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보이지 않는 숫자키에 인상까지 잔뜩 써 가며 도어락 기계를 풀어냈다. 헤실대며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지나쳐 침대가 있는 방으로 발을 들이니 책상에 앉아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민윤기가 나를 돌아본다. 눈이 마주치자 눈을 접어 밝게 웃어 주었다. 바보같이 나사 풀린 듯 웃기만 하는 나를 본 민윤기가 한숨을 쉰다. ‘윤기야.’ 좁은 방 안에 내 목소리가 울렸음에도 민윤기는 등을 돌려 열심히 글을 쓴다. 심술이 나 그의 바로 뒤로 다가가 뒤에서 그의 어깨에 팔을 둘러 기댄다. ‘우리 윤기. 우리 예쁜 윤기. 아이, 예뻐.’ 민윤기 얼굴에 주름 생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술에만 취하면 폭주하는 기관차가 된다. 민윤기의 심기가 뒤틀려 짐을 싸고 나가 버릴까 하는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굉장히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작업을 계속하는 민윤기를 살살 흔들다가 민윤기의 볼에 연달아 입을 맞췄다. 쪽, 쪽, 쪽. 몇 번이나 소리내 입을 맞추니 민윤기의 귀 끝이 빨개진다. 푸스스 웃으며 그의 머리에 얼굴을 묻었다.
“야, 술에 꼴아서 이 시간까지 놀다 들어왔으면.”
“…….”
“그냥 좀 암전히 누워 자면 안 되냐?”
“…….”
“……야, 탄소야. 자니?”
아니. 안 자지롱. 다시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민윤기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러더니 다시 민윤기에게 매달려 오는 날 공주님 안기로 들어 침대 위로 던지듯 눕힌다. ‘그냥 좀 자자고, 그냥 좀.’ 엄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가 미워 꿍얼댄다. 한숨을 푹 쉬며 돌아서려는 그의 목에 재빨리 팔을 감아 그를 끌어당겼다. 당황함이 가득 묻어난 얼굴을 바라보다 입을 맞췄다. 굳어 버린 민윤기에도 아랑곳 않고 더욱 깊숙히 입을 맞췄다. 내가 입술을 뗄 때까지도 민윤기는 커진 눈으로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엉거주춤 서 있었다. 그러나 민윤기는 이내 평온을 되찾는 듯했다. 불이 꺼져 잘 보이지 않는 민윤기의 얼굴이 궁금했지만 그는 그대로 등을 돌려 스탠드가 켜진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노트북 앞에 앉은 민윤기를 가만히 지켜봤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다 민윤기가 노트북을 덮어 버리곤 다시 의자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왔다.
“자냐?”
“아니.”
“이왕 시작한 거. 계속 하자, 그냥.”
그 말을 끝으로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내 위로 민윤기의 얼굴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깊게 입을 맞춰왔다. 또 한 번 목에 팔을 두르고 그에게 맞춰갔다.
애인이랑 동거하지 마세요 3
(부제: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때는 아마, 우리가 스물두 살쯤 먹었을 때였나. 사촌오빠 김석진이 계약 문제로 원룸에서 나와 나의 집을 임시거처로 사용한 적이 있었다. 나와 같은 처지의 힘 없고 돈 없는 대학생이었던 김석진에게 동질감을 느껴 결국 방을 내 주었고, 김석진의 이사 겸 김탄소 자취방 강제 점령을 기념하여 김석진이 소중한 카드를 긁어 산 자장면을 먹고 있을 때, 민윤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뭐해, 응, 밥 먹고 있어, 응, 응. 휴대폰을 붙잡고선 자장면 그릇까지 멀리 치워 놓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내 모습을 보며 열심히 탕수육을 입 속으로 집어넣고 있던 김석진의 입꼬리가 얄밉게 올라간다. 그 모습에 별 미친놈 다 본다는 얼굴로 김석진을 바라보니 말릴 새도 없이 내 바로 가까이로 와 휴대폰에 대고 나지막이 말한다.
“탄소, 누구랑 통화해? 오빠 앞에 앉혀두고, 서운해.”
수화기 너머로부터 ‘……남자야?’ 하고 묻는 민윤기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민윤기가 내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사레까지 쳐 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자 아니야, 이 새끼. 이 새끼가 무슨 남자야. 내 말에도 답이 없는 민윤기에 괜히 초조해져 그의 대답을 재촉했다. 윤기야, 진짜라니까. 나 그렇게 불건전한 사람 아니야. 그러고 나서도 몇 초 더 기다려서야 민윤기가 입을 열었다. ‘지금 갈게.’
전화가 뚝 끊겼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세상에, 민윤기를 내 자취방에 들인다고. 말도 안 돼. 머리를 쥐어뜯으며 끙끙대니 김석진이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리고는 컴퓨터 앞으로 직행한다.
