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징어야.
여기.. 그 뭐냐 핑꾸핑꾸하고 러브러브 한것만 올리는 데가 아닌가 싶은데..
친구가 막 나랑 오빠 친구랑 있었던 일을 들으면
이상하다고, 뭔가 둘이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그래서.
내가.. 너네 한테 물어보고 싶어서..ㅎㅎ
그니까, 누구랑 있었던 일이냐면. 오빠친구이자 나랑 십년을 넘게 본 '도경수' 라는 사람이랑 있었던 일이야.
우리 오빠 이름은 찬열이야.
경수는 오빠 친구이자, 같은 동네에서 십년을 산 사람이라,
거의 그냥 가족 같은 존재지. 왠만한 친구보다야 친하고.
엄격히 따지면 나보다 한살이 많은, 아니 생일이 빠르니까 두살이나 많은 오빠지만
하도 어렸을 때부터 봐서인지 오빠라는 말은 죽어도 안나와.
그래서 난 늘 '경수야'나 '야' 혹은 '너' 이런 식으로 말을 해.
물론 그럴 때마다 경수가 나한테 너 오빠라고 안해, 하긴 하지만 안나오는 걸 어떡해.
오빠도 몇번 주의를 주더니 이제는 그냥 너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라~ 하고 있고.
아, 나이를 말 안했네?
나는 고등학교 이학년. 우리오빠랑 경수는 대학생이야.
우리오빠는 실용음악과, 경수는 미대생이고.
근데 오빠가 좀 무덤덤한 성격이라 그런지 나를 잘 안챙겼었거든?
그래서 경수가 대신 내가 빠뜨린 준비물이나 숙제 같은 거 갔다 준적이 어렸을 때부터
몇번 있었어. 그러다보니 거의 습관적으로 경수 = 나의 쓸데 없는 오빠 대신? 이런 느낌이 강했지.
그건 대학가서도 마찬가지였어. 하루는 내가 완전 중요한 수행평가를 집에 두고 온거야.
그런데 오빠라는 사람은 먼저 방학했다고 정신없이 퍼자느라 전화도 안받지,
경수는 그 전부터 전시회 준비하는 선배 도와주는 작업한다고 바빴었거든
그래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어.
-야, 너 그래서 진짜 안내?
반장이 마지막으로 묻는데 아 진짜 딱 울고 싶더라.
안그래도 중간고사 망해서 이 수행평가까지 안내면 다시 살릴 수 없는 점수가 나올 것 같았거든.
일단 먼저 내라고 하고, 하는 수 없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
신호가 한참 가다가 딸깍, 전화가 받는 소리가 들리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거의 울먹이며 말을 했어.
-아, 도경수 나 죽을거야ㅠㅠㅠㅠ
경수는 '나 지금 바,' 까지 말하다가 내 목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나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었어.
-나 진짜 밤새서 한 수행평가 안들고 왔어ㅠㅠㅠㅠ
-…하.
경수가 한숨쉬는 걸 들으니까 더 서러워서 엉엉 울음을 터뜨렸어. 옆에 있던 애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기다려. 경수가 전화를 끊더라. 그리고 수업종이 쳐서 나는 결국 자리에 앉았어.
일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나는 혹시 오나 싶어서 교문에 나와서 기다리는데
멀리서 누가 부리나케 뛰어오는 게 보이는 거야.
-…경수?
내가 부르니까 내 앞에 달려와서 멈춰. 어깨는 막 들썩이고 숨을 막 내 쉬면서
-너,언제까지,이럴거야.
나는 경수 손에 들려 있는 내 수행평가를 보자마자 바로 경수를 껴안고 막 흔들었어.
-아, 진짜 고마워. 내가 맛있는 거 살게.
경수는 금방 가야 되는지 내 머리를 헝클이고는 말했어.
-운다고 다 해결되는 거 아니다. 간다.
그리고 다시 뛰어가더라고. 교실로 돌아와서 수행평가 내니까 애들이 막 나한테 가까이 오더라
-아까 그 남자 누구야, 니 오빠?
-아니. 오빠 친구.
-헐. 대박. 개잘생김. 그 뭐지 엑소 디오 닮음!
내가 원래 연예인에 관심이 없기도 없지만, 그렇다고 경수가 연예인 닮았을 것 같지는 않았거든
그냥 에이, 하면서 손을 저어보였지, 뭐.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하루는 내가 오빠를 만나러 대학 근처로 갔었거든?
그자리에는 오빠 친구들이랑 경수도 있었어.
집에 아무도 없는데 내가 열쇠를 안가지고 나온 바람에 열쇠를 받으러 갔던 거지.
근데 오빠 친구들이 오빠가 화장실 간 사이에 막 내 이름 부르면서 안 본 사이에 많이 컸다~
야 온김에 한잔이라도 하고가~
막이렇게 장난을 치는거야.
솔직히 내가 술을 한번도 안마셔본것도 아니고(오해마ㅠㅠ가족끼리 마실때 한두번 홀짝거린거야ㅠㅠ)
열여덟이면 많이 어린 나이도 아니니까
그럴까요, 하며 자연스럽게 앉으려는데 경수가 갑자기
-OO아, 집에 안가냐.
