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안녕하세요, 열일곱 유치원입니다! 09
(부제: 해피버쓰데이! 투! 유!)
2015년 6월.
점점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봄이 다 가고 여름이 다가왔어.
아이들이 유치원에 입고 오는 옷의 길이는 짧아졌고 우산을 들고 오는 일이 잦았지.
장마가 오려는지 습한 기운이 슬슬 몰려오고 길을 걸으면 흙냄새가 나던 때였지.
오늘도 너는 평소와 같이 유치원으로 출근을 했어. 아니, 잘못 울린 알람때문에 이르게 출근을 했지.
당연히 오늘은 네가 1등으로 출근을 했기에 문을 열고 들어가 신발을 예쁘게 정리하고 불이 꺼진 원장실로 향했어.
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켜 놓고 캐비닛으로 가서 짐을 넣어두고 앞치마를 둘렀어.
항상 리본은 승철쌤이 묶어주셨는데 네가 1등으로 오니 끙끙거리면서 묶다가
'그냥 승철쌤 오시면 예쁘게 묶어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하고 목에만 걸어놓고 밖으로 나갔어.
시계를 확인해보니 너무 이른 시간에 온 것 같아 너는 오늘 있을 6월 생일파티를 미리 준비하기로 했어.
이번 달 생일은 준휘와 순영이라서 생일파티는 백호반에서 하기로 했어.
원장선생님 책상 옆에 있던 상자를 낑낑거리며 들고 나온 후 백호반 안으로 들어갔어.
소리나지 않게 내리고 허리를 한 번 붙잡은 너는 교실을 한 번 삥- 둘러보며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기 시작했어.
상남자 소리를 들어가며 일 하는 너였기에 섬세한 세 선생님들이 빨리 오길 빌었지.
상자를 열어보니 여러 모양의 풍선들과 형형색색의 문구카드가 있었어.
높은 곳에 붙이기 위해 너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벽에 '생일축하해요♡'문구를 붙이고 난 후
아래로 살포시 내려와 삐뚤어졌는지 확인하고 열심히 풍선을 불었어.
다행히도 어제 선생님들과 함께 불어놓은 게 있어서 혼자서 다 불지 않아도 됐지.
시계를 보니 선생님들이 올 때가 된 것 같아 너는 괜히 들떴어.
다 분 풍선을 한 쪽으로 치워놓고 천장에 별 모양 장식을 달기 위해 바퀴달린 의자를 끌고 와 밟고 올라갔어.
이럴 때 만큼은 세 선생님들의 큰 키가 부러워졌지.
스카치 테이프를 입에 물어가면서 열심히 붙인 후 내려오려는데 바퀴가 살짝 움직였고 너는 중심을 못 잡기 시작했어.
'오어어어!'하는 소리가 나고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질 찰나,
"아악-"
땅으로 곤두박질 쳐 질 것 같았던 너의 몸이 누군가의 위로 떨어졌어.
말 그대로, 너의 등 뒤에 누군가 깔려 있었다는 말이지.
정적이 3초 간 흐르고 정신을 차린 너는 벌떡 일어나 누구인지 확인하고 죄송하다 사과를 했어.
"으- 칠봉쌤 괜찮아요...?"
너를 받아주려다 같이 넘어진 지수쌤이 너의 상태를 먼저 물었어.
너는 무릎 꿇고 앉은 채로 미안하다는 말을 해 가면서 지수쌤에게 괜찮냐 물었지.
지수쌤은 웃으며 괜찮다고 하시고는 천천히 일어나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 교실을 둘러봤어.
혼자 미리 준비 해 놓은 거냐고 물어보며 수고 많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어.
괜히 부끄러웠던 너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니에요~'하며 마저 꾸미기 위해 상자 쪽으로 다가갔어.
"칠봉쌤, 나 좀 일으켜줘요."
너에게 손을 내밀며 일으켜달라는 지수쌤의 말에 다시 뒤를 돌아 다가갔어.
손을 맞잡고 지수쌤의 손을 잡아 당기자 일어난 지수쌤과 너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지.
지수쌤은 자기가 일으켜달라고 해 놓고 더 부끄러워 하면서 목을 가다듬었어.
뭐 도와줄 거 없냐며 크게 말 하다가 거의 다 해서 네가 마무리 할 수 있다는 말에
그럼 자신은 짐 정리하러 갔다 오겠다며 옆에 나동그라진 가방을 들고 백호반을 나가셨어.
생일파티의 주인공인 케잌의 자리만 남겨놓고 꾸미는 게 거의 마무리 되어 갈 쯤이었어.
백호반 문이 열리고 '칠봉쌤!'하고 정한쌤이 안으로 들어오셨어.
정한쌤이 하얗고 큰 네모상자에 든 케잌을 들고 계셔서 너는 얼른 가서 같이 들어드렸지.
케잌 위에는 순영이와 준휘의 그림이 그려져있었고 생일 축하한다는 문구가 써 있었어.
한참동안 케잌을 쳐다보고 서 있자 정한쌤이 너에게 말을 걸어오셨어.
"미리 와서 준비하고 있었어요-? 예쁜 짓 했네."
