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street Boys
wrignt. 일개팬
당신은 소위 말하는 뒷골목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분명히-, 없을 것이다. (만약 경험자가 있다면 사과 후 수정하도록 하겠다.) 내가 말하는 뒷골목은 부산의 한 대로변을 따라 쭉 걷다가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금방 지나쳐버리고 마는 샛길로 들어서야만 겨우 구경할 수 있는, 모두들 그 존재를 알고 있지만 아무도 쉽사리 언급하지 않는 볼드모트같은 바로 그 곳이다. 이걸 읽고 있는 모든 이들이 이미 이 길거리를 알고 있을거라고 확신하며 그 뒷골목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내 보도록 하겠다. 나는 그 거리의 유일한 생존자니까.
A. 초콜릿의 자살
나는 단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사탕같은, 딱딱해서 이가 약한 나같은 이들은 잘 깨물지 못하는 단 것들 보다는 초콜릿같은, 툭 깨어 물어서 입에 물고 있기만 해도 알아서 사르륵 달콤하게 녹는 것들을 특히 좋아하는 편이다. 비슷한 이유로 마시멜로우도 선호한다. 그래서 나는 열 일곱에서 열 여덟이 되는 해의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유명하다는 디저트 가게를 찾으러 길을 나섰다.
“ 씨발, 겁나 추워. "
그날따라 날씨는 온갖 비속어를 남발할만큼 추웠고, 나는 길거리의 연인들에게 꿀리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으로 살랑거리는 원피스에 코트만을 걸친터라 더욱 더 동사할 가능성이 높았다. 연기자들이 추위에 떠는 연기를 할 때 어째서 그렇게 전신을 경련하듯이 떨고 이를 딱딱 거리는가에 대한 의문 또한 깔끔하게 풀렸다.
실제로 내가 그랬으니까.
“ 어디에 쳐박혀 있는거야, 얼어죽겠네... ”
나는 열 여덟이 되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학생 신분도 아니었고 더군다가 맘대로 외박을 했다고 뺨을 때릴 부모님도 없는, 있는 건 돈, 오로지 몇 푼의 돈 뿐인 철부지였다. 그렇기에 서울에서 부산까지로의 맛집 기행이 가능했고 저녁 9시경에 뒷골목의 출입문과 다름없는 샛길을 찾아 킬리만자로의 표범마냥 어슬렁 거릴 수 있던 것이었다. 아, 물론 당시의 나는 아무리 발라당 까졌다고 해도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뒷 골목, 그 거리가 내가 가려고 하는 바로 그 거리이며 그 거리의 유명한 디저트 맛집 Off chocolate 이 사실은 디저트가게가 아니라 거리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마담 화홍의 가게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난 그저 초콜릿에 환장하는, 그래서 오프 초콜릿의 야심작 – 여자들이 그렇게나 좋아하고 만족한다는 - ‘ 소년의 기도 ’를 먹어보고 싶은 초코 악개였으니.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오프 초콜릿이 사실은 그렇고 그런 빨간 등을 단 가게이며 메뉴에 등장하는 초콜릿들은 ‘호스트’ 들을 의미한다는 것을. 물론 그나마 순화해서 호스트였지 사실대로 고하자면, 그렇다. 바로 당신들의 머릿속에 번뜩 떠올린 그런 사람들을 뜻했다.
하여간에 나는, 한 우연하게 파도타기를 거듭하다가 마주한 익명의 ‘소년의 기도’ 예찬론자의 후기를 읽고 – 정말 후회 없으실거라고, 퐁듀 주문이 안되지만 맛보는 순간 초콜릿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실 거라고 거듭 추천했다.( 후에 알고 보니 퐁듀라는 것은 오프 초콜릿에선 2차를 의미했다. 그렇고 그런거. 그리고 ‘소년의 기도’를 제외한 모든 상품들은 기본적으로 퐁듀 주문에 해당되었다. ) - 꽂혀서
저녁 9시가 되는 시각, 샛길 주변을 빙빙 돌다가 9시 30분 정각, 비밀의 화원처럼 꽁꽁 숨겨져있던 뒷골목의 입구를 발견했다.
한 손에는 그 익명의 후기에 첨부되있던 약도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접힌 우산을 휘휘 돌려가면서 길을 찾는데,
그다지 예민하지도 않은 내 귀와 눈에까지도 와닿아버리는 시선과 말 소리.
‘ 저 어린애는 뭐지? 쫓아내야 하는거 아냐? 화홍이 제일 싫어하는게 어린 여자애잖아. ’
‘ 손님일지도 몰라. 조용히 말해. ’
‘ 하기는, 이 시간에 여길 돌아다니는 애가 순진한 기지배일 리가 없지. 저 우산, 사실은 총일지도 몰라.’
‘ 퀸스맨처럼?’
‘ 킹스맨, 병신아. ’
그리고 몸싸움을 벌이는 듯 투닥거리는 소리들과 금속성 물질이 맞부딪히고 떨어지는 소리.(칼은 아니었다고 믿고싶다.)
나는 공감각 능력이 평균 이하인지라 거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인다는 오프 초콜릿의 간판을 찾을 수 없었고 퀸스맨, 킹스맨 따위로 싸우는, 약간은 모자라 보이는 남자들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서보니 남자들은 나보다 두세살 정도 위로 밖에 보이지 않았고, 다른 말이 필요할 것 같지 않게 잘생겼었다. 한 사람은 쌍커풀이 찐한 늑대상에 가까웠다면, 퀸스맨이라는 명대사를 날린 남자는 약간 여우상? 여우상이라 하기에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매우 잘생겼었지만.
