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Friday5
태환형은 밤새도록 깨어나지 않았다.
병때문에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좀처럼 깨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다.
응급실 당직 의사나 간호사에게 몇번이나 봐달라고 했다.
나의 요청이 몇번이나 되자 슬슬 짜증도 낸다. 그냥 의식을 잃은 것 뿐이고 이제는 잠으로 전환된 상태라고 투명스럽게 답했다.
저녁 나절에 맞은 링겔은 이미 몸안에 들어갔고 지금은 아무것도 맞고 있지 않았다.
더 맞을 필요가 없냐고 했더니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형의 병에 대해 알고 있는터라 더 조바심이 나는 것일까. 한숨이 새어나왔다.
"태환형...언제 깨어날거야."
나의 조근조근한 물음은 대답조차 듣지 못하고 조용히 묻혔다.
피곤해서 잠깐씩 꾸벅꾸벅 졸았다. 태환형이 걱정되서 곁을 지켰지만 피곤함에는 장사가 없다고 선잠이라도 필요했다.
그는 정오를 훌쩍 지난 늦은 오후에 잠에서 깨어났다.
"...병...원...?"
"아, 깨어났어요?"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소리내는 태환형을 보고 기뻐서 외쳤다.
"갑자기 쓰러져서 놀랐어요. 그래서 가까운 응급실에 데려왔어요. 괜찮아요?"
태환형은 초점이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아직 회복이 안된 것일까.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한참을 멍하게 있더니 대뜸 말을 한다.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그 말을 하는데 정말 병원이 싫어죽겠다는 듯이 일그러지는 태환형의 표정에 아무 말없이 따라주었다.
병원비를 계산하고 그를 데리고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태환형이 이끄는대로 근처 카페에 들어와 차와 케익을 주문했다.
그것을 앞에 두고 서로 마주 앉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태환형은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을.
내심 그런 생각을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이름도 알려주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정말 이상했다.
아무리 오랜 기억이라도 이렇게 깡그리 잊을 수가 있나 싶었다.
초조한 마음을 감추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태환형에게 웃으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자꾸 감사하다고 하는 태환형때문에 난처해져 뒤통수를 긁었다.
"나랑 살래요?"
"...?"
갑작스러운 제안에 멀뚱히 그를 쳐다보았다. 같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냥 물끄러미 태환형을 바라보았다.
내가 말이 없자 다시 말을 이었다. 조금은 다급한 어조로 말을 했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그냥...마음에 들어서. 당신과 함께 있으면 편안해지거든요."
"......"
"아, 아니다. 미안해요. 처음 본 사람한테 이런 말 꺼내고. 신경쓰지 말아요."
태환형의 말에 난 확인사살을 당했다. 형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중에 알아봐야할 것 같다.
아무래도 민성형을 또 귀찮게 해야할 것 같다.
아릿한 마음을 추스리고 식어빠진 차를 마시는 태환형에게 대답했다. 그의 물음에 답했다.
"좋아요."
"네?"
"같이 살아요."
내 말이 믿기지 않은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설마 허락을 할까 의심한 모양이다.
나는 좋았다. 좋아했던 형이 죽을 병에 걸렸고 세상에서 홀로 남았다.
물론 친척들은 있지만 독립한 것을 보아 그들에게 기댈 것 같지 않았다.
그런 형이 안타깝고 불쌍했다. 연민이 그의 자존심을 상처입힐지도 몰랐지만 일단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형을 돌보아주고 싶고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살자는 형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한 것이었다.
태환형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서 형이라고 부를 수 없어서 일반적인 호칭으로 그를 불렀다.
조금 어색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쑥쓰러웠다.
그리고 같이 살 장소는 나의 집이 어떠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다 큰 남자 둘이서 살기에는 형의 집은 좁았다.
"그럼 태환씨가 우리집으로 올래요?"
"그럴까요. 근데 정말 괜찮아요?"
"네. 저도 태환씨가 마음에 들어요. 저도 편안해져요."
웃었다. 태환형이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웃어 보였다.
