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쨍쨍한 8월의 세부는 몹시도 아름답다. 에메랄드 빛 바닷물과 하얀 백사장, 인종을 구분하지 않고 신나게 뛰어 노는 사람들. 이 모두는 행복을 찾아서 이 곳으로 왔을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 또한 행복을 위해 이 곳으로 왔지만 내가 이리도 비참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건의 발단는 작년 12월에 시작이 되었다. 시즌 오프 세일의 냄새를 맡은 우리집 여왕님께서 쇼핑을 하러갔다가 가지고 오신건 세부 10박12일 여행권이었다. 우연히 넣은 그녀의 영수증은 H백화점 개점 10주년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버렸다. 그 날 이후로 우리집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동반 1인만이 함께 할 수 있는 티켓이었기 때문에 아빠와 형을 비롯한 우리집안 남자 셋은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 아침 저녁은 물론 설거지, 빨래 모두 우리들의 몫이었고 가장 열심히 일한 내가 그 티켓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 그녀에게서 함께 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온 몸이 붕뜨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감았을 때는 세부의 푸른 바다와 쭉빵하고 늘씬한 미녀들이 나를 맞아주는 생각... 아랫도리가 불끈 할 만한 썸씽이나, 어머니와의 오붓한 데이트 그리고 한국에서는 맛 보지 못할 세부의 산해진미들이 내 눈 앞에 아른아른 거렸고, 8월 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마치 8년과 같았다.
드디어 8월이 되었고 우리 모자는 갈색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비행을 하시는 (특히 이쁘신) R항공사의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내 속도 붕떴고 내 마음도 붕떴던 것 같다. 몇 시간의 비행이 끝난 후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느껴지는 열기에 숨이 막히는 듯 했다. 세부의 날씨는 유난히도 덥다는 인터넷을 참고해 나시를 입고 왔지만 습한 공기에 의해 숨 막히는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세부에서 가장 비싸다는 C호텔에 짐을 풀고 말캉거리는 물 침대 위에서 밍기적거리니 천국이 따로 없는 듯 했다. 빨리 해변가로 나가보자는 어머니의 말씀에 재빨리 짐을 풀고 그녀와 밖으로 나섰다. 그녀의 어깨를 밀면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쭉빵한 미녀들, 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 정말 티비에서만 보던 활홀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니 콧노래가 절로 흥얼 거려졌다.
" 그렇게 좋니? "
생전 나의 노래를 못 들어보셨던 어머니가 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나의 모습이 신기하고 귀여우셨던지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 그럼 ~ 엄마 사랑해! "
" 흐흐 나도 우리 뽕 빼고 가자 진짜 "
띵- 1층에 도착하고 호텔로비에는 새로온 투숙객들과 호텔 직원들로 바글바글 거렸다. 어디로 향해야 하는 지 몰라 이리저리 고개만 돌리고 있던 우리 모자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 Excuse me May I help you? "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도움을 주겠다는 이는 매우 몸이 몹시도... 검했다. 세부의 뜨거운 날씨와 잘 매치되는 섹시한 구릿빛 피부를 가진 사내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듯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 Yes. How can i get to cafeteria in here ? "
셔츠를 한 껏 걷은 그의 팔이 왼쪽 벽면을 향했고 이내 손짓으로 그 쪽을 가르켰다.
" Right over there "
" Thanks "
"Do you want i become your guide?"
그의 말에 그에게 혹해버린 것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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