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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전체글ll조회 1758

 

 

 고요하다. 먼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넘실거리던 마늘 꽃들은 어느새 저물어 버렸고, 푸르기만 했던 벼들은 서서히 고소한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저 멀리에는 푸르다 못해 시커멓게 보이는 대나무 숲이 파도를 이루고 세련되지는 않지만 투박하고 정겨운 집들이 하나, 하나 줄을 지어 서있다. 검정 아스팔트로 보기 좋게 닦여진 신작로와 사람들의 발자국이 만든 흙길은 서로 엇갈려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을의 외곽에서 힘차게 흘러가는 냇물은 작열하는 태양을 온 몸으로 밀어 내며 영롱한 빛을 내뿜는다. 냇가에 돌을 던지면 튀어오르는 물방울은 알알이 진주같다. 읍내에 이르기 까지 1시간이 걸리는 외딴 시골 마을. 개이(价隶)동에는 백 가구 남짓한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

 

 개이동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지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50세가 넘은 노인들이었고, 마을의 주 생계수단은 농업이었다. 많은 젊은이들은 돈을 번다고 도시 생활을 시작했다. 마을에 남겨진 젊은 이들이라고는 자신의 조부모댁에 맡겨진 아이들뿐이었다. 개이동 아이들중의 단연 스타는 경수였다. 훤칠한 외모에 우수한 성적,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천생이 착했다. 곤란한 일이 있을때 입술을 하트모양으로 오므리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은 개이동 아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뺏들어 갔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경수에게 마음을 뺏긴 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이면 좋으련만 개이동에는 남자아이들 뿐이었다. 코를 흘리는 유치원생부터 어느새 수염이 거뭇거뭇나기 시작하는 고등학생까지 젊은 여자라고는 이 마을에서 찾아 볼 수 가 없었다.  

 

 읍내의 H고등학교.

 

경수는 오늘도 빛이 잘 드는 도서관 창문 옆자리를 골라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불멸의 연인', '세기의 음악가들이 사랑한 연인','사랑이란 무엇인가','사랑의 기술' 사랑을 못해 미쳐버린 사람처럼 관련 서적을 주구장창 읽어대는 경수는 사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었다. 누나도 없고 여동생도 없는 자신에게서 느껴지는 여성성. 액션물보다 로맨스 영화를 더 좋아한다거나, 티비에서 아이돌이 나오면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눈길이 가는 것 등 중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아무렇지 않던 것이 어른이 되어 갈 수록 걱정되었던 것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경수에게 있어서 가장 문제점은 자신과 가장 친한 찬열에 대한 오묘한 감정 때문이었다. 어렸을 적 부터 같이 자라 줄 곧 모든 것을 함께 해 온 찬열에게 이상 야릇한 감정을 지니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고, 그가 허리, 배, 허벅지등 민감한 부분을 건드릴 때 마다 온몸에 찌릿 번개가 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수는 요 며칠새 찬열을 피하고 있었다.

 

" 야 뭐해 "

 

 도서관 끄트머리에 앉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경수의 옆자리에 거칠게 걸터 앉으며 말을 건네는 찬열이었다. 요 며칠새 잘 피해다녔건만, 박찬열이 도서관 청소 담당이라는 것을 깜빡한 경수였다. 경수는 찬열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주고 주섬주섬 책들을 챙겨 일어났다. 자신이 뽑아 든 책을 제자리에 꽂으려 가는 경수의 팔목을 찬열이 거칠게 잡아채며 말을 한다.

 

" 씨발 도경수 너 뭐해 진짜, 왜 자꾸 피하는데 "

 

 씨발이란다. 박찬열이 나한테 욕을 했다. 박찬열이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는 문제아라는 것은 알았지만 경수에게 거친 언행을 한 적이 없었다. 항상 경수 앞에 서면 빙구같은 웃음을 짓고 경수가 전교 일등을 하거나 백일장에서 상을 타는 일이 있으면 가장 기뻐하던 찬열이었다. 심지어 으허어헝헝- 하는 요상스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하와이 원주민들이 출 것 같은 춤까지 추며 기쁨을 표하고는 했다. 그랬던 박찬열의 눈은 달라져 있었다. 자신보다 한참 키가 작은 경수를 내려깔아보는 찬열의 눈에는 차가움과 원망이 서려있었다. 생전 처음보는 찬열의 모습에 놀란 경수는 책들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촤르르. 경수의 양 손 가득 들려있던 사랑에 관한 서적들의 제목이 찬열의 눈에 적나라게 들어왔다. 책과 경수를 번갈아 보던 찬열은 깊게 한숨을 쉬고는 이야기 했다.

 

" 좋아하는 사람 생겼냐? "

 

" ..... "

 

 찬열에게 차마 나 너 좋아해라는 말을 할 용기가 없던 경수는 아무말도 하지 못 했다. 우물쭈물하던 경수는 자신이 당황했을 때만 하는 하트입술을 만들었고, 그런 경수의 모습을 본 찬열은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경수를 그냥 지나쳤다.

 

" 씨발 "

 

 2-6 반 교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교실이 떠나갈 듯 했다. 오늘 급식에 나온 핫도그 꼬치가 교실을 휙휙 날아다니고 교탁위에는 먹다 버려진 우유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공부를 하는 장소인지 파티를 하는 장소인지 구분이 안가는 교실 속 그 분위기를 주도하는 무리가 있었다. 교실 뒷 부분 사물함 위에 올라가 핫도그를 양손에 쥐고 친구가 춤추는 모습을 낄낄 대며 바라보고 있는 사람. 바로 변 백현이었다. 키와 덩치는 왜소했지만, 작은 체구의 날렵함을 이용하여 싸움을 꽤나 했더랬다. 백현은 강한 것을 좋아하는 찬열의 눈에 들어 그들 무리에 소속되었다. 처음에는 조용조용한 찬열의 무리와는 달리 반의 분위기를 망치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백현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의 본성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안 아이들은 그의 행동을 귀엽게 봐주고 있었다.