네가 정한쌤에게 환하게 웃어보이며 잘 꾸민 것 같냐 물어보았더니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며 잘했다는 말을 해 주셨어.
그 말에 힘을 얻은 너는 케잌을 자리에 옮겨놓고 폭죽을 옆에 꺼내두었어.
정한쌤이 어깨를 톡톡- 두들기시며 수고했다고 칭찬을 해 주신 후 캐비닛으로 가셨어.
너는 오늘 일찍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며 상자를 한 쪽으로 치워놓았어.
목에 걸린 앞치마의 리본을 아직도 묶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을 때 쯤.
너는 지금 계신 두 선생님한테라도 도움을 받아야겠다 싶어 앞에 보이는 지수쌤을 부르려는데
누군가가 너를 당기는 느낌이 들어 가만히 서 뒤를 돌아보자
"끈은 내가 묶어준다니까. 쟤네한테 부탁하려 했죠?"
하고 예쁘게 리본을 묶어주셨어.
얼른 뒤로 돌아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승철쌤은 활짝 웃으며 캐비닛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셨어.
너는 손을 뒤로 뻗어 리본을 만지작거리다 유치원으로 들어오시는 원장선생님에게 인사를 건넨 후 원장실로 함께 들어왔어.
*
시간이 지나 너와 세 선생님들은 마중을 나갔고 아이들이 하나 둘 등원을 하기 시작했어.
오늘 생일파티의 주인공인 준휘가 계단을 올라왔고 그 뒤로는 어머님도 함께 올라오셨어.
너는 폴더 접히듯 인사를 건넸고 어머님은 크리스피 도넛이 든 상자를 너에게 건네며
오늘 생일파티 할 때 아이들과 함께 나눠먹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
상자가 많아서 당황하다가 준휘 어머님의 말씀을 다 듣고 감사히 먹겠다고 말씀 드리고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어.
마지막 아이까지 등원을 모두 마치고 선생님들은 각자 반으로 들어가서
각자 반의 아이들과 함께 아침인사를 나누고 백호반으로 모였어.
넌 원장실에서 꼬깔모자 두 개를 챙겨 백호반으로 향했지.
안으로 들어가니 석민이와 승관이를 만나 반가워보이는 순영이와
소풍 이후 친해진 원우와 명호, 그리고 제일 막내인 찬이를 잘 챙기는 준휘까지.
아이들로 북적북적하고 와글와글한 분위기였어.
"권햄찌~"
"어! 다람지 쌔미다~"
순영이의 애칭인 '햄찌'를 부르자 석민이와 신나게 얘기하다 너를 돌아봤어.
너에게 뛰어오며 얼른 생일파티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하며 예쁘게 웃어보이는 순영이였어.
너는 케잌이 있는 탁자 쪽으로 가면서 순영이에게 기대해도 좋으니 조금만 기다리자는 말을 하고 꼬깔을 상 위에 올려놨어.
그리고 선생님들이 모두 들어오시고 아이들이 자리를 정리 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
"6월에 태어난 두 친구를 앞으로 불러볼까요-?
준휘야~ 순영아~"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앞으로 나오는 두 친구들이었어.
승철쌤이 아이들에게 꼬깔을 씌워주고 정한쌤이 성냥에 불을 붙인 후 초에 옮겼어.
지수쌤은 정한쌤의 싸인에 불을 껐지. 그리고 모두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준휘, 순영이~ 생일 축하~합니다~"
"후우-"
준휘가 불을 끄기 시작하자 준휘를 따라 순영이도 촛불을 불어 끄기 시작했어.
마지막 불까지 완벽하게 끄자 지수쌤은 불을 켰고 아이들을 박수를 치며 까르르- 웃었어.
너는 아이들에게 '폭죽 터트릴게요~' 하고 폭죽 끈을 아래로 당기자
펑- 소리가 나며 형형색색의 끈이 밖으로 튀어나왔어.
"응얽!!!"
폭죽소리에 놀란 승철쌤이 주저 앉자 아이들은 더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고
승철쌤은 얼굴이 새빨갛게 익은 채로 다시 일어섰어.
너는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하고 말했고 정한쌤은 '원래 잘 놀라는 형이에요.'하며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어.
너는 아이들에게 세 선생님들이 준휘와 순영이를 위해 준비한 게 있다고 진행을 했고
세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보여줄 노래를 준비하기 위해 기타를 세팅하고 짧은 리허설을 하셨어.
지수쌤이 기타를 치는 모습을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너는 기대가 되기 시작했어.
정한쌤과 승철쌤이 노래를 한다는 원장선생님의 말씀에 기대는 풍선처럼 부풀었지.
세 선생님은 'Happy birthday to you'라는 노래를 부르겠다며 목을 가다듬더니 이내 노래를 시작하셨어.
"이슬비가 내리는 오늘은- 사랑하는 그대의 생일 날-"
감미로운 기타 선율에 세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니 너도 모르게 넋을 놓고 쳐다봤어.
왜냐면 저 노래는 네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였거든.
아이들도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좋은지 떠들지 않고 집중해서 듣고 있었어.
노래를 아는 친구도 있는지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친구도 있었지.
