시며 내 어깨를 다독여 주셨다. 그러자 뒤에서 한 여성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단번에 언니라는걸 눈치챘다. "야 김탄소 뭐하는거야?" "ㅇ..어..언니?" 언니가 오늘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있었다. "너 지금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 아니야? 옷은 또 이게 뭐고 이남자는 누구야?" "어 그게...." "저기요 누구세요?" "아 저는 ㅅ.." "어 아 그래 그 ..! 선생님이야 보건선생님" 나는 선생님의 말을 자르고 언니에게 보건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내가 오늘 아파서 데려다주셨어 하하..하.." "진짜야?" "어 그럼 진짜지...! 선생님 빨리 가세요 늦으셨잖아요? 감사합니다 먼저 갈게요!"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언니를 데리고 황급히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시작된 언니의 질문폭탄에 하나하나 대답해주며 언니를 안심시켰고 방에 들어와 선생님과 문자를 주고 받았다. [선생님 죄송해요ㅠㅠ 언니가 걱정할까봐 말 안했어요] [그런것 같더라 언니 놀라셨겠네] [제가 잘 말했으니까 걱정마세요! 오늘 감사합니다] [푹 쉬어, 내일은 친구관계에 대해 물어볼거야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름과 싫어하는 친구 이름과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어오는게 숙제 그럼 내일보자] 막대한 과제가 주어졌다. 좋아하는 친구 이름은 당연히 정국이를 적었고 이유도 다양하게 적었다. 싫어하는 친구 이름은 썼다 지웠다 한 끝에 결국 적지못하고 잠에들었다. 윤기가 왜 저렇게 말했을까요호홍? 그리구 여주가 싫어하는 친구의 이름은 누구일까요호홍? 궁금하시면 계속 봐주세요~ [암호닉] 오월 / 용용 / 자몽에이드 / 초코송이 / 슈팅가드 / 호식이이 / 핫초코 / 0103 / 찐슙홉몬침태꾹 / 예러블 / 9930 / 누네띠네 / 2젠4랑 / 태태마망 / 슙지니 / 비림 / 흥탄♡ / 빠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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