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zuko Mori - Sunny
어느 날은 남준이의 강력한 주장으로 윤기가 드라마를 틀어놓은 채
남준이와 나란히 앉아서 드라마를 시청했으면 좋겠다.
처음 부분을 하나도 모르는 윤기에게 남준이는 신이 나서 설명을 해줬으면.
저 사람이랑 저 남자는 어떤 사이이고,
지금 과거에 어떤 일이 있어서 그거 때문에 사이가 안 좋고,
저 두 여자는 지금 이런 일로 사이가 안 좋고,
저 남자를 사이에 두고 싸우고 있고. 등등.
조잘조잘 드라마 내용을 말해주는 남준이에 윤기는 대답도 없이 빤히 화면만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남준이가 다른 이야기로 새어나갔으면.
어... 어쩌다가 이 말이 나왔지?
저, 머리띠한 여자 과거.
아, 아. 맞다.
남준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는지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
윤기가 그걸 바로 잡아주고,
그러면 남준이는 다시 조잘조잘 이야기를 늘어놨으면 좋겠다.
그걸 힐끗 본 윤기가 작게 웃으면서 또 한 번 남준이가 다른 이야기로 새어나가면 바로 잡아주었으면.
그렇게 된거야.
복잡하네, 저 사람들.
응. 참 이상해. 좋아하면 한다고, 그러면 될 일인데 왜 쉽게 못 하는거지?
그건 아마도, 솔직하지 못 해서? 아니면, 뭐... 상황따라 눈치보느라 그런거겠지.
남준이의 혼잣말 같은 물음에 윤기는 하나씩 답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 답에 남준이의 고개가 더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본인의 감정도 눈치를 봐야 해? 그거 슬프다.
상황이라는 게 다 다르니까. 개인의 사정이라는 것도 있을테고.
주인은 그래?
뭐가.
주인도 주인의 감정에 눈치를 봐?
남준이의 질문에 윤기는 잠시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
덤덤히 내놓았던 답들을 되돌아보면서, 잠시 답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천천히 그나마 정리된 답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보기도 하지. 안 볼 때도 있을거고.
...
너에 대한 감정은 눈치 안 봐. 그러려고 노력도 하고.
조금 뒤늦게 따라온 대답에 남준이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으면 좋겠다.
기뻐, 그 말.
그 대화를 끝난 뒤에, 둘은 다시 드라마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어느 날은 윤기가 일을 끝내고 와서는 선풍기가 켜져 있는 빈 거실을 둘러봤으면 좋겠다.
다가가 선풍기를 끄고, 조금 습한 느낌이 드는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 제습기능을 틀어놓은 뒤에
방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준아.
그리고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남준이를 보고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남준이를 깨웠으면.
평소였으면 문을 여는 소리에 벌써부터 귀를 쫑긋거리면서 반쯤 눈을 떴을 남준이인데,
그 날따라 유독 잠에서 깨지 못했으면 좋겠다.
눈을 뜨긴 떴는데 다시 금방 내려가버리고,
윤기가 이름을 불러주거나 등을 쓰다듬으면 꼬리를 힘없이 두어번 휘적이다가 말고.
어디 아픈건가 싶어 순간 표정이 굳은 윤기가 남준이의 이마에 손을 대고,
목덜미를 가볍게 그러쥐면서 남준이의 체온을 재봤으면.
열은 나지 않는데다가 색색대는 숨소리가 거칠지도 않은터라 윤기의 고개가 기울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남준이가 겨우 낑낑대면서 윤기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거의 사그라드는 목소리로 졸리다면서 웅얼웅얼거리면
그제야 윤기가 남준이가 아프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많이 졸려?
응... 그, 잠 요정이... 있어... 응... 그래서...
뭐라고 하는거야, 준아.
어지간히 잠기운에 취했는지 계속 입술을 움직이며 뭐라 말을 하긴 하는데,
대부분 먹혀들어가 윤기가 알아들을 수 없었으면.
우리 강아지 졸려죽네.
윤기가 작게 중얼거리면서 입꼬리를 올려 웃었으면 좋겠다.
잠기운에 취했는지 볼을 양 손으로 꾹 눌러 들어올려도 아무 반응도 없이 졸고 있는 남준이가 귀여워서,
그러다가 말랑한 볼을 한껏 쥐어주무르면서 놀면 웅얼웅얼 하지 말라고 겨우 말하다가 또 졸고 있는 제 강아지가 귀여워서.
결국 크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남준이의 등을 토닥였으면 좋겠다.
더 잘래?
응...
일어날래?
응...
준아, 너 술 마신건 아니지?
응...
응, 하는 대답 다음에 무언가 말을 덧붙이는 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무슨 말인건지 알아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옹알거림이었으면.
그렇게 졸린 와중에도 윤기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 남준이에
윤기는 웃으면서 그저 남준이의 머리만을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준아, 너 아가 맞지.
응...
인정했다, 너.
응...
평소에 아기같다고 하거나, 애 취급을 하면 귀를 바짝 세우면서 억울하다는 듯이 울상을 짓던 남준이였던지라
윤기는 핸드폰을 들어 동영상 촬영까지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똑같은 대답을 얻어낸 이후에 만족스럽게 웃었으면.
강아지.
응...
대답은 진짜 잘하네. 잠이 그렇게 좋아?
응...
계속 말을 걸다보니 어렴풋이 남준이의 잠이 살짝 깼으면 좋겠다.
아직 비몽사몽하고, 머리가 무겁고, 눈을 감으면 잘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핸드폰으로 자신을 찍고 있으면서 웃고 있는 윤기를 바라보면서 따라서 씩 웃었으면 좋겠다.
물론 주인이 제일 좋아.
...
그건, 안 물어봤는데. 윤기가 작게 중얼거리면서 동영상 촬영을 종료했으면 좋겠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잠을 자려는지 자세를 잡는 남준이를 깨우지 못하고
잠에 빠지는 제 강아지를 바라보다가 이어폰을 끼고 동영상을 다시 한 번 재생해봤으면 좋겠다.
[물론 주인이 제일 좋아.]
나른한 얼굴로 웃으면서 말하는 핸드폰 속 남준이의 얼굴을 한 번,
침대에 누워 어느새 편안한 얼굴로 잠에 빠진 남준이의 얼굴을 한 번.
꽤 오랫동안 윤기는 30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동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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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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