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역하렘] 경국지색;나라를 기울어 지게 할 만큼의 미인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10/3569fc0d575b5421c237e7d05d49f905.jpg)
경국지색;나라를 기울어 지게 할 만큼의 미인
03
"황녀님께 너무 무례하시군요. 당장 그 손 놓으세요."
정적을 깬 진의 말을 듣고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래, 진의 말대로 그는 나에게 무례했다. 내가 성을 내야 옳았다. 그런데도 성이 나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아,이런.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제 앞에서 황녀님을 능멸할 생각은 버리시는 게 좋을 겁니다. 고제님께 하사받은 승영검은 생각보다 쉬이 움직이거든요."
그리고, 무엇을 자를지는 저조차 모릅니다. 아프지는 않을 테지만, 곧바로 목숨줄은 끊어지겠죠. 살벌한 진의 말에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 웃음이 거짓이긴 했지만. 그를 보고 있노라면 실은 속은 여리디 여린 하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깨끗한 저의 속내를 숨기려 부러 오물을 다니는 듯한.
"호위무사분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방안 모든 공기가 그에게 맞춰 흘러가는 듯 한 이 느낌. 숨소리도 죽인 채 그의 입밖으로 흘러나올 말만을 기다린다.
"그렇게 해야 겠네요."
자, 놨는데 만족하려나? 손목에 빨간 두 줄이 생겼다. 아프다고는 생각했지만 자국이 남을 거라곤 생각 못 하지 못 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조심히 자국을 만졌다. 왠지 모를 오래 남을 것 같단 생각이 필연적으로 들었다.
"오늘 담소는 이만 마칠까요, 황녀님?"
"…내가 그러자고 하면 마칠 건가요."
그럼요, 당연하죠! 그의 말에 묻어있는 것은 인조적인 순수함이었다.
"그만하죠. 피곤하네요."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황녀님."
"……"
"인사는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잘 가세요."
나가며 제 이름은 태형입니다, 태형. 한 마디를 뱉곤 일말의 미련조차 없단 듯이 나가는 그다. 태형, 그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에도 내 뇌리에 박혀있으려나. 그의 이름은 쉬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단 느낌이 든다.
-
영의정은 지난 번 만남이 잘 성사된 줄 알고 만족해 하는 듯 보였다. 담소가 길었다는 시녀의 말을 들었으리라. 도대체 어디까지 이 남자의 영향력이 있는 것인지, 피곤해져왔다.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내 지아비가 황국을 다스리게 되는 날 가장 먼저 자를 처단할 것이라,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어험험, 소리를 내며 쓰다듬는 잘 손질된 수염에 불을 지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저런 인간에게서 어떻게 태형같은 사람이 나온 것인지, 생각하다가도 되려 내가 놀라 고개를 주억거렸다.
"만남은 즐거우셨습니까?"
"다 알면서 굳이 물어보는 저의가 무엇이요?"
"황녀님은 모두 다 좋은데 날을 좀 가라앉히시면 좋겠습니다."
소신, 섭섭하옵니다. 능글거리는 그의 모습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참아내었다. 저 자처럼 시간을 함께 보내기 싫은 사람도 없으리라. 왜 하필 오늘같은 날은 손님도 없을까 한탄하던 중이였다.
"황녀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황녀님과 내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안 보이는 게냐!"
"저,저도 아오나 찾아오신 분이 청국의 황자님이시라…."
"청국? 정국이가 온 게냐?"
다급히 시녀에게 물었다. 정말로 찾아온 것이 정국이라면 지금 이 인간과 얘기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예, 그렇사옵니다 마마."
"알았다. 지금 즉시 그리 간다 전하거라."
아아, 너무도 아쉽지만 황국에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전혀 영혼없이 말하는 내 모습에 영의정은 가까스로 표정관리에 성공했다.
"소신은 괜찮사옵니다."
그럼 이만. 빠르게 나가는 와중에도 보인 영의정의 구겨진 얼굴은 꽤나 볼 만했다.
-
"정국아!"
멀리서 보이는 정국이가 기억속의 모습보다 너무 커져있어 아닌가 싶었지만, 저 동그란 뒷통수는 정국이가 맞았다.
"어어, 누님 그러다 넘어져!"
정신없이 뛰어가다 결국 보지 못 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저 피가 조금 난 것 뿐인데 인상을 찌푸린 채 달려오는 정국이를 멍하니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많이 컸구나."
"누님은 하나도 변치 않았어. 아직도 달리다가 넘어지기나 하고 말이야."
누님이 아해도 아니고 말이야. 투덜거리는 그의 말을 짐짓 모르는 척 했더니 그가 헛웃음을 쳤다. 익숙하게 상처를 닦아내는 정국이의 뒤통수가 동그라니 예뻐 쓰다듬어주었다.
"오랜만이야 정국아."
"늦게 와서 미안해."
"보고싶었어."
"나도. 누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 하얗고 조그맣던 애기가 언제 이렇게 훌쩍 커버린 건지. 이목구비는 귀엽던 시절 그대로지만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좀 더 성숙해졌다고 할까.
