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오래 잠들어 있었어
나는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다가
이따금 무서워져서 아이가 숨을 쉬는지 아이의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어보았어
그리고 한참 후에 아이는 깨어났어
나는 아이의 뜨거운 이마를 손으로 짚었어
그리고 속삭였어
-종인아.
-….
-이제 내가 지켜줄게.
아이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어
나는 그런 아이에게 웃어보였어
그리고 아이가 늘 그래주었듯 아이의 뺨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쓸었어
-좋아해, 종인아.
아이가 나를 보더니 이내 나를 잡아당겨 끌어안았어
나는 아이의 등에 손을 얹었어
'딱 일주일이야. 일주일이 지난 다음날 아침까지 네가 소중한 것을 내놓지 않으면
종인이는 죽어버릴거야.'
아이의 누나의 말이 환청처럼 들려왔어
-OO아, 종인이 잔다.
종대가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어
종대는 그런 나를 옆에서 지켜봤어.
-근데 왠 그림?
-종인이한테 선물하려고.
-선물?
-응. 근데 비밀이야.
알았어. 종대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옆에 앉았어.
-OO아.
-응.
-모든게 잘돼서 다행이야.
-….
-네가 종인이를 만나고 밝아진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는 종대에게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종대의 손을 슬쩍 잡았어
종대는 그게 기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인지 알았는지 웃고는 나를 안아
-이제 너 걱정 안해도 되겠네.
-…미안해, 종대야.
-알면 이젠 아프지마. 어머니도 오시면 더 즐거워질거야.
하지만 그럴 순 없겠지. 나는 종대에게 속으로 다시한번 사과를 했어
-이 꽃들 예쁘지?
[응. 널 닮았어.]
아이가 슬쩍 웃어보였어
아이는 바다에서만 지내서였는지 꽃을 신기해하고, 좋아했어
나는 나는 아이에게 꽃을 하나씩 설명해줬어
그리고 꽃에 물을 언제 주어야 하는지, 꽃이 시들것 같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해주었어
[근데 난 꽃을 못돌볼 수도 있는데….]
아이는 조금 묘한 표정으로 글자를 썼어
나는 고개를 저었어
네가 그럴 일은 없을테니까. 내가 널 지킬테니까.
-아냐. 내가 없으면 종인이 네가 돌봐주어야 해.
아이는 곧 고개를 끄덕였어
결연한 표정이 귀여웠어
나는 그런 아이의 머리를 쓸었어
[그런데 OO아, 어디 아파? 안색이 안좋아]
막상 일주일이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잠드는 시간조차 아까웠어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고 그동안 그렸던 그림을 정리했어
그리고 아이를 그렸어
잠든 아이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어, 아름 다웠고.
마치 밤에 만났던 그 신비로운 인어의 모습처럼
-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아이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나를 자기 무릎을 베고 눕게 했어
그리고 제법 진지한 얼굴로 자라는 말을 했어
-종인아.
[응.]
-네가 자유롭게 말하는 날이 올까?
[….]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
-너의 이야기를 듣는 건 늘 즐거웠으니까.
[연습할게.]
아마 그 때쯤이면 나는 없겠지만,
-그래. 고마워.
그래도 네가 말하길 바라니까.
시간은 야속할만큼 빨랐어.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날이 왔지.
아이는 막상 자기가 언제 죽기로 되어있는지는 모르는 눈치였어
아침을 먹고 산책을 하는데 아이가 저우언에 멈춰섰어
그리고 줄기가 꺾여 시든 꽃을 바라보았어
찌푸린 아이의 얼굴이 슬퍼보였어
-종인아
-…?
나는 아이의 뺨을 감싸쥐고 천천히 내 입술을 아이의 입술 위로 포갰어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기를
생명력을 잃어가는 네가 다시 눈부심을 되찾기를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너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아이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스르륵, 감겼어
그렇게 입술을 맞댔던, 짧지만 영원같았던 시간이 지나가고
나는 서서히 아이에게서 떨어졌어
-사랑해.
[….]
아이는 놀란듯이 말이 없었어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와는 또 달리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살피더니 곧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어
[나도 널 사랑해]
평소와 같이 저녁을 먹고 간단히 차를 마셨어
종대는 아이와 무슨 대화를 속닥거리더니 나에게 말했어
-너 종인이 춤추는 거 본적 있어?
-춤?
아이를 바라보니까 슬쩍 수줍은 표정을 지어
나는 고개를 저어보였어
아이는 처음엔 걷기도 힘들어 했었는데….
-너 보여주려고 춤을 연습했었거든
-….
종대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전축을 틀었어
곧 음악이 흘러나오고 아이는 일어서서 조금 머뭇거리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어
그리고 나는 아이의 춤을 보는 순간 눈물을 터뜨렸어
그렇게 보고 싶었던,
다시 빛나는 아이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거든
[왜 울어. 울지마.]
당황한 아이가 나를 달래려 춤을 멈추고 오고
종대도 놀랬는지 음악을 끄고 내 옆으로 왔지만
나는 울음을 멈출 수 없었어
사실은 나는 죽고 싶지 않아
오랫동안 아이와 종대 곁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곧 울음을 그쳤고 아이와 종대의 부축을 받아 침실로 향했어
내가 잠들 때까지 가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피우는 아이를
잠든 척을 해서 겨우 돌려보냈어
아이가 잠든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지다가 눈꺼풀 위에
무언가가 닿았다가 떨어졌어
-…잘…자…O…O‥아.
곧이어 문이 조심스레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다시 흐르기 시작한 눈물을 닦아 내었어
오늘 새벽 완성한 그림을 내 방 한가운데에 놓고
주위를 살핀 뒤 집을 빠져나와
바닷가로 향했어
아이와 늘 봤던 곳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아름다운 아이의 모습에 반해버렸던 곳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것만 같아서
나는 아이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고
아이와 나의 모습을 그려봐
그러다 어느덧 시간은 가고
이제는 정말 끝내야 할 시간이 되었어
나는 천천히 내가 가져온 칼을 꺼냈어
그리고 그 칼로 내 가슴을 겨눴어
-…나를 줄테니까.
아이를 지켜주세요.
칼을 든 손이 떨렸지만 어쩔 수 없었어
나는 눈을 감고 칼을 든 손에 힘을 줬어
-…!
날카로운 고통이 나를 덮쳤어
이상한 울음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아이가 서있었어
아이는 나를 보고도 믿기지 않는 다는 듯 하다가
곧 달려서 나에게 왔어
몇번을 넘어지고 나에게 온 아이는 쓰러진 나를 잡았어
-…왜…왜…
-…미안….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어
나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어
-…이제…네가…있어야…할 곳으로…돌아가….
이른 햇살이 녹아내린다
아이의 뒤로 해가 뜨기 시작해
너를 닮은 눈부심이 내린다
아이의 주위로 빛이 퍼져나가더니 아이가 너무 눈이 부셔서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어
길을 잃은 내 눈은 이제야 Cry Cry C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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