하는거야. 나는 으..응? 하면서 경수를 보았지.
경수가 나한테 농담한 친구들한테 그냥 조용히 한마디 하는거야.
-너네 여친들한테 오늘 클럽가는거 말했어?
-….
갑자기 친구들 표정이 변하더라? 근데 나 경수가 누구한테 그렇게 말하는 거 처음보거든.
그래서 좀 멘붕이 왔지. 근데 경수가 나 보더니 다시 표정 풀고
나를 끄는 거야. 술집에서 나와서 여자애가 이런데 함부로 오는 거 아니라고, 딱콩 먹인 다음에
택시 태워서 보냈어.
집에 와서 오빠한테 경수 친구들 사이에서 어때 그러니까
좀 무뚝뚝한 편이지 그러는거야
무뚝뚝? 이렇게 다시 물어보니까
-아, 좀 단호하다고 해야하나?
암튼 카리스마 있지. 이렇게 말하더라.
?????????나한테 그런 건 없거든.
나한텐 그냥 도경수거든. 오빠 대신 내 뒤치다꺼리하는.
그래서 나는 도경수의 카리스마를 시험해보겠다고 생각하며
내 친구 수정이랑 이야기를 했지, 막.
어떻게 하면 나도 그 서늘하고 무서운 도경수를 볼 수 있을까 하면서.
수정이는 막 남자 자존심 건들이는? 그런 말 하면 남자가 기분 나빠서 정색할거래.
정색한 도경수라니. 나는 좀 웃겨서 알겠다고 하고는 시험해 볼 날이 오기를 기다렸어.
그리고 대망의 날.
경수는 내가 예쁜 카페 가는 거 좋아하니까 일부러 인터넷에 찾아보고 그래.
휴일이라 경수는 책을 읽고, 나는 시험기간이라 공부할 거 챙겨서 만났는데
경수가 그날따라 기분이 좋아보이는 거야(안돼 이러면! ㅠㅠ)
그래서 나는 일부러 막 도경수, 야, 야 거렸지.
-쓰읍, 혼난다.
경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또 다시 아무렇지 않게 걸어갔어.
-경수는 어깨가 좁네.
-….
-경수는 키도 작고.
경수는 아직까지는 별 반응이 없었어. 그냥 평소에도 자주 놀려서 그랬나봐.
-경수는 여자인 나보다도 약하고.
경수는 뭐도 못하고, 뭐도 못하고. 막 이렇게 말을 하는데 그때까지 별 반응 없던 경수가
-경수는 남자 같지도 않고
이러니까 딱 멈춰서는거야.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거지.
오, 나는 기대도 안했던 거에 경수가 걸린 것 같아서 좀 신났지.
-하긴, 경수가 남자긴 왜 남자야. 이젠 하도 봐서 내 친구 수정이보다 더 편한걸.
경수가 멀뚱히 나를 바라보더라. 침묵이 좀 길어졌어.
나는 설마 화나는 건 아니겠지, 하고 좀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데 경수가 입을 열었어.
-너 치마가 짧다.
?????????
나는 생각지도 못한 경수 말에 내 다리를 내려다보았어.
물론 치마가 짧긴 짧지만, 이건 순전히 내 다리가 조금이라도 길어보이고자 (나란녀자..) 입은 건데.
-집에 들어가서 다시 갈아입어.
-아, 왜.
-싫어?
-응.
경수의 시선이 오랫동안 나에게 머물렀어. 그러다 천천히 멀어졌어.
-그래, 그럼.
어쩐지 좀 딱딱한 것 같은 경수의 목소리가 들려서 난 조금 움찔하다가 앞질러 가는 경수를 보았어.
아, 쫌 단호박 같기는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다가 문득 내 신발끈이 풀린게 보였지.
-야, 도경수 잠깐만! 나 신발끈 좀.
경수가 나를 돌아보았어. 내가 허리를 굽히고 신발끈을 매려고 주저 앉으려는데….
-야.
경수가 나를 잡더니 벌떡 일으켜. 왜 이러냐고 내가 보니까 경수가 한숨을 내쉬어.
-너, 다 보여주려고 작정했어?
아. 내가 영구전용감탄사를 내자 경수가 다시 한숨을 쉬더니 허리를 굽히고
한쪽 무릎을 굽힌채로 내 신발끈을 묶기 시작했어.
동그란 경수 뒷통수를 바라보는데 어쩐지 좀 기분이 이상한거야.
막 간질간질 거린다고 해야되나,
아니면 좀 부끄럽다고 해야되나.
아무튼 그래서 경수가 다 묶고 일어나는데 나도 모르게 물어봐버렸어.
-너 다른 여자애한테도 그래?
-…어?
-그러지마.
경수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어.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외쳤지.
-되..되게 병신같아!
-….
경수가 내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안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떠.
나는 나대로 당황해서 결국 앞질러 가버렸어.
당장 뭐라고 외치려던 경수는 결국 그 길 아니야! 하면서 나에게 다가왔고.
아, 어떡해.
나 좀 이상한 것 같아.
정말 수정이 말처럼 우리 좀..이상해?
너네가 말좀해줘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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