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이야기 |
2013년 늦 가을, 날씨는 바닥에 고여있는 물을 차갑게 얼려버릴 만큼 매서워졌다. 빨간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고 푸른 하늘이 높아 보였던 가을을 점점 끝이 나고 있었다. 변화하는 것은 날씨와 계절 뿐만 아니었다. 김종인. 그와 나와의 관계도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는 고등학교 입학시에서 처음 만났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처음 전학을 와 모든게 익숙하지 않던 나에게 새로운 환경은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모든게 어색한 입학식 첫 날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김종인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첫 날부터 지하도에서 담배를 꼬나물고 나에게 이름을 묻던 그 모습은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종인이가 무서웠었다. 소위 말하던 일진들과는 일체 상종을 하지 않던 나였기에 김종인을 비롯한 그들 무리의 접근은 탐탁치 않았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거절 할 수가 없었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들과 있을 때는 항상 경계하고 벽을 쳤던 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에게 동화되어갔고, 그들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일진이 아니었다. 그냥 보통 아이들보다 외로운 존재였다. 외로움, 내겐 가슴깊이 다가오지 않는 단어가 그들의 마음속에는 가시를 내밀고 깊숙히 박혀있는 형용 할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그들과 친해진 이후로는 모든 것을 그 아이들과 함께 했다. 점심을 먹는 것도 가끔 야자를 빼먹고 당구장으로 직행하는 것도 나의 처음의 대부분을 그들과 함께 했다. 우리들 관계에는 친밀감에 관한 변화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종인이와 나, 찬열이와 백현이 사이에는 우정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었다. 서로를 서로를 가장 먼저 챙겼고, 그들의 부재는 서로를 미치게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박찬열과 변백현이 먼저 연애 사실을 공표하고 나서야 나도 김종인에 관한 내 마음을 확신 할 수 있었다. 우리들은 열렬히 사랑했고, 내 안은 김종인으로 가득찼었다. 항상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우리들의 연애는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본가가 시골에 있는 나는 서울에서의 학업을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자취를 해왔었다. 그로 인해 고교시절에는 우리 무리의 아지트가 되기도 했다. 김종인과 같은 대학에 진학을 하면서 자연히 우리는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하던 시간은 달콤했고, 내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쳐다보면 숨막히는 어쩌지못하는 순간처럼'으로 시작되는 문정희 시인의 시가 이해가 될 정도로 나는 그를 사랑했다. 난 종인이를 쳐다보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나의 사랑은 그렇게 뜨거웠다. 이 날도 여느때와 다름 없었다. 책상에 앉아 만화책을 보며 히히덕 거리고 있는 내 모습과 내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김종인의 모습 정말 여느때와 다름 없었 다. 단 한가지만 제외한다면, 김종인은 휴대폰을 만지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내 폭소를 터트리던 그의 시선은 휴대폰 액정을 벗어 날 줄을 몰랐다. 나는 더이상 만화책 집중 할 수가 없었다. 눈알은 까만 그림과 글에서 벗어나 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앞에서 운다는 것은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김종인이 요새 다른 여자와 데이트 한다는 소리는 오세훈으로 부터 수도없이 들었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애썼으나 내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고교시절에도 몇 번 그런 일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잠시 불어가는 바람이겠거니 했던게 잘못이었던 것 같다. 기어코 그는 그녀와 잠자리를 가졌다. 그 모습을 내 두눈으로
지켜봤지만 그에게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헤어질까봐 두려웠다. 나에게 있어서 나는 그였고 그는 나 자체 였다. 우리들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지만 완전히 분리 할 수 는 없는 사이 마치 그런 사이었다. 한참을 휴대폰을 하던 김종인은 약속시간이 다 되었다며 씻겠다고 하며 욕실로 향했다. 순간 가슴이 일렁였다. 나는 그를 믿어야 하는 것 일까? 그의 휴대폰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가슴 깊이 차올랐다. 나는 종인이를 믿어야해. 종인이는 나를 아직 사랑해 되뇌이고 또 되뇌였지만, 내 손은 어느샌가 그의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카카오톡 아이콘을 누르니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떴다. 장인이의 성격답지 못 했다. 그는 매사에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 라며 휴대폰을 꾸미는 일도 잠금을 걸어놓는 일도 없었다. 내가 알던 지난 4년간의 김종인은 그랬다. 김종인이 어떤 비밀번호를 걸어놨을 까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내 생 일, 그의 생일,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다 쳐봤지만 옳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0000을 쳐보니 잠금이 풀렸다. 그의 카톡 대화장에는 두가지의 대화만 보였 다. 도경수와의 대화 내사랑♡과의 대화, 내가 아닌 타인을 애기라고 언급하며 약속을 잡고 사랑을 외치는 그의 카톡을 보니 이젠 정말 끝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달칵- 문이 열리고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털고 방으로 들어오는 김종인의 얼굴이 굳는다.
