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이랑 동거합니다
01
내가 이 집에 다시 들어선지 2시간 밖에 안지났다.
사실 헤어진지 3개월된 사이라면 어색하고 말이 없어야하는 게 다반수인데, 우린 왜이렇게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사실 시끄러운게 싸워서 시끄러운거지만 그래도 같은 지붕 아래 살면서 서먹하면 안돼지.
그렇다고 더 싸울 수는 없다. 왜냐, 민윤기가 화나면 존나무섭거든.
~
"분명 내가 이 세가지 규칙 지키라고 했지 그걸 읽자마자 버리랬냐 내가?"
"야..이미 다 숙지했으니까 그렇지! 그래서 버린거야..."
"야, 원래 이런 거 있으면 기본적으로 방 안에 붙혀놓거나 그래야되는 거 아니냐? 다 구겨졌잖아"
"어쩌라고, 난 다 알았으니까 알아서 해"
"뭐? 저 인간이 진짜"
날 욕하는 민윤기를 무시하고 내 방에 들어갔다.
아, 추워. 3달동안 비워진 방이라 좀 추운가보다. 침대가 없으니 옷장만 있는 창고같다.
그래도 내가 겨우 얻은 방인데 추워죽어도 여기서 버텨야지 뭐.
아까 가져온 캐리어와 가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민윤기 나쁜 놈...
정리하면서 민윤기를 욕하는 건 빼먹지 않았다.
아, 그런데 나 잘땐 어떡하지?
"민윤기, 나 어떡하지?"
"뭐가"
"잘 때 어떡하지?"
"바닥에서 자"
"미쳤어? 나 추워죽으라고?"
"패딩있잖아. 따뜻하고 좋네 뭐."
저..저..!!
우리 연인사이였던 거 맞아? 왜이렇게 살벌해!
민윤기는 나랑 헤어지고 아무 생각이 없었나보다. 아, 없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내가 현관문에서 벌벌 떠는 모습을 보자마자 무표정이었던 민윤기니까.
어휴 스톤같은 자식.
"너 방에서 이불 빼간다"
"야, 죽을래? 나 이불 하나밖에 없거든?"
어쩌라고. 하고 민윤기네 방에 들어갔다.
들어갔는데...여기가 돼지우리야 사람사는 집이야!!
민윤기가 자는 방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양말은 뒤집어 까져서 나뒹굴고 있지, 악보로 추정되는 종이쪼가리들은 구겨져서 쓰레기통에 골인하지 못한채 바닥에 버려져있었고, 커피잔에서 흘러나온 커피는 바닥에 늘러붙어 끈적해져있었다.
너 3개월동안 안치우고 뭐했던거야..?
아마 민윤기가 날 집에 들인 이유도 청소시키려고 했을것이다. 나쁜자식.
"아, 그냥 나 패딩입고 잘게."
"잘생각했어. 이참에 내 방좀 치워줘"
"뭐래 너 방 제외하고 청소하는 거잖아"
"안까먹네, 아쉽"
아, 저새끼 주둥이 찢어버릴까.
~
내 저녁은 밖에가서 해결했다.
사실 시끄럽긴 해도 민윤기랑 같이 밥먹으면 어색할 것 같았거든.
박지민한테 이런저런 민윤기랑 재회한 이야기, 동거를 시작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술은 반 병만 마셨다. 민윤기가 나랑 사귈 때 정해준 규칙이다.
민윤기는 내가 술을 마시면 바로 꽐라가 된다며 반 병만 마시라고 자기랑 술자리를 가지면 항상 술을 반 병만 마시게했다.
이제는 그 습관이 몸에 베어버려 술을 마실 때면 반 병만 마셨다.
"야, 그렇다고 민윤기네 집에서 살게됬다고? 정신차려 김탄소!! 걔 너 전남친이야"
"알아 임마.. 그래도 갈 곳이 거기밖에 없던걸.."
"...차라리 내 집에 오지.."
"너 집이 아니라 김태형과 박지민의 집이겠지. 사내새끼 둘이랑 어떻게 같이살아"
그런가..박지민은 입술을 쭉 내밀며 생각에 잠겼다가 생각을 끝냈는지 다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 한 달 후엔 꼭 집 나와! 민윤기랑 같이 살면 또 걔가 무슨 짓 할지 몰라!
박지민이 하는 말을 듣고 실소를 터뜨렸다. 걔가 나한테 무슨 짓해서 헤어진 거 아니거든..걘 항상 자기만 알아. 남보다 자기가 0순위거든.
박지민이 팔자눈썹을 그리며 걱정된댄다. 고맙다 친구야.
"데려다줄까?"
"됐어. 반 병만 마셔서 머리 하나도 안어지러워"
"그래 그럼 가. 들어가면 김태형 아님 나한테 연락해라!"
"빠이"
~
아, 아침인가. 나 집 들어오자마자 바로 잠들었던가?