"너 어렸을 땐 내 어깨에 왔었는데. 그 조그맣던 게 언제 이리 컸어?"
놀리는 내 말에 불퉁하게 입술을 내미는 너를 보니 아직 크려면 멀은 것 같기도.
"누님은 왜 다른 황자들한테는 경어 쓰면서 나한테는 안해? 너무 애기 취급하는 거 아냐?"
"황자님이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지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뱉는 나를 보더니 네가 입을 떡 벌린다.
"…아 완전 어색해. 잘 못 했어. 그냥 예전에 누님이 하던 것처럼 정국아, 해줘. 응?"
내게 농을 치려 한 것 같은데 덩치는 컸지만 속은 아직 제 또래와 같았다. 나에게는, 그게 더 좋았다. 정국이까지 내게 바뀌어 나타났더라면 적응할 길이 없을 것 같기에.
"정국아, 잘 지냈어?"
내 말에 너는 어릴 적 나에게만 지어보이던 예쁜 웃음을 수줍게 지어주었다.
![[방탄소년단/역하렘] 경국지색;나라를 기울어 지게 할 만큼의 미인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6/02/27/8/6/4/864023e65b2cce8313ec11ee1e4ace0c.gif)
"잘, 지냈어."
-
정국이는 아직도 어린 시절 내게 조잘대며 모든 것을 말해 주던 아이와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했으나 들려오는 추억의 한 자락에 슬픈 감정이 물밀듯 밀려오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누님, 혹시 무슨 일 있어?"
"아니 하나도 없는 걸. 정말이야!"
"내 앞에서까지 그러지 않아도 되. 누님 표정이 좋지 않잖아. 괜찮은 거야?"
"…정국아"
"응. 말해. 다 들어줄께."
실은, 다 두려워. 곧 승하하실 아버지도, 그 후 벌어질 일들도, 모든 게. 이젠 옛날로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정국이는 그제야 안심한 표정을 짓더니 나를 안아주었다. 생각보다 품안이 너무도 편안해 옛적 날 안아주던 아버지의 품이 생각나 더욱더 울적해 졌다. 결국 정국이 몰래 눈물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는 듯이, 정국의 품은 너무도 따스했으니깐.
*
한동안 황태자 수업으로 바빴기에 황국을 찾지 못 했다. 누님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실은 아바마마도 몸이 좋지 않으시다. 어쩌면 황국 고제님보다 더 먼저 승하하실 수도 있다. 허나 누님에겐 말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누님이 짊어지고 있는 짐으로도 충분히 누님은 힘들었기에.누님은 늘 변함없었다. 어릴적 내가 좋아하던 따스한 웃음까지. 누님은 내겐 햇살같은 사람이었다. 참 고운 사람.
내 걱정대로 누님은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쫒기는 사람인양 불안해보였다. 나에게까지 털어놓지 않는 모습에 섭섭해지려던 찰나, 조곤조곤 말해오는 누님의 모습에 덜컥 안아왔다. 밀어내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안겨오는 누님은 기억속의 누님보다 훨씬 작았다. 이젠 누님이 아니라 '너'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실은, 네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알았다. 모든 신경이 너에게만 가 있는데 모를리가. 닦아주고 싶었지만 숨기고파하는 네 마음을 알았기에 모른 척 해주었다. 잘게 떠는 네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늘 해오던 생각을 이젠 결심으로 바꾸었다. 청국의 황제가 되는 날, 네게 청혼하리라.
"누님, 외간 남자가 안는데 막 덥석덥석 안기는 거 아니야."
너 외간 남자 아니잖아…. 날 가깝게 생각하는 것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날 너무 아해취급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리니 슬며시 내 눈치를 살피는 너다, 너는 화를 내지도 못 하게 만든다. 이마주름을 만지는 네 손가락을 잡곤 살며시 내 진심을 조금씩, 네가 멀어지지 않게 털어놓았다.
"누님."
"응?"
"늘 그 자리에만 있어줘."
네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 줄은 알고 고개를 끄덕이는 걸까. 네게 굳이 말하진 않았으나 넌 내 첫사랑이였다. 아, 현재진형행이니 첫사랑이라고 말해야 할까. 아아, 편안한 하루였다. 내 햇살을 그러쥔, 되찾은 하루.
늘 싸라하는 암호닉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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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링뿌 0103 핫초코 #0613# 햄키 매화 오전정국 미니언 관계의 회복이에요 정전국 이스트팩 미스터 리프 청보리청 둥둥이 라임 민윤기 보옴 뚜뚜 삼다수 뀩 요괴 겨란마리 박분홍홍홍 방소 싸라해 숩숩이 비븨뷔 오호라 정구가 |
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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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가 청국인 이유: 청국이랑 정국이랑 발음이 비슷해서 ㅎㅅㅎ.. 뭔 말을 하려 했는데 까먹었어요(긁적) 아 승영검은 실존한 명검입니다! 진짜 맞으면 고통이 없대요 얼마나 날카로우면;ㅅ; 다음 편에는 남주니가 나옵니다 이제 드디어 다 등장시켰네요 후하 늘 댓글 예쁘게 달아주시는 독자님들 싸라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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