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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머리와 살짝 젖은 옷 목 부분은 나의 짜증게이지를 채우는데 한 몫 했다.
' 연탄이라니 '
" 아- 연탄 사야지, 뭐. "
흰 수건을 목에 두르고 한숨 쉬며 읆조렸다.
부동산 아저씨한테 급하게 전화를 해보니 웃으면서
' 그 중간쯤에 작은 슈퍼있지? 거기에도 연탄 좀 팔더라고. '
어찌됐건 지금 당장 보일러 공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은 연탄을 사고 다음에 보일러 공사를 하든 해야지, 뭐.
연탄을 사러 가는 길,
슬리퍼 끌고 수건을 머리에 덮어쓰고 스냅백을 썼다.
역시 힙합swag.
나름 괜찮네. 이렇게 다닐까, 앞으로?
이 동네에 단 하나뿐인 슈퍼에 가니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내가 찾는 연탄도 있었고, 생필품도 있었고.
신문지에 포장해준 연탄 2개를 들고 연탄 쓸 때 필요한 장비도 사서 올라갔다.
우리 할머니도 보일러를 쓰시는데,
손자, 막내아들, 윤기..
연탄써요. 할머니..
.
.
.
여기서 살게 된 지, 5일이 지났다.
거의 일주일을 살아갔는데 바뀐 것은 딱 3가지이다.
우선, 연탄도 쓸만해서 보일러 공사를 나중에 하는 것.
곡 작업이 도시에서보다 수월하게 잘 된다는 것.
마지막은,..
" 아 - 이거 누가 자꾸 가져다 놓는거냐. "
아침마다 다섯번째 계단에는 빵과 우유가 놓여져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하게' 배가 고파서 계단에 놓여진 빵을 먹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아무 이유없이 누가 나한테 빵을 줄 일도 없는거고
내가 들어오기 전에는 반 년동안 사람이 안 살았는데
'내가 들어와서 이 빵을 누가 일부러 가져다 놓는구나.' 라고 생각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일을 애들한테 말하니,
" 아 그거 형 너무 가난해보여서 그런 거 아니예여? "
" 혀엉! 이제 바닥에 떨어진 거 먹어요? 드러워. "
" 뭐냐 누가 너 좋아하나봐. 그 팀장인가 걔 아님? 민윤기- 사랑이 싹 트나요오?"
이런 헛소리나 하고 있다.
처음에는 신경 안 쓰려고 했는데 아무런 이유없이 주는 사람이 궁금했고
도대체 무슨 의도로 주는 건지 궁금했다.
' 오늘은 기필코. '
일어난 시각은 새벽 5시.
사실 빵 가져다 놓는 사람 잡으려고 2일 전부터 시도했다.
그러나 빵이 항상 다섯번 째 계단에 놓여져있었다.
새벽 4시 30분. 빵이 보이지 않는다.
좋아. 오늘은 성공하겠네.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02
윤기는 쪽문 뒷 쪽에 살짝 문을 열어 쪼그려 앉았다.
그러나 5분이 지나지 않아,
" 아, 빵 주는 사람 잡으려고 내가 이렇게 있어야하나.
나한테 왜 줘서 내가 이 고생을 하게 만드냐.
일단 만나면 화 좀 낼까? "
그렇다. 윤기는 참을성이 없다.
회사에, 곡작업에 지친 윤기는 졸기 바빴다.
꾸벅꾸벅. 쪼그려 앉아서 그런지 보는 사람이 다 위태롭..
' 콰앙!!!!!! '
그만 민윤기는 초록 쪽문에 머리를 박았다.
그 소리는 조용한 달동네에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 와씨, 와.. "
이마를 만지작거리면서 작은 눈을 애써 크게 떴다.
그래도 작은 건.. 작은거다.
그렇게 또 5분정도 흘렀을까,
" 헐. 뭐야. "
한 소녀가 나타났다.
계단을 올라오지 않고 계단 옆에 서서 자신의 가방 속에서 빵과 우유를 꺼냈다.
계단 옆에 서있는 소녀의 모습은 키가 작아 그런지, 다섯번째 계단. 딱 눈높이에 맞았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라 윤기는 잠이라도 깬 듯, 작은 눈을 크게 떴다.