 

 공부를 조금 한다는 아이들은 학교 도서실로 모두 떠났고, 공부에 영 취미를 붙이지 못한 아이들만 교실에 남았다. 그런 아이들에 의해 난장판이 된 교실에 출석부를 겨드랑이에 낀 채 준면이 들어왔다. 그 옆에는 새로 산 것인지 교복의 주름이 빳빳한 종인이 있었다. 새하얗다 못해 창백해 보이기 까지 하는 준면의 옆에 혼혈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종인이 함께 서있으니 그들의 색깔이 더욱 부각되는 듯 했다. 준면과 새로 보는 아이의 등장에 백현의 무리는 제 자리를 찾아 조용히 앉았다. 자기소개를 하라는 준면의 말에 종인의 입술이 열렸고, 가지런한 치아가 백현의 눈에 들어왔다.

 

" 잘지내자 "

 

 짧고 굵은 종인의 인사에 준면이 쑥스러워서 그런가 보다고 이야기 했다. 이내 준면은 비어있던 백현의 옆자리를 가르키며 앉으라고 이야기 했다. 터벅터벅 생긴 것과 같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백현의 옆으로 다다가 앉는 종인이었다. 준면이 지시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백현은 종인을 빤히 쳐다봤다.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낀 종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둘은 이내 눈이 마주쳤다. 빨려들어 갈 듯한 눈빛을 하는 종인에 백현은 내심 당황을 해버렸다. 처음으로 자신의 심장이 울린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 둘의 뜨거운 시선, 그러나 마음의 방향은 서로가 달랐다. 자신의 눈을 끊임없이 쳐다보는 백현의 시선에 종인이 무표정하게 대꾸를 했다.

 

" 뭘봐 새끼야"

 

백현의 미간은 심히 구겨졌다.

 

 

 보건선생인 준면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보건실에 혼자였다. 워낙 시골아이들이라 체력이 강했고, 보건실에 잘 보내주지 않는 선생님들의 특성도 있었다. 비처럼 끝도 없이 쏟아져내리던 공문의 압박은 어제부로 다 청산을 해버렸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아이스크림 한 번 사러가기도 더운 날씨가 빵빵한 에어컨 앞에 앉아 준면은 휴대폰을 뒤적였다. 카카오톡 메세지 0개, 부재중 전화 0개. 자신의 인간관계에 대해 심히 고민을 하던 준면은 주말 집에서 심심할때 하던 랜덤 채팅을 켰다. 오늘은 누구를 낚아 볼까 빙구같은 미소를 지어대며 휴대폰을 바라보는 준면의 모습은 마치 바보같았다.

 

낯선상대 ; ㅎㅇ

당신 ; ㅎㅇ ㄵ?

낯선상대 ; ㅇㅇ ㄵ?

당신 ; ㅇㅇ...

낯선상대 ; 너 몇살?

당신 ; 27 너는 몇살?

낯선상대 ; 안알랴줌ㅋ

당신 ; 짱시룸 ㅜ

낯선상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새끼

당신 ; 왜 욕하구 그러세여 ㅡㅡ;

낯선상대 ; 귀여워서 ㅎㅎㅎㅎㅎㅎ

당신 ; 꺼져 ㅗ

낯선상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27맞냐 존나 귀엽게 노네

당신 ; 너 고딩아님? 공부나 하셈

낯선상대 ; ㅇㅇ나가란 소리지? 나말고 남자랑 채팅해주는 사람이 있을거 같음?

당신 ; ㅈㅅㅈㅅ

낯선상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어제 맨유랑 아스날 축구봄?

당신 ; ㅇㅇㅇㅇㅇ ㅇ존나 개 흥미진진 ㅋ

낯선상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ㅇ 아스날이김 ㅋㅋㅋㅋㅋㅋㅋㅋ 맨유 병신

당신 ; ? 아스날 어쩌다 한번이긴거 ㅋ

낯선상대 ; 씨발 너 뭐라했음 우리엄마는 욕해도 아스날 욕은 ㄴㄴ

당신 : 니가 먼저 맨유욕함 아스날 개병신

낯선상대 ; 시발 내가 아스날 욕하지 말랬지 ㅡㅡ

당신 ; ㅋ 꺼져 아스날 호구

낯선상대 ; 맨유 개병신 ㅋ 돈빨

당신 :  ;;아닌데 시발 개빡쳐 시발 번호까라 현피뜨자 씨발아

낯선상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01000000000전화거셈

 

낯선상대와 같은 취미, 관심사를 공유하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나가려 했던 준면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욕에 격분을 하며 전화를 걸어댔다. 감미로운 발라드가 컬러링으로 깔리고 잔잔한 음악의 끝에 세훈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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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닠ㅋㅋㅋㅋ김준면 진짜 어떡햍ㅋㅋ하필 자기학교학생 이랑 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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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엌ㅋㅋㅋㅋㅋ개이동이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 김준면 어떡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알신이요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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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니스물일곱이현피라닠ㅋㅋㅋㅋㅋ김준면귀여운거봨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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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랔ㅋㅋㅋㅋㅋㅋㅋㅋ제목에개이동보고끌려서들어왔는데재밌네옄ㅋㅋㅋㅋㅋㅋㅋㅋ김준면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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