" 도경수 너 지금 뭐해 왜 남에 휴대폰을 함부로 건들여 "
"김종인"
"...."
"우리 이제 그만하자"
아무런 감정을 싣지 않은 표정으로 최대한 담담하게 말을 했다.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울지않으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그냥 눈물이 안났다. 그러나 내 가슴 깊은 곳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듯한 느낌 그 느낌은 어쩔 수 가 없었다. 외로움, 이것이 고등학교 입학식날 그가 가졌던 감정인 것 일까? 이 네마디로 우리의 사이는 끝이 나버렸다. 4년의 연애가 4마디의 말로 끝이 나버린것 정말 아이러니컬했다. 나는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어느 커플에게나 권태기는 오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 헤어 진 것 뿐이라고 생각을 헸다. 그러나 머리는 그렇게 이해하는데 마음은 그러지를 못한 것 같았다. 몇 일간은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학교에선 동기를과 웃고 떠들고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집에오면 그렇지 못했다. 집간 곳곳 남겨진 그의 흔적이 밤마다 나를 미치게했다. 숨이 넘어갈듯이 울었고 베게에는 작은 연못이 맺혔다. 몇 주가 지난 후, 과에서는 김종인에게는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김종인의 여자친구가 그렇게 예쁘다며 호들갑을 떠는 동기들을 볼 때 마다 심장 이 으스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김종인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그 때 카카오톡에서 본 그 여자와 동일인물인 것 같았다. 내가 더욱 비참해지는 느 낌이 들었다. 나는 그를 항상 피해다녔지만, 민석이는 니가 뭔 잘못을 해서 걔를 피해야 하냐며 그러지 말라고 나를 부추겼다. 박찬열과 변백현에게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하기도 했었지만, 아직 사랑하고 있는 커플에게 걱정을 안겨주고 싶진 않았다. 민석이와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는 길목 어귀에서 김종인과 그의 여자친구를 마주했다. 김종인과 그녀, 나와 민석이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까만얼굴에 까만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의 시선에는 아무런 의미가 담겨있지 않았다. 내 옆에 서있던 민석이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달아올랐고 이내 김종인의 얼굴에 주먹을 내다 꽂았다.
"이 씨발새끼야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
"민석아 하지마 김종인 잘못아니야 ."
놀란나는 민석이의 팔을 잡으며 말을 했다. 김종인의 옆에 서있던 여자아이는 사태가 아직까지 파악이 되지 않는지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으로 종인을 부축하고 있었다.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난 김종인은 민석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이야기했다.
"김민석 니가 낄자리 아니야, 도경수 넌 나랑 얘기하자."
" 니가 경수한테 무슨 할말이 있어서? 지랄마 "
"아냐 민석아.. 나 얘기 잠깐만 하고 올게 "
나를 절대 보내지 않겠단 표정으로 내 옷소매를 쥔 민석의 손이 스르르 풀렸다. 이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는 무슨일있으면 소리지르라고 조심히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야기 해주는 민석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 살풋 미소를 짓고는 알았다고 민석을 다독였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짓던 김종인을 내 팔을 잡고 사람이 많지 않은 도서관 뒤뜰로 향했다.
" 그 새 김민석이랑 바람났냐?"
" 그 소리 하자고 여기 끌고 온거야?"
"씨발 얘기해라 김민석이랑 너 뭔데 "
" 종인아 김종인..."
예전의 도경수처럼, 고등학교 1학년 김종인을 처음 만난 도경수처럼 그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차갑게 굳었던 그의 표정이 풀어지자 침착하게 그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 너 때문에 우리 헤어진거 잖아. 네가 네 마음속에 다른 애를 품은거잖아 그치 . 상처받은건 나 하나로 족해. 그 애 상처주지마 ."
"야 도..."
"그리고, 나 너 정말 사랑했어 지금도 그런거 같아. 근데 그 마음 이제 접을려고 "
" 야 내가 이러는거 잠시라는 거 너도 알잖아 "
" 아냐 잠시아닐꺼야 이번에는 너도 알잖아 난 널 4년간 봐왔지만, 그 애를 바라보는건 그간 네가 만났던 애들이랑은 달랐어. 나는 그걸알아. 이제 그만하고 너도 그 애한테로 돌아가. 더이상 상처주지마. "
" 경수야...... 미안.... "
"아니 미안해 할 것도 없어 안녕."
그렇게 김종인을 뒤로 하고 나는 끝임 없이 걸었다. 그 날은 유난히 콧잔등이 시린 날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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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사담
원래 길게 쓸려고 했는데, 갑자기 귀찮아져서 단편으로 바꿨어요 ㅋㅋㅋ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비해졌음 ㅠㅠㅠ 사실마지막 어떻게 마무리지을까 고민하다가 대충써버렸,.... 찬백은 제대로 쓰겠씁ㄴ디ㅏ. ㅋㅋㅋㅋ 조회수만큼 댓글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ㅠㅠㅠㅠㅠ 댓글많이달아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십쇼 ㅎ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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