윤기가 예상한 사람은 부동산 아저씨 아님 슈퍼 아줌마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윤기의 계획은 발견하면 기다린 것처럼 행동하지 않고
' 어, 누구세요? 설마 빵 가져다 놓은 분이예요? '
' 이거 왜 가져다 놓는거예요? '
' 제가 지금까지 먹었으니까 뭐.. 식사라도 같이 해요. 제가 살게요. '
라고 이야기 할 예정이였지만
생각한 인물 아니라 놀람 + 피곤함 + 쪽문에 머리 박아서 짜증남 + 오래 쪼그려 있어서 발 저림
그 결과는,
" 뭐야, 너. "
놀란 소녀는 계단에서 뒷 걸음질 치더니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떠보였다.
" 너 뭐냐고. "
" ... "
" 너 왜 빵 가져다 놓냐. "
" ... "
" 줄거면 맛있는 거 주던가.. 나,나. 소보루 빵 안 좋아하는데 왜 자꾸 가져다 놓는건데. "
" ..? "
생각을 하지 않고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윤기도 그걸 깨달았는지 말을 더듬기도 했다.
" 야, 너. "
" ... "
" 야 대답을 해 봐. "
대답을 하지 않은 소녀를 보자 윤기는
' 뭐야 말을 못하는건가. ' 는 생각이 들어
온갖 표정도 다양하게, 손짓 발짓 사용하여 설명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마치,
바보 같았다.
" 아, 못해먹겠네. 야. 말이 들리긴 하지? 너 오늘 밤 9시에 여기 앞 슈퍼에서 기다려 알겠냐? "
" ... "
" ... "
" ... "
" ..들리면 고개 끄덕끄덕. "
소녀는 고개를 숙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윤기도,
" 빨리 가. 오빠 간다. "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
.
.
윤기는 피곤해서 그런지 일에 집중 할 수 없었다.
푹 자도 피곤한 사람인데,
요즘 낮에는 일하랴 밤에는 곡 작업하랴 잠 잘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빵을 놓고 가는 사람 찾겠다고 밤을 새고 회사에 왔으니..
" 윤기씨! "
" ..예? "
" 몇 번을 불렀는데.. 잠 못 잤어? "
" 아, 아.. 네. 좀? "
" 그래서 그런지 이 기획안에 오타가 많이 났더라고. 수정 좀 부탁해. "
" 아, 예. "
.
.
" 무슨 일 있어? 피곤해보이네 "
" 별 일 없어요. 그냥 잠을 좀 못 자서 그래요. "
" 몸 관리 해야해. 젊다고 막 쓰면 안된다고. "
" ..네 "
.
.
" 윤기씨!! 왜 여기 있어요! "
" 에?.. 저 여기서 일하는 사람인데요.. "
" 지금 6층에서 미팅하고 있어요! "
" 예에-? "
평소에 똑 부러지게 일을 했던 윤기지만, 오늘은 아니였다.
그래서 현재 시각 오후 8시 20분.
윤기에게 야근이란, 8시를 넘어가는 경우가 없었는데 입사 후 제대로 된 야근을 맛 보는 윤기였다.
오후 8시 52분
정신 없는 와중에도 오늘 할 분량을 끝내고 나오는 윤기였다.
윤기의 성격 중 하나였다.
' 오늘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오늘 안에 끝내는 것. '
그 성격 때문에 윤기 주변 사람은 마이웨이가 쩌는 윤기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기 혼자 진짜 잘해내니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런 윤기의 모습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며 대단하다고 했다.
하지만
윤기 스스로에게는 가끔씩 정말 가끔, 벅찬 성격이였다.
남자치고 마른 윤기였지만 덩치가 왜소하진 않았다.
하지만 오늘따라 달동네 언덕길을 올라가는 민윤기는 왜소해보였다.
중간까지 올라오자 슈퍼가 보였고 아침에 했던 말이 기억이라도 난 듯
멍하니 쳐다보는 윤기였다.
" 너 오늘 밤 9시에 여기 앞 슈퍼에서 기다려 알겠냐? "
현재 시각은 오후 9시 20분.
20분이나 늦었지만 윤기는 가게 앞 벽돌에 앉았다.
그냥 오늘 하루가 힘들기도 하고, 언덕 올라오느라 힘들기도 한 윤기는 그 자리에서 10분정도 앉아 있었다.