신기한게, 내가 들어온 집은 민윤기네 집이었다. 귀소본능 대박.
어떻게 내 예전 집이 아니라 민윤기네 집으로 홀린듯 들어왔을까?
아, 나 이제 반 병도 못마시나봐.
"...이불?"
일어나고 생각정리를 하다 내 아래를 보니 이불이 덮어져있었다.
패딩은 입었는데.. 이불이 왜 덮여져있지? 분명 민윤기 이불 하나라 하지 않았나.
짜식. 전여친이라고 챙기는 것 봐.
"일어났냐? 일어났으면 세수나 하고 밥이나 차려. 너 얼굴 개웃김"
"뭐?"
"밥차리라고. 규칙은 지켜"
숙취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운데 밥을 차리라고? 하 너무해 진짜.
그런데, 내 얼굴이 어떻길래...아악!!
땡땡 부었어..내 얼굴로 탱탱볼 만들어도 될 것 같아..으엉 뭐야 이게!
눈꼽을 대충 떼어내고 부엌으로 가 밥을 차렸다. 물론 콩나물국으로. 숙취해소엔 콩나물국이 진리다.
"콩나물국 이거 진짜 너가 끓인거야?"
"응. 어때?"
"개같아"
"......"
하, 저. 저... 개자식!!
누가 우릴 옛연인으로 보겠어.. 민윤기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니 콩나물이 날 보고 농락하는 느낌이 들었다.
날 왜이렇게 맛없게 만든거야! 하고 내 뺨따구를 때릴 것 같다. 으아.. 숙취해소든 뭐든 소용이 없다.
"아, 그러고보니까 이불 너가 덮어준거야? 감동"
"뭐래 너가 술취해서 이불 뺏어감"
"헐 그럴리가. 나 남 욕만 하지 누구 거 뺏어가는 술주정 없어"
"너만 모르는거야. 자는데 추워죽는 줄 알았잖아."
아.. 미안하다.
흑 괜히 감동먹었다. 민윤기가 덮어준 게 아니라 내가 뺏어간거라니.
나도 참.. 나 이제 술 자체를 마시면 안돼겠다. 숙취해소로 만든 콩나물국을 싱크대에 버렸다.
아, 오늘 뭐하고놀지?
~
아, 김탄소 언제와. 배고파죽겠네.
김탄소는 잠시 누구 만나러 간다며 열 두시가 지나도록 오지않았다.
하루만에 계약을 파기한단 반항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오늘 김탄소가 올 때까지 절대로 나 혼자 밥 안차려먹을거다.
김탄소 언제오는거야...
그 때,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헤어지고 나서 도어락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도어락이 풀리고 내가 본 김탄소는 술에 취했는지 살짝 스탭이 꼬이는 상태였다.
또 박지민이랑 술 한잔 했구만.
"야, 김탄소! 정신차려"
"우웅...민윤기 개새.."
"...뭐?"
"개새..나 어떻게 자라고!"
"......"
"이불이 없어...으어엉.."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김탄소를 대충 방에 던져놓고 내 방에 널부러져 있는 이불을 보고 고민했다.
이걸 김탄소에게 덮어줘야하나 말아야하나.
내가 덮을 이불이 없어서 고민하는 건 아니다. 얘가 감기가 잘든단 말이지.
근데 난 상관없단 말이지? 그래, 덮어주자.
근데 얜 내 전애인인데? 아, 망할 자존심.
그래, 덮어주자. 더이상 바꾸는 건 없다.
이불을 갖고 김탄소의 방에 들어가 이불을 덮어줬다.
그 사이에 감기기운이 들려고 했는지 기침을 해댔다. 저 바보.
"저 꽐라. 또 한 병 넘게 먹었구만"
"...미늉기.."
"..뭐"
"나 반 병 마셨어..칭찬해조...."
그래, 잘했다 임마.
-
암호닉
[사과나무]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개인주택이에요ㅎㅎ 프롤로그 쓴지 몇시간 만에 1화를 들고왔어요..ㅎ 사실 지금 집에 아무도 없어서 컴퓨터로 쓰는건데 비지엠 까지 깔았어요! 헤헤, 저 칭찬해주세요>_< 프롤로그에 댓글이 하나하나 달릴 때 마다 괜히 감동먹고 그래요ㅠㅠ 댓글 달아주신 독자님들 너무 감사드려요ㅠㅠ 댓글 하나하나가 너무 보석같고 고마워요ㅠㅠ 더 열심히 글 쓰는 개인주택이 될게요!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민윤기] 전남친이랑 동거합니다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0/24/22/76ea55d8dc61b3500c775ceb034db8a5.jpg)
![[방탄소년단/민윤기] 전남친이랑 동거합니다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3123/868e91b98b041d8d343d78fb074628aa.jpg)
![[방탄소년단/민윤기] 전남친이랑 동거합니다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1/17/b0fdb3dbf5c236a2a3a8235c12c80d97.jpg)

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