나의 바람이 통했는지 태환형도 마주 웃는다. 정말 예뻤다.
형은 어릴 적과 마찬가지로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고 어린 나조차 빠져버렸던 눈도 여전히 예뻤다.
오늘 저녁에 태환형의 집으로 가서 간단히 짐을 싸서 집으로 데려왔다.
나의 집, 이제 형과 동거하므로써 우리 집이 되었다.
그 어감은 참 매력적이었다.
-
태환과 살면서 어쩌면 외로웠을 나의 생활은 외롭기는 커녕 즐거워졌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고 단 둘이 지낼수록 어색했던 호칭은 익숙해졌다.
태환. 박태환. 그 이름 그대로 부르는 것이 익숙해짐과 함께 심장을 간질간질 간지럽혔다.
결코 싫지 않았다. 더 좋아졌다.
그리고 출근 준비를 옆에서 도와주는 태환이 좋아서 넥타이를 잘 못매는 척을 했더니 기꺼이 매어주었다.
어쩐지 신혼부부와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생활이 며칠 동안 반복되었고 점점 태환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그냥 형의 처지가 안타까워서 연민으로 시작했던 일이 그동안 쌓였던 그리움과 형을 좋아하는 감정이 뒤섞이면서 달라졌다.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묘한 기분만 느끼었다.
묘한 기분은 싫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태환을 볼 때마다 행복해졌다. 그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행복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이 고까웠는지 간혹 아픈 모습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단순히 행복을 즐길 수 없었다.
박사님 말씀대로 태환은 가끔씩 고통스러워했다. 나에게 감추려고 끙끙되는 태환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왔다.
대신 아프고 싶을 만큼 그 모습이 안타까웠다.
"밥은 꼭 챙겨 먹어요."
아침과 저녁 외에 점심은 곧잘 거른다는 사실을 알고 태환에게 화를 냈다.
안그래도 아픈 사람이 배까지 곯으면 어쩌겠다는 것인지 아무리 살날이 남지 않다 하더라도 싫었다.
그래서 꼭 챙겨 먹으라고 당부했다. 그런 나의 잔소리에 태환은 웃었다.
아주 예쁘게 웃으며 나를 홀렸다. 나의 부탁에 그러마하고 약속을 했다.
태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날이 갈수록 심장은 두근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두근두근. 둘쑥날쑥 박동했다.
그 느낌은 결코 싫지 않았다.
===============================
7일동안 금요일챕터 5번째이야기...
태환이 깨어나고 동거합니다.
그리고 점점 연애감정을 깨우치는 쑨양의 모습이 귀엽죠^^
곧 있으면 영화보는 장면도...ㅎㅎㅎ
<두개의 귀걸이>도 최대한 빨리 올리도록 할게요..^^
암호닉 |
린연 / 팬더 / 슈밍 / 마린페어리 / 흰구름 / 광대승천 / 허니레인 / 포스트잇 / 여름향기 / 아와레 / 보석바 / 순대 / 쌀떡이 / 태꼬미 / 렌 / 땅콩이 / 쿠엔크로 / 쥬노 / 아스 / 텔라 / 루키 / 잼 / 샤긋 / 빌보드 / 비둘기 / 사과담요 / 박쑨양 / 응가 / 초코퍼지 / 소어 / 회사원 / 촹렐루야 / 피클로 / SY / 우구리 / 태쁘니 / 무슈 / 태쁘닝 / 플레인 /찰떡아이스 / 그냥(부랄) / 빠삐코 / 레인 / 토야 / 하양 / 쑨양자기 / 양갱 / 소띠 / 연두 / 뺑 /아마란스 / 에트리 / 태환찡 / 김쥰슈 / 또윤 / 에이삐씨 / 오름오름 / 주엘 / 눕는독자ㅇ<-< / 햄돌이 / po쑨환wer / ㅌ/ 고구미 / 코난 / 딸기빼빼로 / 박태쁘 / 유스포프후작 / 달룽 / 탱귤탱귤 / 복숭아녹차 / 별빛 / 꾸워엉 / 차느 / 고무 / OM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