" 왔긴 왔으려나 "
" 20분이나 지났는데 갈 만도 하지. "
혼잣말을 하다가 이제 들어가 씻고 자자- 라는 생각으로 바지를 털고 일어나는데
저 밑에서부터 비닐봉지 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왔다.
윤기는 비닐봉지 소리를 들으면서 뭔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일어나서 밑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범인은,
나에게 빵을 가져다주던 빵소녀였다.
.
.
.
쉬지 않고 뛰어와서 그런지 소녀는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걸 본 윤기는,
늦어서 언덕길을 뛰어오는 소녀가 살짝은 귀엽다고 생각이 들었다.
" 어차피 늦을거면 걸어오지, 뭣하러 뛰어오냐 "
" 흐허..하.. "
" 왔으니 됐어, 앉아봐 여기 "
윤기는 턱짓으로 자신이 아까 앉아있던 벽돌을 가리켰고, 소녀는 머뭇거렸다.
그 모습을 본 윤기는,
" ..아. 야, 여기. 이거 무릎에 덮고. 앉아. 숨 좀 돌려라. "
자신의 겉옷을 벗어 교복을 입고 있던 소녀에게 줬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두 사람은 벽돌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토바이 소리 뿐,
그 정적을 깬 건, 민윤기였다.
" 야, 너 이거 먹을래? 하리보? "
" ... "
" 내가 좋아하는건데. "
생각보다 그 대화는 소녀스러웠지만.
젤리를 뜯어 소녀 손에 쥐어주면서,
" 너 여기 살아? 아니, 아니지. 일단 너 왜 빵 두고 갔냐.
아. 그리고 너 말 할 줄 아는거야? "
" ..말 할 줄 알죠. "
아침과는 다르게 말을 하는 소녀에
윤기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곧바로 소녀를 째려보며
" 근데 왜 아침에는 말 안했어."
라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둘이 거기에 앉아 이야기하면서 윤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소녀는 윤기보다 더 윗 집에 사는 아이였고 이름은 OOO였고 나이는 17살이였다.
저번에 부동산 아저씨가 말한 할머니랑 손녀가 사는 집이 있다고 한 것이 지금에서야 다시 떠오른 윤기였다.
그리고, 윤기가 여기로 이사하는 첫 날에 자신을 따라와 이상한 사람 아니라고 외쳤다는 것도.
윤기는 필름이 끊겨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나지만 OO이가 그랬다고 하더라.
" 야- 그 날 놀랐다면 미안하다. 근데 나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니거든. "
" 아, 네.. "
" 안 믿는 거 같네. 아, 그럼 너 왜 빵은..
어, 이것도 빵이네? "
" ... "
" 피자빵이네. "
" 네.. "
" 내가 새벽에 소보루 빵 싫다고 해서 피자빵 가져왔나? "
" ... "
윤기는 피자빵을 가지고 온 OO을 보면서 귀엽다는 듯 웃어보였다.
그 웃음에 OO은 얼굴은 빨개졌고.
" 그래서 나한테 빵은 왜 준건데? "
" ... "
" 이유, 있을 거 아니야. "
" ..그냥요 "
" 진짜? "
" ..진짜. "
" 알겠어, "
눈치가 빠른 민윤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되면 다시 물어보겠다고 다짐하는 윤기였다.
시간을 보니 어느덧 10시 30분.
늦은 시간에 윤기는
" 일어나자. 집 가야지. "
" ... "
" 나 너 할머니 둘이 사는 거 알고 있어 "
" 어떻게 아셨어요? "
" 이사 오기 전에 여기 밑에 부동산 아저씨한테 들었거든. "
" ..아. "
" 뭐, 나중에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라. 해줄게. "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말 없이 언덕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 넌 나 안 궁금해? "
" 네? "
" 나는 너가 궁금했거든. "
" ... "
" 내가 계속 너한테 물어보기만 했잖아.
그러니까 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는 나한테 궁금한 게 없어? "
" ..음, 이름이랑 나이는 좀 궁금해요. "
" 민윤기. 25살. "
" ..아, "
" 또 없어? "
" 없는 거 같은데.. 나중에 더 물어볼래요. "
" 그래, 그러든가. "
이 말을 끝으로 둘에게 또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 잘가라. "
" 네, 감사합니다. "
" 다음에 맛있는 거 사줄게. 핸드폰 줘 봐. "
" .. 저 핸드폰 없는데. "
" 아,. 없을 수도 있지. 야 그럼 너네 집번호 알려줘. "
이렇게 윤기의 핸드폰에는 OO이 집번호가 저장되었다.