“ 저, 오프 초콜릿이 어디에요? ”
“ .. 봐봐, 내가 손님이랬지. ”
“ ..너 요즘 개그배워?”
“ 네?... ”
“ 저기에요, 바로 앞에, 빨간 등. 오프 초콜릿. ”
“ 아, 아! 저기구나, 감사합니다. ”
그제서야 시야에 들어차는 건물에 나는 신이나서 대충 인사를 하고 가게로 달려갔다. 뒤에 남은 남자들은 신경 쓰지 않고.
“ 최한솔 지명같지? ”
“ 응, 소년의 기도인가 그거. ”
“ 한솔이도 피곤하겠다, 저런 애들 일일이 받아주려면. ”
“.. 뭐, 그러게. ”
*
당차게 오프 초콜릿 문 앞에 도달해 문을 열었을 때, 나는 한 남자와 부딪혔다. 옅은 갈색머리의 잘생긴 외국인과.
“Sorry? ... ”
“ 아, 씨발. ”
“ 한국말? ”
“ 퍽킹 보이 위시."
“ ? ... ”
“ 들어와, 씨발. ”
분명 나가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남자는 강렬한 씨발을 남기고 따라오라는 듯 성큼 성큼 앞서 걸었다. 남자의 걸음을 따라 도착한 곳엔, 붉은 머리의 아름다운 여자가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홍차의 향은 강한데, 그것보다 더 진하게 초콜릿의 향이 풍겼다. 정신이 혼미했다. 잘 찾아온게 맞구나. 여자는 매우 아름다웠다.
“ 어머. ”
여자는 지금 이 상황이 하나도 당황스럽지 않은 듯 차분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 솔아, 엄마가 어린 여자애는 취급 안한다고 했잖아. ”
“ 손님같은데요. ”
“ 그래도 안돼. ”
“ 야, 너 몇 살이야? ”
“ .. 십팔살.”
“ 씨발, 뒤질래? ”
" 솔아. “
저 분 샛길 밖까지 데려다 드리고 와. 여자는 그렇게 말했고 나를 노려보던 남자는 순종했다. 네, 엄마.
남자에게 붙잡히다싶이 우악스럽게 끌려나가면서, 나는 여자의 나이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는 엄마보단 누나가 어울렸다. 솔이라 불리우는 저 남자와 끽해야 열 살에서 열 다섯 살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심하게 동안인가.
“ 뭐냐? ”
특이하다. 이 거리에선 특이하지 않은 사람이 더 특이할 듯 싶었다. 파란 머리의 약간은 날카롭게 생간 남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어린 년. ”
“ 손님으로 온거지? ”
“ 그냥 어린 년. ”
“ 나한테 넘겨, 우리 가겐 그런 거 안가려요, 돈만 가리지. ”
“ 화홍이 시킨 일이야. ”
“ 화홍의 개새끼 노릇은 여전하네. ”
“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꺼져, 씨발. ”
“ 손님, 나 잘 해. 저 좆같은 소년의 기도 찾지 말고 우리 가게 와.”
“ 죽고 싶냐, 진짜? ”
남자의 손에는 어느순간부턴지 검은 색의 권총이 들려 있었다. 파란 머리의 남자에게 총을 겨누는데, 진심인지 정확히 눈과 눈 사이를 조준하는 듯 했다.
“ 가게 이름은, 구원. 언제든지 호시를 지명해줘. 내가 이 동네에서 제일 잘하거든. ”
탕, 파란 머리의 귓가로 총알이 스쳤다. 결국 계속 씨발을 외치던 남자의 손이 일을 벌인 듯 싶었다.
피가 났다. 난생 처음 듣는 총소리에 귀가 얼얼했다. 그래도 죽이진 않는건가.
“ 씨팔, 피어싱을 해주려고 하네, 씹쌔. "
“ 꺼지라고. ”
“ 열시 십분에 오면 특별 할인이야, 꼭 와. 나는 진짜 구멍나기 전에 가볼게, 손님. ”
“ .. 저 개새끼가. ”
“ 호시가 당신을 구원하리니. 안녕. ”
남자와 남자는 달라도 상당히 다른 듯 했다. 외모부터가 극과 극이었지만, 욕하는 방식도 달랐다. 총을 든 남자는 씨발, 이었고 호시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씨팔, 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남자들도, 아까전의 화홍이라 불린 붉은 머리의 여자도 현재의 나만큼 씨발스럽지는 못할 것이었다. 나는 진정으로 소년의 기도가 초콜릿인 줄 알았다. 좆같아. 가게에서 풍기던 냄새는 분명 달콤한 초콜릿의 향내였는데, 초콜릿의 모형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냄새만 실컷 들이마셔서 그런지 허기가 지고 마음이 공허햇다.샛길 밖으로 확실히 나왔다고 여겨졌을 때 쯤, 솔이라는 남자는 나를 앞으로 밀쳤다.
“ 다신 오지마, 미성년자 출입금지니까. ”
내가 무슨 정신머리로 총까지 쏴댄 성격 더러운 남자에게 말대꾸를 한지 모르겠다.
“ 넌 몇 살인데. ”
그것도 반말로.
“ 나? ”
남자는 처음으로 웃었다. 비웃음이 분명했지만.
“ 십구살. ”
좆같은 새끼. 이 거리는 모순 덩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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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봄니다 반응 연재 될 것 같아요 비축분이 없어서... 어둔 이야기인데 넘 밝게 시작한거같지만 함께 해주세요 여주가 되주세요
읽어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