그렇게 선생님들의 노래가 끝나가자 아이들은 '앵콜!'하고 외쳤어.
지수쌤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생일축하노래를 기타로 친 후 무대를 마쳤어.
아이들과 너는 박수를 치며 엄지를 세웠어.
선생님들의 노래부르는 모습들이 새로웠기도 했지만 뭔가 멋져보이기도 했기 때문이지.
선생님들이 기타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준휘 어머님께서 사 주신 도넛을 보여주며
준휘에게 잘 먹겠다는 인사를 하고 먹자는 말까지 하며 아이들에게 나눠주셨어.
넋 놓고 있던 너도 얼른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며 맛있게 먹으라는 말을 덧붙였어.
준휘에게 '고마워!', '고마워, 형아-'하고 먹는 친구들을 보며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너도 입에 하나 물었어.
아직 잘리지 않은 케잌을 뚫어져라 보던 순영이가 너를 애타게 불렀는데
너는 아이들에게 도넛을 나눠주느라 정신이 없어서 순영이의 말을 듣지 못했어.
그러자 한솔이가 '다람지 선새미. 죄송한데- 수녕이 형아가 불러여.'하는 말에 얼른 순영이에게 가서 왜 불렀냐고 물었어.
케잌이 너무 예뻐서 먹지 못 하겠다며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어.
옆에 있던 준휘도 고개를 끄덕이며 케잌이 예쁘다며 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어.
정한쌤이 사 오셨다고 말 하자 아이들은 정한쌤에게 감사하다 인사를 했고 쌤은 아니라며 맛있게 먹으라고 하셨어.
빵칼로 케잌을 자르려는데 준휘가 너의 팔을 잡고 막았어.
너는 놀란 눈으로 준휘를 쳐다봤고, 준휘는 너에게 '사진 찌그셨어요...?'하고 아련하게 물어봤어.
너는 아까 정한쌤이 찍었다고 말해주었고 준휘는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너의 팔을 놓아주었어.
다시 케잌으로 시선을 돌려 케잌을 잘라 아이들에게 조금씩 나눠주었고
아이들은 맛이 있는지 투정부리는 친구 없이 다들 잘 먹었어.
먹는 게 끝나갈 때 쯤,
백호반 친구들이 쓴 편지와 선생님들이 간단히 준비하신 선물을 아이들에게 전달했어.
아이들은 기분 좋게 선물을 받아주었고 네가 들고 있는 카메라에 포즈까지 취했어.
승철쌤과 너, 정한쌤, 지수쌤이 머리 맞대고 고민해서 산 선물이어서 맘에 안 들면 어쩌나 고민 많이 했는데
좋아하는 표정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까지 쉬었어.
지수쌤이 준휘와 순영이에게 같이 사진찍고 싶은 친구가 있냐고 물어보자
순영이는 고민을 하다 너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을 했고
준휘는 명호와 사진을 찍고 싶다 말했어.
준휘와 명호를 먼저 찍어준 후 카메라를 지수쌤에게 넘겨 너와 순영이가 사진을 찍었어.
생일파티가 모두 끝난 후 너는 아이들을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갔어.
오늘 아침에 미리 준비해준 보상이라며 뒷정리는 세 선생님들이 하겠다며 너를 놀이터로 올려보냈지.
너는 돕겠다고 했지만 극구 말리는 선생님들에 의해 너도 포기를 하고 아이들과 나갔어.
아이들은 뭐가 그리도 신이 나는지 웃느라 바빴고 너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괜히 웃음이 났어.
*
-Epilogue-
열심히 청소를 하던 지수쌤이 옆에 세워져있던 기타를 끌어안더니,
"아, 나 기타 실수했는데.."
라고 말 하자 정한쌤이 그 앞에서 부스러기를 줍다 소파에 앉으며
"나 반음 떨어진 상태로 불렀어."
라고 말하자 그 옆에서 원형탁자 줄을 맞추던 승철쌤이
"윤정한, 나 잘 안 놀라거든? (새침)"
라고 말 하며 다람쥐 칠봉쌤인 네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자마자
아까 한 공연(?)에 대한 품평회를 하는 세 선생님이었어.
너의 눈에는 모든 것이 완벽했는데
자기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정리가 끝날 때 까지 투덜거리기 바빴어.
원장선생님께서 그 앞을 지나가다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셨다는 건. 우리끼리의 비밀인걸로.:)
*
아낌져가 아! 낌! 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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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낌져입니다!
생각보다 글이 안 써져서 오늘 내용이 참...
BGM색은 응원봉 색을 따라해본다고 했는데 실물영접을 못해서 그런지..
어떤가요?ㅋㅋㅋㅋ 헤헤. (거실1열에서 팝콘을 먹는다)
그리고 7편에 독자분이 100명이 훨씬 넘었더라구요!
정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 고마워요!!
★제가 또 드릴 말씀이 있어요..
20일에 시험이 하나 더 있거든요!
그래서 이 글을 올리고 10편은 20일이 지나서 나올 것 같아요..
연재주기가 많이 길어져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요ㅠㅠ
대신 재미있는 특별편으로 들고 올테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항상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