초인종 소리에 단장을 하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문을 열어 민윤기를 집으로 들였다. 신발을 벗고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오는 민윤기의 뒤로 서 쭈뼛거리며 걸었다. 방 안을 훑으며 살피던 민윤기가 멈춰 섰다. 더러 놀라 앞을 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 엄청난 속도로 마우스를 쥔 손을 놀리고 있는 김석진의 넓은 등판이 나와 민윤기를 반기고 있었다. 민윤기의 표정을 살피기도 전에 민윤기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김석진의 몸을 돌렸다. 맑은 눈으로 민윤기를 마주한 김석진은 눈만 꿈뻑일 뿐이었다.
“누군데 이 집에 계세요.”
“얘 남자친구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뻔뻔하게도 헛소리를 내뱉는 김석진에 식겁해 달려가 민윤기의 손을 꼭 잡고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윤기야, 나 믿지? 저 새끼 말 듣지 마. 싸늘한 눈으로 나를 돌아본 민윤기가 입을 열었다. ‘그럼, 누군데.’ 그 말에 ‘사촌오빠’라고 대답하려던 입을 꾹 닫았다. 생글생글 웃으며 이 판을 지켜보는 김석진에게 빅 엿을 먹이고자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스토커.”
“스토커?”
“자꾸 남자친구 행세 하면서 따라다니길래 그냥 잘 달래서 보낼 생각이었는데…….”
더 애처로워 보일 그림을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만성 비염으로 인해 늘 훌쩍이던 코를 타이밍에 맞춰 훌쩍여 주었다. 곁눈질로 보니 입을 떡 벌리고 잔뜩 당황스러운 얼굴을 한 김석진이 손사레를 쳤다. 아니, 아뇨. 저 그런 거 아니에요. 저 김탄소 사촌오빠에요. 아니, 누가 미쳤다고 쟬 따라다녀요! 입을 꾹 닫고 있던 민윤기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휴대폰을 꺼내든다. 나와 김석진 모두 고개를 들어 물음표를 띄우고 민윤기를 바라보니 숫자 세 개와 통화 버튼을 누른 민윤기가 귀로 휴대폰을 갖다댄다. ‘경찰서죠?’ 굳은 얼굴의 김석진이 손에 쥐고 있던 빵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거친 민윤기와 불안한 김석진과 그걸 지켜보는 나.
서에 가서 해결을 봐야겠다며 부득부득 우기는 민윤기를 겨우 말리고 해명을 끝낸 김석진은 한숨을 돌리자마자 술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서 버렸다. 찌질이. 허구한 날 글이나 쓰고 앉아 있는 호구 같은 민윤기를 무서워하는 게 틀림없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어딘가 불편한 얼굴로 거실 바닥에 앉아 있던 민윤기가 인상을 쓰곤 소파 위로 올라와 누워 있던 나를 내려다본다. 주름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펴 주니 곱게 펴 놓은 미간을 다시 접는다. 그에 나도 입을 비죽 내미니 그제야 입을 연다.
“김탄소, 세상 남자는 딱 셋으로 나눌 수 있어.”
“웬, 갑자기.”
“아빠, 남자, 고자.”
퍽 진지한 얼굴로 뱉는 민윤기에 웃음이 터져 킥킥대니 민윤기가 내 고개를 잡아 자신을 향하게 한다. ‘아빠도 고자도 아니면 남자잖아.’ 은근히 김석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민윤기에 비실비실 웃음이 나왔다. 얼마 전 탈색을 해 밝은색이 되어 버린 그의 머리칼을 손으로 쓸었다. 눈을 떼지 않고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민윤기의 목을 끌어안아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서서히 펴지는 민윤기의 미간주름은 여간 재밌는 놈이 아니었다.
아, 모르겠다, 하고 내 옆으로 드러누운 민윤기가 그 좁은 소파 안쪽으로 내 몸을 밀어넣어 나를 꼭 안았다. 자잘한 스킨십 하나 없는 민윤기는 가끔 이렇게 어마어마한 행동으로 훅 치고 들어오곤 한다. 내 귀에 대고 바람을 부는 민윤기에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민윤기의 품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치니 그는 내 몸을 더 꽉 안아온다. 그러다 그가 내 몸을 돌렸다. 눈이 마주쳤고, 그래, 눈이 맞았다. 무언가에 홀린듯이 우리는 입을 맞췄고, 진한 스킨십이 오고갔다. 처음으로 완벽히 단둘이서 갖는 공간에서의 입맞춤은 머릿속을 온통 새하얗게 만들었다. 입술을 뗀 민윤기가 나른한 눈빛으로 물었다. ‘나랑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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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한 이야기로 인해 여주와 윤기가 동거를 시작하게 된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앞부분은 일주일 전에 써놓고 갔었는데 다시 보니 넘 오글거리네여 그치만 일상이 흑역사니까요 그냥 올리면 되는 것 연애하면 유치해진다구 하잖슴까 대리연애하면서 시간을 거슬러보고이써요 꿀 떨어지는 연애 무경험자로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정말 너무나 어색하고 낯간지럽지만 우리의 망상은 좋은 거시조 윤기잖아요 ^ㅁ^ 브금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브라더수님의 다른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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