.
.
.
윤기는 집에 와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다 든 생각은 ' 내가 왜 그 여자애를 신경 썼을까 ' 였다.
내가 술 취한 날에 보긴 했지만 맨 정신은 아니였으니 오늘이 우리의 첫 만남이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윤기는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너는 왜 여기 있는건지, 부모님은 어디있는지,
OO이는 괜찮은건지.
알 수 없는 마음이 몽글몽글 윤기의 마음을 간지럽게 했지만
윤기는,
" 그냥 이 동네에서 처음 본 학생이라 그러겠지. "
라는 생각을 하며, 차가운 방바닥에서 일어나 연탄을 갈아꼈다.
OOO ver.
이 달동네에서 산지도 꽤 오랜 시간이 됐다.
달동네가 위험하긴 하지만 내가 사는 맨 끝에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
처음에 이사 왔을 때는 여 섯가구가 있었지만 어느 덧 모두 떠나고
윗 달동네에는 사는 사람은 나와 할머니 뿐이였다.
그러다 할머니도 1년 전, 국가지원으로 실버타운으로 가시게 됐다.
처음에는 나 때문에 절대 안 간다고 하셨는데
무릎이 안 좋으신 할머니가 이런 언덕길을 걷는 건 말도 안 됐고,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는 것보다는 할머니는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설득하고 설득해서 주말에만 나를 보러 오신다.
할머니가 실버타운으로 가시는 날에는 서로 끌어 안으며 울었다.
할머니에게 나는 소중한 손녀였고, 나에게 할머니는 없으면 안되는 존재였다.
' 우리 손녀 - 무서운 사람이 따라오면 무조건 도망쳐야된다. 알겠지? '
' 음식은 사먹지 말고 해 먹어야해. 사 먹는 건 몸에 해로와. '
' 할미가 주말에 반찬 가져다줄게. '
끝까지 날 걱정하는 할머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 할머니 걱정하지마요. '
씩씩하게 대답하는 것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뒤에서 이상한 남자가 따라왔다.
한 달에 한 두번, 사람이 날 따라오긴 했는데 이렇게 가파른 언덕까지 따라온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상대는 남자였고 그냥 남자도 아닌 술 취한 성인 남성이였다.
심지어 생긴 것도 지금까지 따라온 사람들 중 역대급으로
무섭게 생겼다.
아무 말 없이, 아무 표정 없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 야. "
그 남자가 나를 불렀다.
너무 놀라서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가끔씩 날 따라오던 사람들도 언덕길을 보고 그냥 되돌아갔는데 이 남자는 이 언덕길을 따라오고
심지어 나를 부르기까지 했다.
아. 할머니 보고싶어요. 손녀 OOO 이렇게 생을 마감하나요
인신매매 뭐 이런 거 아닐까. 어쩌지. 뛸까. 뛰면 바로 잡힐 거 같은데.
이 짧은 찰나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 와중에도 그 남자는
" 야 너 멈춰봐. "
" 야 "
" 야 멈춰보라고 "
" 나, 이상한 사람 아니라고. "
라고 이야기 했지만, 어떤 여자가 멈추라 해서 멈춥니까..
그렇게 우리 집이 보이자 걱정은 더 커졌다.
여기서 다른데로 빠지면 여기보다 더 좁은 골목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따라올 것만 같고.
그렇다해서 집으로 들어가면 집에 쳐들어올 거 같고..
그런데 갑자기 계단 올라가는 소리가 났다.
이 언덕길에서 계단이란,
6개월 전 할아버지 혼자 사셨던 그 집이였다.
살짝 뒤돌아보니 그 사람은 그 계단에 올라가고 있었고 작은 쪽문 열쇠를 찾는 듯 주머니를 뒤적였다.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을까,
그 사람도 다섯번 째 계단에서 갑자기 휙 몸을 돌리더니 나를 쳐다봤다.
이 달동네의 끝은 가로등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그 사람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계속 쳐다봤을까, 그 사람이 또다시.
