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color ; 짧은 권순영 번외
집에 갈 시간인데 어째서인지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정민주는 집에 가는 아이들을 구경하며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가방을 챙기다 말고 정신을 팔려 어정쩡한 자세로 한참을 있다가 둘만 반에 남았을 때쯤 정신을 차리고 반을 나왔다. 평소에는 날 보면 그렇게 깜짝깜짝 놀라더니 방금은 내가 있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뭐, 일단 나오긴 했는데 이대로 집에 가기에는 정민주가 남아서 뭘 하려 하는지가 걱정이 됐다. 아까부터 표정이 별로 안 좋던데.
그런 생각으로 복도에 가만히 서있기를 한참. 오랜 시간을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던 정민주는 교실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순간 몸을 숨긴 나를 이제야 인식했다. 나 뭐하냐 지금.. 그냥 갈까 하는데 교실 자리에 그대로 있는 가방이 보인다. 가방을 두고 갔으니 집에 간 건 아닐 거고, 금방 오겠지 하는 마음에 그냥 다시 교실에 들어와 앉았다. 하지만 그런 예상과는 다르게 꽤 오랫동안 오지를 않는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벌떡 일어나 교실을 나서려는데 일어난 내 시야로 운동장에 허들을 끌고 오는 정민주가 보였다. 하. 순간 온갖 생각을 다 했던 내가 우스워 다시 자리에 털썩 앉았다.
" 엄청 못하네 "
허들 연습을 하는 거 같긴 한데, 도무지 넘을 생각을 안 한다. 무서운 건지 하고 싶은 대로 안 풀려서 심통이 난 건지 잔뜩 찌푸려진 얼굴이다. 오랫동안이나 펴질 생각을 안 하는 얼굴에 내가 다 심각해졌다. 활짝 웃는게 좋은데. 그거 하나 보려고 내가 그 짓을 한 건데 말이야. 오랜만에 떠오른 예전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처음 그 얼굴을 봤을 때를 생각하려는데... 아, 기억하기 싫은게 같이 생각나버렸다.
' 분수를 알아야지, 순영아 '
" ... "
' 우리 같은 놈들은 씨발, 저 사이에 평생 끼지도 못하는 거야. 알아 들어? '
' ... '
' 하던 데로 해 미친놈아. 갑자기 나갈 거라고 지랄을 하질 않나 '
' 야 그냥 때려. 존나 맞으면 정신 차리겠지 '
...하필 지금 생각나냐
-
" 야, 민규야 "
" 엉 "
" 그, 장애물 그거 내가 할게 "
" 어? 왜? 그거 정민주가 하는데. 걔 운동신경 장난 없어 걱정 안 해도 됨 "
" 이미 정민주한테 내가 한다고 말했는데 "
" 아 그런거야? 권순영 그거 때문에 뭐 다쳐서 농구 못한다고 하기만 해 "
" 당연하지 "
" 근데 갑자기 웬 장애물 달리기야 "
" 그냥... 허들 한번 뛰어보고 싶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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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엄청 짧은 순영이 번외1
번외2는 많이 나중에 나오겠지만 많이 길게 나올 겁니다! 순영이 과거편 쓰는거 너무 재미있을 거 같아요 헠헠
이거 올리고 최대한 빨리 본편 써올게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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