" 야. "
" 나 이상한 사람 아니야. "
" 오해하지마라. "
" 그리고 빨리 집에 들어가. 왜 너가 여기있냐. "
나른해 보이는 눈으로 차갑지만, 나를 걱정해줬다.
그 날 밤에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할머니를 제외하고 나를 걱정해준 사람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 남자가 의도했든 안 했든 상관 없었다.
그런 느낌이 너무 오랜만이라 좋았고, 슬펐다.
고마운 마음에 뭔가를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돈도 없었고, 다짜고짜 다가가서 아는 척 하는 성격도 아니였기 때문에.
그래서 그냥 빵과 우유를 다섯번째 계단에 가져다 놓았다.
학교 끝나고 근처 빵집에서 알바를 하는데 저녁시간에 남은 빵을 사장님이 챙겨주시곤 했다.
그 빵이 나의 아침이였는데,
그냥 그 남자에게 주기로 했다.
그렇게 4일동안 빵을 계단에 두고 갔다.
그러나 그 남자가 먹는건지 길고양이가 가져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도 가방에서 빵과 우유를 꺼내 계단에 두고 가려는데 갑자기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뭐야, 너 "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몸짓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보같아.
그러더니 갑자기
" 오늘 밤 9시에 슈퍼에서 기다려. "
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빵집알바는 11시에 끝난다.
그냥 그 말을 무시하고 일을 할까. 아님 사장님한테 부탁해서 하루 빠질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나는 후자를 선택했지만.
그래도 나는 8시 30분까지 알바를 한다고 했다.
안 그래도 돈이 빠듯한데 하루 쉬면 생각보다 타격이 클 것 같았다.
8시 30분에 끝나긴 했지만 학교에서 우리집까지는 버스로 30분이였다.
버스를 제 시간에 탔지만 오늘따라 길이 막혔다.
그래서 그 남자랑 약속한 9시가 넘어버렸고 달동네 초입에 도착했을 땐 이미 9시 20분이였다.
이미 ' 집에 들어갔겠다. ' 는 생각을 했지만 내 발은 그렇지 못했다.
' 혹시 모르니까 ' 라는 생각에 그 오르막길을 뛰기 시작했다.
슈퍼가 얼핏 보이자 길쭉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 남자였다.
그 남자의 일방적인 대화였지만.
그 남자는 나에 대해 궁금한 게 있었나보다.
하긴, 빵을 아침마다 놓고 범인이니까 궁금 할 만하지.
처음의 정적은 하리보 젤리를 주면서 ' 내가 제일 좋아해 ' 라는 말을 했다.
그 땐, 좀 귀여웠다.
아 맞아, 술 취한 날은 기억을 못하더라.
되게 길게 이야기를 한 기분인데 생각보다 내가 말 한건 별로 없다.
그 남자는 달동네 한 번 보고, 나에게 이름 물어보고
달동네 한 번 보고, 나이 물어보고는 했다.
사실 대화보다는 정적이 더 길었다.
이제 늦었다며 집에 가자고 하는데 자신에게 궁금한 건 없냐고.
사실 궁금한 거 없었지만 근처에 사는 사람이니까 이름과 나이는 궁금해서 물어봤다.
민윤기, 25살.
뭔가 민윤기라는 이름이 참어울렸다.
자 여러분 이걸 4시부터 썼다면 믿으시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왜 끝 마무리가 이러는걸까.... 달동네사는 민윤기만큼 참을성 없어보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읽으신 독자님들 비지엠 들으셨죠? 안 들으면 노잼이예염..
필력이 딸려서 사진으로 대체하는 오토방구를 여러분들 보시고 계십니다....
원래 목표는 11시까지 올리는 거였는데 벌써 시간이 12시 34분이네요...
엘휴...윽....
그나저나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너무나 감사드려요 흑흑 ㅠㅠ
전.. 전.. 저따위에게ㅠㅠㅠㅠ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ㅠㅠ 진짜 말하기도 입 아플만큼 사랑해여ㅠㅠㅠ
[윤기야밥먹자] [음향] [7평] [사랑꾼] [구화관] [즈여돕이] [햄찌] [콜라에몽]
그렇다면 이제 비지엠을 선택하러 가볼까... (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